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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설 속 로빈-84화 (84/303)

84화

“특별히 귀족이 뒷배를 봐주는 곳이 아니라 지금도 견제를 많이 받는답니다. 그게 아니었으면 황도 환락가는 이 교단이 완전히 지배했을걸요? 사실 기부금만 받는 바람에 값도 엄청 싼 편이라.”

“아니, 그런데 어떻게 아직 교단이 유지되고 있는 거죠? 전전대 황제 폐하가 칙령을 내렸고, 룩센 대제께서 조건을 완화했지만 전대 황제 시기에는 전혀 영업, 아니 봉사를 하지 못했을 텐데요?”

“그게, 이 교단이 봉사만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사실 이 교단의 주 수입원은 봉사가 아니라 귀족 영애들의 성교육이란다. 이 교단에서 세례를 받은 후 교육을 받으면 미모도 확 피는데다가 남편에게 아주 사랑받는 부인이 될 수 있다나? 그렇게 교육을 베풀고 받은 기부금이 상당해 아직 교단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저 교육의 혜택을 받은 귀족 놈이 한둘이 아닌 거 같은데, 누구 하나 자신의 영지에 신전을 허락해 준 영주도 없고 아직도 박해 아닌 박해를 받고 있다니.

자신의 말을 지킨다든지 명예를 중시한다든지, 겉으로 보이는 부분은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직접적으로 이익이 걸린 문제에는 이게 또 이런 식이다.

뭔가 이중적이라고 해야 하나? 정말 복잡한 놈들이었다.

아마 교육을 받고 기부금을 냈기 때문에 서로에게 빚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 잠깐.

이거 어쨌든 교단이란 거잖아?

어쨌든, 교단이면 신성력으로 치료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솔직히 사이비 교단 같은 느낌만 물씬 풍겼지만 그래도 혹시 몰랐다.

“릭스터. 그런데 이 교단, 신성력을 쓸 수는 있나요?”

몇 번의 난리를 겪으면서 로빈은 영지에 신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누군가가 치료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다친다면 그야말로 낭패였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 대상이 부모님이나 세이라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기까지 했다.

솔직히 영지에 신전이 있었으면 그릭스 대공자가 다쳤을 때 그렇게 마음 졸이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 세계에는 정말 많은 교단이 있었다.

하지만 치료에 특화된 생명의 교단이나 전쟁의 교단처럼 교세가 대단한 교단들은 이런 외진 곳에 신전을 올리는 것에 난색을 보이곤 했었다.

아무래도 찾는 곳도 많고 황도나 큰 도시에서 치료 행위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교세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았다.

아무래도 배가 부르다는 거겠지.

그리고 그 외에 잡다한 교단들은 치료 효과가 미약한데다가 바라는 것도 너무 많았다. 그래서 받아들일 수 없었고 아직도 영지에는 변변찮은 신전 하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이 교단에 대단한 치료 효과를 바랄 순 없겠지만 어느 정도만 돼도 충분히 지원해 줄 수 있을 거 같았다. 영지의 골치 아픈 문제를 하나 해결해 줄 수 있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으니 말이다.

릭스터는 로빈의 물음에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지온도 잘 알고 있는지 지온이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 교단은 외상 치료 쪽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교단이긴 합니다.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효과만 보면 그런 거죠.”

솔직히 이건 좀 의외였다.

치료 효과도 대단한 교단이 그렇게 빌빌대고 있다니.

그러고 보니 예전에 루이에게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다.

그저 스쳐 들은 거라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하지만 무슨 큰 문제가 있긴 한 모양이다.

그런 대단한 치료 효과를 넘어서는 엄청난 페널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라면 변방의 영지들은 두 팔 벌려 환영했을 테니 말이다.

“다만……. 효과는 좋은데 효과가 너무 좋아서 곤란한 경우가 있답니다. 그러니까…….”

봉사의 교단답게 이 교단의 치료 행위는 바로 쾌락과 절정에 의한 신성력 폭발, 그리고 후 치료란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서로 격렬한 행위를 통해 신성력을 모으고 부상자가 절정에 이를 때 그 신성력을 분출해 치료한다는 지극히 야설적인 치료 방법인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 하나만은 탁월하단다.

다만 문제는 치료 행위 시 얻는 쾌락이 너무 강해 치료 대상이 더 이상 자신을 치료해 준 사제가 없으면 안 되는 몸(?)으로 변해버릴 위험성이 있다는 건데.

하, 상상력 진짜.

“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막대한 기부금을 내고 그 사제를 자신의 부인으로 맞이해야 합니다. 다행히 봉사의 교단은 사제가 환속해서 혼인하는 것에 아주 관대한 교단이니까요. 그런 폐해 때문에 치료 신관으로서는 낙제점인 거죠.”

딱 들어보니 관대한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장사를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아무래 생각해도 이 교단은 글러 먹은 거 같은데.

게다가 걸리는 것도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 부인이라고 단정 지은 것이 좀 꺼림칙했다.

설마 저 교단에는 여자 사제들만 있는 건가? 그럼 여자는 어떻게 치료해?

그리고 심한 부상자는 쇼크로 기절해 있을 가능성이 큰데 기절한 부상자는 어떻게 치료한단 말인가?

하지만 대답은 놀라웠다.

“그거야 간단합니다. 그건…….”

우선 이곳 사제들은 로빈의 예상대로 전원 여자였다.

그리고 이곳은 상대를 보내버리는 것에 엄.청.나.게 특화된 교단이란다.

그게 어느 정도로 대단한가 하면 성별을 불문하고 보내버릴 수 있는데다가 음경이 절단되지 않은 한 상대가 기절해 있건 말건, 무조건 세울 수 있을 정도란다.

신성력의 힘이라나?

겟츄 여신님, 당신은 대체…….

“하지만 봉사 자체는 정말 대단합니다. 피로를 풀어주는 건 기본이고 기력도 보충해 주니까요. 게다가 그 농밀한 봉사 테크닉은 정말…….”

“…생각보다 많이 아시네요?”

“황도에 들를 때 종종 애용했습니다. 정말 환상적이었죠.”

지온이 이곳 영지로 넘어온 후 세 차례 정도 황도에 들렀었다. 아마 그때 저 신전에 가서 봉사를 받은 기억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지온도 남자고 하루에 두 번은 싸야 했는데 이곳은 마땅히 풀 만한 곳도 없었으니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주노의 얼굴을 보니 저 인간도 경험이 있는 모양이었다.

혹시 처음 황도에 갔을 때도 둘이 물건을 산다고 나랑 실비아를 버리고 슬쩍 사라졌었는데 그때도 그런 곳에 간 거 아냐?

뭔가 많이 꼬여있긴 하지만 치료 효과는 둘째 치더라도 그렇게 능력이 좋다니 당장 쓰기에 나쁘지 않아 보였다. 치료 효과도 미묘하긴 하지만 당장 죽는 것보다는 나아 보였고.

물론 그쪽의 말도 들어보긴 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사람 없이 살 수 없는 몸이 되는 건 또 어떤 기분인지 궁금하긴 하네. 게다가 그걸 하는데 기력이 보충된다는 건 또 뭐야?

지금 상황에서는 답도 없는데 적당한 해답이 나왔으니 우선, 이 방법으로 나가기로 했다. 솔직히 더 논의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고.

그래, 신관의 탈을 쓴 특급 스페셜리스트를 한번 모셔보자. 교리 자체도 사랑과 봉사라니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겠지.

그리고 치료 쪽은 아무래도 흑마법사부터 구해봐야겠다.

전생에서의 외과 의사와 거의 비슷한 흑마법사는 외상 치료에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가장 베스트는 신관이었지만 지금 상황이 계속 여의치 않으니 꿩 대신 닭이라도 잡아야 했으니 말이다.

이젠 저 교단이 들어오면 다른 교단을 받기가 더 껄끄러울 테니 신관은 포기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좋아요. 당장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거뿐인 거 같네요. 사랑과 봉사의 교단을 초빙하고 싶은데요. 혹시 반대하시는 분 없나요?”

다행히 다른 사람들도 크게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생각보다 좋은 해결책을 찾아 반가워하는 분위기라고 할까?

릭스터, 이 대머리가 이번에는 좋은 의견을 내줬다.

“그럼 주노 님이 이번 상행 때 황도로 가면 그쪽에 저희의 뜻을 알리세요. 아니, 우선 황도 지부에 있는 직원에게 연락해서 그쪽 말부터 들어보죠. 이곳에 지부를 내줄 수 있는지 말이에요. 그래야 신전을 지어주든, 말든 하죠.”

“네. 알겠습니다, 영주님.”

“그럼 다음 논의는 그쪽에서 하는 말을 들어보고 이어 나가도록 하죠.”

이렇게 대충 윤락가 건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었다.

심리적인 대미지가 상당했던 로빈은 가능하면 빨리 회의를 마치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그 뒤로도 줄줄이 안건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설마 지금까지 기다렸던 거야?

혹시 할아버지가 일을 더 미뤄 뒀던 건 아니겠지?

로빈의 의심은 합리적이었지만 안건들을 들어보니 꼭 그런 건 아닌 거 같았다. 역시 가장 중요한 안건은 혼 래빗에 대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혼 래빗 고기를 황도에 가져가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지금의 상선으론 무리고요. 그러니 이 기회에 배를 한 척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요?”

주노는 새롭게 배를 만들면서 그곳에 아예 모야족 주술 창고를 하나 설치하고 싶어 했다. 이곳에서 도축하고 배에 내장된 창고로 바로 실으면 황도로 가는 동안 숙성이 완료되고 신선한 상태에서 바로 판매를 할 수 있다는 거였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는 로빈도 조금 솔깃했다.

“좋은 생각이긴 하네요. 그런데 지금 배를 만들 여력이 있나요?”

“금전적인 부분은 충분합니다. 그런데…….”

“네, 아무래도 신전 쪽 일부터 마무리하려면 여유 자금이 더 있어야겠죠? 그 안건은 좀 미루겠습니다. 그런데 백랑 님, 그 주술 창고를 유지하려면 주술사가 둘은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혹시 주술사를 황도행에 동행시킬 수 있는 건가요?”

“응, 영주님. 괜찮을 거야. 심심한 사람들이니 번갈아가면서 합류시키도록 할게.”

“예, 그건 좋네요.”

확실히 가능성은 봤으니 우선 윤락가 건이 마무리되면 배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배의 대여료가 워낙 비싸 진작에 만들려고 돈을 모으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배에 주술 창고부터 짓는 건 너무 성급한 면도 있었다.

“백랑 님이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좀 더 기다려보죠. 혼 래빗 고기가 계속 꾸준히 팔릴 지 알 수 없는 거잖아요? 우선 육포부터 팔아보고 상황을 좀 더 살펴보는 거로 하겠습니다. 물론 배를 만들기 시작할 시기가 되면 윤곽은 나오겠지만요. 주노 님은 계속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육포의 반응이 어떤지.”

“네. 영주님.”

이렇게 우선 배 문제는 뒤로 미루고.

“아, 맞다. 영주님, 그 혼 래빗 도둑들 때문에 좀 성가시거든. 그래서 루터카우 목장을 좀 옮기려고 하는데.”

어쨌든 혼 래빗 육포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이 혼 래빗을 훔치려는 사람들이 전혀 없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꼭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사람도 있었으니.

그래서 백랑은 루터카우 목장으로 혼 래빗 사육장을 둘러쌀 계획이란다.

어쨌든 마수인 루터카우 목장이 혼 래빗 사육장을 둘러싸고 있으면 상대가 혼 래빗을 훔쳐 달아나는 데 큰 문제가 생기니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입구 쪽만 막으면 되니 모야족 전사들도 좀 편해질 테고.

문제는 그 루터카우들을 안전하게 옮기는 일이었다. 모야족 전사들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새로 치는 울타리의 가격도 가볍진 않지만 이젠 영지도 그 정도로 궁핍하지는 않았다.

캬~ 이건 또 격세지감일세. 이 정도 예산 집행에 거리낌이 없다니.

“전사들만으로는 무리겠네요. 폴 경, 루이 경. 기사들과 병사들까지 모두 가서 한 번에 끝냈으면 좋겠는데요. 가능하겠어요?”

“네, 영주님. 날 잡아서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혼 래빗 고기 판매와 사육장 방비에 대한 문제까지 정리가 되었다.

확실히 각자 방법까지 모두 생각해 온 후에 허가만 받아가는 일이라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바로 결정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회의가 서서히 마무리되어갈 무렵 히센이 입을 열었다.

“드디어 주술 문양을 다른 사람들에게 새겨줄 수 있게 되었는데, 이건 어떻게 할 생각이냐?”

몇 년의 연구와 실험을 거쳐 드디어 주술 문양의 분석이 완료되고 안전하게 문양을 새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재료를 부지런히 모으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제 얼추 다 모아가니 히센의 말대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아무래도 기사단부터 순차적으로 새겨야겠죠? 솔직히 일격에 힘을 싣는 건 기사단에게 더 필요한 능력이니까요. 폴 경,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영주님. 처음의 계획대로 제가 가장 먼저 받아보고 문제가 없으면 기사들에게 새기도록 하죠.”

확실히 주술 문양은 영지의 비밀 무기가 되어줄 만했다. 만약 폴이 그 문양을 새기고 상급 마수를 상대한다면 더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어 보였으니 말이다.

다만 문제는.

“제발 엉뚱한 곳에 새기지 말아달라고 하세요. 너무 티 나는 곳에다 새기면 또 다른 사람들의 의심을 살 수 있으니 가능하면 안 보이는 등이나 허벅지, 이런 곳으로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문양도 웬만하면 정상적인 걸로 하시고요.”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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