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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설 속 로빈-91화 (91/303)

91화

마음에서 우러나온 봉사와 섹스라… 거기다 스킬까지 엄청날 테고.

영지의 순진한 남자들도 어지간히 당할 거 같았다.

하지만 무슨 꽃뱀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저런 걸 막을 수는 없었다. 막고 싶지도 않았고.

다만 기사들이나 병사들에게는 적당히 언질을 주어야 할 거 같았다. 웬만하면 너무 마음 주지 말고, 만약 마음을 주게 되면 한 번 도전해 보고 상대가 거부하면 무조건 포기하라고.

모두가 자신의 말을 듣진 않겠지만 전혀 언질 주지 않은 것보다야 낫겠지.

어쨌든 로빈이 무슨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두 남자는 황망한 표정으로 이곳을 떠났다.

딱 봐도 충격으로 다시는 이곳을 찾을 거 같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적당히 추방령을 내리고 영지 출입을 금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어진 것이다.

뭔가 좀 씁쓸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무난하게 해결된 셈이었다.

그날 밤, 일을 모두 마무리 짓고 신전 문을 닫은 채 사제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불편한 점이나 바라는 점은 기본이고 예전의 안 좋았던 기억이나 즐거웠던 추억까지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덕분에 로빈도 이 사제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봉사받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지만, 그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을 따라갈 수 있다는,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그런 행동 방식도 이제는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같은 일은 정말 드문 일이라고 한다. 아무리 깊은 사이의 단골이라도 기부금을 거부하면 대부분 바로 수긍하고 물러나는 분위기였고.

예전 세계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질척거림이 이곳에는 별로 없는 모양이다. 남녀 관계 자체가 전체적으로 좀 쿨한 느낌이라고 할까?

어쨌든 아까 그 녀석처럼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경우는 드물다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물론 사람에 따라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런 거 같았다.

어쨌든 지금은 사제들도 불편한 점이 거의 없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이 일 자체를 즐기는 여자들이었고, 신실한 신앙심으로 무장된 사제들이었으니 말이다.

손님(?)이 적어 봉사 횟수가 줄어든 것도 상당히 마음에 든단다. 더 정성껏 봉사할 수 있다나? 다만…….

“이곳 분들은 너무 점잖기만 하신 거 같아요. 편하긴 한데, 가끔은 마음이 허전하달까요?”

“가끔은 도구를 쓰거나 아니면……. 헤헤. 뭐, 그렇다고요.”

이런 미묘한 말을 하는 바람에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대체 어디까지 봉사하고 있는 겁니까, 당신들?

설마 당신들이 더 즐기는 건 아니겠죠?

전체적으로 즐거운 대화이긴 했지만, 맥주가 몇 잔 들어가며 기분이 업되었는지 주스를 마시는 꼬맹이 삼인방에게 자신들의 경험담을 늘어놓는 건 솔직히 좀 너무했다.

물론 세상이 세상이다 보니 그녀들도 앞으로 당연히 알아야 할 금과옥조 같은 충고이긴 하지만 뭔가 좀 난감하다고 할까?

그렇다고 그녀들의 이야기를 막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귀 기울여 집중해 들었을 뿐.

솔직히 정말 재미있더라. 웬만한 야설보다 훨씬~

역시 전문가는 뭐가 달라도 달라. 표현이 아주…….

어쨌든 미친 몸매를 패시브로 장착하고 남편이나 애인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모야족의 파괴력도 굉장하지만 엄청난 경험과 스킬을 자랑하며 모든 고객에게 사랑을 뿌리는 이 팜므파탈 사제님들도 만만치는 않았다.

솔직히 그 사랑이 한 명에게만 쏠리면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궁금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 * *

다음 날, 일행은 바로 에테 마을로 출발했다.

우버 마을에서 시장으로 일하는 류네를 만나긴 했지만, 어차피 알아서 잘하는 사람이라 외지인이 늘어나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잘 돌봐달라는 말을 덧붙일 뿐이었다.

지금까지 지시한 대로 알아서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그러겠지.

그리고 도착한 에테 마을.

에테 마을 사람들은 농경지가 정비된 이후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물론 기본적인 물건을 파는 잡화점이나 작은 음식점들, 술집 정도는 있었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다 농사를 짓고 있었으니 이 세계의 전형적인 농촌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정적이고 한가로운 곳이라고 할까?

물론 농번기에는 당연히 바쁘지만, 이 바쁨이 우버 마을이나 에보니 마을의 부산스러움과는 조금 달랐다.

농사를 짓는 이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물이었다. 당연히 마을 지을 때 가장 신경 쓴 부분도 이 부분이고.

평야 지역에 큰 강이 관통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한 범람도 신경 써야 했고 평균 강수량이 많은 곳은 또 아니라 저수지나 수원의 양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초기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보람이 있었는지 전체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예전에 홍수나 재난으로 평야를 포기했었는데 그런 실수를 다시 할 이유는 없었으니 말이다.

“주인, 여긴 너무 조용한데.”

“그렇지. 아무래도 다른 마을들하고는 많이 다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 이곳에서 식량을 수확하지 못하면 무조건 황도나 다른 곳에 의존해서 살아야 할 테니까.”

“음… 어쨌든 중요하다는 거네.”

“작년 식량 자급률이 3/4 정도였고, 그중에 이곳 평야에서 생산된 것이 50% 이상이었대. 나머지는 혼 래빗 고기와 우버 마을에서 낚아 올린 생선이나 해산물이었고. 그러니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밥상에는 맨날 고기랑 생선만 올라올 거야. 즉, 네가 좋아하는 하얀 빵도 당연히 안녕인 거지.”

“윽. 그건 안 돼! 엄청 중요하구나! 여기.”

자신의 수준에 맞춘 실비아의 설명에 린의 동공이 마구 흔들린다.

하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하얀 빵을 먹을 수 없다니 놀랄 수밖에.

모야족이 대수림에서 살 때는 항상 곡물이 부족했다. 그래서 빵 자체를 구경하기도 힘들었고, 영주 저에 와서 처음으로 하얀 빵의 존재를 알게 된 린.

눈처럼 하얗고 보들보들한 이 빵은 린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었다. 물론 따지고 보면 식빵의 안쪽 부분과 비슷해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 밍밍한 녀석이지만 린은 그 맛 자체를 즐긴다고 할까?

어쨌든 린은 그걸 먹을 때 가장 즐거워했다.

주방을 관리하는 마리아나가 빵보다는 주로 밥을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기 때문에 그렇게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 가끔 그걸 먹을 때면 항상 입이 귓가에까지 올라가곤 했다.

말을 마친 실비아는 슬쩍 로빈을 바라보았다. 딱 봐도 자신이 똑똑한 소리를 했으니 칭찬해 달라는 분위기였다.

이런 칭찬 빌런 같은 녀석.

하지만 식량 자급률이나 영지 식량이 얼마나 생산되는지 알고 있는 건 기특한 일이었다. 같이 성장기에 접어들었지만 남녀의 차이인지 자신보다 좀 더 작은 실비아가 귀엽기도 했고.

“역시 실비는 똑똑하네.”

“헤…….”

머리를 쓰다듬는 로빈의 손길이 기분 좋은지 실비아가 헤실헤실 웃었다.

이상한 짓만 안 하면 참 귀여운 녀석인데, 이 녀석도. 똑똑하기도 하고. 『줄리의 황홀한 조언』 같은 그런 책은 좀 안 봤으면 좋으련만.

게다가 어제 사제들에게 가장 열정적으로 물어보던 녀석도 요 녀석이었지? 대체 어떻게 크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네.

에테 마을의 시장인 보난은 넉넉한 풍채에 사람 좋아 보이는 온화한 인상의 사내였다.

확실히 이런 느긋한 곳을 잘 관리해 줄 거 같은 사람이라고 할까? 지온의 세 친구가 모두 유능했지만, 친구들의 성격에 맞게 마을을 배정한 지온의 눈썰미도 칭찬해 줄 만했다.

보난의 말을 들어보니 올해도 농사는 문제없이 잘되고 있단다. 강우량도 나쁘지 않아 별 탈 없을 거라고 하고.

남쪽에서 모두 걸러져서 그런지 지금까지 한 번도 마수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니 그쪽으로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만 곡식이 중요하긴 하지만 단가가 그리 높지는 않아 마을 사람들의 불만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단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거고 고부가 가치 물건들을 생산하는 에보니 마을이나 영주 성, 생산보다 유통에 열을 올리고 있는 우버 마을보다 외부에서 싼값에 들여올 수 있는 곡식을 생산하는 이곳 농민들이 더 적은 돈을 버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훗날을 생각하면 이 마을이 계속 곡물을 생산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니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나머지 다른 마을로 이주하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요.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올해부터는 영주 성에서 구입하는 곡식의 가격을 20% 인상할게요. 추후에 상황을 다시 보죠. 그러니 그렇게 알고 농사에 집중하라고 전해주세요.”

“네, 영주님. 감사합니다.”

가격을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길 수밖에 없는 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 규모가 크기 때문인데, 이런 작은 곳에서는 영주 성에서 가격을 조절해 부를 균형 있게 분배할 수 있었다.

까짓것, 농민들에게 돈을 좀 더 풀지, 뭐.

넓게 펼쳐져 있는 농경지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농부들.

그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 로빈은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인 혼 래빗 사육장을 향해 길을 나섰다.

* * *

혼 래빗 사육장.

그야말로 모야족이 날린 만루 홈런이며, 백랑이 어지간히 삽질해도 딱히 뭐라고 할 수 없게 만드는 영지의 희망이었다.

지금도 군부 쪽으로는 혼 래빗 가죽과 혼 래빗 뿔로 만든 지혈제가 주기적으로 팔려 나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가을철마다 최고급 모피가 황도 경매장에 올라가 좋은 가격에 거래된다. 게다가 이제는 혼 래빗 육포까지 돈이 되는 상황.

그야말로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 만큼 이 사육장은 정말 중요한 곳이었다.

물론 로빈은 이제 꿀을 빨 만큼 빨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오~ 영주님 왔군. 린 녀석도 있고. 꼬마 아가씨들도 오랜만.”

사전에 연락을 받았는지 백랑이 직접 나서 로빈과 일행을 반겨주었다.

“백랑 님, 오랜만…이라기엔 너무 자주 뵀죠? 어때요? 사육장은 문제없나요? 루터카우 목장으로 주변을 두른다더니… 아, 다 마무리되었네요. 흠…….”

루터카우 목장 이전은 이미 완료된 상황이었다. 단단한 울타리 안에서 한가롭게 리퉁을 뜯어먹고 있는 루터카우의 위용 찬 모습을 보니 참…….

안으로 절대 들어가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사육장을 보호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정말 루터카우 목장이 아니었으며 혼 래빗을 온전히 지키기 어려웠겠는데요. 구석에서 울타리를 부수고 들어가면 답도 없어 보이고요.”

예전에는 이 정도로 사육장이 넓지 않았다. 그래서 몇 군데에 망루를 설치하고 지키면 무리 없이 살필 수가 있었고.

하지만 점점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필연적으로 사육장도 확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정말 한눈에 전부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렸다.

로빈도 초기에 봤던 사육장만 생각하다 이곳에 와 직접 보니 그 규모에 기가 질릴 지경이었다. 숫자로만 보다 실물을 확인하니 상상 이상이었으니 말이다.

혹시 모를 도둑들을 대비해 루터카우로 혼 래빗을 보호하겠다는 의견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물론 목장을 옮기느라 돈은 엄청나게 들었지만, 성과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우리 애들이 고생 좀 했다고, 영주님. 한 번 확장할 때마다 손이 얼마나 많이 가는데. 그런데 맨날 놀기만 한다고 하면 서운하지.”

“큭. 알았어요, 알았어. 안 그럴게요.”

아무래도 저번에 한 소리 한 게 어지간히 서운했나 보다.

그나저나 정말 이 정도 사육장을 완벽하게 지키려면 인력이 많이 필요할 거 같았다. 정말 모야족만으로 이곳과 남쪽 대수림까지 지킬 수 있는 건가?

“여기가 중요한 건 백랑 님도 잘 아실 거고. 혹시 무슨 문제라도 없나요? 사람이 많이 필요할 거 같은데요.”

“응. 여기에 우리만 있는 건 아니니까. 여기 아주 새롭게 마을이 생겨버렸어. 자, 우선 가자고.”

마을이라.

이곳에서 혼 래빗을 도축하고 주술 창고에 고기를 보관하는 사람들, 그리고 일차적으로 가죽을 손보는 사람들과 그 가족, 그리고 그에 맞춰 여러 가게가 들어와 있다는 소식은 오래전에 전해 들었다.

하지만 마을이라니. 그 정도나…….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마을이었다.

적어도 수십 채가 넘어 보이는 집들, 그리고 이것저것 물건을 파는 사람들, 술집과 음식점들까지.

최소한 수백 명 이상이 사는 곳을 마을이라고 하지 않으면 뭐라고 하겠는가? 물론 큰 마을이라고 할 순 없지만 말이다.

“하… 이 정도일 줄은……. 여기에 집은 다 누가 지은 거예요?”

“그거야 우리 릭스터랑 똘마니들이 지었지. 자재는 우리 마을 짓고 남은 거랑 우리 전사들이 대수림에서 뽑아온 나무들로 지은 거고. 한꺼번에 지은 게 아니라 하나둘씩 지은 거라 별로 힘들지도 않았어.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그 사람들 잘 곳은 있어야 할 거 같아서. 우리 부족 애들처럼 천막에서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니까.”

“음…….”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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