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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설 속 로빈-164화 (164/303)

164화

아씨, 망했다.

로빈은 자신도 모르게 나쁜 손 모드가 발동해 버리자 아차 싶었다. 이 좋은 분위기가 못된 손놀림 때문에 완전히 박살 나버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따귀라도 날아오겠다는 생각에 뭐라고 변명할까 고민하며 그녀의 동정만 살피고 있었는데.

“하~”

응? 이 반응은 뭐지?

자신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그녀는 뜨거운 숨을 한 번 내뱉을 뿐,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눈을 감고 키스에 열중할 뿐이었다.

덕분에 로빈의 못된 손은 아무런 제지 없이 그녀의 풍만하고 탄력 넘치는 봉우리를 마음껏 희롱할 수 있었는데.

로빈은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두 번 놀랐다.

겉보기보다 탄력 넘치고 풍만해 그립감(?)이 너무 좋아서 한 번.

그리고 옷 위로 만졌는데도 아무런 저항 없이 봉우리의 첨단까지 느껴져서 두 번 놀란 것이다.

심지어 이 첨단은 그의 손놀림이 야릇해질수록 실시간으로 단단해지고 있었다.

…노? 노라고? 아니, 이 아가씨가 겁도 없이…….

게다가 노인데 어떻게 이런 모양이 나와? 이게 말이 돼?

예상치 못한 미스터리 때문에 혼란에 빠진 로빈은 키스가 끝날 때까지도 이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제법 긴 키스 타임이 끝나고 다시 떨어진 두 사람.

로빈은 자기도 모르게 계속 그녀의 가슴 부분을 살펴봤다. 제법 화가 났는지 그의 손끝에서 놀던 첨단이 옷 위로도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로빈의 예상대로 정말 노였던 것이다.

“후배님, 뭘 그렇게 유심히 보세요? 마음에 안 드셨어요?”

“아뇨, 그럴 리가요. 완전 좋았죠. 그… 가슴 모양이 너무 예뻐서요. 감촉도 너무 좋고.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감사합니다?”

로빈은 자신이 말하면서도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를 말만 늘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에 웃음이 빵 터진 앤은 다시 로빈에게 접근해 그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며 작게 속삭였다.

“오늘은 여기까지만요. 너무 꽉 막힌 여자라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아셨죠, 후배님? 조금 천천히 가고 싶은 거라고 이해해 주세요.”

…천천히요? 어디 가요?

첫날 키스에 가슴까지 허락하셨는데요?

아무래도 이곳의 연애는 로빈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더 빠른 모양이었다. 마치 젊은이의 감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이 된 거 같아 기분이 이상해진 로빈은 상큼하게 웃으며 팔짱을 끼는 그녀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연회장으로 들어가는 건 좀 그렇네요.”

“예? 왜요?”

“아니, 왜냐고 하셔도…….”

아니, 이 여자 보소. 그냥 이대로 들어가자고?

아직도 손끝에 남아있는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자극적인 키스의 여운.

덕분에 불끈 솟아오른 자존심은 갈 곳을 잃은 채 존재감만 과시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는 정상적으로 걸음을 옮기기도 조금 곤란해진 것이다. 심지어 앤 역시 아직 여운이 다 가시지 않았는지 가슴 한 부분이 톡 튀어나와 있었는데.

하지만 앤은 이 상황에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연회장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걸 막기 위해 로빈은 이런저런 쓸데없는 소리로 시간을 끌어야 했고.

결국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게 돼 연회장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그렇게 연회장으로 돌아갔을 때 오랫동안 테라스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진 남녀를 향해 뜨거운 시선이 쏟아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알게 모르게 앤을 노리고 있던 영식들의 뜨거운 눈빛은 정말…….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이 순간 로빈은 이미 여러 번 죽었을 거 같았다.

* * *

그렇게 첫 키스를 나누고 사실상 앤과 사귀게 된 로빈은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와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어떻게든 볼수록 매력적인 이 여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말이다.

처음 봤을 때부터 묘하게 끌렸지만 핑계만 대며 애써 외면하고 있던 자신의 마음을 비로소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자 그 핑계들 역시 조금 귀찮고 작은 장애물에 불과했고, 1황녀가 자신의 무엇을 보고 그리 호감을 느낀 것인지조차 중요하지 않았다.

2황자 라이언 트와이드를 지켜내라.

보상: 다이앤 트와이드

페널티: ???

기한: 라이언 트와이드의 사망. 황태자의 확답

그리고 그렇게 결심하자 또 다른 퀘스트가 로빈을 반겨주었다.

아무래도 이 퀘스트를 완료하면 다이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방도가 생겨나는 모양인데, 처음으로 로빈에게 꼭 필요한 퀘스트가 등장한 것이다.

“하, 이런 건 설명이 조금이라도 들어가 있어야 하지 않나?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마냥 지켜내라고만 하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웬만하면 올해 안에 무슨 수를 내고 싶은데……. 1황녀가 몇 살 때 시집가더라? 하긴, 어쨌든 2황자가 죽고 나서 시집가는 흐름이었으니, 그건 상관없으려나?”

너무 성의 없는 내용이 상당히 불만스럽긴 했지만, 보상으로 대놓고 다이앤을 언급하고 있는 퀘스트라 가볍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건 알아서 고민하라는 거군. 하긴, 언제 내가 퀘스트 덕을 봤다고.”

하지만 1황녀에 대한 고민은 그리 길게 이어질 수 없었다. 황태자가 이제 곧 영지 순방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1황녀도 중요하지만, 눈앞에 닥친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으니 로빈으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황태자의 지방 영지 순방.

소설에서의 흐름은 이렇다.

점점 황태자의 입지가 강해지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던 조셉 공작은 황태자가 룩센 대제의 명을 받고 각 영지를 순방하게 되자 결국 칼을 빼들게 된다.

이 영지 순방은 단순한 업무 위임이 아니라 각 영주들을 방문해 그들을 위무하고 충성을 약속받는 중요한 임무였고, 황태자에게 영지 순방을 명한다는 건 룩센 대제의 마음이 황태자에게 완전히 기울었음을 의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태자 역시 자신이 영지 순방을 다녀오게 되면 차기 황제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힐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기쁘게 이 임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실력만 믿고 평소처럼 호위를 대동하지 않은 채 각 영지를 방문하다 결국 습격을 받아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수 싸움이 오고 가긴 했지만 어쨌든 맥락은 그렇다는 거다.

“지금은 이래저래 사정이 좀 다르긴 하지. 그렇긴 한데 말이야.”

여러 가지 조건이 제법 달라진 상황이라 로빈도 고민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번 기회에 불편한 이웃이 되어버린 힐데 후작도 쪽도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힐데 후작은 제법 성가신 녀석이었다. 조셉 공작에게 버림받았지만 여기저기 줄타기를 하며 그 명맥을 계속 이어가기 때문이다.

영지도 없는 관료 귀족을 억지로 지방에 내려 앉혔다고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라고 안심하는 건 너무 이른 판단이었다.

잘 생각해 보면 이놈은 귀족 주제에 평민들에게까지 사기를 치는 앞서가는(?) 놈이었다. 다른 귀족이라면 체면과 자부심 때문에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수롭지 않게 마구 해버리는 것이다.

제법 머리를 굴리지만 결국 귀족적인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조셉 공작보다 오히려 물불을 안 가리는 힐데 후작이 더 난적이라고 볼 수 있으리라.

소설에서 보면 힐데 후작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조셉 공작이 이런저런 요구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딴에는 힐데 후작에게 어떻게든 영지를 마련해 준 게 조셉 공작 본인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나 본데, 힐데 후작 본인은 버림받았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당연히 그 요구를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뿐이었다.

그때부터 둘의 사이가 완전히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

힐데 후작이 자신의 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 조셉 공작은 힐데 후작의 영지 근처에서 황태자를 암살한 후, 이 일을 힐데 후작에게 덮어씌우기로 한다.

누가 봐도 황태자에게 원한이 깊은 힐데 후작이었기에 일을 작정하고 꾸미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도 어느 정도 납득하게 될 테고, 황태자가 죽었으면 정말 그런 식으로 일이 흘러가 힐데 후작이 패망하며 조셉 공작만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영악한 힐데 후작은 운 좋게 사경을 헤매는 황태자를 발견해 그가 직접 보호하게 된다. 황태자가 죽으면 그 자신이 모든 일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살아난 황태자는 더 이상 힐데 후작을 견제할 수 없었다. 조셉 공작과 완전히 결별한 것까지 확인된 끈 떨어진 힐데 후작을 견제하기에는 명분도 부족했고, 실제로 목숨까지 빚졌기 때문에 어떻게 하기도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힐데 후작은 동쪽에서 완전히 자리 잡게 되고, 훗날 큐브 포털이 열리기 시작하면 그 자신의 자금력으로 키워 낸 기사들을 근처 영지에 파견해 레오니스 공작과 비슷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조셉 공작보다 이놈이 더 성가시지. 물론 소설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힐데 후작의 영지가 북쪽으로 옮겨졌지만 조셉 공작과의 갈등 양상은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컸다. 그러면 암살 역시 북쪽에서 이루어질 테고 만약 황태자가 소설에서처럼 사경을 헤매게 되면 로빈도 일말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었다.

“황태자가 쓰러져 있는 것 자체도 문제지. 그 시간 동안 조셉 공작이랑 3황자가 얼마나 설치겠어? 일이 북부에서 벌어졌으니 날 아예 잡아먹으려고 하겠군. 아니면 힐데 후작이고 뭐고 아예 우리 영지 근처에서 일을 벌이든지.”

조셉 공작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으니 아무래도 대비는 해야 할 거 같았다. 가장 좋은 건 역시 황태자가 대규모 호위단을 꾸려서 조셉 공작이 일 자체를 못 벌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황태자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이 인간이 최종 병기인 건 맞는데 그만큼 자부심도 강하단 말이지. 아니지, 그래도 우선 알아보기는 해야겠다. 소설하고는 좀 다른 사람이 되었으니 생각이 바뀌었을 수도 있잖아?”

로빈은 바로 황태자를 찾아갔다.

이럴 때는 오히려 황도에 남아있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영지에서도 통신 수정구를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표정이나 눈빛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 변화를 파악할 순 없기 때문이다.

황태자를 찾아가는 로빈은 그저 그가 전생에서 경각심이란 것을 제대로 배워 왔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그렇게 로빈이 황태자를 찾아갈 때쯤.

앤의 시녀 애니는 오늘도 정상적으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앤이 씻고 나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자신이 준비한 찻잔을 내밀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며칠 전 있었던 입학 연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는데.

그녀는 자신의 주인과 그레이츠 백작인 로빈 사이에서 염문설이 터졌다는 사실 자체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주인 다이앤은…….

“어떻게 된 거예요, 아가씨? 그때는 분명 게이 같다고…….”

“아니, 날 보고 그냥 아름답다고 하면서 미술 작품 보듯이 그렇게 보잖아. 그때는 지금처럼 흔한 머리색도 아니었고, 찬란한 금발이었는데. 그래서 그렇게 생각했던 건데…….”

“네, 그랬죠. 그래서 저도 게이 맞을 거라고 했고요. 어떻게 아가씨를 보고도 색욕이 1%도 없을 수가 있어요? 이렇게 먹음직스러우신데.”

“그런데 아니지. 생각해 보니까…….”

대화하다 말고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 앤은 손에 거대한 진동 막대를 들고 애니에게 흔들어댔다.

“이런 엄청난 걸 만드는 남자가 게이일 리는 없겠더라고. 이런 건 여자의 몸을 정말 잘 알아야 만들 수 있는 거잖아? 게다가 브릴리언트 캣에 자주 간다는 말도 있고.”

“앗! 그건 제 그레이트 A!! 일부러 숨겨놓은 건데 어떻게 이걸…….”

“히힛. 이 정도는 우습지. 앞으로는 이런 중요한 걸 침대 밑에 숨겨놓지 마. 딱 알겠더라.”

“아가씨, 설마… 이걸 사용하신 건 아니죠? 아직 길들여지지도 않은 보X에는 이런 걸 사용하면 안 돼요. 큰일 난다고요.”

애니가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앤 역시 그 정도는 알고 있었는지 그냥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시녀 주제에 주인에게 과한 간섭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둘의 사이는 단순한 시녀와 주인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알았어. 걱정 마. 나도 저런 거로 처음을 장식하고 싶지는 않다고.”

“아, 맞다. 그래서 그레이츠 백작님은 게이가 아니었다는 거예요?”

“그렇더라고. 확인도 이미 했어. 키스하고 나니까 우뚝 서던데? 옷 너머로 느껴지는 것만 해도 상당했고.”

“예? 설마 벌써 홀라당 잡아먹히신 건 아니죠? 네?”

“뭘 잡아먹혀? 생물학적으로 봐도 내가 잡아먹는 거잖아?”

키스까지 했다는 말에 질색팔색하는 애니.

하지만 이어지는 앤의 말에 겨우 한숨을 내쉬며 진정할 수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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