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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설 속 로빈-199화 (199/303)

199화

방문객 대부분이 혼 래빗 육포나 그레이츠 A, 아니면 소소한 마법 물품을 사가는 사람들이라 조금만 관찰해도 상대의 목적을 눈치챌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정처 없이 마을에 머무는 이방인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요주의 대상이었다.

지금 루이의 말은 그 요주의 대상 몇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뜻이었다.

만약 영지를 떠난 거였으면 남서쪽 관문에 기록이 남았을 텐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니 영지 어딘가로 발길을 돌린 거 같았다. 뭔가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루이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로빈은 진지하게 상황을 다시 확인했다.

“그걸 전사들이 놓쳤다는 거잖아요? 그럼 보통이 아니란 거네요. 몇 명이었는데요?”

“각자 흩어져서 머물고 있었지만 총 네 명이었습니다. 넷 다 한꺼번에 사라졌고요.”

사실 영지에 머무는 요주의 대상은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쓸데없이 남의 영지에 기웃거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무는 사람의 수가 많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가 적으면 당연히 지켜보는 눈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많은 눈이 모두 그들을 놓쳤다는 건 그들이 생각 이상으로 전문가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건 정말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특히 지금처럼 특수한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랬다.

“곤란하네요. 어떻게든 찾아내야겠어요. 루이 경, 치안대를 모두 동원해서라도 찾아내세요.”

“네, 영주님.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다른 일도 많아서 그런걸요.”

결혼식에 축제까지 있으니 치안대의 일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방심한 면도 있었을 거고.

“아무래도 치안대를 더 늘려야겠네.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있을 수도 있고 방문객이 늘어날 수도 있으니까. 응?”

로빈이 앞으로 치안대를 좀 더 확충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무심코 저쪽을 보는데 처음 보는 남자가 서있었다. 그가 영지 사람 모두를 다 아는 건 아니지만 느낌이 좀 묘하다고 할까?

하지만 그것뿐이었으면 놀라지도 않았을 거다.

이름: 듀로드 (클라운)

성 향: 복수심. 해학적. 비틀어진

타이틀: 익살스러운 그림자(S). 변장술의 귀재(SR). 도주의 달인(R)

미친, 이름이 클라운이면 광대나 뭐 그런 건가?

“저놈 잡아요! 갈색 셔츠에 검은 바지! 검은 머리요!”

순간 너무 당황한 로빈은 자기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러버렸다. 남자가 눈치챘는지 뒤쪽으로 사라지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로빈이 아무리 크게 소리를 질러도 인파에 묻혀 그렇게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불행히도 오늘 그레이츠 영지의 남자들은 상당수가 하얀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옷을 입고 있는 놈은 상대적으로 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제길.”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자 이를 갈며 욕지기를 내뱉은 남자는 접근하는 치안대를 피해 발걸음을 돌리더니 무슨 생각인지 오히려 로빈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품속에서 뭔가 꺼내 로빈에게 쏘아 보냈는데.

팅!

이게 얼마나 빠른지 왼쪽 가슴에 맞고 튕겨 나온 후에야 볼트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정도였다. 놈이 품 안에 안고 있던 작은 석궁에서 볼트를 발사한 것이다.

“뭐, 저런…….”

하지만 불행히도 놈의 사격은 너무 정확하게 심장을 노렸고, 그 뛰어난 솜씨 때문에 로빈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저… 저… 미친놈이!”

대부분 이런 난리가 벌어지면 기본적으로 몸을 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레이츠 영지의 남자들은 깡이 센 놈들뿐이었다. 예전에는 술에 취한 용병들에게까지 대들었던 이력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때도 두드려 맞기만 했지만,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스타일이란 뜻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멈칫하던 마을 남자들은 튕겨 나온 볼트를 보고 상황을 눈치챘는지 분노를 터트리며 놈에게 한꺼번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마 놈도 무기를 든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달려들지는 몰랐는지 당황하며 몸을 빼려 했지만, 주변에 하얀 티셔츠를 입은 남자들이 너무 많았다.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어?”

펑~!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생각한 놈은 품에서 뭔가를 꺼내 던졌고 펑! 하는 소리가 함께 사방이 연기로 자욱해졌다.

놈이 연막탄 비슷한 걸 터트리고 도주한 것이다.

이런, 미친. 무슨 닌자냐?

갑자기 볼트에 얻어맞고 이게 무슨 일인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놈이 연막탄을 터트리고 사라져버리자 로빈은 할 말을 잃고 놈이 사라진 방향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처음 로빈이 놈을 발견한 지 불과 몇 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영주님, 괜찮으십니까?”

“네, 뭐. 이건 또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행복해야 할 결혼식 날 뜬금없이 암살 위협을 당한 로빈은 이대로 결혼식을 진행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그놈 말고도 세 놈이나 더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몰라도 앤이나 다른 가족을 노리기라도 하면 정말 끔찍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우선, 놈하고 다른 놈들부터 잡죠. 결혼식은 그다음이고요.”

결국 결혼식과 축제 모두 잠시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 * *

외지인이 영주를 암살하려고 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져 나갔고, 모든 영지민과 치안대가 눈에 불을 켜고 뒤지자 생각보다 빠르게 놈들이 잡혀 들어왔다.

불과 한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세 놈이 잡혀오고 로빈을 공격한 그 이상한 놈만 남게 된 것이다.

솔직히 로빈도 이렇게 빨리 놈들이 잡혀올지 몰랐기에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잡아올 수 있는 거죠? 얼굴에 외지인이라고 써 붙여놓은 것도 아닌데. 어? 이건…….”

적어도 며칠간은 수색 작전이 계속될 거라고 각오하고 있었는데 놈들이 이렇게 쉽게 잡혀오니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놈들의 소지품에서 마나 폭탄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미친놈들이 남의 결혼식장에서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거야?”

잡은 놈은 세 놈. 놈들이 가지고 있던 폭탄은 두 개.

도망쳐버린 놈까지 총 네 놈이었기 때문에 놈들이 이미 폭탄을 설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마나 폭탄이라고? 대체 군수 물자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장난하나?”

이 마나 폭탄은 직접적으로 암살에 사용하기에는 조금 부적합한 물건이었다. 실제로 지난번 황태자를 암살하기 위해 사용될 때도 직접적인 폭발보다는 길을 막는 용도로만 사용되었으니 말이다.

이게 얼마나 하찮은가 하면, 비록 마나를 사용하는 것에는 미숙하지만 어렸을 때 마나를 느껴 마나량만은 제법 많은 로빈의 경우, 바로 앞에서 터트려도 큰 피해를 줄 수 없는 정도였다.

마나 폭탄의 폭발이 체내의 마나와 상쇄 작용을 일으켜 직접적인 피해를 줄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걸로 건물 파괴나 마나가 별로 없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테러를 일으킨다면 말이 조금 달랐다. 건물을 무너트려 사람들을 대량으로 살상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직접적인 암살에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물건이라 관리도 조금 소홀히 했나 본데 이건 진짜 아니었다. 아무래도 조셉 공작과의 예전 일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족속들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영주님, 놈들이 모두 자결했습니다!”

“하, 진짜 미친놈들 같으니라고.”

놈들을 심문해 적어도 목적 정도는 알아내려고 했는데 가타부타 말도 없이 자결해 버렸다는 말에 로빈의 입에서는 한숨만 새어 나왔다.

로빈에게 남은 것은 놈들의 성향 창에 분노와 복수심이 가득했다는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이런 짓을 하는 놈들이야 뻔하긴 했지만 그런 거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놈이 또 연막탄을 터트리고 사라졌습니다.”

“마법 사슬을 써요. 마구 던지면 뭐라도 걸리겠죠.”

게다가 남은 한 놈은 도주의 달인답게 도망치는 데는 이골이 난 놈인 거 같았다. 그나마 놈이 가장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만한데 이래서야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었다.

“마나 폭탄이라. 대체 어딜 노렸을까? 놈이… 익살스러운 그림자. 그림자라면 진짜 흑막인가? 린이 농염한 그림자라 그랬었지? 아무래도 그런 거 같은데. 그놈들이 왜 나를?”

처음에는 나한테 왜 이러나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신을 공격할 이유가 제법 많았다.

모든 재앙을 놈들이 일으킨 거라면 북쪽에서 제국을 지킨 저에게 짜증이 났을 테고, 이번 전염병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치료 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언데드. 그리고 전염병……. 역시 그건가?”

놈들의 시나리오를 한번 생각해 봤다.

놈들의 목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나를 죽이는 것?

결혼식은 건물 안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뻥 뚫린 야외에서 터트린다고 해도 자신을 매몰시킬 수 없었다.

물론 그걸 예상하지 못하고 이걸 준비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무래도 마나 폭탄은 다른 목적으로 가져온 거 같았다. 나를 죽이는 건 식장에서 석궁을 제대로 당기기만 하면 가능하다고 계산했을 테니 말이다.

내가 기사라면 저런 석궁에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만 놈들도 내가 기사가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폭탄으로 터트린다면, 무조건 약품 공장이겠네. 민심을 흔들려면 신전이고. 그 성물 정도면 마나 폭탄으로는 흠집도 안 나겠지만 혹시 아이들이 머무는 건물이라도 무너트리면 치명적이야.”

그리고 결혼식 중 두 곳을 터트려 혼란을 일으키고, 뒤에서 결혼식의 당사자이자 영주인 나를 쏜 후 사라진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라면 나를 몰래 쏘고 도주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엄숙한 결혼식 중에는 나를 쏴서 성공한다 해도 탈출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이다.

“원래 결혼식이 시작할 시간까지 얼마 안 남았네. 만약 나라면 타이머를 결혼식이 한창일 시간에 맞춰 놨을 거야.”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로빈은 그를 지키던 기사들, 병사들을 모두 이끌고 약품 공장으로 달렸다. 그다음으로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 신전으로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마을 청년들을 출발시켰고.

마나 폭탄은 붉은 마나석이 너무 두드러지게 보이는 녀석이라 숨기기도 쉽지 않은 물건이었고 신전의 넓이를 생각하면 머릿수가 많은 게 유리했다.

로빈의 명을 받고 일제히 신전으로 뛰어가는 티셔츠 사내들의 모습도 은근히 장관이었다.

“아우, 나도 진짜 다 됐네. 저게 멋있어 보이다니.”

자신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며 영주 성 바로 아래쪽에 자리 잡은 약품 공장으로 달려간 로빈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주변부터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휴일이라 단단히 잠겨있는 공장의 입구부터 안쪽에서 잠겨있는 창문까지, 놈들이 침투한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분명 여기일 텐데.”

공장 문을 열고 들어가 복잡한 기구들을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한 로빈은 조급한 마음에 발을 구르며 수색을 재촉했다. 만약 공장 안에서 폭탄이 터져 저 기구들이 상하면 앞으로 약품을 생산하는 데 큰 차질을 빚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영주님, 찾았습니다. 벽 아래 묻혀있었습니다.”

입구가 단단히 잠겨있는 것에 의구심을 느낀 듀발이 공장 옆을 살펴보다가 벽 아래쪽에 땅을 팠다가 다시 덮은 흔적을 발견했고, 그 안에서 붉게 빛나는 마나 폭탄을 찾아낸 것이다.

입구가 너무 단단하게 막혀있어 벽을 무너트려 건물을 매몰시키는 쪽으로 선택한 거 같았다.

“좋아. 잘했어, 듀발. 어?”

하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는지 내부의 마나석이 점점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터질 시간이 다 된 모양이었다.

듀발도 그걸 발견했는지 혼자 아무도 없는 곳으로, 공장에서 되도록 먼 곳으로 뛰어갔는데.

“야, 인마. 빨리 던져야지! 네가 무슨 김 대위님이냐? 저게 수류탄이냐고!!”

꽝!!

로빈이 당황하는 사이 굉음이 울려 퍼지며 폭탄이 터져버렸다.

폭탄이 터지자 자기도 모르게 엎드렸던 로빈은 소리가 잦아들 때쯤 고개를 들고 듀발부터 찾았다.

그리고 한쪽 구석으로 달려가 폭탄을 품에 안고 주저앉은 듀발은…….

당연히 너무나 멀쩡했다.

“…하. 그래, 저건 화약으로 만든 폭탄이 아니었지. 야, 그래도 그렇지. 그걸 그렇게 안고 터트리면……. 몸은 괜찮냐?”

“네, 영주님. 좀 얼얼하긴 한데. 큰 문제는 없는 거 같습니다.”

“그래. 잘했다. 덕분에 살았네.”

저게 그대로 터졌으면 공장이 무너졌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로빈은 애써 마음을 추스르며 공장 내부를 수색하던 기사들을 다시 모았다.

마음은 너덜너덜해졌지만, 다행히 물리적인 피해는 없었고, 폭탄도 해결했으니 영주 성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남의 결혼식에 똥물을 뿌린 거지 같은 놈들에게 반드시 쓴맛을 보여주겠다고 결심하면서 말이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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