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그렇지 않아도 너랑 듀발을 내 전속 호위로 삼을 생각이야. 아무래도 나랑 가장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사람이 너랑 듀발이라서.”
“허약이라……. 하긴 다른 건 몰라도 지키는 건 허약이도 제법이지.”
듀발과 같이한다는 사실에 불만스러워할 거 같았는데 의외로 린도 듀발을 인정하고 있었다. 물론 그게 방어에 한정되어 있다는 건 좀 그랬지만 저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로빈과 린 모두 기사단장직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 것도 포인트였다. 린 역시 자신이 기사들을 이끄는 것에는 별 재능이 없다는 걸 인정하고 있는 모양이다.
“기사단은 어차피 부단장이 알아서 이끄니까. 상급 마수를 잡을 때만 내가 끼면 돼. 잡놈들은 알아서 잘 잡거든.”
아니, 생각이 없다는 말은 취소해야 할 거 같다. 린은 지극히 백랑다운 스타일로 기사단을 이끌 생각인 거 같았으니까. 백랑도 부족의 일에 나 몰라라 하다가 대적과 싸울 때면 가장 앞장서기 때문이다.
하긴 보고 배운 게 그거일 테니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영주님에게는 특단의 물약이 필요할 거 같아요. 피부를 강철로 만드는 약이라도 만들어야 할까요?”
“아니, 그러면 우리가 만지기도 힘들잖아. 그냥 강해지는 물약은 없어?”
“글쎄요. 우리 영주님은 재능이 너무 괴멸적이라 웬만한 거로는 의미가 없어서요.”
“하, 그래? 역시 내가 옆에서 지켜줘야 하나?”
급기야 실비아까지 합세해서 나를 놓고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물론 나도 내 재능이 괴멸적이란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대놓고…….
그런데 린은 대체 왜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좋아하는 거야? 입으로는 한숨을 내뱉으면서 저렇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뭐야?
“자자, 잡설은 그만해. 힘들게 일하고 오셨잖아.”
“네, 언니.”
“언니, 준비할까요?”
“그래. 어서 준비하자. 로빈 조금만 기다려줄래요?”
“응? 뭘?”
“헤헷!”
궁금해진 로빈이 물었지만, 그냥 웃기만 하더니 두 여자를 데리고 사라져버린 다이앤.
그리고 잠시 후, 놀라운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는데.
“아니, 대체…….”
“오늘 우리 결혼했잖아요. 첫날밤이라서 준비해 봤어요.”
“응? 우리 결혼은 내일인데.”
첫날밤이라면서 당당하게 검은색 망사 가운만 걸친 채 알몸으로 나타난 다이앤.
그리고 그 뒤에는 분홍색 가운을 걸친 실비아와 흰색 가운을 걸친 린이 뒤따르고 있었다.
안이 다 비쳐 보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 보이는 건 아니라 섹시함만을 강조한 가운.
대체 저런 물건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만은 정말 감사했다. 은은한 등불 아래 서있는 세 여성의 자태가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아뇨. 우린 오늘 결혼했어요.”
“응?”
“오늘 결혼했다고요. 맞죠?”
몇 번이나 강조해서 우리가 오늘 결혼했다는 다이앤.
이쯤 되니 로빈도 다이앤의 의도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어, 어. 그러네. 우리가 오늘 결혼했네. 맞아. 하하.”
“그러니, 오늘은 꼭……. 알죠?”
“그래,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 안겨오는 앤을 꼭 안아주었다.
따듯한 체온과 부드러운 감촉.
뭉클한 여체로 쌓인 피로와 긴장을 풀고 있는데 그녀가 작게 속삭였다.
“사실… 더는 제가 못 버티겠거든요. 절 그냥 두지 마세요.”
“그래. 그러자, 앤. 우린 오늘 결혼했으니까.”
그때 실비아와 린도 로빈의 뒤로 다가와 속삭였다.
“히힛. 나도 있어, 주인. 10년도 넘게 오늘만을 기다렸다고.”
“영주님, 기대하세요.”
응? 뭐야, 이 분위기. 설마…….
너희들 셋이서 한꺼번에 덤빌 생각이야? 그건 너무 비겁하잖아?
“괜찮죠, 로빈? 다 같이 결혼했잖아요? 첫날밤인데 새 신부를 그냥 두진 않을 거라 믿어요.”
음, 이 녀석들이 은근히 도발을?
그래, 물론 웬만한 남자라면 저 셋을 한꺼번에 감당할 수 없겠지.
하지만 자신에게는 여신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적어도 침대 위에서만은 적토마를 탄 여포요, 각성한 린나니란 말씀이지.
“호, 그렇게 도발하는 거야? 셋이니까… 더 거칠게 들어가도 되겠지? 내가 오늘은 쌓인 게 좀 많은데.”
“그럼요, 로빈. 되도록 거칠게, 그렇게 사랑해 주세요.”
한쪽 눈을 지그시 감으며 속삭이는 다이앤의 자극적인 한마디가 로빈의 야성을 깨워 버렸다.
그렇게 시작한 몸의 대화는 다이앤을 시작으로 린과 실비아까지 이어졌고, 그녀들은 감당할 수 없는 쾌락에 실신해 아침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자신이 이 침대 위의 진정한 지배자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로빈의 잔혹한(?) 유린을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권하고 싶지 않은 외전. 그들의 첫날밤’ 참조)
물론 실비아는 지금까지 까불던 것에 대한 응보를 톡톡히 치른 것이었지만 말이다.
사실 로빈도 다이앤이 그렇게까지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역시 모든 화는 입에서 시작하는 모양이다.
“다들 일어나. 빨리 준비하고 오늘은 진짜 결혼해야지.”
“아, 로빈. 미안해요. 저희가…….”
“으… 주인,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 줘.”
“흑. 살려주세요.”
어젯밤의 여파가 생각보다 대단했는지 셋 모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로빈도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고.
평소였으면 볼기짝을 두들겨 깨웠을 텐데 가볍게 안아들고 이마에 키스해 주면서 깨운 것만 봐도 그렇다.
“아냐. 내가 너무 심했지. 일어나서 준비하자.”
그렇게 다시 결혼식.
정말 결혼 한 번 하기 더럽게 힘들었다.
물론 어제 워낙 좋은 걸 많이 먹어서 든든했지만 말이다.
【권하고 싶지 않은 외전. 그들의 첫날밤】
자극적인 그녀의 목소리가 잠들어 있던 로빈의 야성을 깨우고 말았다.
어느 누가 눈부시도록 예쁜 여자가 저렇게 속삭이는데 참을 수 있을까?
로빈은 그녀를 잡아끌어 바로 침대 위로 넘어트렸다.
벗을 것도 없이 앞섶만 열어도 바로 모든 것이 드러나는 모습.
불이 환히 밝혀 있어서 더 자극적이었다. 그리고 로빈은 절대 불을 끌 생각이 없었다.
“오늘은 앤의 전부를 확인하고 싶은데, 내 두 눈으로 말이야.”
“저도… 밝은 곳이 좋아요. 로빈을 똑바로 올려다볼 수 있잖아요.”
“그래? 그거 반가운 소리네.”
로빈이 침대로 다가가자 자신들의 차례라는 듯 린과 실비아가 달려들어 로빈의 옷을 하나둘씩 벗겨내기 시작했다. 앤은 그 모습을 음미하듯 바라보고 있었고.
물론 부끄럽다면 부끄러운 장면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앤의 속삭임을 들을 때부터, 아니 사실 세 여자가 저런 야한 가운을 걸치고 나올 때부터 그곳이 뻐근할 정도로 부풀어 있었고, 이런 작은 일에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로 평정심이 남아있지는 않았으니까.
“히힛, 주인. 엄청 커졌어.”
“귀여…워야 하는데 우람하네요. 우리 영주님이 보기와는 다르게…….”
옷을 모두 벗기고 그의 상징을 부드럽게 훑으며 때때로 혀로 핥기도 하는 두 여자의 머리를 로빈은 슬슬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그런 두 여자를 웃으며 바라보는 앤을 모습을 보니 미리 사전에 약속된 일인 모양이다. 첫 삽입은 당연히 앤이지만, 그전에 둘에게도 충분히 여유를 주기로 말이다.
그렇게 그녀들의 혀끝을 충분히 즐긴 로빈은 때가 되었다는 생각에 그녀들을 떼어내고 앤에게 다가갔다. 조금 서툴지만, 열정적인 린의 봉사와 자기도 처음인 주제에 이상할 정도로 현란한 실비아의 봉사 모두 즐거웠지만, 역시 첫 번째 먹잇감은 앤이었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조금 기다려.”
“응. 주인.”
“히힛. 각오하세요, 영주님. 오늘은 못 주무실 테니까요.”
“언제까지 그렇게 자신만만한지 보자고, 실비.”
오늘 실비는 특별히 더 혹독하게 대할 생각이었으니 그녀의 저 자신만만한 모습도 이제 길지 않을 것이다.
알몸으로 침대 위에 올라 바로 앤의 위로 올라갔다. 자신의 거대한 물건이 껄떡이는 걸 그녀도 보았을 테니 제법 흥분하지 않았을까? 생각보다 더 예민하고 뜨거운 여자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로빈은 최대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녀를 위해 움직이기로 했다.
자신도 처음, 그녀도 처음.
둘 다 서툰 상황에서 급한 행동은 금물이었다.
가장 먼저 그녀의 앞섶을 완전히 열었다.
그야말로 백옥 같은 가슴이 그대로 드러난 상황.
한쪽 손을 가슴에 올려 부드럽게 움켜쥐며 서서히 손끝을 움직여 귀여운 유두를 찾아갔다. 동시에 입으로는 그녀의 입술을 강하게 빨아들이면서 말이다.
“하~아~”
몇 번의 페팅을 경험하며 그녀의 유두가 매우 예민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유두를 어루만지면서 거칠게 키스하면.
“하아, 로… 로빈.”
저렇게 점점 안달하게 된다.
하지만 밤은 길고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적어도 처음을 치를 때는 무조건 흠뻑 젖어있는 게 좋다고 배웠으니까.
첫 경험을 하는 남자가 가장 실수하는 게 바로 그런 거란다.
너무 서두르다 일을 그르친다는 것.
책으로 섹스를 배운 로빈이지만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극도로 흥분한 상황에서도 그나마 이 정도로 이성을 유지하고 할 수 있는 건 모두 여신의 보은 덕분이었다.
여신님, 감사합니다. 내일부터는 진짜 여신님을 믿을게요.
자신의 손끝에 완전히 헐떡이며 허리를 꿈틀거리는 앤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 로빈은 여신님이 준 이 능력이 진짜배기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지금도 한 손으로는 유두를,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허벅지 깊숙한 곳을 파고들어 그녀를 더욱더 강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그녀의 깊은 곳이 축축하게 젖어 질척거리는 소리.
그리고 촉촉이 젖은 목소리로 내뱉는 그녀의 애원은 그 어떤 매혹적인 세레나데보다 더 감미로웠다.
“하~ 로빈… 제발.”
입술과 귓가, 그리고 목덜미까지 키스 마크를 새겨놓고. 손끝으로는 유두와 촉촉한 깊은 곳, 그리고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계속 농락했다.
그야말로 정석 중의 정석.
하지만 효과는 굉장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그녀 역시 점점 적극적으로 애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더 원해 봐, 앤. 아니면… 계속 괴롭히기만 할까?”
“제…발. 해줘요, 로빈. 제발요.”
그녀의 입에서 몇 번이나 제발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나서야 만족한 로빈이 슬슬 몸을 움직였다. 이미 흥건하다 못해 넘쳐흐르고 있는 그녀의 깊은 곳으로 자신의 자존심을 맞대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바로 넣을 것처럼 그녀의 촉촉한 곳을 손끝으로 확인하고는 귀두로 몇 번이나 비벼대며 다시 그녀를 애태웠다.
“흑, 로빈……. 하~윽~ 제발 로빈, 못 참겠어요. 부디…….”
“좋아, 그럼 넣는다. 앤의 처음… 맛있게 먹을게.”
“네, 로빈. 부디… 그래주세요.”
물론 이곳에서 필수 에티켓이라는 소소한 음담패설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귀두부터 서서히 밀어 넣어 그녀의 촉촉한 곳을 완전히 정복했는데.
“하, 진짜… 이런 거야?”
겉으로 보기에는 더없이 도도해 보이지만 속은 물러터진 앤의 성품처럼, 그녀의 깊은 곳은 더없이 따듯하게, 그리고 포근하게 로빈을 감싸주었다.
그리고 뒤이어 지그시 눌려오는 압박감과, 뭉클한 조임.
원래 처음이면 빡빡하고 그렇다는데 여긴 그런 것도 없는 건지 그녀의 속은 정말 자극적이었다.
맛있다.
정말 이런 걸 맛있다고 하는 걸까?
우선 상황을 보고 허리를 움직이려고 했지만, 그녀의 속을 느끼고 나니 도저히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로빈의 허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 아~ 조… 좋아요.”
허리를 밀어 넣고 강하게 튕길수록 그녀의 반응 역시 격렬해졌다. 그리고 로빈은 양손으로 그녀의 손에 깍지를 끼고 위로 들어 올린 채 그녀의 귓불을 깨물며 더욱 강하게 허리를 튕겨댔다.
“앤… 최고야. 넌 정말 최고야. 너무 맛있어.”
가슴으로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즐기고, 입으로는 야한 소리를 지껄여대며 하복부에서 올라오는 쾌락을 즐기던 로빈은 다시 그녀의 입을 찾아 키스하며 속도를 올렸다.
“좋아요! 로빈. 너무 좋아요~ 더… 더 해주세요.”
촉촉이 젖어 계속 좋다고 외치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슬슬 임계점에 다가감을 느끼며 로빈은 더욱 마음을 다잡아먹었다. 오늘 목표는 그녀를 완벽하게 정복(?)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적어도 그녀가 세 번 이상 가기 전에는 절대 쌀 생각이 없었다.
이제 이 정도쯤에서 그녀를 한 번 보내고 다음 체위로 다시 농락할 생각으로 가득 차있던 로빈은 자신의 뒤를 파고드는 나긋나긋한 손길에 움찔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대 한쪽에는 흥분한 채 얼굴이 발개져서 손끝으로 자신의 하복부를 어루만지는 린이 있었다.
린뿐이라고? 그럼 실비아는? 설마 이 녀석이…….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