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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설 속 로빈-208화 (208/303)

208화

영주 성 광장에 무대를 설치하고, 상점가부터 무대 근처까지 노점이 깔려 온갖 음식을 팔아댔다.

그중에서도 특히 모야족이 야심차게 준비한 루터카우 갈빗살 구이는 정말 별미 중의 별미였다. 저번 축제 때도 이걸 팔았다는데 그걸 잊지 못한 주민들이 루터카우를 팔아줄 수 없겠냐고 계속 요청했다더니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실제로 저번 축제 때 먹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시 와 줄을 서서 사먹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솔직히 로빈도 너무 맛있어서 루터카우의 수를 어떻게든 더 늘려야 하나 고민될 정도였다.

영지민들이 자체적으로 준비한 공연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예전에 보지 못해 아쉬웠던 사제들의 현란한 퍼포먼스는 놀라울 정도였고.

아후, 진짜 그건…….

저가 너무 넋을 놓고 봤는지 다이앤은 신전으로 가 따로 댄스 교육을 받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물론 바로 사과하며 말렸지만 말이다.

가슴을 적시는 목소리라는 루루 양의 노래도 대단했다.

다이앤과 여자들은 가슴과 그곳을 동시에 적시는 놀라운 목소리라고 평가했는데, 뭔가 야릇했던 그 가사를 생각하면 아주 틀린 말도 아닌 거 같았다.

솔직히 맥주를 마시면서 노래를 듣던 로빈은 가사가 너무 자극적이라 마시던 맥주를 뿜을 뻔했다.

역시 심의조차 없는 세상. 표현의 자유는 정말 대단하구나.

하지만 가사의 야릇함을 제외한다면 그녀의 목소리는 정말 일품이었다.

다이앤도 자신이 영지 극단을 만든다면 무조건 그녀를 1순위로 모셔야겠다고 공언하며 미리 접촉하고 있었다. 외모도 제법 준수하니 어쩌면 대단한 뮤지컬 배우(?)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여러 가지 불운이 겹치면서 기존에 계획했던 초청 공연은 무산되고 말았다.

주노가 황도에서 활동하며 일이 꼬인 거라 영지에서는 손쓸 수도 없었는데 이 소식을 접한 다이앤이 많이 아쉬워했었다. 그들을 장기 계약해 영지에서 꾸준히 공연하겠다는 다이앤의 포부도 물거품이 되었으니 말이다.

다만 일반 시민들이 준비한 단막극도 생각보다 수준이 높았다. 슬슬 삶이 여유로워지면서 취미를 가지는 주민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준비한 건데 생각보다 본격적이었으니 말이다.

다이앤은 우선 그들을 포섭해 영지 극단의 기틀을 잡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물론 당장은 영지 치안대 문제로 그 시기가 미뤄졌지만 말이다.

그 밖에도 그레이츠 영지 미녀, 미남 선발 대회나 모야족의 수영 대회 역시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특히 영지 미남, 미녀로 선발된 인원들 역시 다이앤의 레이더망에 추가된 건 당연한 일이었고.

모야족 수영 대회에서는 백랑이 출처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수영복을 구해왔는데 도대체 어떻게 입고, 벗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몸에 딱 붙는 전신 레깅스 같은 녀석이었다.

심지어 안쪽이 은근히 비치는 거 같아 로빈도 그 수영복을 처음 봤을 때는 저 정도면 그냥 알몸으로 수영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입고 수영하는 모야족 처녀들이나 그걸 지켜보는 관객들이나 모두 즐거워하는 바람에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영주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지 내에서 레깅스나 스타킹 같은 센세이션한 물건이 만들어진 거 같아 신기하긴 했다.

백랑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영지 구석에서 발견된 새로운 섬유로 만든 옷이며 앞으로도 꾸준히 생산 가능하다고 해서 스타킹 같은 걸 만들어달라고 몰래 제작을 의뢰했다.

대체 왜 이런 일을 백랑이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그 섬유가 대수림 근처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오피스 룩에 스타킹을 신은 다이앤이라니. 그건 진짜 행성 파괴 병기다. 언제 완성되는 거지?”

로빈도 그 완성작을 제법 기대하고 있었다.

물론 이렇게 발랄한 이벤트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영지 무투 대회나 팔씨름 최강자전처럼 제법 진지한 대회도 있었으니 말이다.

특히 병사 등급 무투 대회에서 우승한 지크 같은 경우는 그 재능이 제법 대단했다. 앞으로 만들 치안대의 에이스가 될 만한 녀석이랄까?

하지만 누군가에게 고백하기 위해 대회에 참석했다는 지크는 우승하자마자 교단 사제 한 분께 용감하게 고백했다가 대차게 까이고 말았다. 그러게, 그 많은 여자들 중에 왜 하필 사제를…….

그리고 이럴 줄 알았다. 원래 여자들은 갑자기 이런 이벤트를 벌이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니까.

다른 건 몰라도 이런 건 저쪽 세계랑 비슷한 모양이다. 사전에 충분한 커뮤니케이션 없이 저런 일을 벌이면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물론 이 분위기에서 대놓고 싫다고 한 그 사제 역시 대단하긴 했다. 분위기 때문에 온건한 태도를 취할 수 있었는데도 아주 단호했으니까.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기가 푹 죽어 내려가는 녀석의 모습은 제법 안타까웠지만 남의 애정사에는 간섭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주민들이 즐기는 가운데 치안대와 기사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변을 지켰다. 모두가 즐기는 축제가 되지 못해 안타까웠지만, 누군가는 영지를 지켜야 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을 위해 로빈이 따로 풍족한 금일봉을 준비했으니 부족하나마 그들의 울적한 마음을 달랠 수 있었을 거다.

“로빈!”

잠시 축제 때의 기억에 웃음 짓고 있는데 다이앤이 집무실에 들어섰다. 병사들에게 지급될 물자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온 것이다.

재정적인 부분에서 지온에게 일을 배우고 있는 다이앤은 여유가 날 때마다 이렇게 로빈을 보조하고 있었다. 로빈도 일부러 그녀에게 더 많은 일을 맡기는 편이었고.

뭘 시켜도 제대로 처리하는 다이앤의 존재는 로빈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어땠어?”

“품질도 괜찮고, 숫자도 정확했어요. 그대로 결제하셔도 될 거 같아요.”

“그래? 하긴 공방 쪽에서 이런 일을 잘못 처리하는 경우도 드무니까. 하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직접 확인하는 게 좋아.”

“네, 로빈. 그래야 서로 깔끔하잖아요.”

“그렇지. 자, 그럼 직접 치안대를 살펴보러 갈까?”

“좋아요!”

지금 루이가 새로 모은 신입 대원들을 훈련하는 중인데 기존의 치안대가 쓰던 큰 훈련장에서 교육하고 있었다. 다만 인원이 갑자기 늘어 그곳 역시 협소한 상황이라 추가적인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었고.

로빈의 다음 스케줄은 새로 모은 치안대원들의 훈련 상태를 점검하고, 진행되는 공사에 차질이 없는지 확인하는 거였다.

그리고 데이트 아닌 데이트로 다이앤을 대동하기로 한 것이다.

* * *

새로 뽑은 치안대의 인원은 무려 천여 명.

사실 단시간 훈련해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었다. 기틀을 잡기 위해선 아마 제법 오랜 시간 훈련해야 하리라.

물론 로빈이 원하는 건 최정예라기보다는 적당히 써먹을 수 있는 병사였기에 몇 년까지 걸리진 않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이란 게 있으니 말이다.

“악!!”

“발이 보인다!! 뛰어! 뛰어!”

“36번, 열외!”

“으악!!”

이게 뭐야?

물론 훈련은 루이에게 전적으로 맡길 생각이지만 저게 치안대 훈련이라고?

단순한 제식과 정신 교육, 그리고 체력 단련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훈련장은 생각 이상으로 처절했다. 게다가 루이가 본인과 치안대 간부들로는 저 인원을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따로 교관들을 모셨는데, 그 교관이 불행히도 백랑과 모야족 전사들이었다.

그리고 모야족 전사들은 평소에 하던 거처럼 실전보다 더 실전 같은 훈련으로 병사들을 굴리고 있었다.

“대체 왜 여기까지 저 악마들이!!”

“저 인간들 안 보려고 여기까지 왔건만…….”

그러게. 대체 왜 저 인간들이 여기 있는 걸까?

모집 인원의 반수가 넘는 모야족 예비 전사들은 자신의 운명에 저주하며 이리저리 구르고 있었다.

솔직히 로빈도 저 입장이라면 짜증 날 거 같긴 했다.

“약해! 약해!! 이래서 영지를 지킬 수 있겠어? 악으로 깡으로! 우리가 물러나면 영지민이 다친다!”

“…로빈, 린이네요.”

“그러네, 린이네. 저 녀석은 왜 저기서 저러고 있는 거야?”

어이없지만 린까지 저기 끼어서 치안대를 훈련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 정도 훈련량이면…….

“말려야 하나? 기존의 치안대보다 더 빡센 거 같은데. 이래서야…….”

병사들이 정예병으로 거듭나는 건 정말 좋은 일이지만 저래서야 원래 계획대로 빨리 투입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정예병은 그 이름값만큼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영주님.”

“오! 영주님. 왔어?”

로빈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루이와 백랑이 다가와 인사했다.

루이야 자기 할 일을 하는 거니 그렇다 치고, 마을에서 전사들과 훈련하고 있어야 할 백랑이 여기서 저렇게 능글맞게 웃고 있으니 기분이 영…….

백랑이 저기 있다는 건 마을의 전사들은 흑웅이 맡고 있다는 건가?

오히려 전사들은 그걸 더 반기고 있을지 모르지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실전같이 훈련하는 건 좋은데 괜찮은 건가요? 생각 이상으로 빡세 보이네요. 물론 훈련하는 걸 간섭할 생각은 없지만 걱정되어서요.”

“사실 처음에는 영주님의 명령대로 기본적인 것만 실시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수준이 괜찮아서 욕심을 내봤습니다. 훈련만 제대로 하면 비정상적인 영지의 병력 운용이 완전히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서…….”

기사급 전력 400여 명과 병사들 500여 명.

사실 남쪽 마을을 제외하고도 네 개의 마을을 순찰하고 남서쪽 관문까지 커버하기에는 병사들의 수가 너무 적었다. 남서쪽 관문을 제대로 마크하고 북부 관문의 방어를 보조하는 것만 해도 치안대에게는 버거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안대가 맡아야 할 일을 전사단이 맡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책임감이 강한 루이로서는 지금까지 마음이 편치 않았던 모양이다. 특히 지금 전사들이 책임지고 있는 우버 마을의 신전 보호 같은 건 무조건 치안대가 맡아야 할 임무였다.

“사실 그렇지. 이제 전사들은 대수림 쪽 방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거 같거든. 그때 그놈도 그렇고 이상한 놈이 대수림 쪽에서 넘어올 수도 있는 거잖아?”

그리고 백랑이 저기서 저러고 있는 걸 보면 그도 루이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는 거 같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사들의 전력을 대수림 쪽에 완전히 집중하려는 거 같았으니까.

물론 나 역시도 그런 생각에서 치안대를 늘린 거지만 루이는 내 생각과는 달리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듯 보였다. 아마 처음에는 나처럼 생각했다가 훈련을 좀 시켜보니 싹수가 보여 방향을 선회한 것이리라.

사실 내 말대로 치안대를 서둘러 투입하게 되면 실력 차가 나는 치안대를 두 갈래로 나누어 따로 운영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으니 저게 정석이긴 했다. 하지만 저래서야 투입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이해하는데 문제는 시간이죠. 우선 투입하고 천천히 단련시키려고 했거든요.”

“걱정하지 마, 영주님. 이 작은 장인이 빠른 시간 안에 지금의 치안대 수준까지 끌어올릴 테니까.”

저렇게 빡빡하게 굴리고 나중에는 대수림까지 데려가 마수들과 싸우게 하면 금방 자리를 잡는다나?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게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굳이 마수들과 싸울 일도 없는 치안대를 데리고 마수 토벌이라니.

“아무리 주목적이 마을을 순찰하는 거라도 영주님 말대로 용병 같은 놈이 영지를 방문한다고 생각하면 적어도 살기쯤은 이겨낼 수 있어야겠지? 칼밥 먹는 놈들 특유의 분위기를 보고 치안대가 쫄면 그건 그거대로 웃기잖아? 마수랑 싸우다 보면 그런 놈들의 살기 따위는 그냥 웃음거리라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백랑의 설명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말 잘 듣는 샌님 같은 상인들이 아니라 거친 용병을 다루려면 원래 계획한 수준으로는 힘들 거 같아서였다.

그리고 훈련이나 병력에 관한 문제는 저 둘이 전문가이기도 했고.

“그래요. 믿을게요. 하지만 가능하면 서둘러주셨으면 좋겠어요. 언제 방문객들이 늘어날지 모르는데 인력이 좀 부족하잖아요?”

“네, 영주님.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

굳게 인사하는 루이의 모습을 보니 훈련 강도가 더 거세질 거 같은데, 저걸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반절 이상이 모야족 마을에서 구르던 녀석들이고, 남은 반도 고르고 골라 선별한 강인한 북부 남자들이니 어느 정도 해줄 거로 믿고 전적으로 두 사람에게 맡기기로 했다.

“악! 이 정도론 부족해!! 더 강하게 덤벼!”

그런데 진짜 린은 왜 저러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저 녀석은 대체 왜 저래?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영주님, 저 녀석 좀 말려주겠어?”

마침 백랑도 자신과 같은 마음인지 린을 데리고 가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녀석이 저기서 저러고 있으면 루이에게도 은근히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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