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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설 속 로빈-219화 (219/303)

219화

분명 전사들에게 불리한 싸움이었다.

놈들은 이미 인간을 배불리 먹고 파워업 되어 있는데다, 아직 전사들은 패시브 스킬의 랭크조차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게다가 시야를 가릴 정도로 쏟아지는 빗줄기까지 놈들을 도와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리 높지 않은 등급인 Y-C에 고전했다는 사실이 로빈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진짜, 터지면 답이 없다는 표현이 딱 맞네. 솔직히 우리 영지군 정도면 대단한 강군인데 다른 곳은 대체…….”

그나마 다행인 건 사제들이 이곳까지 동행했다는 거다.

로빈의 명을 받고 바로 움직인 궁수들은 사제들과 함께 부상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부상이 심한 전사부터 서둘러 치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치료는 당연히…….

“폭우 중에 파워 섹스라니. 뭔가 운치 있는 것도 같네. 저 정도 심한 부상이면 저거밖에 해결책이 없겠지?”

작은 부상 정도는 화려한 손놀림으로 손딸 치면서 기도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능력 있는 사제들만 대동했지만, 신체 일부가 결손되거나 죽기 직전까지 몰린 전사들을 치료하기 위해선 저 방법밖에 없었다.

이제는 로빈도 저 정도 치료 행위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고 그저 전사들이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비라도 피하면 좋겠지만, 부상이 심한 전사들이 저 성에 들어갈 때까지 무사할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으니 우선은 그냥 지켜봐야 하나?”

로빈이 뜨거운 몸의 대화를 바라보며 한숨짓고 있는데 린이 다가와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주인, 전리품이 없어.”

“그러냐?”

“응, 모조리 연기가 되어 사라졌어. 개허무해.”

폭발한 큐브에서는 아무것도 건질 수 없다. 전리품 상자가 없는 건 물론, 놈들의 시체까지 연기가 되어 사라지기 때문이다.

고생은 수십 배로 늘어나는데 아무런 보상도 없다니. 이 얼마나 허무한 짓거리인가?

큐브를 일부러 폭발시키는 건 정말 병신 짓이었다.

다친 전사들과 방패병을 한쪽으로 모으고, 나머지 병력은 풀어놓은 말을 정비하고 상황을 정리했다. 어차피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라 따로 챙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놈들이 모두 사라진 걸 확인했는지 성문이 열리고 영주로 보이는 사람과 무장한 녀석 몇이 헐레벌떡 이곳으로 달려왔다.

“혹시 그레이츠 후작님이십니까?”

“예, 미네 남작?”

“네. 정말 감사합니다, 후작님. 황실에서 연락을 받긴 했는데 이렇게 빨리 지원해 주실 줄은…….”

“뭐, 좀 서두르긴 했죠.”

“정말 죄송합니다. 후작님께서 놈들을 상대할 때 뒤를 쳤어야 맞는데 저희의 전력으로는…….”

“아, 예. 그건 그렇죠.”

솔직히 그게 정석이지만 웬만한 병력은 나와서 호응해 봤자 그저 먹잇감에 불과했으니 그냥 성문을 굳게 잠그고 있는 게 나았다. 이미 놈들을 상대한 경험이 있는 남작이라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이리라.

꼬투리 잡으려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 저렇게 조심스러운가 본데, 로빈은 그렇게 생각 없는 놈이 아니었다. 오히려 뒤탈을 피하고자 뛰쳐나왔으면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짧게 몇 마디 나누었을 뿐이지만 그렇게 부족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큐브란 것 자체에 너무 생소하다 보니 순간 잘못된 판단을 한 모양이다.

하지만 다시는 이런 귀찮은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큐브에 익숙하지 않은 건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앞으로는 좀 더 신경 써주세요.”

“네, 후작님. 앞으로는 더욱 신중하게 행동하겠습니다.”

“그러시면 서로 좋죠.”

“저, 그런데…….”

이 양반이 무슨 일인데 이렇게 뜸을 들이나 싶었는데 말을 들어보니 조금만 더 머물며 자신들을 지켜달라는 요청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보내주실 지원 병력이 3일 정도 지나면 도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큐브란 놈은 하루에 한 번밖에 공략할 수가 없어서…….”

리자드맨의 습격으로 상당수의 병사를 잃은 미네 영지.

물론 황제가 보낸 병력이 도착하면 어느 정도 수습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동안 쌓이는 수많은 큐브들이었다. 황제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는 건 아니라 그리 많은 병력을 지원해 줄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3일이라.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만. 그 뒤는 어쩌실 생각입니까? 당장 중앙의 병력이 들어와도 모든 큐브를 깔끔히 정리할 정도의 수는 아닐 텐데요?”

“하,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큐브 한 번 잘못 만졌다가 대체 이게 무슨 변고인지……. 정말 제 혀를 뽑고 싶은 심정입니다.”

잘못 만진 게 큰 변고지, 이 사람아.

그래, 이제 와서 그런 말 해봤자 뭐 하겠냐.

원래는 그냥 바로 영지로 돌아갈까도 싶었는데 솔직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담백한 태도를 취하는 미네 남작을 그냥 버리고 가긴 좀 껄끄러웠다. 어차피 여기서 또 큐브가 터지면 다시 되돌아와서 뒷수습해야 할 게 뻔했으니 말이다.

결국 마땅히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우선 하루 머물며 대책을 생각해 보죠. 저희가 머물 곳은 있습니까?”

“예? 예. 물론입니다, 후작 각하. 정말 감사합니다.”

새벽에 출발했지만 이미 저녁 시간이 되었는지 하늘이 많이 어두워졌다.

솔직히 지친 전사들을 이끌고 밤새 달려 영지로 돌아가는 것도 마음이 안 편했으니 우선 자리를 잡고 몸부터 회복한 후에 생각해 봐야겠다. 겸사겸사 멀쩡한 전사들과 큐브도 좀 클리어하면서 말이다.

* * *

미네 영주는 로빈과 수뇌부를 위해 저택 별채를 통째로 넘겨줬고, 전사들이 쉴 수 있게 영주 성에서 가장 좋은 여관을 전부 비웠다.

미네 영지 역시 그리 부유한 영지는 아니라 특별히 대단한 숙소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극진한 대우를 받는 셈이었다.

숙소에 여장을 푼 로빈은 갑옷을 벗고 욕실부터 찾았다. 물론 이제 씻을 필요가 거의 없는 몸이 되었지만, 종일 차가운 빗속에서 고생하고 나니 본능적으로 따듯한 물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린이 따라붙었다.

“오! 오늘은 내가 독점이야!!”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트리고는 로빈은 따듯한 물이 가득한 욕조에 몸을 기댔다. 린도 당연히 같이 들어와 다리 사리로 파고들더니 엉덩이를 바짝 들이대고 몸을 기댄 상태였다.

“히힛, 꼬맹이가 알면 엄청 약 올라 하겠는데. 게다가 엄청 편안해.”

“그러냐?”

약 올라 할 실비의 모습이 눈에 선한지 희희낙락하는 린.

저 녀석은 분명 영지로 돌아가면 이걸 크게 자랑할 게 뻔했다. 그리고 앤과 실비에게 집중 공격당해 밤새 흐느끼겠지.

침대에서는 최약체인 주제에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다니. 물론 그것도 이 녀석의 매력이라면 매력이겠지만…….

“후~ 주인. 오늘은 고마웠어. 주인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니까. 그 새끼 꼬리에 무방비로 처맞았으면 아마 크게 다쳤겠지?”

린 녀석답지 않게 진지하게 훅 치고 들어와 솔직히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정작 미안한 건 그런 전장에 계속 그녀를 투입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이었다. 그래도 내 여자인데 그렇게 위험한 곳에 계속…….

내 마음속에서 전사 린과 내 여자 린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평범한 남자인가 보다.

물론 그녀 자신은 저런 전장을 더 즐기겠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야 어디 그런가.

하지만 영지 최고의 전력인 그녀의 안전만을 생각하기에는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 잘 알면서도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오늘 그녀가 제법 큰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리라.

“네 말대로 내가 주인이잖냐. 그 정도는 해줘야지. 그런데 그 소리가 거기까지 들리디?”

“히히. 주인 목소리인데 당연하지. 다른 건 몰라도 주인 목소리는 수백 미터 밖에서도 잘 들리거든?”

“그래?”

그 난리 중에서도 내 목소리가 들렸다니 왠지 좀 뭉클했는데 어느새 그녀의 손이 아래쪽으로 파고들더니 딱딱한 몽둥이를 슬슬 쓰다듬으며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중에 순진하던 이 녀석에게도 실비와 앤의 요망 세포가 많이 전염된 모양이다.

“오~ 우리 자X 님이 딱딱해지셨어. 이건……. 그러니까 굿 잡? 나이스 찬스?”

“굿 잡은 무슨…….”

녀석처럼 섹시 다이너마이트가 앞에서 엉덩이를 비벼대고 있는데 안 서면 그건 남자도 아닐 거다. 사실 예전에는 엄청 예쁘지만, 이상하게 안 꼴리는 AV 배우 같았지만, 요즘은 그런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오늘같이 내적 스트레스가 심한 날은…….

“오늘 같은 날은 좀 자제하고 싶은데. 너무 거칠 거 같아서 말이야.”

“헤~ 진짜? 그건 최곤데? 난 우리 주인이 난폭할 때가 제일 좋더라. 젖 싸대기나 볼기짝 두들길 때 엄청 짜릿하거든. 발로 막막 비벼주거나, 잘근잘근 밟으면서 따먹는 거, 아니면 머리채 확 당기면서 찍어 누르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그건 주인이 안 해주니까…….”

항문 집착녀 실비와는 다르게 이 녀석은 은근히 발에 집착하는 거 같았다.

게다가 머리채는 또 뭐야?

젖 싸대기나 스패킹 정도가 내 한계라 솔직히 저건 허들이 좀 높았는데 대체 무슨 취향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건 또 어디서 보고 배운 건지, 원.

설마 또 백랑이냐? 그 인간이 그런 것도 하고 있는 거냐고?

“꼬맹이 녀석이 보는 책 중에 그런 게 있더라고. 뭐냐? 그러니까……. 「내 남자에게 암캐를 선물하는 법」? 거기 보니까 막막 그런 게 나오는데 확 젖어버린 거 있지. 주인이 나한테 그런다고 생각하니 상상만 해도…….”

그 책이면 그런 내용이 있을 법도 하지만, 그건 여자가 여자를 길들이는 내용 아닌가? 그걸 보면서 왜 날…….

하여간 이 녀석도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있으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는 게 신기했다.

“어쨌든 거칠다니 완전 땡큐지. 나도 오늘은 불끈불끈한 게 그냥은 못 잘 거 같아.”

“그럼… 길게 볼 거 없이, 지금 여기서 가자고!”

“엇? 헉…….”

전장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린 녀석의 자극적인 설명 탓에 너무 부풀어버린 양물을 그냥 그대로 삭히는 것은 바보짓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의 깊은 곳에 파고들어 유린하고 싶은 마음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오늘은 침대까지 갈 거 없이……. 욕실에서 잘 먹겠습니다.

린이 원한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대한 거칠게 그녀를 다루어 기절시켜 줬다.

평소에 자주 싸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은 대놓고 리미트를 풀어 앞, 뒤 모두 사이좋게 두 번씩 싸질러주기도 했고.

물론 씻으러 들어와서 더 더러워지기만 한 꼴이었지만 씻는 건 어차피 물로 한 번 헹구기만 해도 충분해서 상관없었다.

“햐, 이거 은근히 중독되겠네. 엄청 가뿐하기도 하고.”

기절하다시피 한 린을 침대 위로 옮겨주고 가뿐한 마음으로 영지에 연락을 넣었다. 예상보다 일정이 길어진다는 걸 영지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겼으면 바로 돌아갈 생각이기도 했고.

[그렇군요. 3일이라…….]

“그래요. 영지에는 별문제 없죠?”

영지를 비운 지 이제 겨우 하루, 사실 별일이 있을 것도 없었다. 지온의 목소리만 들어봐도 큰 문제 없다는 게 바로 느껴질 정도였고.

3일 정도 머물면서 황제 쪽에서 지원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돌아가면 될 거 같았다.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그래요, 지온. 무슨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연락해 주시고요.”

지온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다시 침대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기절한 듯 축 늘어진 린을 꼭 끌어안고 자신의 난행으로 붉게 물든 그녀의 탱탱한 젖가슴을 살살 어루만지며 잠을 청했다. 내일은 큐브 쪽을 좀 더 분석해 볼 생각이니 오늘은 충분히 쉬어둘 필요가 있었다.

* * *

“오호! 독점 최고. 완전 끝내줘!”

다음 날 아침, 린은 평소보다 훨씬 쌩쌩하고 활기찼다.

물론 로빈도 가뿐하긴 했지만 린만큼 텐션이 올라가진 않았는데, 어젯밤이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나 보다.

저거 저러다가 저번처럼 쓸데없이 날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 큐브에 들어갈 건데 저번처럼 그러면 진짜 화낸다?”

“응. 걱정 마, 주인. 이번엔 자제할게.”

그래서 저렇게 몇 번이나 다짐을 받았으니 저번처럼 또 그러진 않을 것이다.

하긴, 생각이 있다면 그러진 않겠지.

어제 미리 미네 영주에게 큐브를 클리어하겠다고 알렸기 때문에 걸리는 것도 없어서 아침부터 신속하게 움직였다. 전사들을 적절히 배분하는 건 백랑의 몫이니, 로빈은 예전의 그 멤버들과 적당한 큐브를 물색하고 나선 것이다.

이곳 역시 체계가 전혀 잡혀있지 않아 큐브의 정확한 위치와 등급을 기록한 자료는 없어서 적당한 놈을 찾는 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오늘 일과를 마치고 찾아가 이 점도 지적해야 할 거 같았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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