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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설 속 로빈-230화 (230/303)

230화

그리고 해상 왕국은 이놈을 잡아 그 가죽으로 갑옷을 만들어 입었다.

갑자기 큐브가 터지고 전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남쪽 끝에 위치한 작센 백작령과 크라우 백작령은 마수 가죽을 충분히 보급받지 못했다.

황도까지의 거리를 생각해도 마수 가죽을 빠르게 지원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그때 라이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게 바로 해룡의 가죽이었다.

긴급한 상황이라 황실의 허락도 받지 못한 채 대놓고 해상 왕국의 암상인을 찾아간 라이언은 약과 암상인의 호위대가 입고 있는 해룡 가죽 갑옷을 교환하자고 청했고, 지금도 해상 왕국에서는 없어서 못 파는 게 이 약이다 보니 그들도 별다른 이견 없이 교환을 승낙했다.

그리고 그렇게 약을 챙긴 암상인은 욕심이 동했는지 그 즉시 본국에 연락해 다시 해룡 가죽을 작센 백작령에 넘기고 남은 약까지 모조리 챙겨 해상 왕국으로 돌아갔다.

어찌 보면 소중한 군수 물자를 국외로 반출한 꼴이지만, 암거래하는 상인에게 그 정도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약이 대량으로 해상 왕국에 넘어가게 된 배경이었다.

[처음에 놈들한테 받은 갑옷으로 초기 진화를 마치고, 다음에 받은 거로 따로 갑옷을 만들어 크라우 쪽과 나누니 예상보다 방어구가 풍족해졌어. 크라우 쪽에 물건을 넘기자마자 장인어른이 황실에 연락해 알아서 사후 허가도 받아내 주셨지. 사실 좀 걱정했는데 말이야. 하하.]

“그래요? 제가 더 신경 썼어야 하는데 죄송하네요.”

[매부가 미안할 게 뭔가. 그때 바로 가죽을 보냈어도 오는 데 보름이요, 워프를 타고 오면 기껏해야 몇 벌이었겠지. 그리고 이게 중급 마수의 것보다는 좀 더 튼튼하더라고. 어쨌든 만족스러운 거래였어.]

해상 왕국 암거래상에게 해룡 가죽을 구입한 라이언의 순발력과 과감함은 어쨌든 눈여겨볼 만했다. 확실히 남부 해안을 책임질 역량이 충분해 보였달까?

그리고 마수가 없는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큐브를 공략했나 궁금했는데 해상 왕국처럼 그걸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제법 존재하나 보다.

소설에서는 딱히 언급하지 않은 정보라 로빈도 흥미진진하게 들었는데 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무것도 없어서 평화롭다는 남부 연합국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였다.

[어쨌든 그렇게 알고 있겠네. 그럼 다음 거래 때는 보내주는 거지? 해상 왕국이 문제가 아니라 주변 영지에서 성화라서 말이야. 저번에는 긴급한 상황이라 계약을 좀 미뤘는데 이젠 안 될 거 같거든?]

“아, 그래요? 차후에 봐야 알겠지만, 남부 연합국은 서국 쪽만 전염병이 돈다니 이번 물량으로 대충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만약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반분은 보낼 테니까 그걸로 급한 불은 끄세요.”

[좋아. 그럼 또 연락하지. 매부도 영지 관리 잘하게. 지금 사방에서 난리니까.]

“하하, 네. 그럴게요. 그럼 나중에 또 연락하세요.”

이렇게 남부의 라이언에게까지 양해를 구했으니 정말 아우레우스가 어떤 판단을 하느냐만 남았다.

* * *

다음 날 로빈은 바로 유나 공주에게서 북국의 입장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좋네, 후작. 본국도 황제 폐하와 다시 수교 라인을 여는 것을 허락했네. 다른 삼국도 자신들의 체면이 깎이는 게 아니라면 상관없다는 입장이고. 그치들도 굳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제국과 껄끄러운 관계가 이어지는 건 좋지 않다고 판단한 모양이야.”

“오, 그러세요? 다행이네요. 그럼 어떤 방식으로 하실 건가요?”

“이왕 하는 김에 제대로 하는 게 낫지 않겠나? 본 공주가 황도에 방문해 황제 폐하께 직접 사죄드리고 아르마늄을 바칠 생각이야. 이미 본국에서 아르마늄을 출발시켰네. 그럼 후작이 약속한 대로 마수 가죽을 받을 수 있겠지?”

“와, 그렇게나요?”

공주가 직접 황제에게 사죄하겠다는 말은 북국의 입장에서는 정말 큰 결단이었다. 황제의 체면을 가장 확실하게 세워 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고.

생각보다 이 북국은 체면보다 실리를 중요시하는 모양이다. 아니면 그만큼 상황이 좋지 못하거나.

어쨌든 일이 그렇게 돌아가면 자신도 서둘러 마수 가죽을 전해줘야 할 거 같았다.

“황제 폐하의 허락이 떨어졌어요. 그 정도면 황제 폐하도 충분히 만족하실 거 같으니 우선 물건부터 보내도록 하죠. 어떻게 해 드릴까요?”

“그런가? 정말 다행이군. 우리가 타고 온 배에 장인들까지 대기하고 있네. 그쪽에 넘겨주면 될 거야. 한시가 급하니 서둘러 줬으면 좋겠군.”

“장인들까지 함께 오셨어요? 완전 본격적이네요. 그런데 항해 중에 배 안에서 어쩌시려고요?”

“당연히 돌아가는 길에 갑옷을 만들 생각이네. 남부 연합국 남자라면 다른 건 몰라도 배 안에서 하는 일만큼은 완벽하지.”

왜 저렇게 많은 배를 몰고 왔나 했더니, 아예 돌아가는 길에 갑옷을 제작하고 마법까지 부여해서 도착하자마자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발상도 좀 신선했지만 정말 놀라운 건 가죽으로 갑옷을 만드는 그 섬세한 작업을 흔들리는 배 안에서 할 수 있다는 거였다. 집중을 필요로 하는 마법 부여 과정 역시 그랬고.

물론 배가 클수록 흔들림이 줄어들지만 그래도 땅 위에서 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 난이도가 천지 차이였으니 말이다.

“그건 대단하네요. 그리고 병사들의 조련 말인데요. 이런 말 하긴 뭐 하지만 제가 본 북국의 병사들로는 마수를 사냥하는 게 쉽지 않아 보였어요. 저 병사들은 정예병이 아니죠?”

“그렇다. 아무래도 정예병을 끌고 오면 본국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서 따로 모집한 징집병이다. 그래도 거친 뱃일로 단련된 건장한 청년들인데, 그 정도로는 안 되는 건가?”

“음, 그래요. 건장하긴 한데요. 원래 싸움 근육이랑 노동 근육은 좀 다르잖아요? 힘은 좋아도 제대로 쓸 줄 모른다고 할까요?”

“그건 곤란하구나. 어떻게든 저 병사들을 단련해야 할 터인데.”

“그래서 제가 생각을 좀 해봤거든요.”

만약 일꾼에게 창을 들린다고 바로 정예병이 된다면 무슨 걱정이 있을까? 그게 가능하다면 남부 곡창 지대는 큐브 걱정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수만의 농사꾼이 알아서 큐브를 제거할 테니 말이다.

물론 농사와 뱃일은 조금 다르지만, 전투를 제대로 배운 적 없다는 건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런 애프터서비스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북국이 아르마늄 최대 생산지라는 이야기에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생각보다 얻을 게 많아 보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로빈은 그레이츠령의 치안대를 두 달 만에 강병으로 조련한 전문 조교 백랑과 모야족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당연히 죽음 직전까지 내몰리며 크게 고생하겠지만, 나라를 지킨다는 일념이라면 그 고난을 능히 이겨내리라 믿었다.

물론 자신이 겪을 일은 아니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거지만 말이다.

“오, 그게 정말이냐?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겠다니, 본녀가 정말 사람 하나는 정확히 봤도다. 그렇게만 되면 내 이 일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러셔야죠. 그러라고 그러는 건데.

영지에서 수준급을 훈련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에 유나 공주는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반가워하는 걸 보니 그레이츠와 직접 거래하는 것은 물 건너간 상황이라 이런 후속 조치를 기대하지는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게 쉬운 훈련이 아니에요.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이거든요.”

“그렇구나. 하긴, 단시간에 수준을 높이려면 어쩔 수 없겠지. 물론 애석한 일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런 거까지 따질 수는 없겠구나. 훈련은 그대에게 일임하겠으니, 부디 잘 부탁하네.”

급하게 훈련하기 때문에 병사들이 상할 수 있다는 것까지 주의를 준 후 확답을 받았다. 저 정도면 몇몇이 크게 다치거나 사고로 죽어도 뒷말이 나오진 않을 것이다.

물론 사제들의 지원을 받는다면 죽을 염려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확실히 해놓는 게 서로에게 좋았다.

“그럼 그레이츠 쪽에서 가죽과 약을 모두 넘겨준다는 건데, 가죽은 황실이 하사하는 거라고 쳐도 약의 대가는 무엇으로 치르면 되겠는가?”

“저희도 아르마늄이면 족하죠. 저 병사들이 훈련을 마치고 돌아갈 때 아르마늄을 싣고 오시면 되겠네요.”

“그런가? 알았다. 그렇게 하겠다.”

웬만한 사안은 논의가 마무리되었고, 이제 문제는 황도로 넘어가는 유나 공주의 호위였다. 어차피 워프 게이트를 타고 가겠지만, 호위 기사나 시중들 시녀들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과를 전하기 위해 왔다지만 북국 아우레우스를 대표하는 일이니만큼 품격과 치장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영주님, 황도에서 사람이 도착했습니다.”

“예? 전령이라도 온 건가요?”

“그게…….”

하지만 그건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허무하게 마무리되었다. 황도에서 따로 사람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유나 공주와 혼인하게 될 당사자 조단 크라우, 크라우 백작 자제였다.

황도에서 한창 바쁠 사람이 굳이 이곳까지 찾아온 거라 로빈도 조금 놀랐다.

“크라우 영식께서 직접 온 건가요?”

“오랜만입니다, 후작님. 폐하께서 유나 아우레우스 공주 저하를 친절히 모셔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아… 그래요?”

정략이지만 만나자마자 결혼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건가? 웬일로 그렇게 인심을 썼대?

“조단 크라우입니다, 공주님. 제가 황도까지 호위하겠습니다.”

“아, 그대가…….”

로빈과 인사를 나눈 조단은 바로 뒤에서 당황하고 있는 유나 공주에게도 인사를 올렸다.

갑자기 황도에서 사람이 나왔다는 말에 눈이 동그래진 유나 공주는 그 호위가 자신과 결혼할 남자라는 사실을 전해 듣더니 떨리는 눈동자로 스캔하듯 훑어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 걸 보니 첫인상은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래도 명색이 공주인데 저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훑어보는 건 조금 그렇지 않나? 처녀다운 부끄러움이나, 수줍음은 어디에다가 팔아먹고 저래?

하지만 노골적으로 상대를 탐색하는 건 조단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가슴 부분과 다리를 유심히 살피는 모습이 참…….

저 양반도 안 그래 보이더니 은근히 몸매를 따지는 모양이다. 그리고 조단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면 마음에 드는 건 그 역시 마찬가지인 거 같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제법 성공적인 중매인 듯했다.

“흠흠, 그럼 본녀는 출발 준비를 하겠네. 잠시 기다려주겠나?”

“그러시죠, 공주님.”

유나 공주가 자리를 비운 막간에 조단에게 슬쩍 물었다. 딱 보니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는 거 같지만 그래도 좀 궁금하달까? 지온의 눈에도 대단히 아름다웠다는 유나 공주가 조단에게는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제 예상보다 훨씬 아름다우신 분이군요. 저 정도로 미인이실 줄은……. 이거, 후작님께 신세를 진 기분입니다. 기질도 정명한 게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분 같아 마음도 편하고요.”

“음, 그래요?”

아니, 다리랑 가슴만 뚫어져라 쳐다봐놓고, 기질은 또 어떻게 확인했대?

하지만 어쨌든 조단에게도 동양 미녀 버프는 유용한 거 같았다. 레니아 공녀나 로즈 같은 절세 미녀와 접촉이 잦은 조단까지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말이다. 어쨌든 서로 마음에 들어 하는 거 같으니 나쁘지 않은 일이고.

“아, 저번에 후작님이 민간에 큐브를 넘기는 걸 검토해 달라고 하셨다죠? 지금 황실에서 그 부분을 한창 진행 중입니다. 영지 쪽 관리자는 영지 측에 일임할 생각이니, 후작님도 미리 인원을 선별해 놓으면 편하겠군요.”

“벌써요? 빠르네요. 관리 방향도 정해진 건가요?”

“제국 은행에서 물자 구입과 보상을 책임지면서, 인원의 관리까지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따로 신원을 관리할 직원들을 교육 중이죠. 그 과정에서 용병 길드까지 흡수하게 될 거 같습니다.”

“그런 식으로요? 물론 황제 폐하께서 알아서 잘하시겠지만 신원 확인만은 확실하게 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했으면 좋겠네요.”

“네, 폐하께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도 그거니 아마 큰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

용병 길드의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올 클리너 길드에 대한 이야기와 큐브 수확물에 대한 논의, 그리고 사방에서 터지는 큐브와 영주들의 부주의를 한탄하고 있자니, 평상복이 아닌 남부 연합국 궁중 복식으로 갈아입은 유나 공주가 돌아왔다.

남부 연합국 궁중 복식은 비단으로 지은 퓨전 한복 같은 느낌이었는데, 단순히 한복이라고 하기에는 노출의 정도가 너무 심했다. 원래 이쪽 여성복이 격식을 갖출수록 대담해지긴 하지만 저렇게 입으니 엄청 자극적이랄까?

하지만 조단은 아무렇지 않아 하는 걸 보면 저 정도는 문제도 아닌 모양이다. 그래, 앤도 나랑 같이 입학 연회에 나갈 때는 꽤나 자극적인 옷을 입었었지?

그래도 덕분에 미끈하게 뻗은 그녀의 건강한 허벅지는 원 없이 구경할 수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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