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화
황제가 클리너 길드라고 했던가?
용병과 마찬가지인 클리너들의 신원 확인은 황제가 만들어준 시스템대로 흘러가겠지만 어쨌든 창구를 지키는 건 영지에서 선발한 인원으로 해결해야 했다.
아직 칙령이 발포되진 않았지만 영지의 누군가가 반드시 이 일을 해야 하고, 기사들에게 맡기기는 조금 그래서 적당한 인선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렌의 생각이 저렇다면 한번 믿고 맡겨볼 만했다.
인력도 다렌과 기사 출신 열아홉이 합치면 충분하고 기사급 전력이 대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에서 야료를 부릴 간 큰 놈은 없을 테니 나쁘지 않은 인선이었다.
물론 영지의 특성상 왠지 타지인보다 영지민 스스로가 알아서 큐브를 처리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철저히 준비하는 편이 더 바람직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영지의 특성상, 겨울이 오기 전에 체제 정비를 완료하려면 가능하면 빨리 인원을 준비시키고 자체적으로라도 운영하기 시작하는 게 더 바람직했다.
“이제 서서히 하급 큐브를 민간으로 돌리게 될 거고, 영지에는 그 큐브들을 관리해 줄 사람이 필요해요. 일은 간단합니다. 큐브를 클리어하겠다는 팀이 찾아오면 팀의 수준에 맞춰 큐브를 배정해 주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다. 이 정도인데……. 이거면 지금 다렌이 하려는 일보다 더 영지에 도움이 될 거 같네요.”
“…정말 저에게 그런 일을 맡기시려는 겁니까?”
“예, 단 한 번의 실수로 사람을 내치는 건 사실 제 취향이 아니에요. 물론 그때는 상황이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이렇게 됐으니 한번 맡겨보고 싶네요.”
“…맡겨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요. 보수는 아마 기사단에 있을 때랑 별로 다르지 않을 거예요. 그 정도면 충분하죠? 그때 그 기사들까지 모두 다렌이 책임지면 돼요. 보수는 그들의 것도 그대로 나갈 테니까요.”
“흠흠, 보수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살림이 어려운 녀석들도 있어서…….”
“그래요. 영지에 봉사하는 거지만 당연히 대가는 있어야죠. 이제 가정도 꾸려야 할 텐데.”
보수와 가정 이야기에 움찔하는 다렌.
그래, 아무리 뜻이 좋아도 굶으면서 뭘 할 수는 없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아마 저 다렌도 자기보다 앞으로 애니와 꾸릴 가정을 걱정해서 보수를 신경 쓰지 않을 순 없을 것이다. 검술을 연마하면서도 이곳에서 하인으로 일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일 테니까.
로빈은 다렌과 앞으로 클리너 길드를 어떤 식으로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잠시 대화를 나눈 후 길을 나섰다.
이곳에 들어설 때는 뭔가 무거운 기분이었는데 나갈 때는 어딘지 가뿐해진 게 뭔가 많이 달라진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다렌과 신입 기사들의 생각에서 기사들의 마음가짐이 어떤지 직접 느낄 수 있어서 그런 거 같았다.
한 번의 큰 실수가 있었지만, 그래도 기사는 기사, 영지와 이웃을 위해 목숨 바칠 수 있는 그레이츠다운 기사였기 때문이다.
* * *
그렇게 다렌과 그 패거리에게 클리너 길드를 맡기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 안의 분위기가 뭔가 미묘했다.
뭔가 결심한 듯 다부진 표정의 린과 그런 린을 바라보며 음충맞게 웃고 있는 실비아, 그리고 그런 둘을 보고 어이없어하는 다이앤.
로빈은 같이 저녁을 먹으며 이게 뭔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저녁을 다 먹고 하루에 있었던 일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다 잠이 들 시간이 되었을 때 묘한 분위기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낮에 린이 선언했던 대로 기사단 문제로 린이 벌을 받기로 했고, 그 처벌을 실비아와 다이앤이 담당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까 린이 벌 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충분히 죗값을 치렀다고 생각되면 기사들을 용서해 달라는 린 나름의 시위였다.
이미 다렌과 기사들을 클리너 길드에서 쓰기로 한 로빈은 이걸 린에게 말해야 하나 싶다가도 왠지 재미있을 거 같아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린, 너 혹시 진짜 즐기는 거 아냐?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런 일로 벌을 자청하는 건…….”
“…아… 아니야, 주인. 난 전적으로 기사들을 위해……. 나… 난 전차처럼 늠름한 여자니까!”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냐, 이 녀석아.
“응, 아니네.”
“윽!”
분위기를 보니 확실히 기사들을 딱하게 생각하는 건 분명했지만, 여기서 저게 나오는 걸 보면 자신의 만족감도 대충 30~40%는 포함되어 있는 거 같았다.
대체 낮에는 이기는 것만 생각하는 주제에 왜 밤에는 지지 못해 안달하는 거야?
“후후, 오늘이야말로 멍청이를 완벽하게 제압하겠어요. 오늘같이 내놓고 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렸다고 할까요? 멍청이, 넌 앞으로 내 앞에선 찍소리도 못하게 될 거야.”
저 녀석은 또 왜 저래?
실비아의 린의 캣파이트.
솔직히 지금까지 실비아는 린을 이겨본 적이 없었다. 말로나 힘으로나 단 한 번도 린을 당해내지 못한 것이다.
힘이라면 몰라도 대체 왜 말로도 린을 당해내지 못했을까?
똑똑한 실비아가 힘 싸움도 아닌 말싸움에서 린에게 번번이 고배를 마신 건 린에게는 논리가 통하지 않아서였다. 아무리 실비아가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따져도 ‘꺼져, 꼬맹이’, ‘닥쳐! 꼬맹이’로 상대하니 실비아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울컥해 힘으로 덤비면, 그야말로 먼지가 날 정도로 얻어맞을 뿐이었으니 쌓이는 것은 스트레스뿐이었다.
그게 벌써 10년.
실비아가 린에게 쌓인 억하심정은 그 역사가 이렇게나 길었다.
그런 실비아가 그나마 기를 펴기 시작한 건 로빈과 결혼해 같이 밤을 보내면서부터였다.
다른 건 몰라도 밤일만은 실비아가 린보다 우월했고, 그걸로 지금까지 쌓인 울분을 풀고 있는 건데, 그게 린의 성향과 교묘하게 맞아 들어가 실비아가 괴롭히고 린이 즐기는(?) 지금 같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다.
다만 처음에는 린을 이리저리 괴롭히며 우월감을 느끼던 실비아도 밤에만 잠시 약해졌다 다시 아침이 되면 쌩쌩해지는 린의 모습에 요즘은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린의 기를 죽이려고 더 달려드는 건데 오히려 자기만 기운이 빠지고 린은 그걸 즐기고 있으니 어찌 황당하지 않을까?
하지만 오늘은 정말 평소와는 분위기가 완전 달랐다.
“후후, 지금까지는 내가 너무 약했지. 벌벌 떨어야 할 녀석이 저렇게 즐기고만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야. 멍청이, 오늘은 진짜 각오해야 할 거야.”
“음……. 앤, 이거 괜찮은 거야?”
“호호, 재미있잖아요. 그냥 두고 보려고요. 린도 저런 걸 즐기는 편이니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다만 오늘은 좀 격할 테니 기대해 주세요~ 제가 딱 먹기 좋게 준비해서 대령할게요.”
진짜 괜찮은가?
지금까지 실비아와 다이앤이 린을 혼내주는 건 나와의 페팅으로 한껏 달아오른 린을 그레이트 A와 V를 이용해 농락하는 정도였다.
그러니까 그레이트 A를 앞에 꽂은 채 실비아의 발가락을 핥는 린의 뒷구멍을 그레이트 V를 착용한 다이앤이 공략한다든지, 아니면 그레이트 V로 린의 앞구멍을 공격할 때 그레이트 A를 든 실비아가 뒷구멍을 후벼 파며 볼기짝을 내리치는 그런 방식으로 말이다.
물론 그것만 해도 정말 자극적이고 위험한 장면이었다. 특히 린의 뒷구멍을 잔인할 정도로 처절하게 농락하던 실비아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볼 때는 섬칫한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
그래도 그 정도는 린의 강철 체력으로 별 탈 없이 마무리되곤 했다. 이미 말한 대로 린 역시 그런 플레이를 상당히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양상부터 전혀 달랐다. 지금 린은 부드러운 천으로 입과 눈까지 가려진 채 묶여 가랑이를 한껏 벌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야족 특유의 맨들맨들한 둔덕과 촉촉함을 한껏 머금은 꽃잎은 정말 대단한 절경이지만 지금까지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에 묘한 불안감까지 느껴졌다.
“역시 린의 X지는 예쁘다니까요. 로빈도 맨들맨들한 거 좋아하죠?”
“좋지, 그런데 앤도 예뻐. 영롱하게 빛나는 금빛 음모가 매력적이니까. 아래쪽도 금발이라 마음에 쏙 들더라고.”
“그래요? 로빈이 린의 것만 저렇게 뚫어져라 보고 있으니 저도 확 밀어버릴까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겠네요.”
“그럼. 그런데 린을 저렇게 묶어놔 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 저 녀석 완력이면 저건 1초도 못 버틸 텐데.”
“후후, 제가 그걸 보고 있을 리가 없죠. 지금 저 멍청이는 보통 여자애보다도 힘이 없는 상태예요. 실비아 특제 멍청이 퇴치제를 먹은 상황이거든요. 저 녀석이 좋아하는 하얀 빵에 듬뿍 넣어놨으니 아마 내일 아침까지는 헬렐레할 거예요. 그러니까 오늘만은 무력한 멍청이를 보통 여자애처럼 다룰 수 있단 거죠.”
“뭐… 뭐? 와, 넌 진짜…….”
진짜 실비아는 천재다.
이건 조셉 공작이 쓴 그 마나 독보다 훨씬 지독한 린 전용 독약을 발명한 꼴이 아닌가? 마녀라며 질색하는 듀발도 그렇고… 정말 린, 넌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온 거야?
다만 실비아가 이 미친 독약을 외부로 유출하지 못하게 잘 막아야 할 거 같았다. 혹시라도 이게 외부에 나가면 영지 쪽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 미친 재능을 이런 데 허비하고 있다는 건 정말 어처구니없었지만 실비아가 천재란 걸 다시 확인하면서 오직 나만을 위해 만들 무언가에 대한 기대감 역시 더욱 커졌다.
하지만 그건 조금 후에 있을 일이었고, 지금 당장 중요한 건 한 맺힌 실비아가 과연 무력화된 린을 어떻게 다루느냐였다.
“웁… 웁…….”
“후후…….”
입이 막혀 아무 말도 못 하는 린의 모습을 바라보며 음흉하게 웃은 실비아는 자신의 발에 뭔가 이상한 액체를 꼼꼼하게 바르고 있었다.
그리고 묘하게 익숙한 향에서 저 약이 예전에 린을 발정하게 만든 그 성욕 증강제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워낙 강렬해 아직 그 향을 잊지 못하고 있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야, 그걸 발에 바르면… 너도 발정하는 거 아냐?”
“맞아요, 영주님. 하지만 저 멍청이는 아마…….”
그리고 실비아는 슬슬 린에게 다가가 린의 클리토리스 부분을 집요하게 발끝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예잇!! 어떠냐, 멍청아!!”
“으읍!! 읍!!”
원체 예민한 린의 클리토리스를, 지금처럼 눈을 가려서 더욱 예민해졌는데, 끔찍한 약이 발린 발가락으로 농락하니 놀란 린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거칠게 꿈틀대기 시작했다.
“진짜 어지간하다, 너도.”
붉게 달아오르며 거칠게 꿈틀거리는 린의 모습만큼 실비아 역시 점점 달아오르는 걸 보며 허탈하게 한숨을 내뱉던 로빈은 그냥 손끝에 발라 린의 클리토리스 위를 살살 돌리면 별 피해 없이 린만 혼내줄 수 있는 걸 굳이 자신의 발에 통째로 발라 저러는 실비아가 황당할 뿐이었다.
물론 발로 린을 가지고 놀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굳이 저럴 거까지야.
하지만 그런 로빈도 실비아가 발바닥으로 린의 X지 전체를, 그리고 젖가슴과 얼굴까지 비비는 걸 보고는 할 말을 잃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달아오른 린을 그레이트 A로 농락하고 다시 발로 자극하기를 계속 반복하며 오늘은 아예 끝장을 내겠다는 듯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결국 몸 전체에 실비아 특제 발정제가 발려지고, 계속되는 자극에 세 번이나 뜨거운 물을 뿜어낸 린은 실비아의 말처럼 부드러운 천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꿈틀대기만 하다가 이내 축 늘어지고 말았다.
오늘만은 린이라도 꽤 큰 타격을 입은 거 같아 뿌듯한 미소를 짓는 실비아.
하지만 바로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어? 와. 미친… 저거 설마…….”
쓰러진 린의 몸에서 묘한 붉은 기류가 올라오더니 꿈틀거리던 린이 자신의 몸을 속박하고 있던 부드러운 천을 모조리 끊어버린 것이다.
로빈은 저게 붉은 학살자임을 알아채고 바로 린의 상태창을 살폈다.
레전드 타이틀 붉은 학살자가 활성화되고, 성향 란에 발정이 당당하게 올라가 있었다. 실비아의 악독한 자극으로 린의 붉은 학살자가 깨어나고 만 것이다.
“미친… 섹스하다 말고 붉은 학살자라고?”
“흐…흐……. 꼬맹이.”
“…미친 멍청이, 저… 저리 가…….”
그렇게 일어난 린은 번들거리는 눈으로 실비아를 바라보다가 눈을 휙 돌려 로빈을 찾았다.
그리고 그를 발견하자마자 번개 같은 몸놀림으로 달려든 린.
“야, 야! 왜 나야? 잘못은 실비가 했잖아?”
“주인!! 따먹을 거야!!”
그리고 그날, 로빈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에게 실신했다.
붉은 학살자를 켜고 달려든 린의 조임은 보통 때랑 비교할 수조차 없었고, 이건 아무리 여신의 축복을 받아도 당해낼 수 없는 경지였다.
게다가 이성을 잃은 린이 허리 위에 타고 사정없이 엉덩이를 흔들어대니 당해낼 재간이 있나. 로빈은 그저 쪽쪽 빨릴 수밖에 없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