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화
메인 탱커 릭과 부탱커 겸 리더 지크.
그리고 버퍼 겸 힐러 레아와 장거리 공격수 궁수 둘, 그리고 딜러 다섯으로 짜인 10인 팀.
무슨 레이드 소설에 나오는 10인 팀을 보는 기분이었다.
“Y-B, Y-B, Y-A, Y-A. 최근에 이렇게 공략했다고요?”
“네, 큐브 공략에 한해서는 웬만한 기사들보다 성과가 좋습니다. U10과 U5를 중점적으로 공략하는데, 요즘에는 상급 큐브만 골라서 클리어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스킬 사용에 대한 이해도가 탁월합니다.”
“보자, 스킬이……. 릭은 듀발과 마찬가지네요. 상급 방패술에 방패 도발. 지크가……. 오, 초월적인 몸놀림. 이건 꽤 괜찮은 거 아닌가? 심지어 사제님은……. 로디시의 전투 사제? 이거 또 뭐야?”
지크의 스킬은 초월적인 몸놀림과 일점 타격.
위기 시 자신의 한계 이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초월적인 몸놀림은 생존에 크게 도움 되는 스킬이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건 아니지만 증가 폭이 상당히 크다고 하니, 확실히 눈여겨볼 만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역시 레아 사제의 스킬인 로디시의 전투 사제.
스킬의 기원까지는 알 수 없지만 로디시가 어떤 지역의 지명인 거 같은데, 그녀는 사제이면서도 전투 시 움직임에 보정을 받는 스킬을 얻었다. 기본적으로 체술에 능한 그녀가 이런 스킬까지 얻었으니 약한 몬스터를 직접 처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여신의 축복과 로디시의 전투 사제라…….”
확실히 스킬만 봐도 그녀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큐브 공략에 도움이 될 만한 대단한 사제임은 분명했다.
“치안대 쪽은 이외에 다른 인물이 없다는 거죠?”
“예, 아무래도 기사들보다는 조금 무위가 떨어지는 조직이다 보니 그렇습니다.”
“그래요? 흠…….”
로빈이 꾸릴 10인 공략 팀.
지금 로빈이 구상하는 팀에 확정된 멤버는 임기응변과 전투 감각이 뛰어난 백랑, 그리고 영지의 생체 병기 린, 전방에서 적의 공격을 막아줄 듀발, 장거리 공격 능력과 근접 전투 능력 모두를 갖춘 월연이었다.
특히 월연은 상대가 용종임을 고려해 혹시 비행 능력이 있다면 날개에 순간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멤버에 합류시킨 거였다. 그녀의 스킬인 스핀 애로우로 날아오르는 적의 날개를 타격하면 상대를 저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거기에 로빈 자신까지 더한다면 확정된 인원이 총 다섯.
그래서 공석도 다섯인데 만약 지크의 팀에서 멤버를 데려온다면 지크와 레아가 가장 적합할 거 같았다. 대머리 릭도 탐나긴 하지만 영지에서 가장 확실한 탱커인 듀발이 파티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치안대 쪽 추천은 그렇고요. 백랑 님은 어때요?”
“음……. 전사단은 솔직히 좀. 이런 것보다 차라리 터진 큐브를 수습하는 게 적성이라고 할까? 이놈들이 좀 무식해야지. 스킬도 다들 뭐, 좀 그래.”
“역시 그런가요?”
“응, 그나마 괜찮은 건 흑웅이나 이런 애들인데, 차라리 제필이나 다른 기사들을 쓰는 게 편하지 않겠어?”
“흑웅이면 그런대로 괜찮긴 하죠. 제필 경이야 원래 최고고요. 르보른 경, 기사단 쪽은 어때요?”
“제필 경이야 영주님도 아실 테니 넘어가고, 특별한 기사라면 타네, 투네 형제가 있겠군요. 사슬 하나만으로 중급 마수를 제압할 정도로 대단한 완력의 소유자들입니다. 사슬을 쓰는 것도 기사단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죠. 물론 큐브 내에서 사슬을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 어느 정도는 유효할 거라 판단됩니다.”
“타네 경이랑 투네 경이라……. 스킬이 탁월한 용력과 용력 발산이네요. 형제가 같은 스킬인가요? 이건 또 신기하네.”
확실히 인상적인 스킬 구성이었다. 이번에 큐브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사슬을 만든다면 순간적으로 적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치명타를 넣는 건 백랑과 제필, 아니면 린이 맡을 테니 오히려 그쪽이 더 수월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나중에 사슬까지 완성되어 큐브에서 사용해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대충 알겠네요. 이 안에서 멤버를 추려보죠.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그리고 우선 파란색 큐브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 다들 아실 거예요. 이건 어차피 500명이나 들어가는 거라, 따로 추릴 것도 없는데 전투 인원은 450. 그중 궁수를 150 넣을 생각이니, 나머지 전투 인원 300을 따로 모집할게요.”
“그럼 50명은 어쩔 생각인데?”
“당연히 사제님들이죠. 전 한 명의 희생자도 내지 않을 생각이라서요. 어차피 오크면 인해전술로 올 거고, 집단전은 아마 일반 큐브랑 상황 자체가 다를 거거든요. 들어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게 되어있을 거예요.”
“흠…….”
소설에서 황제가 집단전 큐브에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집단전은 일반 큐브와는 달리 본거지를 차리고 적을 상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단발적인 전투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보급과 방어까지 생각해야 하는 종합적인 전장이었다.
그러므로 외부에서 싸우는 것처럼 사제를 대동해 부상자를 치료하면 제법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상대가 트롤이나 오우거 같은 놈들이면 사실 사제고 뭐고 급살일 가능성이 크지만 오크라면 치료를 할 수 있는 여유도 분명 있을 것이다.
집단전 멤버의 구성은 백랑과 르보른 부단장에게 맡기고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선발은 둘에게 일임했지만 기사급 전투 인원이 300명이나 들어간다면 기본적으로 전사단 쪽이 주축을 이루게 될 가능성이 컸다. 오크와 개싸움이 벌어질 게 분명한 상황이라 난전에 능한 전사들이 가장 효율적이었으니 말이다.
둘 다 그걸 잘 알고 있었으니 비율로 따지면 전사들 250에, 기사 50 정도로 구성되지 않을까 싶다.
* * *
“영주님, 요즘 꽤 압박하고 있다던데?”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린도 그렇고, 완전 울상이더라고.”
“아아, 그거요?”
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는데 백랑이 로빈을 잡더니 음흉하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 아마 린이 백랑에게 가 하소연하면서 조언이라도 구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월아에게 조언을 구하는 걸 백랑이 들었던지.
어쨌든 별일은 아니다 싶어 그냥 웃으며 지나가는데 백랑이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지는 바람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후후, 역시 영주님이라니까. 그래서 결국 후작 부인이…….”
“예?”
“아, 아니지. 이건 눈으로 봐야……. 흠흠, 어쨌든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영주님. 우리 린 좀 그만 구박하고.”
뭐야, 저 싱겁고 찝찝한 반응은.
뭔가 말을 하다 말고 사라져버리는 백랑의 모습에 묘한 느낌을 받은 로빈은 애써 잊으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백랑이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게 되는데.
“흐~응. 로빈, 왔어요?”
원래라면 아무도 없어야 할 집무실.
하지만 웬일인지 다이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책상 위에 걸터앉은 채 다리를 요염하게 꼬고 있는 게 딱 연출된 모습이었다.
로빈이 가장 좋아하는 오피스 룩을 입고 심지어 치마는 평소보다도 훨씬 짧았다. 그리고 다리에는 가터벨트와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스타킹.
정말 매혹적인 자태였다. 심지어 다리 사이 깊숙한 곳에서 뭔가 살짝 보이는 게 속옷까지 착용하지 않은 거 같았다.
그런데 스타킹? 어떻게 저걸……. 아, 그래서 백랑이.
사실 스타킹이라고 하는 것보다 매우 얇은 재질의 레깅스나 스타킹과 레깅스의 중간 정도 되는 오묘한 물건이라고 표현하는 게 옳겠지만 얼핏 보기에는 딱 검은 스타킹이었다.
솔직히 스타킹이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게 면이나 마 같은 천연 소재는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놀랍게도 그런 비슷한 걸 만들 수 있는 천연 소재가 있다는 걸 저번 축제 때 알게 되었고, 백랑에게 빠르게 생산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었다.
물론 사심이 듬뿍 들어간 부탁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 온갖 사건이 터지면서 이미 잊힌 지 오래였다. 그런 걸 신경 쓸 정도로 한가로운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구했는지(물론 범인은 백랑임이 분명했지만) 그때 모야족이 입었던 그런 스타킹을 신고 저렇게 대놓고 유혹하고 있는 다이앤을 보니…….
“미치겠네, 진짜. 앤……. 너 진짜…….”
그저 감탄만 터져 나왔다.
“어때요, 로빈? 로빈이 이런 걸 좋아한다기에 신경 좀 썼는데요. 막막, 불끈불끈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먹음직? 박음직?”
솔직히 그랬다.
집무실에서 자신의 책상 위에 앉아 요염하게 다리를 꼬고 유혹하는 미모의 여비서.
이 상황에서 흥분하지 않는다면 그건 남자가 아닐 거다. 하지만 이대로 다이앤에게 넘어가면, 자신의 큰 그림이…….
“히힛!”
로빈이 고민하는 듯 보이자 요망하게 웃으며 살짝 다리를 벌리는 다이앤.
그야말로 내부에서 무언가 울컥 올라올 정도로 아찔한 장면이었다.
로빈은 이제 겨우 3일밖에 참지 않았지만 터져 올라오는 성욕에 패배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
당연히 집무실에는 뜨거운 열풍이 몰아쳤다.
그중 백미는 단연 다이앤을 책상 위에 그대로 눕혀 스타킹이 감싸고 있는 다리를 양어깨에 걸칠 채 거칠게 밀어 넣은 거였다.
덕분에 책상 위가 난장판이 되었지만 중요한 건 다이앤이 미리 치워 놨기 때문에 그것들은 둘의 흥분을 더욱 자극하는 소품에 불과했다.
그렇게 한바탕 즐긴 후, 완전히 찢어져버린 오피스 룩을 벗어 던지고 알몸에 스타킹, 그리고 가터벨트만 찬 다이앤과 어느새 알몸이 된 로빈이 집무실 소파 위에 몸을 겹치고 온기를 나누었다. 로빈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어루만지고 있었고 말이다.
“이거 탄력이 대단하네. 검스는 찢어야 제 맛인데 이거야, 원…….”
“풋. 뭐예요, 그게.”
모양은 비슷하지만, 성분은 전혀 다른지 저 세상의 스타킹과 달리 아무리 당겨도 쉽게 찢어지지 않는 놈의 위용에 어쩔 수 없이 그냥 그대로 즐기는 걸 선택했는데, 그게 못내 아쉬웠다.
물론 그렇게 하다 보니 알몸에 스타킹+가터벨트라는 대단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조합이 탄생해 그나마 만족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이앤은 3일 동안이나 자신을 거부한 로빈을 다시 원상태로 돌렸다는 데 크게 만족하고 있었다.
“이제, 첩실 따위는 안 들이시는 거죠?”
“응? 첩실? 전혀 생각도 없었는데. 그건 그냥 널 놀려주려고 그런 거고.”
“정말요? 푸시 캣츠에 가셨대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게다가 그날부터 진짜로 그러시니…….”
확실히 그날 푸시 캣츠로 간 게 그녀에게 큰 위기감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물론 그 덕에 오늘 같은 즐거움이 있었으니 그 점은 제법 만족스러웠고.
다만 문제는 자신이 그려둔 큰 그림이 완전히 망했다는 거다.
“하, 내가 참았어야 했는데. 우리 요망한 고양이가 그런 수를 쓸 줄은 몰랐네.”
“헤헤, 그래도 좋았잖아요. 이제 화 좀 푸세요, 로빈. 오늘부터 무제한으로 집무실 서비스 들어갈 테니까요. 요 검은 걸 좋아하시니, 풋잡? 아니면 그냥 평범하게 펠라? 뭐든 말씀만 하세요.”
“끙, 집무실에서는 일을 해야지. 그렇게 끈적끈적하면 일이 안 된다고.”
“피, 평소보다 흥분해서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로빈이 그런 말을 해봤자…….”
“그래서, 또 독수공방하고 싶다고? 아니면 첩실 추가?”
“참 멋있네요. 네네. 역시 집무실에선 일을 하셔야죠.”
태세 전환 하고는.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됐으니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거 같았다. 이 기회에 다이앤과 린까지 포섭해 실비아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사실, 별로 화가 난 건 아니었어. 그러니까…….”
“아, 그래서…….”
“어때? 협조해 줄 수 있지?”
“네, 로빈. 그럼 즐기는 건 낮에 집무실에서죠? 린도 이쪽으로 불러올게요.”
“그래, 그럼. 실비가 구체적인 성과를 낼 때까지는 그러자고.”
사실 더 참는 게 조금 무리기도 했다. 이제 겨우 3일이었지만 뭔가 몸이 찌뿌둥한 게 별로 개운하지 않았으니까.
어렸을 때는 창관이라도 없으면 곤란하다는 이곳 남자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여기는 생겨 먹은 게 원래 이랬다. 이성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거 같았으니 말이다.
결국 다이앤과 협의 끝에 로빈은 실비아 몰래 린과 다이앤은 집무실에서 같이 즐기기로 했다. 그녀 역시 그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으니 잡음이 생길 일은 없어 보였다.
“아마 조만간일걸요. 지금 실비가 미쳤거든요.”
“응? 왜?”
“상이 없다면 상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겠다나 봐요. 요즘 종일 연구실에서 나오질 않아요. 완전 크레이지 모드라니까요.”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