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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설 속 로빈-244화 (244/303)

244화

“상대할 만했습니다. 어차피 오크는 오크죠. 아까 백랑 족장과 합류할 때 처리한 강한 놈이 스물넷. 여신님의 은혜로 신체 능력까지 향상되니 놈들을 처리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더군요.”

“다친 놈들도 포위 공격을 당해서 그런 거야. 우리 베이스에서 싸우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는 말씀.”

“그래요. 그건 다행이네요. 레아 님, 여신님의 은혜는 지속 시간이 어떻게 되죠?”

지금 당장은 여신님의 은혜 버프로 한창 고양된 전사들.

하지만 다음 전투에도 이 버프를 계속 이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이미 한 번 신성력이 고갈되어 회복되는 데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우선, 한 번 쌀 때까지는 지속됩니다. 물론 그때까지 계속 성욕이 강해지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그건 좀 곤란하네요.”

이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정해진 시간 없이 계속 버프가 유지된다는 건 정말 반가운 소식인데, 성욕이 계속 끓어올라 전투를 방해하면 그건 또 좀 곤란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나도 뭔가 불끈불끈한 게……. 린의 엉덩이가 평소보다 더 탐스러워 보였다.

아무래도 버프의 영향인 거 같은데, 이래서야 전사들이 제대로 싸울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 거였군. 어쩐지 빨리 집에 가서 월아 엉덩이를 두들길 생각밖에 나지 않더라니.”

“…세나의 탐스러운 가슴골이 떠오르는군요.”

“우리 루의 거칠고 뜨거운 불기둥도…….”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군.

남녀 상관없이 정복하는 건 딱 여신님다운 버프랄까?

물론 효과는 탁월하긴 한데 이를 어쩐다.

하지만 그 와중에 루이를 루라고 부르는 월연을 보니 좀 생소한 기분이었다. 루가 애칭인가 본데 요즘은 좀 유연해졌지만, 그 루이가 루라는 애칭으로 집에서…….

솔직히 상상이 가지 않았으니 말이다.

“차라리 괜찮지 않아? 전투 중에 싸는 이상한 놈은 없을 테니 이 기운이 전투가 끝날 때까지는 지속한다는 뜻이잖아? 간만에 또 우리 여우가 날뛰는 걸 볼 수 있겠네. 그 녀석이 다른 건 몰라도 이런 건 또 못 참아서 말이야.”

“이 정도로 흔들릴 전사들이 아닙니다. 믿어주십시오.”

“궁수들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먹어본 아이들만 데려와서 조금 걱정스러운 건 사실인데, 적당히 경고하면 자중할 거예요. 손이 아래로 들어가는 애들은 따귀로 정신 차리게 만들면 돼요.”

다른 건 몰라도 성욕에 대해서는 조금 못 미더운 모야족이지만 지금은 그저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전투를 빨리 끝내는 것.

물론 싸면 버프가 풀린다니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스스로 뺀 후 정상적인 상태로 싸우는 방법도 있지만 모야족은 현자 타임으로 전투에 임하는 것보다는 끓어오를 때 몰아치는 게 확실해 강해서 그렇게 하기도 조금 꺼려졌다.

“…X발, 주인. 저 새끼들 다 조져버리고 주인을 따먹을 거야!”

…너도 지금 가기 직전이냐? 이 녀석, 지금 눈 돌아가기 직전인데?

몸에서 붉은 기류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린을 보니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조금 섬칫했다.

하지만 지금의 린나니는 그야말로 무적.

정 안 되면 이 녀석을 포함한 특공대를 출동시켜 족장만 처리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만했다.

“그래요. 상황이 이러니 수비는 무의미 하겠네요. 다들 끓어오르니 그냥 몰려가서 놈의 목을 따버리죠.”

원래는 차근차근 몰려오는 놈들을 줄인 후, 놈의 목을 치는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려고 했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그건 조금 무리였다.

인생이라는 게 원래 뜻한 대로 흐르지는 않는다고 했던가?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모든 플랜이 다 어그러졌으니 새로운 방법을 찾는 수밖에.

그래도 다행인 건 전사들의 기량이 예상보다 훨씬 웃돌았고, 버프 역시 기대했던 것보다 그 효과가 대단했으니 일점 돌파로 뚫고 들어가는 것도 무리는 아닌 거 같았다.

오크들은 지금도 계속 집결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놈들의 본부인 족장과 정예 전사들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크아아아!!”

오크 족장의 거대한 함성과 함께 사기가 충천한 오크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로빈도 전사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기사들에게는 기사들에게 어울리는 독려가 있고, 전사들은 또 그들의 방식이 있었다. 로빈은 지금 딱 전사들의 수준에 맞춰, 그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 나도 불끈 섰어. 너희들도 그럴 거야. 안 그래?”

“맞습니다!!”

“그래, X발. 까놓고 말하자면 이 기분을 풀고 냉정하게 싸우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아. 왜냐? 그건 전사들의 방식이 아니니까! 끓어오를 때 몰아치는 게 바로 전사들이 방식이지.”

“맞습니다!!”

“자딸은 전사의 사정이 아니닷!!”

저놈은 또 뭐야? 순간 뿜을 뻔했네.

옛날부터 황당한 소리를 외치고 다닌다는 게 혹시 저놈인가?

엉뚱한 외침이 들려와 잠시 움찔하긴 했지만 애써 다시 분위기를 잡고 계속 지시를 내렸다.

“궁수들이 일차적으로 타격, 놈들을 혼란시키고, 뒤에 전사들이 일제히 돌진해 놈의 목을 벤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탱탱한 마누라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두드린다. 이견 있나?”

“없습니다!!”

“좋아! 선두에는 린, 백랑, 흑웅. 그 뒤로 전사들이 따른다.”

“저 새끼 목은 내 거야! 그리고 오늘은 주인의 정액을 내가 독점한닷!”

“오!! 린 단장! 오늘은 무조건 질싸!!”

“린 단장, 2세 가즈아!!”

린이 나서서 놈의 목을 치고, 내 정액을 독점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하자 전사들의 사기가 더욱 올라갔다.

저게 뭔가 싶으면서도 한결같다는 생각도 들고, 참 싱숭생숭했는데 어쨌든 저 상황에서 린과 백랑이 나선 이상 전사들의 사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아무리 수가 많아도 돌파해 들어가 놈을 처리할 수 있을 거 같은 근거 없는 믿음까지 생겨났고.

“모두!! 돌진!! 놈들을 썰어버렷!!”

“궁수들, 모두 장전! 일제히 사격! 쏴!!”

로빈의 손짓과 명령에 맞춰 전사들이 출동하고 궁수들은 활을 들었다.

일점 돌파를 위해 린과 백랑, 흑웅, 월연과 적호까지 모두 선두에 섰기 때문에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궁수대와 사제는 로빈이 관리해야 했다.

뒤에 남았지만 가장 높은 단상에 올라 전장을 주시하던 로빈은 전사들이 일제히 뛰쳐나가자 궁수들에게 명령해 적진으로 화살을 날렸다.

“크악!!”

“악!!”

적 전체에 피해를 주진 못했지만 140여 명이 일제히 날린 화살 비는 외부에 모여있는 오크들을 사정없이 꿰뚫었고, 덕분에 전사들이 아무런 피해 없이 초전에 돌입할 수 있었다.

“궁수들, 다시 장전. 이후 개별 사격. 근처로 접근하는 놈들만 노린다!”

[선두 적진에 돌입. 바로 돌파 개시!]

“바로 돌파!”

비록 말을 타고 있진 않지만 마치 기마대처럼 저렇게 돌진해서 적진을 돌파하는 경우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추진력, 그리고 뒤를 잡혀 포위되지 않는 것이었다.

말을 타고 돌진하는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일정 이상의 속도가 보장되지만, 이건 보병의 돌진이라 자칫하면 뒤를 잡히기에 십상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바로 포위되어 머릿수의 함정에 빠지고, 결국 지리멸렬하게 될 것이다.

결국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선두에서부터 놀라운 파괴력을 발휘해 놈들을 분쇄하는 방법뿐이었는데.

지금 가장 선두에 자리 잡은 린은 누구보다 그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전사였다.

“와……. 미친.”

선두에 선 린의 몸놀림은 화려하다 못해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베고, 흘리고, 다시 베고.

그녀의 대검이 움직일 때마다 어김없이 붉은 피가 피어오르고 오크들이 나뒹굴었다.

린나니 모드에 들어가 붉은 기운이 감도는 대검과 그 뒤로 피어나는 붉은 잔상, 그리고 사방으로 튀어 나가는 혈흔의 붉은 향연.

오늘 린은 누구와 싸워도 도저히 질 거 같지 않았다.

린과 함께 선두에 선 다른 넷 역시 마찬가지였다.

백랑과 적호, 흑웅과 월연이 페어를 이루어 적을 도륙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건 두 자루의 도끼로 백랑을 엄호하는 적호의 무위였다.

예전에 백랑과 단둘이서 언리페어 용병단을 그야말로 정리해 버린 적호.

그 후로는 큰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았지만 계속 모야족 요새에서 마수를 상대해 왔다.

그러니 그 솜씨가 녹슬어 있을 리는 만무했고, 욕구 불만이 심해질수록 더 강해진다는 백랑의 우스갯소리처럼 그야말로 미친 듯이 날뛰며 오크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그래, 린의 성격이 원래 저분한테서 나온 거라고 했었지? 저분을 지금까지 잊고 있었네.”

그리고 앞에서 적을 분쇄하며 나아갈수록 뒤에 따르는 전사들의 사기 역시 식을 줄을 몰랐다.

“꺼져!!”

“기다려라!! 주안! 내가 간닷!”

“유진! 오늘은 임신이닷!! 원 샷, 원 킬!”

“오늘 밤은 레이카닷!!”

“레이카는 내 거야!!”

“푸시 캣츠 에이스 레이카!! 너로 정했다!”

“존나 맛있는 레이카!!”

“오늘 레이카한테 가겠다는 놈들은 다 끝나고 남아랏!”

“그래, X발! 자웅을 겨루자!!”

물론 애인이나 아내 이름을 부르짖던 전사들의 괴성이 갑자기 저런 식으로 흘러가며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대체 레이카가 누군데 저렇게 찾는 거야?

푸시 캣츠에서 일하는 아가씨인가?

뜬금없는 구멍 동서 커밍아웃에, 심지어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어이없긴 했지만, 전사들은 더욱 불타오르고 있었다. 빨리 오크들을 다 처리하고 자기네들끼리 서열 정리라도 할 생각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레이카 대란을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전투를 마친 후에는 따로 전사들을 자제시켜야 할 거 같았다.

그렇게 오크의 장막을 뚫고 중앙까지 도달하자, 전사들의 기세에 밀려 주춤하던 오크들도 정신을 차리고 사방에서 죄여 들어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병력을 통솔하는 족장 크로낙이 있었다.

“좌, 우에서 정예를 포함한 두 집단이 포위합니다. 분산해서 시간을 끄세요!”

[좌로 백랑, 우로 흑웅. 족장은 린이 맡는다. 1대는 좌로 빠져!]

[우로 흑웅, 2대 오른쪽으로 빠진다.]

[족장, 위치 확인. 바로 간다! 주인은… 기둥 발딱 세우고 기다렷!!]

…저 녀석 패기 보소.

사방에서 적이 달려드는 상황에서 백랑과 흑웅이 전사들과 적의 포위를 막아내고 린 혼자 용감하게 적의 무리 속에 몸을 던졌다.

“으랏! 으라아앗!!”

괴성과 함께 팽이처럼 몸을 돌려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낸 린.

몸이 완전히 달아올라 점점 더 붉게 피어오르는 마나의 안개가 사방으로 펴져 나가고, 린은 어김없이 놈들을 분쇄해 고기 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놀라운 기세에도 놈들은 계속 달려들었지만, 린의 속도는 앞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빨라지기만 했다. 놈들을 처치하는 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저게 진짜 파괴 전차지.

앞을 가로막는 모든 적을 분쇄하며 정말 제대로 된 파괴 전차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린.

로빈의 귀에는 지금 린이 성장하는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EXP UP! EXP UP! Level UP!

정말 아름다운 울림이 아닌가.

물론 실제로 저러진 않겠지만, 기분만은 딱 저랬다.

“린! 네가 최고다. 오늘은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

[정말이지, 주인?! 앗싸!!]

흥이 올라 외친 로빈의 말에 바로 반응하는 린.

그녀도 신이 났는지, 더욱 거칠게 적진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크 족장과 마주하게 된 린은 지금까지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놈에게 몸을 날렸다.

[주인 위로 올라타려면 너부터 박살 내야 한단 말이지?!]

“크아아!!”

겁도 없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인간 암컷에게 분노해 큰 도끼를 휘두르는 오크 족장 크로낙.

하지만 도끼는 린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무기였다.

대검을 밀어 넣어 도끼를 휘둘렀을 때 가장 힘이 안 들어가는 손잡이와 도끼날 사이 부분을 정확히 타격한 린은 힘으로 크로낙의 도끼를 밀어내는 척하다가 힘을 빼 놈의 도끼가 헛돌게 한 후, 그 사이를 파고 들어가 놈의 옆구리를 대검의 손잡이로 강하게 찍어 넣었다.

대검 손잡이로 강하게 옆구리를 가격하자 당연히 강인한 오크의 몸이 손잡이를 튕겨냈고, 그 탄력을 그대로 받아 몸을 회전시킨 린은 뒤로 빠지며 대검의 긴 사거리를 이용해 바로 놈의 목을 날려버린 것이다.

이미 도끼가 허무하게 헛돌아 몸의 균형이 무너진 크로낙으로서는 절대 막을 수 없는 치명적인 공격이 놈의 목을 가르고, 린이 놈의 목을 잡아 들자 사방이 환하게 빛나며 이번 큐브 클리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음을 알렸다.

3일간의 전투가 승리로 마무리된 것이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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