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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설 속 로빈-250화 (250/303)

250화

그리고 그중 로빈의 눈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건 역시 인원을 등록하고 관리하는 방법이었다.

황제는 클리너 길드의 라이선스를 제국 라이선스와 영지 라이선스로 나누었다.

제국 라이선스는 제국 어디에서나 길드를 통해 큐브를 클리어할 수 있는 자격이었는데, 이를 발급받으려면 황도에 있는 클리너 교육장에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아마 이 교육장에서 신분을 확실히 확인할 계획인 거 같았다.

그리고 황실에서 이 모든 일을 처리하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어서인지 영지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영지 라이선스를 따로 발급하게 했는데, 이는 영주가 발급하는 라이선스였다.

이것도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손등에 새겨지는 큐브 클리어 마크가 없는 기존 영지민이 처음으로 큐브를 클리어했을 때만 발급할 수 있게 제한하고 있었다.

아마 기존 영지민이라는 점과 처음으로 큐브를 클리어한다는 두 가지로 신분을 확실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심지어 이 영지 라이선스를 취득한 인원들도 모든 자료를 황도에 위치한 중앙 클리너 길드에 기록하게 되어있었다.

이를 위해서 영지마다 특별한 기록기가 보급되었는데, 기록기에 기록하면 황도에 있는 기록기로 옮겨지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이 기록기는 이번 길드 창립을 위해 마법 공학자들이 새롭게 개발한 물건이라는데, 제국이라는 대기업을 경영하는 악덕 경영자답게 황제 역시 공학자들을 쥐어짜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거 같았다.

기록기에 기록되는 정보도 인상적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이름과 용모파기, 클리어 랭크, 그리고 스킬이었는데, 외모는 흉내 내기 쉬워도 스킬까지 완벽하게 따라 하기는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거 같았다.

물론 스킬이 같은 사람을 찾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손등에 기록된 스킬 자체는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가 적은 놈들이 다른 사람으로 위장해 클리너 길드를 찾는 건 꽤나 어렵게 되었다.

“스킬까지 강제로 공개해야 한다니. 저쪽 세상이었으면 개인 정보니 뭐니 하면서 말이 많겠지만… 여기선 뭐, 어림없지.”

거기다 강제 동원령이나 지역 방어 의무처럼 레이드 소설에서는 등장할 때마다 주인공이 경기를 일으키던 온갖 악성 조항이 난무했지만, 황권 국가이니만큼 그것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었다.

사실 기존에 있던 용병 길드도 황제가 마음먹으면 충분히 동원할 수 있었으니 별로 달라진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잡놈들이 끼어드는 건 많이 줄일 수 있겠네. 원래 100% 차단하는 건 불가능하니 이 정도로 만족해야지. 그럼 슬슬 영지 쪽 클리너 길드를 조율해 보실까? 계획이 많이 틀어져서 생각할 게 많아져버렸네.”

로빈은 바로 클리너 길드를 맡을 다렌과 그 동료들을 불러들이고 미리 준비된 클리너 길드 본부로 향했다.

로빈이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도착해 도열해 있는 전 기사, 현 클리너 길드 관리원들.

몸에 기합이 잔뜩 들어간 게 어째 기사단에 있을 때보다 더 군기가 잡혀있는 거 같았다. 심지어 쉬는 동안 피를 토하며 훈련했는지, 기세가 정말…….

진작 저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아? 답답한 녀석들.

호승심과 호기심이 넘쳐 순간적인 실수를 했을 뿐 약지도 못해서 다른 영지로 떠나지도 않고 영지에서만 빌빌대던 녀석들의 모습을 떠올리니 뭔가 좀 짠했다.

게다가 딱 봐도 이제는 무슨 실수를 할 것 같지도 않았고 오히려 너무 빡빡하게 행동할까 걱정될 정도였다.

“오늘부터 정상적으로 운용을 시작할 거예요. 다렌, 준비는 다 됐죠?”

“예! 영주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시행하겠습니다!”

“네, 뭐. 너무 의욕이 앞서면 그것도 좀 피곤하거든요. 군대나 기사단은 아니니, 너무 빡빡하게 굴진 마세요. 관리원들은 수준에 맞는 큐브를 배정해 주기만 하면 되니까요. 큐브를 배정해 주다 보면 이게 또 돈이 걸린 일이라 마찰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것만 조심하시면 별문제는 없을 거예요. 관리원의 배정에 불복하면 당연히 범죄자로 취급할 테니 그 점도 꼭 주지시켜 주시고요.”

“네! 영주님.”

로빈도 진작에 정보를 얻었기 때문에 길드의 운영에 대하여 고민이 많았다.

역시 가장 문제는 큐브의 배정.

웬만하면 많은 수의 큐브를 길드에 배정할 생각이라 영지에서 큐브를 관리하던 인원을 대거 길드 쪽으로 옮겼다.

물론 종합적인 관리는 여전히 지온 직속 기관인 큐브 관리청이 하겠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 길드가 완전히 정착하면 그것도 점점 길드 쪽으로 넘기고, 영지군은 기존처럼 마수에 더 집중할 생각이었다.

“물론 한두 해 정도는 더 영지군이 큐브에 관여해야겠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영지의 클리너들은 어떻게 교육해야 하려나. 이것도 고민이네. 우선 올겨울부터가 문제고.”

솔직히 로빈은 모든 인원을 다 황실에서 관리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니까 영지 라이선스의 존재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아마 귀족들에게 일부러 넘겨준 권리인가 본데 이렇게 되면 제도가 완벽하게 정착되기 전에는 꽤 많은 큐브가 터져 나갈 거 같았다.

“생각이 있는 놈이라면 라이선스 발급에 신중하겠지만… 원래 그렇게 상식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거든. 우리 양아치 폐하께서 일부러 허점을 노출하신 건가? 물론 황도에서 전국 모든 클리너 지망생을 교육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이긴 하지만…….”

어쨌든 자신의 계산과는 제법 달라서 다시 회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거 같았다.

길드에 대한 회의에 다시 영지의 수뇌부가 모였다.

그리고 오늘은 황도에 나가있던 주노까지 합류했다. 원래 황도에서 처리할 일이 많아 계속 황도에 머물렀는데, 워프 게이트까지 타고 온 걸 보면 아무래도 따로 보고할 사항이 있는 모양이었다.

“주노는 오랜만이네요. 급하게 오셨는데, 무슨 일이에요?”

“황도에 있는 클리너 교육 기관에 대하여 여쭐 게 있어서 왔습니다.”

“그거요? 그게 왜요?”

“제국 라이선스를 그곳에서만 발급하기로 하면서 첫날부터 제법 많은 수의 용병들이 그곳으로 모여들고 있더군요. 아마 오늘이나 내일 중에 1차 모집 인원이 완료될 거 같습니다. 만약 영지에서 제국 라이선스를 따야 할 인원이 있다면, 서둘러야 할 거 같아서 이렇게 급히 찾아왔습니다.”

“제국 라이선스라…….”

“그걸 굳이 따야 하나? 어차피 영주가 주는 라이선스로도 클리어할 수 있다던데.”

“저희 영지민이 굳이 다른 곳까지 가서 사냥할 일이 있을까 싶군요.”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 있는 게 좋긴 한데…….”

다들 제국 라이선스에 대하여 부정적인 상황.

로빈 역시 제국 라이선스에는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주노, 제국 라이선스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예요. 백랑 님이나 루이가 말한 것처럼 우리 영지에서 따로 클리너를 육성해도 외부로 돌릴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요. 혹시 다른 귀족들이 그쪽에 발을 담그고 있는 분위기던가요?”

“네, 영주님. 귀족들이 병사들을 클리너 교육관에 보내는 분위기라…….”

“역시 그런가 보네요. 하지만 그건 그들 사정이고 저희는 좀 다르죠.”

아마 주노가 저렇게 급히 찾아온 건 황도 중앙 귀족들의 움직임 때문인 거 같았다.

지금 클리너 교육관의 문을 두드리는 건 대부분 기존의 용병, 그러니까 이쪽 방면에서 일하던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전투에 익숙하기 때문에 적당한 교육만 이수하면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이었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현장 요원이라 클리너 길드에서 일하기에 가장 접합한 인재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문제는 귀족이었다.

물론 지금 대부분의 귀족은 자신의 영지를 지키기에 바쁘고, 여유 병력이 없었다. 하지만 영지 규모보다 군사력이 강한 일부 영지의 경우, 다른 영지의 큐브를 욕심낼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건 영지가 없는 일부 관료 귀족들 역시 마찬가지.

대부분의 관료 귀족은 사병과 무관하지만, 일부 유망한 가문은 상단까지 운영하고 있어 자금적인 여유가 충분해 상단의 호위 격으로 사병을 거느리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그런 몇몇 가문이 클리너 길드에서 제국 라이선스를 취득해 직접적인 거래를 통해 용병 사업을 하려는 것이다.

클리너 길드의 대금 지급 요소는 두 가지였다.

우선 큐브를 클리어하고 지급받는 클리어 대금.

이는 영주가 직접 클리어한 클리너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요금이었다.

그리고 물자 판매 대금.

이건 큐브에서 얻은 전리품을 제국 은행에 팔아 얻는 금액이었는데, 이 두 가지를 합치면 제법 돈이 되고 이런 병력을 꾸준히 육성하게 되면 큐브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한, 제법 큰 이익이 될 것이다.

비록 겨울에는 아주 바쁘지만 다른 계절은 그레이츠 역시 병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돈 냄새를 맡은 주노가 그런 병력을 운영할 거면 서두르라고 찾아온 것이다.

대충 무슨 생각인지는 알 만한데, 로빈은 그런 병력을 운영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저도 다른 영지의 큐브 클리어에 관심이 있긴 하죠. 하지만 저희가 클리어할 건 붉은 놈과 푸른 놈이지 하급 큐브가 아니에요. 오히려 저희는 병력을 보내 제국 라이선스를 따는 것보다 최정예 병력을 더 육성해서, 상대 영지의 초청을 받아야 한다고요. 귀족들도 기사들에게 라이선스를 따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사실 영지의 기사들은 상대 영주의 허락만 있으면 라이선스고 뭐고 상관없이 큐브를 클리어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일부 귀족들이 라이선스를 따려는 건, 그들이 노리는 게 하급 큐브였기 때문이다. 어떤 귀족도 영주 대 영주로 거래할 때 하급 큐브를 대량으로 클리어해 달라고 요청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영지마다 사정이 다르니 라이선스를 따는 것에 부정적인 건 아닌데, 우리 영지는 우리 영지다운 일을 해야죠. 돈을 벌 거면 차라리 마수를 잡는 게 더 돈이 될 거고요. 하지만 이건 순전히 제 생각이니, 혹시 영지민 중에 제국 라이선스를 따 다른 지역에서 큐브를 클리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따로 조사해 놓으세요. 이번 기수는 좀 무리고, 다음 기수쯤에는 교육받을 수 있게 조치할 테니까요.”

“에이, 영주님. 그럴 사람이 있을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사는 해보겠습니다.”

“주노도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죠. 그러니 클리너 교육관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예, 영주님. 명심하겠습니다.”

“그래도 귀족들까지 클리너 교육관에 관심이 많다니, 차라리 다행이네요. 병력이 부족한 영주들도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서요.”

모든 영지가 그레이츠처럼 많은 병력을 거느린 건 아니었고, 예전 미네 남작령처럼 영지 자체에서 모든 큐브를 소화할 수 없는 곳도 있었으니 용병과 일부 귀족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도움이 되긴 할 거 같았다.

물론 당분간은 그 돈이 황제의 주머니에서 나와야겠지만, 그렇게 영지를 구원해 주면 그 영주는 황제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게 될 테니 황제 쪽도 손해만 있는 건 아니었다. 황제 입장에서는 언제나 차고 넘치는 돈보다 진심 어린 충성이 더 중요했으니 말이다.

“자, 그 건은 이제 넘어가고요. 이제 저희 영지의 이야기를 좀 해보죠. 사실 클리너 교육관은 저도 예상 밖이었어요. 영지 라이선스도 그렇고요. 그래서 계획이 좀 틀어졌으니, 몇 가지를 좀 수정해야 할 거 같아요.”

“우리랑은 별로 상관없을 거 같은데. 영주님도 외부 인원으로 큐브를 클리어할 생각은 아니었잖아?”

“그건 그런데요. 딱 이번 겨울 한 번 정도는 외부 병력을 쓸 생각이었거든요. 너무 급하게 영지민을 큐브로 몰아세우는 거 같아서 마음이 안 편하더라고요. 그게 징집병이랑 뭐가 달라요? 적어도 이게 얼마나 돈이 되고 괜찮은 일인지 체감할 여유는 주고 싶었는데, 상황이 좀 이상해졌네요.”

“영지에서 라이선스를 발급한다면 결국 영지에서 알아서 훈련해서 투입하라는 말이 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사람을 모아 훈련할 걸 그랬군요.”

“그러게요. 영지에 이 정도 자율권을 줄 거라고는……. 지금 클리너 교육관의 교육 일정이 석 달이라고 하죠? 결론적으로 저희가 원하는 시기에는 제국 라이선스를 얻은 클리너가 없다는 뜻이에요.”

로빈의 계획은 우선 올겨울은 외부 인원으로 하급 큐브를 클리어하고, 내년 겨울이 오기 전까지 클리너를 자체적으로 육성하는 거였다.

외부에서 찾아온 클리너들이 제법 쏠쏠하게 벌어간다면, 영지의 남자들도 관심을 가질 테니 자신이 강제하지 않아도 알아서 클리너가 되길 원하는 영지민이 늘어날 거라 예상한 것이다.

강제로 징집하다시피 모아 훈련시키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게 결정한 건데 클리너 교육관의 교육 과정이 생각 외로 길어 계산이 빗나가버렸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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