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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설 속 로빈-255화 (255/303)

255화

만약 오우거 놈이 듀발이 아니라 저 녀석을 성가시게 생각해서 공격이라도 했다가는?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었다.

“그래그래, 앞으로는 안 그럴게. 미안해.”

“흥, 로빈이 이렇게 야만적일 줄은 몰랐어요. 요 귀여운 녀석을 데리고 그 무시무시한…….”

다만 다이앤의 성화를 버텨내는 건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물론 내가 잘못한 건 맞지만 저렇게 몰아붙이다니.

아마 내 경고를 무시한 린이 다이앤에게 모든 걸 실토한 모양인데, 린을 혼내주는 건 나중의 일이고 당장 눈앞의 다이앤을 어떻게 해결해야 했다.

야만적이라고?

그래, 그렇게 나오신다면 나도 생각이 있지.

“어흥!! 진짜 야만적인 게 뭔지 알게 해주지. 핫!!”

“엇! 로빈, 잠깐만요. 하윽, 그러면… 하~ 아흣~”

야만적이라길래 진짜 야만스럽게 덮쳤더니 결국 다이앤도 무너지고 말았다.

미션 석세스! (Success)

그래, 신혼부부에게 부부 싸움이 웬 말이냐?

그녀의 약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로빈에게 있어 다이앤의 입을 막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 * *

그렇게 칸에 대한 건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시 호흡을 맞춰 오우거, 그리고 트롤이 들어있는 큐브까지 정리하고 기본적인 훈련을 마쳤다.

그 후, 자이언트 오우거가 등장하는 Y-S급 큐브까지 처리하며 훈련 성과를 확인했는데, 듀발이 상대의 발을 묶고, 두 기사가 사슬로 제압한 후, 린과 제필이 피니시를 날리는 전술은 자이언트 오우거에게도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그 시기에 클리너들의 1차 모집이 완료되었다.

로빈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일이 진행된 것이다.

“생각보다 엄청 빨랐네요. 각성이 모두 완료된 건가요?”

“우선 전투 직에 어울리는 인원만 우선하여 선발해 각성시켰습니다. 훈련을 조금이라도 빨리 마무리하기 위해선 시간을 아낄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남은 인원은 뒤이어 바로 각성시킬 계획입니다.”

“아, 그래요? 하긴 이력만 봐도 대충 알 만하긴 하니까요.”

“네, 그러다 보니 1차 모집에는 은퇴한 병사들과 기사들이 제법 많은데 백랑 님이 수월하게 훈련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물론 모야족 청년들도 많지만…….”

“어디 보자……. 500명 중에 전대 기사 분들이랑 병사들이 100명도 넘네요. 하하. 이거 어쩌면……. 난처해하는 백랑 님의 모습을 볼 수도 있겠는데요. 능글맞은 양반이라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본 적은 없는 거 같은데…….”

지금껏 백랑이 병사들을 강하게 훈련할 수 있었던 건 백랑 자신이 훈련병보다 직위와 연륜, 모두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계급이 깡패라고, 백랑이 거칠게 다뤄도 문제가 없는 인물들이었다고 할까?

하지만 은퇴한 기사들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물론 계급 자체는 백랑이 위지만, 연륜이나 경험만은 백랑보다 대단한 분들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즉, 계급은 백랑이 위지만 짬밥에서는 은퇴 기사들이 우위라는 의미였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남자지만, 그래도 연륜 있는 상대에게는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백랑이었으니 과연 그런 기사들을 어떻게 훈련시킬지 자못 궁금해졌다.

“후후, 백랑 님도 이번에는 임자 만난 거죠.”

“하지만 그래서야, 훈련이 되겠습니까?”

“에이, 솔직히 그 인원들은 따로 훈련할 것도 없어요. 물론 실전 훈련은 해야겠죠. 감도 다시 살려야 하니까요. 하지만 예전에 병사들을 교육할 때처럼 그렇게 기본적인 것까지 훈련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음……. 체력 훈련하고 실전 훈련만 진행하면 얼추 되겠네요.”

“그건 그렇군요. 회춘한 기사 분들이니…….”

“그분들이 그야말로 회춘하고, 스킬까지 익혔으니 금방 실전에 투입할 수 있겠네요. 나쁘지 않아요. 그러니 우리는 백랑 님이 어떻게 훈련시키나 구경이나 하자고요.”

백랑이 연륜 있는 기사들에게 쩔쩔매는 그림을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백랑을 너무 무시하고 있었나 보다. 명단을 받아본 백랑이 인원을 확인하자마자 기사들의 훈련은 완전히 포기해 버렸으니까.

백랑은 자신이 기사들을 훈련하는 건 쉽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지, 따로 교관을 모시고 자신은 기사들을 제외한 400여 명만 따로 모아 기존의 방식대로 훈련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사들을 위해 백랑이 따로 모신 교관은…….

“오랜만이군. 자네들까지 이렇게 다시 무기를 들 줄 몰랐어. 회춘이라더니, 정말이군 그래. 하긴… 나도 요즘 힘을 주체하기 힘든 지경이라, 하하.”

그 교관은 놀랍게도 은퇴한 기사단장 폴 경이었다.

젊은 나이에 기사단장에 오르고 수십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단장 직을 역임한 폴 경.

지금은 줄리에타 성녀와 뒤늦은 신혼을 뜨겁게 불태우며 신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용케도 포섭한 모양이다.

아무리 연륜 있는 은퇴 기사라도 그들이 임관했을 때도 기사단장이었고, 은퇴할 때도 기사단장이었던 폴 경의 말을 불복하거나, 요령을 피울 수는 없었다.

“와, 폴 경을 섭외했을 줄은 몰랐네요. 백랑 님이… 머리를 쓸 줄이야.”

“…그렇군요. 백랑 족장이라면 어떻게든 자신이 훈련시키려고 할 줄 알았는데.”

로빈은 희희낙락, 예비 클리너를 굴리고 있는 백랑의 모습에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 저 백랑 뒤에서 누군가가 조언이라도 해준 모양이었다.

백랑이 쩔쩔매는 멋진 광경을 구경할 기회는 놓쳤지만, 기사 조련의 전문가인 폴 경이 기사들을 따로 훈련하며 그레이츠 영지의 영지 클리너들의 수준은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졌다.

백랑이 훈련하는 건강하고 혈기 넘치는 모야족 청년들 그리고 영지 청년들과, 저 연륜 넘치는 기사들이 나중에 한 조를 이루어 큐브를 클리어하기 시작하면 큐브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개수가 늘어나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훈련이 조금씩 마무리되는 시기.

이제 로빈과 10인 팀도 레드 큐브 공략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상급 마수 사냥만 남기고 모든 연습 과정을 마무리 지었다.

“좋아, 이제 상급 마수 사냥만 남은 건가? 영주님, 준비는 다 된 거 같은데. 슬슬 출발하자고.”

“그래요, 백랑 님. 팀의 연습도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고 클리너들을 훈련하는 것도 슬슬 막바지니, 계획했던 대로 가메라를 잡고 큐브에 투입해야겠어요.”

그렇게 마음먹고 다음 날.

바로 가메라 토벌대가 영주 성을 출발했다. 이미 사전에 계획된 토벌이라 따로 준비할 게 별로 없었기 때문에 출발도 빠를 수밖에 없었다.

“모두 출발!!”

우선 나를 포함한 10인으로만 가메라를 상대할 계획이었지만 그렇다고 우리끼리만 덜렁 대수림에 들어갈 순 없었다. 사냥 실패라든지, 아니면 상황이 급변하는 것까지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상급 마수 전문가인 기사단과 고르고 고른 전사단 100여 명까지 합세해 대수림에 발을 내디뎠다.

물론 상대는 10인 팀이 하겠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그들의 힘을 빌릴 생각이었다.

* * *

“이곳이 대수림이군요. 느낌이 좀 다른데요?”

“그래? 하긴, 영주님은 대수림이 처음이지? 일반적인 숲과는 느낌이 좀 다를 거야.”

대수림에 인접한 영지에서 16년을 살았지만 어쩌다 보니 대수림에 출입하는 건 처음이었다.

문헌에서나 확인할 수 있었던 대수림의 묘한 느낌.

마나가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랄까?

요즘은 의미가 조금 달라졌지만, 확실히 금지라고 할 만한 거북함이었다.

“가메라 서식지는 확실한 거죠?”

“그럼, 영주님. 우리가 이쪽은 또 빠삭하잖아? 가메라 한 마리 찾는 건 일도 아니지.”

“하긴 그렇죠.”

“영주님, 긴장하는 거야?”

“당연하죠. 대수림은 처음이잖아요? 직접 상급 마수를 상대하는 것도 처음이고요. 큐브를 클리어하면서 패시브 스킬의 랭크도 오르고, 전체적인 전력 역시 강해졌지만, 단 열 명, 아니 전 비전투 인원이니 정확히는 아홉 명이죠. 그렇게 아홉 명이 가메라를 잡을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하고요.”

“음……. 그런가? 예전이랑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진 기분인데, 어떻게 될지 궁금하긴 하네.”

패시브 스킬의 등장으로 영지의 전력은 더욱 향상되었다. 예전에 가메라를 상대하기 위해 기사단 전원이 달려들던 그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

하지만 상급 마수 중에서도 상위권인 가메라를 무사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순 없었다.

물론 가메라 정도는 쉽게 처리할 수 있어야 안심하고 큐브에 돌입하겠지만, 적을 상대하기 전이니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라면 더욱 그랬고.

모야족 전사들이 알아온 가메라의 서식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모야족 요새에서 이틀 남짓에 불과한 가까운 거리.

아마 영지에서 가까운 곳이라는 점도 이곳을 사냥터로 결정한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을 거다. 기왕이면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놈을 처리해야 훗날의 위험도 대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자. 여기야, 영주님. 바로 시작할 거야?”

“오느라 힘들었으니 잠시 쉬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음, 어렵지 않지. 여기서 더 안으로 들어가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야.”

물론 가장 마수가 적은 길을 타고 들어왔고, 인원이 많아 작은 무리 정도는 알아서 피해갔기 때문에 전투가 빈번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외지에서 이틀이나 보내며 조금 지친 건 사실이었다.

자신은 비전투 인원이라 상관없지만, 전투 인원들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니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옳은 판단이었고.

하지만 대수림 안이라 안심할 수 없어 백랑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다행히 백랑도 상급 마수 자생지와 인접 지역이라 마수가 많지 않아 가능하다는 답을 내놓았다.

“좋아요. 그럼 우선 쉬고…….”

쿵!! 쿵!! 쿵!!

“응? 뭐예요, 이건?”

“어? 이건 가메라 발소리인데? 그때 영주님도 들어봤잖아. 놈이 뛰어오는 소리.”

“네, 저도 듣긴 했었죠.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소리가…….”

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저쪽에서 거대한 몸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족 보행 거대 도마뱀, 가메라였다.

솔직히 저걸 도마뱀이라고 부르는 건 놈을 모욕하는 것밖에 안 되지만, 저걸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단어도 마땅치 않았다.

“아니, 가메라가 서식지를 이탈한다고? 대체…….”

상급 마수는 웬만하면 자신의 서식지를 이탈하지 않았다. 하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온 놈의 모습을 보니 지금 상황이 웬만하지 않은 거 같았다.

대체 왜 저렇게 화가 났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선 놈을 상대해야 했다.

“듀발, 봤지. 우선 가메라의 시선을 잡아. 가능하면 공격을 흘리도록 해봐. 축복은 없지만……. 흘리는 건 가능할 거야.”

[네, 영주님.]

“포메이션 잡으세요. 듀발이 들어가면 바로 계획대로 들어갑니다. 타네, 투네. 두 분은 바로 사슬 준비하시고요.”

[예, 영주님.]

“오케이. 그럼 나도 간다!”

선두에 듀발이 달려가고 가메라 앞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뒤따르는 인원들.

로빈의 옆에 있던 백랑도 서둘러 뛰쳐나갔다.

가메라는 자신의 앞을 용감하게 가로막은 작은 듀발을 향해 냅다 앞발부터 휘둘렀다.

[윽~]

지금까지 훈련한 게 의미가 있었는지, 듀발이 가메라의 앞발을 성공적으로 흘려냈다. 물론 타격 자체를 피할 순 없었지만, 바로 뒤로 날아가거나, 주저앉지 않은 걸 봐서는 제법 정확한 타이밍에 방패를 조작한 거 같았다.

“크아!!”

“응?”

일격에 상대를 날려버리지 못한 가메라가 성가신 듀발에게 두 번째 타격을 넣을 거라 생각하고 다음 명령을 전달하려는데 가메라의 움직임이 좀 이상했다.

뭔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더니 백랑 쪽을 바라보며 괴성을 질러대기 시작한 것이다.

[…어어? 이 새끼, 이거 왜 이래?]

듀발이 가메라의 시선을 끄는 동안 옆쪽을 파고들어 가메라를 공격하려던 백랑은 갑자기 놈이 자신을 보고 미친 듯이 괴성을 지르자 이게 뭔가 싶어 주춤하고 섰다.

그리고 가메라는 바로 백랑에게 달려들었는데.

원래 가장 근처에 있는 거추장스러운 적부터 제거해 나가는 마수의 습성과는 전혀 다른 행동이었다.

[이런 미친!]

그래도 가메라를 상대해 본 적 있는 백랑이라 크게 당황하지 않고 놈의 공격을 피하며 시간을 끌었다. 다시 듀발이 달려들어 놈을 성가시게 만들며 시선을 뺏어가길 바란 것이다.

하지만 놈은 누가 달려들든지 상관하지 않고 백랑에게만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마치 무슨 원수라도 되는 듯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응? 원수?

그때 전사 하나가 헐레벌떡 로빈에게 달려왔다.

“여… 영주님. 저거 그놈입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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