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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설 속 로빈-259화 (259/303)

259화

왼쪽 어깨. 오른쪽 다리. 옆구리.

다시 왼쪽 다리.

놈의 무기는 창이었고, 공격 역시 찌르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놈이 찌르는 방향을 읽어낼 수 있으면 생각보다 쉽게 피해낼 수 있었다.

사실 아무리 타이틀로 무장한 로빈이지만 당연히 놈보다는 느렸다. 저 린조차 속도로는 놈에게 뒤졌으니 로빈이 놈보다 느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로빈은 조금 먼저 행동하는 거로 그 격차를 없애버렸다. 마나의 흐름, 그리고 근육의 움직임으로 놈의 움직임을 예상해 놈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자신보다 느린 것이 분명한데 자신의 공격을 모조리 피해내자 광분한 놈은 더 거칠게 로빈을 몰아쳤다. 하지만 로빈은 단 한 번도 놈의 창끝이 제 몸에 닿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로빈이라고 상황이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 물론 놈과 대등하게 상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놈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불리한 건 페널티를 안고 있는 로빈이었다.

그렇게 로빈이 머리를 굴리며 놈을 상대할 때 린은 뒤에 빠져 분노에 찬 눈으로 놈을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아니라……. 주인이, 날 지켰어. 저 새끼 때문에……. 저 새끼 때문에… 내가 쓸모없는…….”

그 순간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와 붉은 기운이 모두 린지애 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놈을 상대하느라 정신 팔린 로빈으로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변화였다.

상성이 너무 안 좋아. 내가 아무리 먼저 움직여도, 기본적인 속도가 이 정도까지 차이 나면 답이 없지. 이를 어쩐다. 점점 버거워지는데.

거기다가 저 비늘, 저거 너무 사기 아니야? 분명 베었는데 아무 피해도 없다고?

지금까지 몸과 검이 하나가 되어 모든 것이 뜻대로 움직이는 이런 쾌감에 신을 나 놈을 상대했지만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답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로빈은 일부러 위협적으로 놈의 하체 쪽으로 검을 휘둘렀다. 아까 백랑과 나눈 대화가 생각나 혹시나 해 한번 확인해 본 것인데.

“키아악!!”

놈은 예상보다 더욱 격하게 몸을 피했다. 지금까지 휘두른 검격은 몸에 닿기 직전에 피하면서 로빈의 틈을 노리든지 아니면 무시하고 그냥 돌진했는데, 그것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놈의 움직임에서 저곳이 놈의 약점임이 확실해졌다.

“놈의 약점, X지가 확실하다. 놈의 불알에 유효타를 먹일 수만 있으면, 무조건 우리가 이겨!”

우선 약점을 확인한 이상 로빈 자신이라도 더 거칠게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 모든 일행에게 알리긴 했지만, 그들은 지금 수많은 진흙 인형과 사투 중이라 이쪽에 관여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하다못해 월연이라도 화살을 날릴 수 있으면 무슨 변수가 생길 텐데,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

그렇게 다시 놈과 상대하던 로빈은 자신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강렬하면서도 살 떨리는 진동에 슬쩍 몸을 돌려 놈의 창끝을 피하면서 상황을 살폈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온통 붉게 불든 린지애를 치켜든 린이 놈을 노려보고 있었다.

역시 린도 한 방을 노리고 있는 건가?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사슬로 놈을 제압할 수도 없는데.

하, 무슨 방법이 없을까?

현재로선 내가 놈의 X지에 유효타를 먹인다 해도, 그게 치명타일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내 공격은 그렇게 위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린이 공격에 성공하면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린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어떻게 린에게 그 기회를 안겨주냐는 거였다.

제발. 제발. 어떻게든 린에게 기회를…….

무슨 방법이 없을까?

로빈은 놈과 상대하며 계속 궁리하고 또 궁리했다. 뭐라도 좋으니 변수가 생기길 바라면서.

그리고 그렇게 간절하게 바랄 때, 그 절박한 바람에 응답한 이가 있었다.

[당신의 간절한 바람에 영혼의 파트너가 응답합니다.]

순간 로빈의 몸이 밝게 빛나면서 칸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로빈이 뭐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놈의 가랑이 사이로 순간 이동.

“왕!”

바로 놈의 불알을 크게 깨물었다.

“이… 이건 무슨…….”

로빈이 대경하여 놀라는 사이 놈의 불알을 깨문 칸은 그 짧은 다리를 바쁘게 움직여 반대쪽으로 도망쳤다.

“크아!!”

체고가 3미터도 넘는 거대한 놈이라 불알만 해도 칸보다 더 컸다. 그런 놈의 불알을 칸이 깨물어봤자 무슨 타격이 있겠는가. 그저 놈의 화만 돋운 꼴이었다.

그리고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는지 로빈도 팽개치고 칸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미… 미친!”

당연히 짧은 다리로 도망치던 칸이 1초도 되기 전에 잡힐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칸과 놈의 거리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칸은 그저 종종걸음으로 짧은 다리를 바삐 움직일 뿐인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칸이 빨라진 게 아니니, 분명 놈이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린!!”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지만 호재라고 판단한 로빈은 바로 린을 불렀다. 지금 상태라면 어떻게든 린이 놈에게 치명타를 먹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린 역시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괴성을 지르며 뛰어올라.

“야! 이 도마뱀 새끼야!! 터져버려!!”

붉은 기운이 넘실대는 자신의 대검을 냅다 던져버렸다.

그렇게 미사일처럼 쏘아진 린의 대검이 그대로 놈의 하체에 파고들어 불알에 박히더니, 말 그대로 폭발하고 마는데.

“…와… 왓 더…….”

로빈은 자기도 모르게 엉뚱한 신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그곳을 확인했다.

“와, 대체 이게 뭐냐.”

그곳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한 로빈은 한숨으로 클리어를 자축했다. 마지막에 영문 모를 일이 연달아 발생했지만, 결국 큐브 클리어에 성공한 것이다.

* * *

“후흡, 후흡. 찹찹.”

“으… 윽”

무언가 따듯하고 촉촉한 것이 자신의 그것을 부드럽게 자극하는 느낌에 정신이 든 로빈은 온몸을 망치로 두드리는 거 같은 고통에 신음을 흘리며 애써 몸을 일으키려 했다.

“어! 영주님 일어났다!!”

“뭐! 주인!”

“로빈~”

로빈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고 봉사에 열중하던 실비아가 그가 깨어난 걸 알리자 급하게 달려드는 린과 다이앤.

로빈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기억을 더듬다가 자신이 큐브를 클리어하자마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단 사실을 떠올리고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았다.

“로빈이 큐브에서 튀어나오자마자 쓰러졌어요. 벌써 3일째라고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이렇게 무사히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3일? 허.”

3일이나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는 말에 기가 막힌 로빈은 비약의 숨겨진 페널티에 그저 한숨만 삼키고 있었다.

마나를 쌓기 위해 꾸준히 운동하고 있어 제법 건강한 신체였지만 그저 그뿐, 단련된 기사도 아닌 자신이 그런 대단한 무위를 뽐냈으니 그 후폭풍이 없을 리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설마 했는데, 막상 겪고 나니 온몸이 엉망이고 손가락 하나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만약 전투가 조금만 더 길어졌으면 페널티고 뭐고 상관없이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

직접적인 페널티만 고민하다 결국 이 부분을 생각하지 못한 건데, 이건 누구에게 뭐라 할 것도 없이 내 판단 미스였다.

“…그런데 정신을 잃었는데, 용케 살아있네. 페널티는 어떻게 한 거야?”

“그거야, 뭐…….”

“서있는 X지에서 물 빼는 것 정도는…….”

“아니, 애초에 저희가 어떻게 하기 전에 로빈이 짐승같이…….”

“영주님이야 원래 짐승이지만, 그날은 더욱 짐승 같았어요. 물론 만족스러웠지만요.”

“린이랑 같이 있을 땐 얼마나 재미있었는데요.”

“그런데 실비 넌 아파서 누워있는 사람한테…….”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큐브를 클리어한 이후 쓰러졌고, 쓰러진 상황에서도 죽기는 싫었는지 무사히 페널티를 극복한 모양이다.

다이앤의 설명을 들어보니 그녀와 실비아가 입고 있던 스타킹 포함한 모든 옷을 다 찢어발기고 그야말로 짐승같이 욕정을 해소했다는데, 그 즐거운 추억이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는 건 조금 애석했다.

물론 정신을 잃은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스타킹을 쭉쭉 찢으며 즐거워했다니, 어이없긴 했지만 말이다.

다만 내가 그렇게 쓰러져 있는데 저런 봉사를 하고 있던 실비아는 좀 너무한 거 같아 타박했는데, 실비아는 오히려 웃으며 내 상태부터 확인했다.

“이제 괜찮은 거예요? 이상한 데는 없고요? 시도 때도 없이 불끈 서서 풀어주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하셨는데 이제 고비는 다 넘긴 모양이네요.”

“응?”

내 몸을 보살피기 위해 줄리에타 성녀와 알버스 원로까지 방문했는데, 약의 후유증 페널티와 여신의 축복 콤보가 너무 강력해 저렇게 피가 몰려있는 양물을 관리해 주지 않으면 더 위험하다고 했단다.

그래서 번갈아가며 입으로 혹은 더 은밀한 그곳으로 내 양물을 달래주고 있었다는데.

“하루에 예닐곱 번씩은 꼭 그랬다니까요. 게다가 지속력은 또 얼마나 좋은지. 입으로는 쉽게 해결도 안 되고요.”

“물 마를 틈이 없었죠. 역시 우리 영주님이에요.”

“끙, 그래?”

몸에 근육통이 심하고 양물이 불뚝 서는 것 외에는 모두 정상이라서 양물만 관리하며 그렇게 3일이 지났는데, 도통 깨어나지 않아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겠다고 의논하던 중 내가 일어났단다.

그렇게 그간의 사정을 전해 듣고 있는데 그새 소식이 전해졌는지, 알버스 원로가 바로 달려와 몸 상태부터 점검하고 나섰다.

“음…….”

“어떤가요?”

“몸 상태는 정상일세. 큐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들었는데, 실비가 만들어준 그 약은 아무래도 개량해야겠더군. 사람이 물개도 아니고 어떻게 3일이나…….”

“스… 스승님! 하지만……. 그 랭크를 유지하기 위해선 그 정도 페널티는 감수해야 한다고요!”

“그 녀석아. 그래도 3일이나 서있게 만들면 사람이 어떻게 산단 말이냐?”

“…영주님은 잘 살아 계시잖아요.”

“그… 그거야.”

알버스 원로의 말을 들어보니 물약의 랭크를 올리기 위해 페널티를 무겁게 변경했는데 원한다면 페널티를 줄이고 효과 역시 줄이는 방향으로 개량할 수 있는 모양이다.

문제는 실비아는 효과 만점에다가 자신의 마음에 꼭 드는 이 페널티를 없앨 마음이 전혀 없었고.

사실 나 역시 물약을 개량하는 건 찬성할 수 없었다. 랭크가 내려가면 빌려올 수 있는 타이틀의 개수 역시 줄어들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내가 쓰러진 건 페널티 때문이라기보단 내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는 능력을 빌려와서 그런 거였다. 물론 빌려오는 타이틀의 수를 줄인다면 그런 부담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겠지만, 그것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내 역량을 올리는 게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면 크게 활약할 여지도 없을 테고, 그럴 거면 굳이 약을 먹을 이유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건 제가 생각해 볼게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흠흠. 그럼 그러시게, 영주. 어쨌든 무사히 깨어나 다행이지만 당분간은 조심하게나. 특히 밤일할 때 무리하지 말고. 아직 약 기운이 남아서 자주 꼴릴 테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풀게나. 몸에 무리가 가는 체위만 피하면 되니 말이야.”

섹스 체위 중에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게 있긴 한가?

“네.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런데 이 녀석아, 솔직히 이건 너무 심하잖아? 3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남았다는 건…….

혹시 사심으로 뭔가 추가한 건 아니겠지?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요망한 네 녀석이라면…….

“맞다, 영주님.”

로빈의 눈빛에서 의심을 읽어냈는지 실비아는 헛기침하며 말을 돌려버렸다. 뭔가 더 캐려고 하던 로빈도 실비아가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만 꼭 집어 이야기하는 바람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고. 역시 영리한 녀석다운 위기 대처 능력이었다.

“헤헤, 우선 일행은 모두 무사해요. 제필 경도 바로 신전으로 옮겨져서 치료를 받았거든요. 다행히 창이 장기까지 상하게 한 건 아니라 그럭저럭 경과도 괜찮대요. 갑옷 덕을 좀 봤다나 봐요.”

“그래? 천만다행이네.”

“다른 분들도 많이 지치셨지만 일단 다들 무사하시거든요.”

놈을 상대하느라 전황을 정확히 살피지는 못했다. 하지만 놈이 소환한 그 진흙 인형이 계속 늘어나고 있었으니 아무리 대단한 전사들이라도 아무런 피해 없이 계속 살아나는 인형을 상대하기는 무리였을 것이다.

최종 명령권자인 내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그런 것까지 확인하지는 못해 그 점이 마음에 걸렸는데 부상자는 있지만 죽은 자는 없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그리고 보상 말인데요.”

“그래, 보상. 뭐가 나왔지?”

“음……. 무슨 쪽지가 나왔다고 해요. 마나석 큰 거 두 개랑 쪽지 한 장.”

미친, 설마 또 야설이냐?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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