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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설 속 로빈-294화 (294/303)

294화

“…이건 빼박이네. 와……. 그런 거였어? 복수라고? 하하. 미치겠네, 진짜. 봉구야, 내가 분명 흑마법사 흑막은 노답이라 그랬잖냐? 내가 이걸 알았으면 진작에 손절했지.”

잠시 허탈하게 웃은 로빈은 고개를 저으며 황제에게 연락했다.

“이거…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네요.”

[후작이 봐도 그런가? 하긴, 누가 봐도 그렇겠지.]

“그런데 이 아젝스라는 분……. 전대 조셉 공작 시기에 흑마법사 원로였다면 나이는 얼마나 되는 겁니까? 황실에는 당연히 자료가 남아있겠죠?”

[그래, 찾아봤는데 갑자기 은퇴했다고만 기록되어 있더군. 은퇴 사유는 건강 문제. 만약 지금까지 살아있으면 백수는 족히 넘었겠군.]

“아무리 마나에 익숙한 흑마법사라도 그렇게…….”

[어쩌면 본인이 아니라 그 후계자일 수도 있지. 하여간 관계가 있는 것만은 분명해.]

황제의 말대로 관계가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놈들이 폐황후 쪽 라인을 타고 들어가 황제에게 독을 썼을 때 쉽게 황후의 덜미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거 같았다.

물론 폐황후의 시녀장이 자백한 게 가장 크지만 폐황후 자신이 통제하는 궁에서 그녀의 덜미를 잡을 만한 증거들이 나왔다기에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놈들이 일부러 그런 증거를 남겨놓고 빠진 모양이다. 내가 아젝스라도 조셉 공작가에 복수하고 싶었을 테니 말이다.

“은퇴 사유가 건강 문제면 핑계 대기 딱 좋은 이유네요. 아마 전대 조셉 공작이 가족을 납치해 유인한 거겠죠?”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아젝스가 놈들의 조직에 몸담고 있다 해도 그 정도 언데드를 일으켰다는 건 믿기 힘든 일이야. 영지 하나에 언데드를 만드는 것도 비용 문제로 폐기된 프로젝트네. 제국 규모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그건 그렇죠. 그래서 인위적인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거고요.”

[어쨌든 실마리를 잡은 건 사실이니 좀 더 파봐야겠어.]

“네, 폐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황제와 통신을 마친 로빈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황제의 예상대로 아젝스라는 흑마법사가 일의 원흉이거나, 깊게 연루되어 있다면 결국 멸문한 조셉 공작가에서 싼 똥 때문에 자신들이 고생하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아후, 전대 조셉 공작은 지가 싸(?)놓고 혼자 편하게 천수 누리다 간 거잖아? 세상 참…….”

역시 싸는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는 게 세상의 이치인가 보다.

로빈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황제가 조셉 공작가의 비밀 창고에서 찾은 단서는 제법 큰 의미가 있었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그림자의 흔적을 찾은 셈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림자 속에 숨은 흑막 중 흑마법사가 있다는 건 조금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놈들이 우리 영지를 노린 이유는 아직 오리무중이었다.

단순한 보복인지, 아니면 필연적인 충돌인지.

만약 필연적인 충돌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나를 노릴 테니 대비할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물론 놈들도 그리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조직의 성격상 인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중심인물을 둘이나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음 습격은 제법 시간이 지난 후일 것이다.

* * *

온갖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머리를 식히기 위해 정원을 찾은 로빈은 한가로운 곳을 찾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도 많이 변했네.”

로빈이 찾은 곳은 정원의 구석.

황제에게 뜯어온 라이칸 2세가 자리 잡은 곳이었다.

처음에는 라이칸 2세의 조각상만 덩그러니 놓여있던 곳이었는데 어느새 몇 개의 조각상이 추가되더니 이제는 제법 볼만해졌다.

“역시 아버지가 금손은 금손이네. 조각도를 잡으신 지 얼마나 됐다고 저 정도야? 솔직히 내 눈에는 라이칸 2세보다 아버지의 조각이 더 나은 거 같은데. 이게 혈연 어드밴티지인가? 팔은 안으로 굽는다든지 말이야.”

아버지가 조심스럽게 라이칸 2세를 어루만지시는 모습을 보고 대체 왜 그렇게 조심스러우시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때 이 조각상이 문화재급 가치의 보물이라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놀랐던지. 다이앤이 좋아하는 조각상을 황제가 돌려달라고 할까 조마조마하기도 했었다.

게다가 추정 가격이 최소 백만 골드 이상이라나?

솔직히 다이앤이 아끼는 물건이 아니었으면 영지 강화 사업을 진행할 때 팔아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대단한 조각상이라도 로빈의 눈에는 아버지의 조각상이 더 멋져 보였다. 라이칸 2세를 호위하는 듯 조각된 저 늑대 조각상들 말이다.

게다가 저렇게 역동적으로 자리 잡은 조각상들을 보면 가슴이 조금 가벼워지기도 한다. 그리고 얼마나 실감 나는지 정말 살아있는…….

“왕!왕!”

“살아있는 녀석 같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살아있는 녀석이 끼어있었네. 요 녀석~ 요 녀석~”

“왕왕!”

로빈의 파트너 라이칸 3세.

제 모습을 닮은(제작 시기를 보면 라이칸 3세가 조각상을 닮은 거지만) 늑대 조각상이 마음에 드는지 종종 이곳에 와서 낮잠을 자곤 한다.

거기다 녀석도 일반적인 늑대는 아니라는 듯 조각상처럼 포즈를 잡는데 그 모습이 또 귀여워 저택 식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하여간 남에게 사랑받는 재주만은 비상한 녀석이었다.

레드 큐브에서 스킬을 각성한 후 녀석의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같이 큐브를 클리어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간절한 소망, 바람이라는 애매한 조건이 끼어있어서인지 그 후 단 한 번도 칸의 스킬을 사용하지 못했다.

물론 대단한 효율을 자랑하는 멋진 스킬이지만 이 정도로 사용 조건이 불확실해서는 전력으로 취급할 수 없어 결국 큐브 동행은 포기하고 말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예전에도 같이 입장하지 않은 큐브에서 스킬을 사용한 거였다. 그래서 굳이 큐브에 동행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한 게 정확한 이유였지만 말이다.

덕분에 녀석은 다시 저택의 귀염둥이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내심 로빈의 행동에 불만을 품던 가족들이 반가워한 건 당연한 흐름이었다.

“왕!왕!!”

“어? 녀석아, 어디 가?”

평소에는 로빈의 품에서 잘 빠져나가지 않는 녀석인데 오늘은 왠지 그 짧은 다리를 바쁘게 움직여 도망가고 있었다. 녀석의 행동이 의아했던 로빈 역시 자기도 모르게 녀석을 뒤따랐고.

그렇게 녀석을 따라다니다 보니 지금 순간만큼은 답답하고 답 없는 계산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녀석이 향한 곳은 로빈의 신혼집 앞에 자리 잡은 테이블.

그곳에서는 로빈의 아내들이 티타임을 가장한 캣파이트에 한창이었다.

아내들이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하기에는 실비아와 린이 평소처럼 다투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리라.

“흥, 멍청이. 그러니까 네가 멍청한 거야. 그래서 결국 상 받을 기회를 놓쳤다는 거잖아?”

“아씨, 어쩔 수 없었다고. 황제 폐하가 냅다 날려버렸다니까. 난 기회도 없었다고.”

“그거 쌤통이네. 각오하는 게 좋을걸? 난 이제 곧 뭔가 나올 거 같거든. 이번에 상 받으면 옛날에 그거 다시 하자고 할 거야. 뭔지 알지? 그때야 조절을 잘 못해서 멍청이 네가 폭주했지만 이번엔 내가 황금 비율을 찾았다, 이거지.”

“윽, 이 망할 꼬맹이가… 또 발로 나를…….”

“후후. 힘만 쓰지 못하면 넌 내 상대가 아니지.”

“아씨, 나도 주인한테 소원권 하나 받았거든! 너 그러다가 진짜 혼난다, 꼬맹이!”

“안 무서워. 주먹만 안 쓰면 내가 무조건 이긴다니까?”

실비아의 깐죽거림에 부들거리는 린.

가만 보면 요즘은 계속 저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린이 침대에서는 영 힘을 못 쓰기 때문인 거 같은데 사실 발랑 까진데다가 약점조차 없는 실비아를 침대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린의 패배는 필연적이라는 건데.

쓸데없이 용감하고 거침없는 린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나가떨어져 항복을 외쳤을 것이다.

물론 로빈 자신의 즐거움만을 생각하면 저 둘이 끊임없이 투덕거리는 게 가장 바람직했지만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왕!왕!”

“어머, 칸이네~ 로빈도 오셨어요? 차 한 잔 하시겠어요?”

“주인! 나 소원권 쓸 거야!! 오늘 밤에 저 꼬맹이를 깔아뭉개게 해줘!”

이런 식으로 이벤트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깔아뭉갠다니. 뭘, 어쩔 생각이야?”

“그러니까 그거 있잖아. 주인이 가끔 꼬맹이 얼굴에 걸터앉아서 하는 거.”

실비아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풍만하면서도 탄력 넘치는 가슴이었다.

그래서 항상 파이즈리를 즐기곤 하는데 가끔 누워있는 녀석의 얼굴 위에 엉덩이를 들이댄 채로 가슴의 풍만함을 만끽하곤 했다. 그리고 뒤쪽으로 혀 봉사를 받으면 그 쾌감이 정말 대단했으니 말이다.

지금 린이 이야기하는 건 그런 포지션으로 실비아를 깔아뭉개고 싶다는 건데.

그게 과연 실비아에게 먹힐지 모르겠다. 지금도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린에게 코웃음 치고 있지 않은가.

“그거? 그거 하면 너만 손해일 텐데. 정말 그걸로 괜찮겠어, 멍청이? 소원권 날리고 후회하지나 마라~”

“흥! 엉덩이에 깔려 바둥거리는 굴욕을 안겨주지!”

이건 딱 봐도 린에게 불리한 싸움인데, 굳이 그런 벌주를 사서 마실 필요가 있을까?

항상 느끼는 거지만 실비아의 혀 놀림, 특히 항문 쪽에 봉사하는 혀 놀림은 정말 사기적이었다. 그러니 그곳이 성감대인 린이 실비아에게 약점을 노출해 봤자 득 될 게 없었다.

물론 결과는 불 보듯 뻔하지만 저리 원하니 또 들어줘야 할 거 같았다. 선택은 본인이 한 거고 책임 역시 그 당사자가 지는 법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재미있을 거 같아서였다.

그런 둘의 다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한 잔 건네준 다이앤이 넌지시 물었다. 물론 다이앤을 가장 따르는 칸 녀석은 벌써 그녀의 무릎 위에 자리 잡은 상황이었다.

“그나저나 아가씨는 괜찮은 건가요? 딱히 문제 될 것도 없지만 좀 심한 거 같아서요.”

“뭐? 아아, 루지 말이야? 글쎄. 나도 썩 달갑진 않은데 부모님들도 별말 없으시니…….”

찰싹! 찰싹!

“똑바로 못해?”

“아흑! 죄송해요, 아가씨!”

“그게 아니잖아?”

“멍멍!”

“때마침 저기 지나가네요.”

“그러게. 하여간 점잖지 못한 녀석이라니까.”

루지를 영지까지 데려온 세이라.

그녀가 동정심 때문에 루지와 동행한 게 아니라는 사실은 다음 날 바로 입증되었다. 그날부터 앙칼지게 루지를 괴롭히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저택의 식구들 모두 루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기에 딱히 말리지 않았다. 로빈 역시 온갖 복잡한 일로 머리가 어지러워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저게 노출 조교? 뭐, 그런 건가요?”

“글쎄. 나도 딱히 할 말은 없네. 저러다 말겠지.”

“글쎄요. 그럴까요? 제가 아가씨한테 넌지시 물어봤는데 아가씨가 당당하게 책 한 권을 내미시더라고요.”

“책? 무슨 책?”

“그러니까 『내 남자에게 암캐를 선물하는 법』? 줄리 이모님이 예전에 발간하신 그 책이었던 거 같아요.”

“… 그 마공서를 세이도 가지고 있다고?”

“에이~ 영주님, 그게 왜 마공서예요? 진짜 유익한 책이거든요?”

“…그래, 네가 시초였지. 그 책을 가장 먼저 보기 시작한 게 너였어.”

“헤헤, 지금도 그 주옥같은 묘사와 설명이 머릿속에 선해요. 사실 저 멍청이를 제압할 수 있는 것도 다 줄리 님 덕분이죠.”

“…그러냐?”

실비아의 당당한 태도에 혀를 찬 로빈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세이라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개 목걸이가 추가된 강아지 플레이인가?”

뭘, 어떻게 괴롭히는지 루지는 옷을 입고 있는 날보다 벗고 있는 날이 더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나도 종종 그녀의 몸을 보곤 했는데 생각보다 몸매가 좋아서 제법 놀랐었다.

옷을 입고 있을 때보다 벗고 있는 게 더 대단한 그런 스타일?

물론 실사보다 야애니에 가까운 사기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우리 부인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실사 중에서는 수준급이랄까?

그 정도면 확실히 대단한 수준이었다. 확실히 벗을 때 더 대단한 스타일이 분명히 존재하는가 보다.

어쨌든 세이라는 그런 식으로 계속 루지를 괴롭히듯 조교하고 있는데 이게 또 묘한 효과가 있었다. 세이라가 그녀를 집요하게 괴롭히다 보니 루지에 대한 눈총이 거의 사라져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하녀들에게도 눈총받으며 지내던 루지가 단 며칠 만에 하녀들의 동정을 샀으니 세이라의 조교(?)가 얼마나 악랄한지 쉽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게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루지 본인은 또 불만이 없어 보여 그냥 두고 보고 있었다. 성향에 피학이 있었는데, 그 피학이 흔히들 말하는 그 피학이 맞나 보다.

“흥! 좋아! 각오해, 꼬맹이!”

“글쎄, 각오는 누가 해야 할지. 나중에 울지나 마라, 멍청이!”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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