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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설 속 로빈-295화 (295/303)

295화

그렇게 세이라를 보고 있자니 실비아와 린이 자기들끼리 알아서 결론을 내린 거 같다. 오늘 밤에 바로 실행하기로 말이다.

결과가 뻔해 별로 긴장되지는 않지만, 재미는 있을 거 같아 밤이 기다려지긴 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낼름, 낼름.”

“학! 이 미친 꼬맹이, 이… 이게, 아흑, 대체 뭐야. 너 혀로 지금 무슨 짓을……. 학~ 무슨 혀가 이래? 너… 혹시 혀에 약 발랐어?”

여러 번 농락당했지만, 실비아의 항문 봉사를 받는 건 또 처음이라 정신적인 충격과 몸서리쳐지는 쾌락에 정신 못 차린 린의 비명이 집 안 가득 울려 퍼졌다.

“왜? 내가 그냥 깔아뭉개질 줄 알았어? 후릅~ 후릅~”

그리고 그런 린을 더 집요하게 공격하는 실비아.

역시 결과는 뻔한 거였다.

실비아의 얼굴에 주저앉아 엉덩이를 흔들다가 그녀의 혀 공격에 실신 중인 린.

평소에는 완력도 별로인 실비아가 이럴 때는 또 얼마나 강한지 린이 도망치려고 해도 허벅지를 꽉 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마 자극적인 혀 공격이 항문 안쪽을 파고들어 감각이 예민해지고 다리에 힘까지 풀려버려 속절없이 당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학~ 주인까지……. 아… 안 돼!”

“어머~ 이건 또 재미있어 보이네요~ 그럼 나도?”

그리고 그런 린의 모습이 왠지 귀여워 로빈까지 가세해 린을 더욱 귀여워해줬다. 로빈이 가세하자 다이앤의 합류는 기정사실이었고.

그렇게 모두가 즐거운 밤이었다.

로빈은 그날 왜 높은 놈들이 주색을 즐기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역시 시름을 잊는 데는 화끈한 섹스가 최고였다.

* * *

다음 날.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 짓고 머릿속이 조금 가벼워진 로빈에게 히센의 요청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연구실을 찾아달라는 호출이었다.

대개 저런 식으로 호출이 들어오는 건 뭔가를 발견했을 때뿐이라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히센의 연구실을 방문한 로빈.

그곳에는 히센뿐만 아니라 실비아와 도리아, 알버스까지 모여 로빈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지의 연구진 수뇌부 전체가 모인 것이다.

“이건 뭔가요? 이렇게 다들 모여 계시다니.”

서로 친분은 돈독하지만 각자 자신의 연구를 진행하는 데 바쁜 사람이 이 넷이었다. 그런 넷이 한꺼번에 모여있으니 로빈으로서도 놀라울 수밖에.

그리고 히센의 이야기에 로빈의 표정이 절로 진지해졌다.

“그러니까, 죽는 놈의 사체에서 나온 약품들이요?”

“그래, 영주. 약품이라기보다 독에 가깝지. 이걸 분석하니 놈이 얼마나 대단한 독술사인지 알 거 같더군. 사실 나도 이렇게 다양한 독을 본 건 처음이야.”

독을 품은 그림자, 베놈.

죽은 놈에게서 나온 소지품은 고스란히 로빈의 것이었다. 당연히 그 물품은 바로 연구소로 옮겨졌다. 워낙 신기한 물건이 많아 며칠 밤을 새가며 분석했다는데, 지금 그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냥 단순히 보고하는 정도가 아니라 저 네 사람이 모두 모여있는 걸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걸 찾은 거 같았다.

“우선 이걸 보게. 이 독은 즉발성이 아니더군. 피부 접촉으로도 중독되는데 몸 안에서 독성을 끌어모아 일주일에서 최대 열흘까지 숙성된 후 독성을 폭발시키는 신기한 녀석이야.”

“그래요? 대체 무슨 수로 도망칠 생각인지 궁금했는데 그런 게 있었으면 가능했겠네요.”

당시 나와 함께했던 전사들의 수가 얼추 300은 넘는다.

놈의 용독술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 많은 전사를 한 번에 처리할 순 없을 거로 생각했다. 방법이 있다면 무작위로 독을 살포해 혼란을 일으킨 후 나에게 독을 쓰는 정도.

하지만 그렇게 해도 놈이 살아 나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독이 있다면 나에게 독을 쓰고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다.

만약 베놈의 의도가 성공했다면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중독되어 죽고 영지는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빅 테일의 고기를 섭취해 독에 대한 저항력이 올랐다지만 저런 독을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으니 말이다.

역시 월연을 시켜 놈을 바로 처리한 게 신의 한 수였다.

“그리고 이건 즉발성 독인데, 우리가 해독제까지 준비해 놓은 그 마나 독인 거 같구나.”

“역시 마나 독도 놈에게서 나온 건가 보네요.”

“그래, 그리고 이건…….”

그 이후에도 여러 가지 독이 튀어나왔다.

종류만 해도 10여 개.

레전드는 역시 레전드인지, 레전드 타이틀을 가진 놈답게 독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이었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건, 이 독이 대부분 마수의 부산물로 만든 거란 사실이지.”

“네? 진짜요? 와…….”

한정된 재료로 저런 다양한 독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에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린 로빈. 아무리 적이라지만 그 능력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만요, 마수의 부산물로만 독을 만들었단 말은…….”

“그래, 잘만 개량하면 큐브 내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지.”

“이건… 생각보다 더 큰 수확이네요. 물론 놈들에게 독이 얼마나 효율적일지는 모르겠지만…….”

“효과도 효과지만 취급도 문제야. 이런 맹독이 아무렇게나 돌아다닌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니 말이야.”

“그렇네요. 황실에 보고하기 전에 해독제부터 만든 후에 보고해야겠어요.”

“우리도 같은 생각이야. 그래서 해독제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지.”

“그런데 진짜 대단한 건 이 물건이네, 영주.”

“네? 그래요? 뭔데 그렇게 거창하게…….”

히센이 독에 대하여 대충 설명하자 이번에는 알버스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상한 가루가 든 작은 통을 꺼냈는데, 이리저리 살펴봐도 아무런 향도 느껴지지 않아 어떤 가루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이건 그러니까, 쉽게 설명하면 마수를 피할 수 있는 약이라네. 몸에 뿌리면 마수에게 발각되지 않고 지나갈 수 있으니까.”

“네? 그런 게 있어요?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고 포기했었잖아요?”

“맞아요, 영주님. 제가 만들려고 시도하다 결국 포기했었는데, 그놈의 수준이 저보다 높은가 봐요. 이게 또 은근히 자존심 상하네요.”

“진짜 대단하네. 하긴 말도 안 되는 전염병까지 만든 놈들이니…….”

몇 년 전, 실비아가 작정하고 연구하던 게 마수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저런 약품이었다. 하지만 실비아라고 모든 연구에서 성공할 순 없었고,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물론 그 당시 나를 위한 물약을 개발하느라 오랜 시간 연구하지 못한 것도 실패의 요인 중 하나였지만 중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비슷한 용도의 완성품이 떡하고 나타났으니 실비아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생길 수밖에.

“어떻게 이런 게 있을 수 있죠? 원리가 뭐예요?”

“원리라고 해봤자 그리 복잡하진 않네. 그래, 히센이 설명하는 게 그나마 쉽겠군. 자네가 설명하게나.”

“예, 그러죠. 영주, 알다시피 마수는 상대를 파악할 때 시각보다 후각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지.”

“그렇죠. 눈으로 확인하기도 전에 침입자를 느끼고 달려드니까요. 인간하고는 인식 범위 자체가 다르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이 약품을 사용하면 마수의 후각을 피할 수 있다네. 인간의 체향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지. 그러니까 안티트롭산과 라트리아놀이 그런 효과를 발휘하는데, 이 약품은 두 가지 성분을 교묘하게 조합했달까? 어쨌든 대단한 발견이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그런데 그 두 가지 성분이 체향을 지워 준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는데도 저런 약이 만들어지지 않은 건 좀 신기하네요.”

“그거야 어쩔 수 없었지. 두 가지 다 톡 쏘는 향이 고약하거든. 아무리 체향을 지워도 자극적인 향을 풍기면 의미가 없잖아?”

“아…….”

그러니까 인간의 체향을 지울 순 있지만, 약품 자체의 향을 지울 수 없어 마수에게 걸린다는 의미였다. 저 약은 교묘하게 조합되어 그 향마저 없어져서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거고.

원래 마수를 피하기 위한 신약은 저 두 성분을 어떤 식으로 조합해 특유의 향을 지울지가 관건이었나 보다.

“물론 이걸로 완벽하게 마수를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청각이나 시각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렇겠죠. 그런데 후각만 피해도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순 있겠네요. 특히 상급 마수나 그 이상은 자신의 거주지에서 나가는 일이 거의 없으니 더 쉬울 거고요.”

“그렇지. 어쨌든 대단한 약품인 건 분명하네.”

“그런데 실비, 넌 왜 그렇게 뚱해있어?”

어제만 해도 린을 능욕하며 사기충천이었는데 오늘따라 뚱한 표정으로 한숨만 쉬고 있는 실비아.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다른 사람들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저 녀석, 사실 남몰래 뒤에서 마수 퇴치제를 만들고 있었거든. 안티트롭산 특유의 향을 지우지 못하니 아예 마수가 싫어하는 향을 첨가해 접근 자체를 막는 그런 약 말이야. 그게 거의 완성 직전인데 그것보다 더 뛰어난 놈이 튀어나왔으니 뚱할 수밖에.”

“아, 그런 걸 만들고 있었구나.”

마수를 피할 수 있는 약, 그러니까 대마수 은폐 약품 개발을 포기한 실비아는 방향을 선회해 마수가 싫어하는 향을 조합해 마수를 퇴치하는 약을 개발 중이었단다. 그 성공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었고.

어제 린에게 당당하게 상 받을 일이 있을 거라고 자랑한 게 바로 그 약이었나 보다.

린에게는 오히려 다행인 건가? 딱 보니 또 린을 능욕할 무언가를 요구할 기세였는데.

어쨌든 놈의 품속에서 나온 게 저 정도로 완벽한 약이라면 실비아의 연구는 그 가치가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실비아가 만들고 있는 마수 퇴치제는 오히려 마수를 자극해 불러들일 가능성도 존재했으니 말이다.

“어떻게 대수림으로 사람들을 끌고 갔나 했더니 이런 게 있었네요. 예전에 도망갔던 놈도 이걸 뿌리고 들어가서 무사히 도망친 거겠죠?”

“그렇겠지. 그때 놈이 도망간 곳이 재앙급 마수의 영역이었다면서? 그런 놈이 자신의 둥지를 떠나 쓸데없이 돌아다니진 않을 테니 오히려 안전했겠구나.”

“그러네요. 진짜 대단하네. 근데 이런 걸 대체 왜 만든 거지? 독을 굳이 마수 부산물로 만든 것도 웃기고. 무슨 자급자족이라도 하는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하던 로빈은 뭔가 떠오르는 게 있어 작게 탄성을 터트렸다.

“그래.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어. 굳이 우리 영지를 왜 공격했나 했더니…….”

지금 당장은 놈들을 자극할 수 있어 조심해야겠지만 영지 상황이 좋아지면 한번 제대로 수색해 봐야 할 거 같았다.

바로 대수림과 마수 산맥을 말이다.

그레이츠의 연구진은 다시 해독제를 만드는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독을 황실에 보고하고 큐브 클리어에 사용하려면 최소한의 안전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좀 더 효율적으로 큐브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등급이 높은 놈들에게는 독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웬만한 큐브는 더 안전하게 클리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실 각 영주가 신경 써 클리어하는 고급 큐브보다 민간에 돌리는 중, 하급 큐브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큐브를 영주가 처리할 순 없었다. 그러기에는 생성되는 큐브의 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하루에 하나의 큐브만 클리어할 수 있다는 제한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하급 큐브를 안전하게 클리어할 방법이 하나 늘어난다면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제법 돈이 되는 일이기에 일석이조였다.

큐브 공략을 각 영지로 돌리고 큐브 물자의 독점까지 포기한 황제지만 큐브에서 나온 조합식이나 치료제에 대해서는 노 개런티 정책을 고수하고 있었다. 아직 큐브 클리어 시스템이 완벽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얻은 맹독은 큐브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런티를 챙길 수 있었다. 로빈이 해독제 연구에 열을 올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 * *

연구진이 독에 대한 분석과 해독제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그들보다 더 뜨겁게 불타오르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모야족 청년들과 영지의 치안대, 그리고 클리너들이었다.

자신들이 영지를 지킨다는 자부심이 대단하고 영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치안대에게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한 채 주민들과 함께 대피한 기억은 로빈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굴욕적이었다.

이제 마수 정도는 위협도 되지 않는다고 자신하던 모야족 청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수가 많았다지만 마을을 공격하던 오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외부의 지원까지 받아 겨우 목숨을 부지하다니. 그들에게도 이번 일은 굴욕 그 자체였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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