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화 (2/523)

〈 2화 〉 디스펜서 (1)

* * *

커버보기

공무원 아가씨한테 안내받았던 장소를 어찌어찌 찾아가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건물이 보였다.

인간족의 나락이라는 소문이 무성했기에 무슨 마왕성 같은 거라도 세워져 있을 줄 알았는데 겉보기엔 멀쩡하기 그지없는 빌딩이 있었던 탓이었다.

“내가 잘못 왔나...?”

하지만 약도를 확인해봐도 저 빌딩이 맞았다.

두 번, 세 번 봐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몰랐다.

애당초 소문만 무성한 직업이었다.

디스펜서라는 이름만 덜렁 알려졌을 뿐이지, 이게 대체 뭘 하는 직업인지도 정확한 정보라곤 하나도 있지 않은 탓이었다.

당연히 나도 디스펜서라는 이름만 덜렁 알고 있을 뿐이지 자세한 것은 전혀 몰랐다.

이 수상쩍기 그지없는 일자리에 마지막을 걸고 오기 바로 직전까지도 이게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알아보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구할 수 있었던 정보라는 것은 이 디스펜서란 직업이 세계 정부에서 관여하고 일자리도 알선하는 일종의 국책사업이란 사실 정도뿐이었다.

아니지, 더이상 국가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었다. 국책사업이라기보단 세계 사업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 외의 정보라고 할 만한 건 세계 정부가 수립될 무렵에 함께 갑작스레 생겨나서 이제까지 꽤 많은 지원자를 뽑았다는 사실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더더욱 이상한 소문이 많이 도는 수상쩍은 직업이긴 했다.

분명 몇 차례에 걸쳐서 뽑혔으니 이 디스펜서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수두룩해야하는 것이 정상인데... 정작 그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으니까.

“그래서 더 소문이 좋지 않았지...”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게 된다든지, 마법의 생체실험을 하고 있다든지, 사실 세계 정부가 악마와 계약해서 정기적으로 바칠 희생물이 있어야 한다든지하는 그런 소문들이 무성했다.

어떤 사람은 아직도 차원의 균열이 닫히지 않아서 그곳에서 넘어오는 괴물들과 싸우는 고기 방패가 되는 거라는 터무니없는 주장도 하고는 했다.

그래, 주장이었다.

이게 진짜인지 아니면 그저 헛소문에 불과한 것들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일단 찾아가라는 곳으로 왔더니 멀쩡한 건물이 있어서 제법 안심이 됐다.

아니, 안심하고 싶다는 게 맞을 거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소문 속에서나, 판타지에서나 나올 법한 일을 하는 곳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다.

이미 세상이 존나 판타지하기는 한데.

꿀꺽, 침을 삼켰다.

그리고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겨 빌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위잉, 하고 매끄럽게 열리는 자동문 너머로.

“뎃?”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이종족들을.

이 좆망한 세계에서, 지구라는 땅을 같이 공유하게 된 다른 차원에서 온 주민들을 말이다.

사실 세상이 합쳐진 거나 다름없었으니 다른 차원에서 왔다는 말은 어폐가 있었지만, 내 입장에선 그런 존재들이 잔뜩 보였다.

솔직히 이종족을 보는 게 그리 놀랄 일도 아녔다.

다른 차원의 지구에서도 인간이 있는 경우는 당연히 다수 존재했고, 덕분에 인간종은 지금도 최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종족이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거리에만 나가도 보이는 사람들의 반은 인간 외의 종족인 세상이었다.

그런 세상에서 2년이나 살아왔는데 이제와서 이종족을 본다고 놀랄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단지, 그 이종족의 성비가 죄다 여자들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게다가 내가 들어오기 무섭게, 그 수많은 이종족의 여자들이 죄다 나를 핥듯 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더더욱 그랬다.

“씨, 씨발...”

존나게 무서웠다.

그냥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날 쳐다보면서 입맛을 다시는 이들만 해도 수십이 넘어서 더더욱 그랬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세상에서 인간이란 참 좆같은 위치에 있었다.

수많은 차원이 합쳐지면서 그만큼 숫자는 이전보다 많아지고 그 숫자 덕에 어느 정도의 위치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인간은 다른 종족과 비교해서 선천적으로 타고난 힘이 너무 약했다.

신체 능력이고, 마법 능력이고, 혹은 그 둘이 아닌 또 다른 초상적인 능력이고.

여타 다른 종족과 비교해서, 그 무엇도 뛰어나거나 월등하지 않은 종족이란 거였다.

물론, 그중에서는 ‘강한 인간’도 있었다. ‘강해진 인간’도 있었다.

하지만 난 아니었다.

내가 그런 희귀 케이스의 인간이었더라면 이런 곳에 기어들어 올 일도 없었을 테니까.

즉, 나는 여타 다른 대다수의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냥 좆밥인 셈이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를 바라보는 이종족들은 하나같이 그런 좆밥 하나쯤은 가볍게 조져버릴 수 있는 이들이었다.

지금 당장 보이는, 가장 여려 보이는 외모의 여자만 해도 그랬다.

살랑살랑, 늑대의 것과 같은 꼬리를 흔들며 이쪽을 보고 있는 웨어비스트ㅡ 라이칸 스로프만 해도 그랬다.

커다란 가슴을 양팔로 감싸 쥔 채로 나를 핥듯이 쳐다보고 있는, 겉으로만 보면 늑대 귀와 꼬리를 달은 코스프레를 한 여자로만 보였지만 웨어비스트는 하나같이 죄다 괴력으로 이름 높은 종족들이었다.

즉, 저 여자도 내 뼈와 살을 가볍게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괴력을 지니고 있는 존재였다.

저쪽의 이마에 도드라진 한 쌍의 뿔을 가진 수인종, 미노타우로스도 그랬다.

미노타우로스라는 이름과 달리 그냥 뿔 달린 젖탱이 큰 여자로만 보였지만 당장 몇 개월 전만해도 술에 취해서 난동을 피우던 미노타우로스족의 뿔에 들이박힌 인간족이 반으로 갈라져 죽었던 사건이 있었다.

물론 그때 사건의 범인은 저 여자보다 위로든 밑으로든 훨씬 크고 우람한 뿔을 가진 남성 미노타우로스기는 한데, 인간도 그렇듯이 성별이 달라진다고 그렇게 극단적인 신체 능력의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니 저 여자도 날 반으로 갈라 죽일 수 있는 괴력을 지닌 존재인 셈이었다.

저기에 보이는 하반신이 뱀인 라미아족의 여자도 그렇고, 저쪽에 있는 점액질 형태의 슬라임 여자도 그렇고...

하나같이 나 같은 인간족 하나쯤은 가볍게 조져버릴 수 있는 종족들만 잔뜩이었다.

“어, 어어...”

무심코 뒷걸음질 쳐서 그대로 뛰쳐나갈 뻔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물컹, 하고 등 뒤로 무언가가 닿았다.

“크크, 이것 봐라. 바짝 쫄았네? 그러게 누가 오라는 데로 안 오고 정문으로 들어오래? 분명 적혀져 있었을 텐데, 후문으로 들어오는 게 신상에 좋을 거라고 말이야. 아니, 애당초 정문으론 들어오기 꺼려졌을 텐데 무슨 수로 들어왔대?”

내 뒤통수에 대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뒤가 막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뭐, 됐다. 일단 저 발정난 년들이 사고 치기 전에 장소부터 옮길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조금 속이 메스꺼울 거야,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와 함께.

미처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눈앞에 있던 무시무시한 여자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 대신에, 확실히 존나게 속이 메스꺼웠다.

“우웁...”

“아, 거기다가 토하면 치우기 귀찮으니까 정 토하고 싶으면 여기다가 해.”

대뜸 내밀어진 봉투를 바라봤다.

검은 봉투였다.

친숙하기 그지없는 봉투를 받아쥔 내가 그 자리에서 봉투에 주둥이를 처박고 속을 게워냈다.

오늘 먹은 거라곤 센터에서 주워 먹은 과자 쪼가리에 불과해서 나오는 것도 없었지만. 그렇게 몇 번 헛구역질하면서 나오지도 않는 걸 게워내자 조금 속이 편해졌다.

그리고, 상황을 이해했다.

공간이동이었다.

마법을 다룰 수 있는 존재 중에서도 상당히 고위의 존재만이 구사할 수 있는 마법을 내가 겪은 것이었다.

마력에 대한 내성이 없으면 존나 좆같은 기분이라고 듣기만 했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정말로 좆같은 기분이였다.

마치 날 누가 집어 든 채로 마구 빙글빙글 돌려버린 듯한 기분. 아직까지도 공간이동의 영향이 남아있는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어지러운 것이 가신 내가 숨을 골랐다.

“좀 괜찮아졌냐?”

들려오는 목소리에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날 공간이동 마법을 써가면서, 그 무시무시한 곳으로부터 탈출시킨 존재가 아직 곁에 있다는 사실이 그제야 떠올랐다.

하지만, 덕분에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였기에 일단 감사를 전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가, 나를 빤히 내려다보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흐읍...”

무심코 숨을 들이켤 정도로 매혹적인 외모를 가진 여자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에, 골반에 바싹 붙은 짧은 치마. 무엇보다도, 커다란 가슴을 브래지어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것만 걸치고서 훤히 드러내고 있는, 차마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차림의 여자가 막대사탕을 입에 문 채로 쪼그려 앉고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쪼오옵, 하고 여자는 빨던 사탕을 뱉더니 내게 내밀며 말했다.

“한 입 할래? 어지러울 땐 단 게 최고거든.”

“...돼, 됐습니다.”

새것도 아니고, 방금 막 뱉은 사탕을 내밀며 말하는 그녀의 말에 가까스로 거절할 수 있었다.

솔직히, 냅다 받아서 츄베릅하고 정성스레 빨아먹고 싶다는 충동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여자는 그만큼 미녀였으니까. 그런 여자가 자기가 빨았던 사탕을 건네주는데,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거다.

하지만 그러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그런단 말인가? 나는 되도록 가늘고 길어도 좋으니 오랫동안 살고 싶었다.

“그래? 그럼 됐고. 아무튼...”

내게 내밀었던 사탕을 다시 입에 물고선 씨익, 하고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시선 돌리지 말고 보고 싶으면 그냥 봐도 돼. 어차피 닳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말하며 스윽하고 다리를 여는 여자 덕분에, 안 그래도 짧아서 보일까말까 했던 치마 안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치마 속을 들여다보게 된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 귓가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오늘 팬티 안 입었지 참.”

그 말대로였다.

치마 안쪽에는, 팬티라고 부를만한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에이, 너무 서비스해줘 버렸네... 뭐, 됐다.”

머리를 긁적이던 여자가 말했다.

“그래서, 어때?”

“...네?”

“네? 가 아니고, 어떠냐고. 내 보지.”

“......”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거지?

겉보기에는 그저 미친 듯이 예쁜 여자였지만... 눈앞에 있는 여자는 공간이동 마법을 사용하고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미친 듯이 예쁜 만큼 미친 듯이 강한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그것도 오늘 처음으로 본 여자가 자기 보지가 어떠냐고 묻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생각이 날 리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이런 질문을 받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으니까. 알았다고해도 생각날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그런 생각이 표정으로 드러났는지 여자가 말했다.

“정말이라니까? 내가 물어본 건데 쫌 빈정 상하는 대답을 들었다고 화를 낼 정도로 염치없는 년은 아니거든.”

...쫌 빈정 상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화낼 거라고 말한 거지, 지금?

나는 고심했다.

겉보기로는 엄청나게 예쁠 뿐 인간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내가 알기로는 인간 중에 공간이동 마법을 쓸 정도로 대단한 인간은 없었다.

아니, 있더라도 눈앞의 여자처럼 무영창으로 아무렇게나 쓸 정도로 마법에 능숙한 인간은 없다고 하는 편이 옳았다.

그러니까 눈앞의 여자도 인간족이 아니라 다른 종족임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지금의 상황을 납득할 수도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눈앞에 있는 여자의 종족의 상식으론 지금 같은 일이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럴 리가 없겠다고는 생각하지만, 기존의 상식 따위야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것이 지금의 세계였다.

...고심 끝에, 물었다.

“...그, 정말로 솔직하게 대답하면 됩니까?”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서 재밌다는 듯이 나를 내려다보는 여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눈앞에 보이는 것에 대한 감상을 입에 담았다.

“...분홍색의, 무척 예쁜 보지라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설마하니 보지를 보고 예쁘니 뭐니하는 말을 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지만. 정말로 솔직하게 그런 감상을 품게 할 만큼 예쁜 보지기는 했다.

연한 분홍빛이 감도는, 단 한 번도 침범을 허용한 적이 없다는 것처럼 일자로 꽉 다물려있는 보지는 정말로 예뻤다. 처음 보는 남자한테 자기 보지를 보여주는 여자가 처녀일 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예쁘다는 건 사실이었다.

“흐응... 말하라고 했다고 정말로 말하네?”

낮게 가라앉은 여자의 목소리에 아차 싶었다.

역시 믿는 게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마법이 날아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슬그머니 눈을 뜨자, 나를 무척이나 재밌다는 듯이 내려다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너, 재밌는 녀석이구나.”

그렇다고 합격시켜줄 생각은 없지만, 그렇게 말한 여자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

갑작스레 내밀어진 손을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자니 여자가 말했다.

“일어나라고, 아니면... 그냥 그대로 내 보지나 감상하고 있게? 그래도 상관은 없는데, 그 대신에 너 여기서 일 못 할 텐데?”

일...?

맞다, 일.

내가 여기 온 이유.

디스펜서인지 뭐시긴지하는 일을 하려고 온 거였다. 엉거주춤하게 여자가 내민 손을 붙잡자, 생긴 것과는 전혀 다른 괴력으로 훌쩍 내 몸을 일으켜 세운 여자가 말했다.

“가져왔지? 서류. 정문으로 들어온 건 둘째치고, 그거 없으면 여기 들어오기는커녕 보이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런 마법이거든, 하고 말하는 여자의 말에 나는 서류에 걸리던 마법을 떠올렸다.

그거, 그런 마법이었구나.

“...여, 여기 있습니다.”

대체 뭘 하는 일이길래 마법 없이는 들어오지도 못하는 곳으로 와버린 걸까, 괜히 무성했던 소문들이 떠올라서 잔뜩 주눅이 든 채로 서류가 담긴 봉투를 내밀었다.

“그래, 좋아.”

내게 받은 서류를 대충 훑어보듯이 읽던 여자가 피식하고 웃는 것이 보였다.

“이름이 한조야? 강 한조? 잘못 발음하면 강한 좆이 돼버리겠네.”

“......”

그래, 그래서 어릴 적에 이름으로 자주 놀려졌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날 놀렸던 새끼들을 전부 때려눕혔지. 결국, 그 망할 고아원 원장년한테 처맞아서 항상 사과하게 되는 것은 나였지만. 그런데도 난 언제나 날 이름으로 놀리던 새끼들을 죄다 후려팼었다.

이름.

내 이름.

세상이 이 꼬라지가 된 이후로, 아니 그 전에도 나란 새끼의 이름을 묻는 경우도, 듣는 경우도 거의 없다시피 해서 어색할 지경이 된 내 이름.

나는 날 고아원에 버리고 간 부모가 꼴에 무언가라도 내게 남기고 싶었는지 지어주고 갔다던 사연을 가진 내 이름을 떠올렸다.

버린 자식의 이름을, 그 자식을 버린 부모가 지어주는 이유가 대체 뭘까? 다른 누가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날 버린 얼굴도 모를 부모를 떠올리면서 좆같으라고? 더군다나 강 한조라니, 이름이 예쁜 것도 아니었다.

하다못해 시우 같은 이름이었으면 좀 좋았을까.

강 시우, 멋진 이름이었다.

강 한조, 좆같은 이름이고.

그래서 난 내 이름이 싫었다.

“...그래, 뭐. 서류는 문제없네. 딱히 병력도 없고, 딱 봐도 몸은 건강해 보이고. 남은 건 간단한 검사뿐이네.”

어느새 서류를 전부 읽었는지 그렇게 말한 여자가 나를 보며, 히죽하고 웃는 것이 보였다.

“그럼 어디, 이름값을 하는지 확인해볼까?”

이름값을 하는지 확인해본다고?

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이었다.

스르륵, 하고 내 바지가 제멋대로 흘러내렸다. 아니, 바지만이 아니라, 팬티도 훌렁 벗겨져 버렸다.

“휘유ㅡ”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여자가 휘파람을 불었다.

“이름값 제대로 하네, 강한 좆.”

* *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