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디스펜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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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디스펜서는 고객의 요구에 거부할 수 없다. 아니, 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못한다는 것에 가까웠다.
우선 서로간의 완력 차이가 너무 컸다.
오크나 그 외에도 여러 종족들이 섞여 있긴 했지만 디스펜서들은 대부분이 인간들이었다. 그에 반면, 고객쪽인 이종족들은 그런 대다수의 인간들을 가볍게 찜쪄먹는 것이 가능한 이들이었다.
아무리 거절할 수 있다고쳐도, 여러 이유로 쉽사리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는 디스펜서의 입장 때문이었다. 디스펜서들은 기본적으로 개인 사업자라고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몸이야말로 사업아이템이고, 그런 몸을 굴려서 수익을 얻는 구조였다. 물론, 굳이 몸을 팔지 않아도 정액만 팔아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는 했다.
하지만, 몸을 파는 것보다 수익이 매우 적은 것은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대다수의 디스펜서들은 몰리고 몰린 끝에 여기까지 온 인간들이 대다수였다. 그런 인간들이 돈을 마다할 수 있을까? 이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세 번째는...
내 주위에 있는 이종족들.
그 모두가 미형이라는 사실이었다.
당장 에일레야만해도 거대한 늑대의 발같은 것으로 팔을 바꾸더라도, 그저 커다란 늑대발이 달린 아름다운 미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것도 늑대 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미녀 말이다. 이건 무척이나 중요했다. 엉덩이에 나있는, 보기만해도 폭신해보이는 꼬리가 살랑거리는 것이 보이는데, 이게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었다.
뮤뮹뮤뭉도 그랬다. 슬라임이란 종족 특성상, 액체 비슷한 몸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언제나 젖어있는 상태나 다름없었다. 덕분에 뮤뮹뮤뭉의 가슴으로 감싸져 있는 내 왼팔이 질척질척하게 젖어들어가고 있었지만 딱히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이게 상당히 오묘한 감촉이라서, 기분 나쁘기보단 좋은 것에 더 가까웠다. 그런 슬라임에게 자지를 밀어 넣는다면 대체 어떤 기분일까? 항상 젖어있는, 끈덕지면서도 질척한 슬라임의 보지에 박는다면?
게다가 슬라임들은 기본적으로 옷을 입을 수 없었다. 슬라임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슬라임들은 몸에 무언가를 걸치는 것 자체를 꺼려했다. 덕분에 뮤뮹뮤뭉도 알몸인 상태였고.
그건 언제 박아도 오케이인, 몸 전체가 보지나 다름없는 여자가 옆에 있다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하나같이 아름답기 그지없는, 더군다나 일반적으론 감히 어쩔 수도 없는 여자들이 돈을 주고서라도 자신과 하고 싶다는데 그걸 거절할 수 있는 남자는 얼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의 이유로 항상 멋도 모르는 신입 디스펜서들이 마구 몸을 굴리다가 병원 신세를 지내는 게 되는 거였다.
근데 난 그래선 안됐다.
이미 릴리스에게 경고까지 들어놓고서, 그런데도 어차피 언젠가 맞닥뜨리게 될 거 처음부터 부딪혀보는게 낫다고 말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건데, 정작 그랬던 내가 쥐어짜여서 병원 신세를 진다?
쪽팔려서 얼굴도 못 들거다.
그야 막상 에일레야가 엘리베이터 문을 찌그러트리며 들이닥쳐왔을 때는 나도 모르게 쫄아서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마구 눌러대긴 했지만 그건 그거고.
아무튼, 그런 관계로 나는 절대로 쥐여짜인 끝에 미라꼴이 돼서 병원 신세를 질 수는 없었다.
그런 이유로, 무조건 병원 엔딩이 확정되는 집단 난교는 어떻게든 막기 위해서 냅다 질러보긴 했지만...
과연 이게 통할까 싶었다.
릴리스에게 들은대로라면 여기 있는 여자들은 꽤나 오랫동안 연대해오면서, 아무것도 모를 신입 디스펜서들을 홀려서 정액을 단체로 쥐어짜는 것을 낙으로 살고 있는 색정광들이었다.
그런 그녀들이, 어차피 마음만 먹으면 저항도 못할 나였다. 그런 나를 독차지하기 위해서 그간 연대해온, 다른 이들을 배신하는 것이 가능할까?
기껏해야, 이번 한 번만 나를 독차지할 수 있다는 정도로?
아마, 그건 아니겠지.
냅다 지르긴 했지만 반쯤은 이대로 끌려가서 쥐어짜일 각오를 한 참이었다.
그도 그럴게 서로의 눈치를 살피면서 그 누구도 이렇다할 말을 꺼내지 않는 적막이 이어진다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적막을 깬 것은, 내 오른편에 앉아있던 에일레야였다.
“선착순이라~ 그런 것보다, 그냥 우리랑 같이 하자~? 그쪽이 더 좋지 않아?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을 텐데~?”
은근슬쩍 더욱 강하게 자신의 가슴골 사이로 내 팔을 끌어당겨오는 에일레야의 부드러운 젖가슴의 감촉이 팔에 전해져왔다.
‘꼴에 수작부리기는’하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에일레야를 보지 못했더라면 나도 모르게 헤롱대고 있을 것만큼 매력적이었다.
“응~? 누나들이 잔뜩 기분 좋게 해줄테니까~?”
스윽, 하고 그런 내 자지에 손을 뻗어오는 에일레야를 보면서 눈을 질끈 감으려고 할 때였다.
내 왼편에 있던 뮤뮹뮤뭉이 입을 열었다.
“열 번. 정말?”
단락적으로 내뱉는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뻔했다. 내가 외친, 풀발기 10연속 사정이 정말이냐고 묻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엘릭서는 가히 포션의 왕, 지고의 영약이라 불릴만 한 것이여서 고작 조금 커다란 요구르트만한 것을 3병만 마셨을 뿐인데 내 정력은 이전과 비교해서 월등하게 좋아졌다.
릴리스에게 한계까지 쥐어짜인 것이 불과 한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전부 회복된 것도 모자라서 내 한계 사정횟수였던 최대 8회가 10회이상으로 증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거기서 또 쥐어짜이진 않아서 내 한계가 어느정도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명색의 서큐버스인 릴리스는 그런 나를 보고 최소한 10번은 할 수 있을 거라고 보장까지 해줬다.
즉, 풀발기 10연속 사정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스물둘의 영웅이자 음마들의 여제라고 불리는 릴리스의 보증서가 딸린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며 말했다.
“네, 열 번. 쌉가능합니다.”
오ㅡ 하고 주변에서 나지막하게 탄성을 내뱉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뮤뮹뮤뭉이 보였다.
슬라임족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은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게 해줬다.
단지,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녀를 보면서 그녀가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이상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냅다 질렀다.
10번.
솔직히 릴리스의 보장이 있긴 했지만, 정말로 그런지는 아직 알 수도 없는데 거기서 추가한 것이다.
그리고 뮤뮹뮤뭉이 그런 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한 번. 15만 원. 정말이면. 두 배.”
여전히 단락적인 뮤뮹뮤뭉의 말이었지만 어쩐지 그 의미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한 번에 15만원, 대신 10번이 정말이라면 그 두배로.
그러니까, 10번이면 무려 300만원...
...300만원?
세상이 씹창이 나기 전, 그러니까 내가 아직 정년퇴직까지 꿀을 빠는 희망을 갖고서 한창 일하고 있었던 시절에도 내 월급이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게 실화인가?
“잠깐만 뮤뮹, 너 그러기야~?”
설마하니 뮤뮹뮤뭉이 배신할 줄은 몰랐다는 듯이 에일레야가 당황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뮤뮹뮤뭉은 그런 에일레야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보며 말했다.
“이거면 충분?”
300만 원이다.
충분하다 못해서 넘쳐날 지경이었다.
나는 내 팔을 가슴에 끼다시피하고 있던 에일레야를 뿌리치고서 뮤뮹뮤뭉의 허리를 한팔로 끌어안았다.
말캉하고 그런 내 팔이 뮤뮹뮤뭉의 몸에 파고들었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시원한 감각. 슬라임 특유의 액체와 고체 사이의 감촉이 팔에서 전해져왔다.
뭔가 난생 처음 느껴보는 오묘한 감각인데, 싫지는 않았다.
아무튼 나는 그런 뮤뮹뮤뭉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당연히 충분하죠, 누님. 당장 방으로 가보실까요?”
애당초 그렇고 그런 일을 하는 목적으로 세워진 곳이다 보니 룸이야 당연히 딸려 있었다. 당장 2층만 해도 한창 쥐어짜이고 있을 디스펜서들이 가득할 거다.
지하에도 다른 의미로 쥐어짜고 있을 디스펜서가 있겠지만.
아무튼 나는 당장 뮤뮹뮤뭉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다가ㅡ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몸을 일으키던 내 팔을 붙잡으면서, 에일레야가 말했다.
“20만 원. 조건은 뮤뮹, 저년이랑 똑같이.”
빠득, 하고 이를 갈면서 에일레야가 말했다.
“어때~? 이쪽이 조건은 더 좋은데~?”
1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내 몸값이 무려 100만 원이나 올라버렸다.
“평소부터 웨어비스트만 보면 꼴려서 미칠 것 같았어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진짜로 그랬다.
안 그래도 신체적으로 인간보다 훨씬 우월한 웨어비스트들이었다.
우월하다는 건, 발육이 좋다는 것과도 같았다.
미친 듯이 거대한 젖탱이를 가지고 있는 미노타우로스족, 그중에서도 홀스타인이라고 따로 불리는 종족들만은 못했지만 기본적으로 웨어비스트들은 하나같이 거유들이었다.
그런 점에선 에일레야도 충분할 정도로 커다란 젖가슴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꼴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진심을 담아 내가 말하자 흐흥, 하고 에일레야가 코웃음치며 뮤뮹뮤뭉을 바라보다가 나에게 말했다.
“그렇게 됐다네~? 자, 누나한테 오렴~?”
“네, 누님.”
그렇게 말하면서 냉큼 뮤뮹뮤뭉에게서 떨여저서 에일레야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뮤뮹뮤뭉에게 그렇게 말해놓고선 순식간에 손바닥을 뒤집어버린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그게 뭐 어쩌란 건가.
100만 원인데, 손바닥이야 뒤집고도 남았다. 100만원은 무거운 내 손바닥을 뒤집을 힘이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내 팔을 뮤뮹뮤뭉이 붙잡았다.
아니, 이걸 붙잡았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뮤뮹뮤뭉의 허리에 감았던 팔이 그대로 그녀의 몸속에 파고든 채로 도무지 떨어지지 않았을 뿐이니.
붙잡은 건 아니고, 집어 삼켜졌다고 해야 하나.
말캉말캉하면서도 뭔가 톡톡 쏘는 듯한 느낌이 팔에서 느껴졌다.
마치 탄산 같은 느낌의...
그러고 보니 뮤뮹뮤뭉의 손가락을 빨았을 때도 톡 쏘는 사이다 맛이 났지.
아무튼,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분위기가 이상했다.
“어머, 뮤뭉? 그런다고 쟤가 나한테 오는데 바뀌는 게 아니잖아~?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고 놓아줄래~?”
그런 뮤뮹뮤뭉을 보며 이죽거리는 에일레야의 말에, 안 그래도 이상했던 분위기가 더더욱 이상해졌다.
정확히는, 뮤뮹뮤뭉의 몸 안에 박혀있는 내 팔이 부그르르하는 느낌과 함께 무척 따가웠다.
그걸 뮤뮹뮤뭉에게 따지기엔 그녀의 기세가 너무 무서웠다.
말없이 에일레야를 바라보는 뮤뮹뮤뭉의 모습이 너무 무서웠다.
그런 뮤뮹뮤뭉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에일레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먼저 배신한 건 뮤뮹뮤뭉, 너라는 걸 잊지 말아 줄래~?”
그렇게 말하는 에일레야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뮤뮹뮤뭉이 입을 열었다.
“...25만 원.”
그것이 시작이었다.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웨어비스트와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슬라임의돈으로 하는 전쟁이.
팝콘.
팝콘 가져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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