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릴리스 아슈타로테 (3)
* * *
“으, 씨벌...”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서 게슴츠레 눈을 뜨자, 평소와 같은 낡아빠진 내 집의 천장이 보였다.
“작작, 마실걸... 웁...”
속이 메스꺼워서, 그대로 토해버릴 뻔한 걸 참으면서 멍하니 그렇게 있었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필름이 끊겼다.
평소에 술을 그렇게 즐기지 않는다고 해야하나, 술을 살 돈이 없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오랜만에 잔뜩 마셔서 그런지 머리가 빠개질 것 같았다.
워낙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두통이 장난이 아니었다. 누가 망치 같은 걸로 내 머리를 후려친 듯이 아팠다.
숙취가 원래 이정도였나?
아무튼, 그렇게 한참을 멍때리며 천장을 보다가 조금 진정이 되고서야 몸을 일으켰다가 방금까지 숙취로 지끈거렸던 머리가 단번에 말끔하게 나아버리는 기적을 겪을 수 있었다.
아니, 나아버린 게 아니라 머리가 아픈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해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런, 씹.”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욕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 옆에서 잠들어있는 릴리스를 발견했으니까 당연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릴리스가 알몸이라든가 하는 일은 없었다는 점이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둘 다 알몸으로 나자빠져 있는 것은 아니니, 적어도 술에 꼴아서 사고를 치진 않은 모양이었다.
둘 다 사고 치고서 도로 옷을 입고서 잠든 게 아니라면야.
그래도 내 허리를 끌어안고서 새근대며 자는 릴리스를 보고 있자니 밤새 내가 뭔 짓을 했는지 두렵기 그지없었다.
무슨 실수한 건 없었겠지?
필름이 끊겨서 그런지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아서,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차근차근 기억에 남는 것들을 떠올려봤다.
그러니까, 내가 뭘 어쨌더라?
한참이나 릴리스가 먹여대는 맥주를 받아마시고, 그러다가 평범한 술판이 되어버렸던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 뒤에는, 취해버린 릴리스가 이것저것 푸념하기 시작하는 것을 들어주거나, 반대로 내가 이제까지 살면서 겪은 좆같았던 일들을 이야기해주거나.
그런 식으로 대화를 나눴던 것까지도 기억이 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애미...”
필름이 끊기기 직전,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을 떠올린 나는 나지막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만큼 충격적인 기억이 떠올라버렸다.
‘엄니, 근데 진짜 처녀에요? 아니, 어뜨케 서큐버스가 처녀야? 말이 되는 소릴 해야져.’
‘이 씹새가? 사람이 말을 하면 믿을 줄 알아야지이.’
‘믿기는 소리를 해야지, 서큐버스가 처녀라는 말을 대체 누가 믿어여?’
‘진짜, 이게 뒤지고 싶나아?’
‘또 때리려고요? 또? 봐, 꿀리는 게 있으니까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거잖아.’
‘조오아, 이 씹새끼. 그렇게 못 믿겠으면 확인해자고오... 대신 내 말대로면, 이번 좆태창은 내가 마음대로 해버릴 거다아? 쫄리면 뒈지시고.’
‘해봐요. 보지 까봐, 누가 쫄 것 같아?’
‘딱 대, 이 씨발놈아.’
내 안의 유니콘이 날뛴 모양인지, 릴리스가 처녀인지 아닌지에 대한 갑론을박 끝에 결국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을 정도로 만취한 릴리스가 나에게 그렇게 못 믿겠으면 확인해보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여기까지라면 괜찮았다. 흔하다면 흔한, 술에 완전히 꼴아버린 두 주정뱅이가 헛소리를 하면서 투닥거리는 거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일이었으니까.
근데 주정뱅이들이 그렇게 헛소리로 지껄인 걸 실천에 나선다면, 그렇게 돼버리면 더이상 괜찮은 일이 아니게 되는 법이었다.
내게 욕설을 뱉으며, 그대로 치마 밑으로 손을 집어넣은 릴리스가 팬티를 잡아 내리고서,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두 다리를 벌리며 말했다.
‘봐, 이 씹새야.’
‘아니, 뭘 보라고여.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바라는 것도 존나 많네. 씨발놈... 이제 됐냐아?’
그리고, 검지와 중지로 스스로 보지을 열어젖혀서 분홍빛을 띤 구멍의 안쪽을 보여줬던 것이.
‘씨발. 내 말이 맞지? 나 처녀라고.’
그렇게, 릴리스의 보지 안을.
단 한 번의 침범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듯, 버젓하게 남아있던 처녀막을 확인했던 것이 떠올랐다.
‘와, 씨발. 이왜진? 암만 봐도 구라 같은데, 손가락 넣어봐도 됨?’
‘지랄하지 마, 이 미친놈아.’
‘그럼, 핥아 봐도 됨?’
‘이, 씨발. 내 보지에서 빨리 떨어져, 이 불효자 새끼야.’
그렇게 말하면서 내 머리를 걷어차는 릴리스와 릴리스에게 걷어차이고서도 와, 내 엄마가 처녀야! 이 지랄 하면서 낄낄거렸던 것도 떠올랐다.
그런 나를 보며 그만해 이 미친놈아하고 소리치며 연신 발길질하던 릴리스도, 그렇게 처맞으면서도 웃는걸 멈추지 않았던 나도 떠올랐다.
머리가 존나 빠개질 것처럼 아픈 게 숙취 때문이 아니었구나...!
그냥 술에 꼴은 상태에서 릴리스에게 존나 처맞아서 아픈 거였다.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애미, 씨발. 좆됐다...!”
대체 뭔 짓거리를 한 거냐, 한조야. 아무리 취해서 개새끼가 됐다고 해도, 해도 되는 거랑 안 되는 건 구분했어야지...!
아니, 정말로 이게 내 기억인지 확신하긴 일렀다.
술에 너무 취해서, 개꿈을 꾼 걸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제정신으로 할 짓이 아닌 짓이었다. 그야, 기억 속의 나나 릴리스나 만취 상태의 주정뱅이여서 제정신이 아니었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이게 진짜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행복회로를 돌려보려고 해도 한 번 솟아나기 시작한 기억은 멈출 줄은 몰랐다.
‘아무튼, 씨이빨. 이제 됐지? 넌 뒤졌어, 이제에.’
‘잠깐만요, 어머니. 심신미약 상태에서 한 계약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
‘닥쳐, 이 씨발놈아.’
그대로 내 목덜미를 잡고서 침대에 던지듯이 눕혔던 릴리스가 내 위에 올라타고서는 말했다.
‘좆태창 열어, 이 새끼야아.’
나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말하는 릴리스를 보고서, 내가 좆태창을 펼쳤던 것이 떠올랐다.
‘하, 이 새끼. 생각보다 제법이네... 잔뜩 빨았구나? 뮤뮹뮤뭉이랑 오지게도 했나보네에... 좋았냐?’
‘개쩔긴 하더라고요.’
‘미친 새끼, 말하라고 해서 진짜 말하냐? 뭐, 아무리 그래도 나보단 못할걸? 이래 봬도 내가 서큐버스라고. 섹스하면 서큐버스, 즉 나라는 소리지.’
‘처녀면서’
‘이 씹새가?’
내 위에 올라탄 채로 릴리스가 낄낄거리며 내 배를 더듬었다.
‘아무튼, 넌 이제부터 강한 좆이 아니야아.’
릴리스가 내 배를 더듬을 때마다, 내 좆태창의 상태가 바뀌었다.
‘슬라임에 박아본, 존나게 큰 강한 좆이지. 지금도 크긴 한데, 여기서 더 존나게 커지는 거야아. 빨리 길이에 전부 찍어라, 처맞기 싫으면?’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머니. 지금도 존나 큰데 이 이상은 씨발, 말도 안 된다고요.’
‘그러길래 왜 깝쳤는데에? 빨리 찍어, 곱게 말해줄 때애.’
눈앞에서 주먹을 흔들며 말하는 릴리스의 협박에, 결국 내기에서 진 내가 좆태창을 열어서, 릴리스의 말대로 뮤뮹뮤뭉으로부터 빨아들여서 저장해뒀던 힘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아무튼 포인트랍시고 있던 것을 죄다 길이에 몰빵했던 것이 떠올랐으니까.
“아냐, 아닐 거야...”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나는 웃옷을 들춰서 배를 확인했다.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만 같이, 새하얗게 속이 꽉 차있던 자지 문양이 삐쩍 말라버린 것이 보였다.
“...좆태창.”
뮤뮹뮤뭉으로부터 잔뜩 빨아들인, 모종의 경험치 같은 것이 싹 다 털려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끝까지 현실을 부정하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삐빅하는 소리와 함께 내 팔찌, 바디체커로부터 푸른 창이 떠올랐다.
『이름 : 강 한조』
『칭호 : 슬라임박이』
『종족 : 인간』
『성별 : 남성』
내 몸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시켜주는 마법이 걸려있는 바디체커와 내게 부여되어있는 레벨 드레인을 연동시키면서, 마치 게임에서나 볼 법한 상태창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마법.
릴리스가 독자적으로 개발해낸 마법, 좆태창의 효과였다. ‘맘마통’과 연관된만큼 어지간한건 거기서 본 내 정보에 대한 것과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능력의 주체가 릴리스인만큼 그녀의 센스가 섞여있긴 하겠지만.
그나마 이전에 봤던 것과 달라진 점이라면, 칭호라는게 새로 생겨났고 거기에 떡하니 박혀있는 슬라임박이정도였다.
슬라임박이...
저것도 아마 릴리스가 추가한 거겠지.
하지만 이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 이름이 강 한조고 종족이 인간이고 남자인 거야, 당연한 일이고 슬라임박이야 팩트긴 했다. 중요한 건 그 밑이었다.
나는 밑으로 주르륵하고 떠오른 것들을 확인했다.
『신장 : 184cm』
『체중 : 81kg』
내 키와 체중까지도 나와 있는 것도 넘어가서, 더욱 밑으로.
『자지 길이 : 15.9cm/29.8cm』
『자지 둘레 : 9.6cm/15.3cm』
『상태 : 건강함』
『소질 : 왕자지』
마침내 확인한, 원래보다 2cm 이상씩 커져 버린 자지를 확인한 나는 절망했다.
“이런, 씨발...”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별수 없었다. 한번 찍어버린 능력치를 도로 돌릴 수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으니까. 어차피 존나게 컸던 자지가, 좀 더 커진 것에 불과하니까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근데, 각각 0.1cm, 0.2cm 차이로 16cm와 30cm가 되지 못한 건 존나게 꼴 받았다.
“으음...”
그런 내 눈에 아주 그냥 꿈나라에서 헤어나올 줄 몰라하는 릴리스가 보였다. 쿡, 하고 손가락으로 그런 그녀의 뺨을 찔러봤다.
“응...”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그런 내 손가락을 피해서 고개를 돌려버리는 릴리스.
“...뭐, 됐다.”
그런 릴리스를 보니 아무래도 좋아졌다. 솔직히,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져보자면 릴리스의 말을 믿지 못하고 깝친 내가 잘못한 거였으니까.
하필이면 그때 둘 다 술에 취해있어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던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 문제였을 뿐이었다.
“끄으응...”
아무튼, 대충 그런 릴리스에게서 떨어져서 침대에서 어기적거리면서 빠져나왔다. 고작 2cm 정도가 바뀌었을 뿐인데, 위화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팬티에서 구렁이가 꾸물대는 느낌.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기분은 침대 밑에 잔뜩 널부러져있는 맥주캔들을 보며 더더욱 나빠졌다.
옘병, 밤새 얼마나 처마신거지.
발치에 걸리적거리는 맥주캔들을 피하여 어기적어기적 걸음을 옮기다가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검은색의, 레이스가 달린 팬티였다. 내가 변태 새끼도 아니고, 남자 혼자 사는 집에서 여자의 팬티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으니, 저건 릴리스의 팬티가 분명했다.
그것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게 온전하게 진실들이라면... 릴리스가 벗어던진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팬티가 분명했다.
“......”
조심스레 집은 팬티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다. 따끈따끈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몬가몬가한 느낌으로 온기가 남아있는 팬티를 무심코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잠깐만, 팬티가 왜 여기 있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뒤를 돌아보자, 여전히 침대 위에서 밍기적거리며 잠들어있는 릴리스가 보였다. 내가 빠져나가서 살짝 쌀쌀해지기라도 했는지, 꼬물거리며 움직이는 릴리스 덕분에 치마 안쪽이 보일 듯 말 듯 했다.
허벅지, 그리고 보일 듯 말 듯 한 치마 안쪽... 그 안에 있을, 만취한 상태에서 직접, 처녀임을 확인했던 릴리스의 보지가 떠올랐다.
“...아, 씨발.”
개꼴리네.
마음 같아선 당장 화장실로 들어가서 딸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내 딸딸이 한 번에 수십만 원은 손해 보는 셈이라고 생각하니 그러기도 뭐했다.
그냥 얌전히 밥이나 하자.
결국 그렇게 하기로 하고서, 냉장고를 열었다.
싸고, 양이 많아서 평소에도 자주 먹는 콩나물이 잔뜩 있었다. 이걸로 대충 콩나물국을 하면 숙취에도 좋을 테니 괜찮겠지. 반찬으로 할만한 건딱히 없는데... 워낙에 사둔 것이 없어서 냉장고를 뒤져봐도 딱히 먹을 게 없었다. 기껏해야 김치 하나만 덩그러니 있을 뿐.응, 이것도 대충 콩나물이나 버무려서 콩나물무침으로 하기로 했다.
그 외에는, 찌개나 할까?
콩나물에 대충 된장을 풀어서 만드는 콩나물 된장찌개. 생긴 건 좀 그래도 생각보다 맛있었다.
그래도... 뭔가 콩나물만 잔뜩이라서 조금 그랬다. 평소라면, 나 혼자라면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서 잘만 먹겠는데오늘은 릴리스가 있었다.
“장이라도 보고 올까...”
근처 마트라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돈도 있고.
“...좋아.”
장이나 보고 오자.
릴리스가 깨기 전에 후딱 다녀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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