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 릴리스 아슈타로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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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1500원이나 주고 산 두부를 네모나게 썰어주고서 콩나물을 넣고 푹 끓이고 있는 물에다가 퐁당 떨어트린다.
조미료는 고향의 맛과 소금 정도로만 해두고, 콩나물의 비린내가 없어지도록 뚜껑을 닫아줬다. 이제 가만히 내버려 둬도 먹을만한 콩나물국이 완성될 거다.
그다음으론, 마찬가지로 콩나물을 넣어 끓이고 있는 된장찌개에 양파랑 두부를 썰어넣었다. 이제 이것도 걍 냅둬도 그럴듯하게 될 테니 넘어가고...
국이랑 찌개는 내버려 둔 채로 데친 콩나물을 소금과 간장, 고춧가루를 대충 뿌리고 마늘을 빻은 거를 조금 넣고 버무렸다. 그러자 아삭아삭하고 짭조름한 콩나물무침도 금방 완성됐다.
여기까지만 해도 평소에 먹던 것과 비교하면 진수성찬인데 오늘은 좀 달랐다.
마트에서 사온 계란과 햄까지도 있었으니까. 식용유를 두른 후라이팬에 계란을 세 개나 까서 놓고, 빈자리에 마찬가지로 썰어놓은 햄을 구웠다.
지글지글, 듣기만 해도 배가 고파지는 소리와 함께 노릇노릇 구워지는 햄의 냄새와 계란이 맛있는 계란후라이도 변해가면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섞여서, 침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식욕이 생기질 않았다.
바로 조금 전에 본 광경 때문이었다.
침대 밑으로 머리를 처박고서 엉덩이만 내밀고 있던 릴리스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짧은 치마로는 차마 가려지지 않아서 드러난 릴리스의 엉덩이라든지, 조금만 더하면 안쪽이 보일듯했던 거라든지가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릴리스가 왜 그런 꼴로 침대 밑을 살펴보고 있었는지는 알 것 같긴 했다. 지금도 내 주머니 안에서 따끈따끈하게 뎁혀지고 있는 릴리스의 팬티, 그 팬티를 찾고 있던 거겠지.
“...들키면 좆되겠네.”
절대로 들키면 안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다 끓은 콩나물국에 썰어놓은 파를 뿌려 넣었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안쪽에서 힘이 쭉 빠진 듯한 릴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도 되니까 노크 같은 거 안 해도 되거든?”
릴리스의 대답에 대충 문을 열고서 밥상을 들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밥 먹어요.”
“...네가 한 거야?”
고개를 끄덕이자,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릴리스. 그런 릴리스의 앞에 밥상을 내려놓자, 그런 릴리스의 표정이 구겨졌다.
“엑, 콩나물... 아니, 그거야 그렇다고 쳐도, 콩나물국에 콩나물무침에, 이건 또 뭐야? 된장찌개? 여기에도 콩나물을 넣고 먹어?”
“햄이랑 계란후라이도 있잖아요.”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너 평소에도 이런 거 먹었냐?”
“계란이랑 햄을 빼면, 대충 그렇죠? 이렇게 해도 3끼 전부 챙겨 먹지는 못했지만.”
싸고 가격 대비 양도 많은 편이긴 한데, 콩나물도 공짜는 아니니까 별 수 없었다. 아껴야할 때는, 그런 콩나물도 제대로 못챙겨먹고는 했던게 어제까지의 내 인생이었다.
“...그러고도 그런 몸이 유지가 된다고?”
내 말에 이상하다는 듯이 날 쳐다보는 릴리스가 보였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나도 내 몸이 이렇게까지 유지된다는 게 신기하긴 했었으니.
근데 이건 날 때부터 그랬다.
고아원에서부터 이상하게 먹는 것 좆도 없는데 키도 쑥쑥 자랐고,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근육질인 몸이 되어버렸으니까.
딱히 그뿐, 특별한 건 없었지만.
“이상하네, 너 기프트 검사 같은 거 안 해봤어?”
기프트.
세상이 이 꼬라지가 되어버린 후에 넘쳐나는 것이 몇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수많은 차원이 합쳐지다 보니 당연하다는 듯이 넘쳐나게 된 인구였고 또 하나는 넘쳐나는 땅과 자원이었다.
마지막으로는, 바로 이 기프트의 이유이자 원인, 그리고 근원이나 마찬가지인 마나였다.
내가 살고 있던 차원은 마법의 마도 모르고, 과학 승리 테크를 타고 있었지만, 대다수의 차원에서는 마나가 존재했다.
아니, 사실 내가 살아가던 차원도 존재는 했었을지도 몰랐다. 워낙 희미해서 관측할 수 없었을 뿐, 존재는 했었을지도 몰랐다. 좆망하기 전에 있던 신화나, 마법사 같은 전설이 그것들로부터 유래된 것일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그거야 이제와서 확인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 마나라는 게 대체 무엇인가였다.
내가 아는 거라곤 별거 없었지만, 쉽게 말해서 마나란 건 일종의 힘, 연료라고 봐도 됐다.
어쨌거나 마법이란 것도 이 마나라는 걸 사용해서 쓴다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닐 거다.
무공도 이 마나를 사용해서 사용한다고 하고. 내공은 어디로 가고 마나를 쓰냐고? 마나의 다른 이름이 내공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차원들이 죄다 합쳐지던 가운데 당연하게도 마나 역시 풍부하게 변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차고 넘치는 마나를, 자기도 모르게 받아들여서, 마법이라든지 무공이라든지하는 방식이 아닌 신체 자체가 마나에 적응해버릴 경우 생겨버리는 일이, 그것이 바로 기프트였다.
천성적으로 마나를 받아들이는 몸을 타고나서, 후천적으로 그런 마나들을 받아들이다 보니 신체 자체가 마나에 적응 및 진화하면서 개화되는 재능, 소질...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했던 인간이, 느닷없이 입으로 불을 뿜게 된다든지 하는 힘을 갖게 되어버리게 해주는 것이 바로 기프트였다.
이른바 인생 역전이라고 해도 좋은 일이라는 거였다.
당연하게도, 나 역시, 그런 기프트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 꿈과 희망을 갖고서 내게도 그런 기프트가 있을지 확인해본 적이 있었다.
잘만하면 인생 역전이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결과는, 내가 그냥 평범한 좆간이란걸 다시금 알았을 뿐이었다.
다소 마나를 잘 받아들이는 체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기프트가 생길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했던가?
“해보긴 했었죠. 혹시 모르니까. 근데 그런 거 없던데요?”
“그래...? 진짜 이상한데...”
고개를 갸우뚱하는 릴리스를 보다가, 내가 입을 열었다.
“저한테 기프트같은 게 있었으면, 애초부터 어머니랑 만날 일도 없었을 테니 오히려 잘된 것 같기도 한데, 어머니는 아닌가 봐요?”
그런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던 릴리스가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새끼, 말은 잘하네.”
“뭐, 그건 됐고. 빨리 밥이나 먹자고요. 저 배고프거든요?”
“그냥 알아서 먹으면 되지, 굳이 내가 먼저 먹어야 해?”
“일단은 어머니잖아요? 그럼 어머니 먼저 숟가락을 들어야죠. 어릴 때 그따구로 배워먹어서 어쩔 수 없어요.”
어릴 적에 고아원 원장보다 먼저 숟가락을 들었다고 숟가락으로 졸라 처맞은 이후로 몸에 새겨진 버릇이었다.
“흥, 뭐... 좋아.”
숟가락을 들고서 고민하던 릴리스가 이내 조심스레 콩나물 된장찌개를 떠서 먹어보는 것이 보였다.
“오... 생각보다 맛있네?”
“그렇죠?”
“그래 봤자 콩나물이긴 한데. 응, 뭐 먹을 만은 하네.”
그냥 맛있다로 끝내면 어디가 덧나나.
이어서 콩나물국이랑 콩나물무침도 먹어보더니 생각보다 밥을 먹기 시작하는 릴리스가 보였다. 나 역시 그런 릴리스를 보다가 숟가락을 들었을 때였다.
“근데, 너.”
“밥 먹는데 말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어머니? 예의 없게.”
“예의는 씨발 네가 없는 거고. 아무튼, 너... 그, 술 마시고서 뭔 일 있었는지 기억나냐?”
계란후라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있다가 릴리스의 말에 고개를 들자 푹푹, 연신 밥그릇을 숟가락으로 찔러대는 릴리스가 보였다.
얼굴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귀 끝이 새빨갛게 물든 릴리스를 보고서, 머리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다.
“...왜 말이 없어? 기억나냐니까.”
“아뇨? 뭔 일 있었어요?”
그런 내 말에 의심스럽다는 듯이 나를 보는 릴리스. 하지만 기억 안 난다고 말해버린 이상, 그런 시선에 쫄아서 들킬 생각은 없었다.
꾸욱, 하고 다리를 꼬집으면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자 한참을 날 보던 릴리스가 입을 열었다.
“그래...? 기억 안 나면 됐고...”
그러고서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하는 릴리스가 보였다.
됐다.
속으로 안도하며 노른자를 터트렸다.
알맞게 반숙이 된 노른자가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콩나물무침에, 반숙으로 익힌 계란후라이는 못 참지.
슥슥, 밥 위에 콩나물무침에 계란후라이를 얹고서 입에 넣으려고 했을 때였다.
내 다리 사이로 무언가가 닿았다.
고개를 내리자, 앙증맞은 릴리스의 발가락이 바지 밑으로도 알 수 있을 만큼 단단하게 발기한 내 자지를 꾹, 꾹 누르고 있었다.
다시 고개를 들자, 숟가락을 든채로 릴리스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생긋, 하고 릴리스가 그런 나를 보며 미소지었다.
“근데, 씨발. 기억 안 난다는 새끼가 왜 밥상머리 앞에서 발기하고 지랄인지 물어봐도 될까? 설마 콩나물 보고 꼴리거나 한 건 아닐 테고?”
꾸우욱, 하고.
내 자지를 발로 지그시 누르며 릴리스가 말했다.
“응? 말해봐 씹새야.”
“아잇 씨발.”
이건 반칙이잖아.
그걸 발견한 것은 온종일 ‘맘마통’을 보고 다니는, 여느 커뮤니티에든 존재하는 흔하디흔한, 그런 고인물이었다.
디스펜서를 사는 건 돈이 들지만, 그냥 정보글이나 리뷰따위를 보는 건 무료였으니까.
대리만족이라고 해도 좋았다.
하지만 ‘맘마통’에 게시되는 디스펜서의 정보부터 시작해서, 이용자들이 이용자들이다보니 하나같이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리뷰글은, 솔직히 훌륭한 딸감이었다.
“어디 보자, 강한 좆이었지?”
그리고 그 중에서는, 제법 마음에 드는 조건을 가지고 있는 디스펜서의 일거일수투족을 쫓아다니면서, 새로운 리뷰가 생기는지 확인하는 그런 이들도 있는 법이었다.
‘질펀하게진심교배프레스당하고싶다’도 그런 이들 중의 하나였다.
불과 어제 등록한 새로운 디스펜서.
하지만 인간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26cm가 넘는 자지를 가지고 있던 디스펜서를 떠올리며 정보글을 찾아본 ‘질펀하게진심교배프레스당하고싶다’는 새롭게 갱신된 정보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리뷰 (1)
“아이, 씹. 어떤 년이야?”
불과 어제 등록된 디스펜서였는데, 벌써 리뷰가 하나 달려버렸다. 해당 디스펜서를 구매하지 않은 사람은 쓸수조차 없는 리뷰인만큼, 이미 해당 디스펜서는 순수를 잃어버린 것이 분명했다.
하긴, 자기도 자지가 26cm나 되는 디스펜서가 동네에 있었다면 못 참았을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아직 아무것도 모를, 응애 디스펜서다?
참는 년은 분명 존나 독한 년이거나, 미친년일 게 분명했다.
“공감은 하겠는데, 그래도 존나 아깝네...”
아쉬움을 달랠 겸 리뷰나 보면서 자위나 하기 위해 특제 딜도를 꺼내 들었던 ‘질펀하게진심교배프레스당하고싶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만큼 충격적인 사실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29cm?”
그것도그냥 29cm도 아니고 30cm에 가깝게 꽉 채운 29cm.
어제 찍어둔 스크린샷를 확인해봤지만분명했다.
발기 전이나 발기 후나, 어느 쪽이든 자지가 무려 2cm가 넘게 커져 버렸다.
“말도 안 돼...”
하지만 디스펜서들이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아티펙트, 바디체커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디스펜서들의 신체정보를 갱신시켜주는 ‘맘마통’이 구라를 칠 리가 없었다.
즉, 강한 좆.
이 인간이 하룻밤 사이에 자지가 2cm가 넘게 자라버렸다는 소리였다.
그게 말이 되나?
인간인데?
벌떡, 몸을 일으켜 세운 ‘질펀하게진심교배프레스당하고싶다’는 리뷰를 확인했다. 갑작스레 자지가 커질 리가 없으니,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뮤웅뮤융맘’이 작성한 리뷰를 확인했다.
[코어에 푹푹♡ 찔러지는 경험은 처음이었어♡ 10번이나 안에 가득 싸버려서, 한방에 임신시켜버리는 특상 자지♡ 최고♡ 5/5]
코어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하는 걸 보면, 아마 슬라임이겠지.
근데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10번... 이라고?”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가장 잘나가는 디스펜서도 5번만 싸도 축 늘어지는데? 그 두 배라고?
자지도 존나 큰 주제에정력도 좋다니 말도 안됐다.
더군다나하룻밤 사이에 그 존나 큰 자지가 거기서 더 크기까지 하다니, 이건 사기였다.
대체 왜...
우리 동네엔 이런 디스펜서가 없는 거지?
존나 이사 마려웠다.
딸도 안쳤는데 몰려드는 현자타임에 한숨을 내쉬다가, 불현듯 떠오른 사실에 ‘질펀하게진심교배프레스당하고싶다’는 댓글들을 확인했다.
‘저눈애옹이애오’
그렇게 적혀져 있는 아이디를, 저 디스펜서가 있는 동네에서, 우연히 저 디스펜서와 마주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던 이를 찾은 ‘질펀하게진심교배프레스당하고싶다’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친애하는 ‘저눈애옹이애오’님. 하시는 일에 전념하시는 가운데 ‘저눈애옹이애오’님의 존체 더욱 건승하심을 앙축하나이다. 다름이 아니오라...』
“그래, 씨발. 우리 동네에 없으면 내가 직접 가면 그만이다 이거야!”
그리고 자기와 같은, 허구한 날 ‘맘마통’을 붙잡고 있을 고인물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자지가 복사가 된다고!!질펀하게진심교배프레스당하고싶다』
그 순간, ‘맘마통’은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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