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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16화 (16/523)

〈 16화 〉 천호 (1)

* * *

아침부터 밥 먹다 말고서 한바탕 좁아터진 방 안에서 술래잡기를 하질 않나, 개지랄이 있었긴 했지만 다행히 별 탈 없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그때 일이야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단 서로 술에 꼴아서 개가 된 나머지 생겨버린 사고에 가까웠으니까.

개가 개들끼리 개짓거리를 한 것을, 술이 깨고 난 뒤에 따지기도 뭐하고, 솔직히 보여 달라고 한 놈이나 그렇다고 보여준 년이나 거기서 거기인지라 그냥 없었던 일로 치는 것 밖에는 별수가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무사히 넘어간 이유는 내가 릴리스의 팬티를 돚거한 사실을 들키지 않아서기도 했지만.

즉, 여전히 릴리스의 팬티는 내 주머니 안에 있었다.

술 처먹고 사고 친 건 쌍방과실이니 그렇다 치고, 이건 순전히 내 잘못이라서 걸리면 좆되는 수가 있었다.

아무튼, 땀도 흘렸겠다 샤워를 마치고서 나왔더니 아직도 내 방 곳곳을 뒤지고 있는 릴리스가 보였다.

“아이, 씨... 진짜 어디 갔지?”

뭔가 그런 릴리스를 보니 괜히 미안해졌다. 그렇다고 돌려줄 생각은 없는데.

여태까지 계속 모른다고 하다가 이제 와서 사실 내가 슬쩍했다고 고백해 버리면 어떻게 될지야 뻔했으니 이젠 수습도 불가능했다.

절대로 걸리면 안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말했다.

“아직도 못 찾으셨어요?”

그런 내 말에 슬쩍 고개를 돌려서 나를 본 릴리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너 진짜로 몰라?”

“아니,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마지막까지 의심을 거두지 않는 릴리스와 시선을 마주했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보는 릴리스가 보였다.증거가 없어서 그렇지 표정만 보면 범인을 나로 단정 짓고 있는 상태였다.

하긴, 솔직히 이 좁아터진 집에서 둘이 술에 꼴아서 잠들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팬티가 없어졌다? 그럼 범인은 같이 잤던 또 다른 한 명 밖에는 없을 테니까 당연한 심증이었다.

하지만 이래선 안됐다.

릴리스의 심증대로 내가 범인이 맞긴한데, 범인이면 안 됐으니까.

나는 최대한 뻔뻔하게 그런 릴리스의 시선을 마주 보며 입을 열었다.

“까놓고 말해서 제가 알면 진작 말했겠죠. 변태 새끼도 아니고, 그런 걸 숨겨뒀을까 봐요?”

“너 변태 새끼 맞잖아.”

고작 하루 만에 날 너무 많이 파악한 릴리스였다. 하지만 그래봤자 겨우 하루였다. 아직 릴리스는 나를 너무 몰랐다.

나는 최대한 억울하고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억울한 표정과 불쌍한 표정을 짓는 것만큼은 배우 뺨치는 수준이 되어버린 것이 나였으니까. 어릴 적 겪었던 좆같았던 경험 중 어느 하나만 떠올려도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내가 억울한 표정을 짓자 기세가 죽는 릴리스가 보였다. 그런 릴리스를 보면서 나는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너무하네요, 진짜... 그렇게 못 믿겠으면 어디 한 번 뒤져보세요. 그러면 되잖아요?”

사실 그러면 안된다.

그야 릴리스의 팬티가 아직 내 주머니 속에 있었으니까. 여기서 릴리스가 그래 씨발, 어디 한 번 뒤져보자하고 나오면 진짜 좆된다.

하지만 릴리스는 보기보다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다.

릴리스가 하루 만에 내가 변태 새끼임을 알았듯이, 나도 하루 만에 릴리스가 생각보다 정이 많은 여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릴리스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내가 널 의심하고 그러는 게 아니고...”

“아까부터 계속 저한테 어디 있는지 아냐고 물었잖아요, 그게 의심하는 게 아니면 뭔데요?”

내 말에 한숨을 푹 내쉰 릴리스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래, 알겠으니까 그딴 표정 짓지 마. 사내 새끼가 이런 걸로 삐지기는...아씨, 내가 혹시 밖에다가 던져버린 건 아니겠지? 그래서 누가 주워갔다던가?”

“그거야 저는 모르죠.”

이번에야말로 진짜로 의심을 거둔 듯한 릴리스를 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내가 말했다.

“그나저나, 전 이제 나가볼 건데 어머니는 안 나가봐도 돼요?”

“난 오늘 비번이야. 일주일에 세 번만 출근하면 되거든.”

꿀을 빨고 싶다니 뭐니 해놓고서 이미 충분히 꿀을 빨아 잡수고 계셨다.

이미 릴리스가 얼마나 버는지 대충 들어서 아는 덕분에, 릴리스가 생각 이상으로 존나 부럽기 그지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저기에 연금이 다달이 들어온다니, 말도 안 된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사실이 있었다.

“아니, 어머니 때문에 사고 안 치는 거라면서요? 근데 그렇게 자주 자리 비워도 돼요?”

“어차피 터지기 전에는 알 수 있잖아? 그때 가면 되는 거지. 그러라고 있는 게 네가 차고 있는 그 아티펙트인데. 아니면 뭐야, 내가 24시간 대기라도 해야 하겠어?”

그런가?

하긴 연중무휴, 그것도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일이라면 선을 쎄게 넘긴 했다. 내가 아무리 릴리스만큼 번다고 해도,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으니 존나 심한게 맞긴 했다. 그렇다고 일주일에 3번만 출근하는 릴리스가 부럽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럼 그건 그렇다 치고, 계속 여기 계시게요?”

“아니, 내 집으로 가야지. 이 좁아터진 곳에 왜 있어? 결국 팬티도 못 찾았으니까. 너 가면 나도 나갈 거야.”

좁아터진 게 맞긴 한데, 그래도 그렇게 말할 건 없지 않나?

좁아터지고 낡아빠진 했어도 그래도 내 집인데. 물론, 어디까지나 월세인지라 정말로 내 집이라고 하기엔 거리가 멀지만.

속으로 궁시렁거리고 있을 때 그런 나를 보던 릴리스가 무언가를 건네며 말했다.

“...아무튼, 자. 이거 받아.”

“이건 또 뭔데요?”

릴리스가 건네준 것을 받아보니 작은 유리병에 무슨 액체가 담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향수라고 해야 하나, 뭐 비슷한 거야. 무슨 향이 나는 게 아니라, 향이 나는걸 아예 지워주는 거긴 하지만. 아까도 씻으면서 싸구려 바디워시 썼지? 앞으론 그거 쓰지 마. 그런 냄새에 민감한 년들이 수두룩하니까.”

“아...”

하긴, 웨어비스트들을 비롯해서 인간인 나랑 달리 후각이 엄청난 종족들이 태반이긴 했다. 나야 잘 느끼지 못하는, 그냥 레몬향이 난다고 생각될 뿐인 바디워시도 그런 종족들에겐 고약한 냄새가 풍길 수도 있었다.

“고맙게 잘 쓸게요, 마망.”

“내가 그렇게 말하지 말랬지?!”

얼굴을 붉힌 채 내게 베개를 집어 던지는 릴리스. 휙, 하고 베개를 피한 나는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다녀올게요, 마망!”

“이 씨발놈아! 야ㅡ!”

등 뒤로 들리는 릴리스의 고함을 무시한 채 혹시라도 쫓아올까 봐 냅다 뛰었다.

주머니에 있는 릴리스의 팬티를 만지작거리며 기다리고 있자, 내가 부른 택시가 저만치에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곧 내 앞에 선 택시를 타자 운전기사인 오크가 그런 나를 보더니 미간을 찡그렸다. 안 그래도 무섭게 생긴 얼굴이 덕분에 꿈에서 볼까 무서운 흉악한 얼굴이 됐지만, 이웃사촌으로 헬창 오크를 두고 있는난 저게 웃는 표정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택시 부르신 분 맞으시죠?”

간혹가다가 오크의 무시무시하게 생긴 외모나 웃는 모습이 다른 종족이 보기엔 화가 난 것처럼만 보이는 것 때문에 오해를 사고는 했지만. 오크들은 대체로 신사들이 많았다.

물론, 인간보다 평균적으로 머리 하나는 더 큰 체격에 기본적으로 전부 근육질인데다가 초록빛의 피부이기까지 하니 꺼림칙하긴 했다.

거기다가 이상하게도 대다수의 인간들이 갖고 있는 오크라는 종족의 편견 때문에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편견과 달리 오크들의 대다수는 친절하고 예의 바른 종족이었다.

물론 화가 나면 졸라 무서운 종족이기도 했다.

저들이 예의 바른 이유는,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좆되기 때문이니까.

오크들이 예의 바르게 예절을 지키는 이유는, 그들이 타고나는 다혈질적인 성격과 육체적인 강함 때문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성격을 건들지 않고서, 그래서 스스로의 몸을 지키기 위해 발달한 문화인 셈이었다.

그래서 그런 말도 있었다.

대다수의 종족들이 오크보다 예의가 없는 이유는, 무례하다고해서 도끼로 대가리가 쪼개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네, 맞아요. 잘 부탁드릴게요.”

즉, 저 예의바른 오크가 분노조절장애가 되는 꼴을 보기 싫으면 이쪽에서도 예의를 잘 지켜야만 했다.

“어디로 갈까요?”

오크의 물음에 주소를 알려주자 고개를 끄덕인 오크가 택시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쭉쭉 도로를 달리는 택시. 나 역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버스 요금도 벌벌 떨던 내가 택시를 타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거기에 무슨 축제라도 열리나 보네요?”

그렇게 멍하니 창 밖을 보고 있을 때 말을 걸어온 택시기사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축제요?”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오크가 말했다.

“오늘만 거기 간다는 손님이 세 분이나 계셨거든요.”

오늘만이라고 했지만, 이제 겨우 10시가 됐을 무렵인데 벌써 세 명이나 나랑 같은 곳에 갔다는 뜻이었다.

정말로 축제라도 열리나?

거기에 뭐가 있는지 내가 알고 있는 게 뭐가 있어야지.

“그래요? 저는 들은 게 없는데.”

“그런가요? 주변에 볼 것도 별로 없는 곳인데 동료들도 오늘 거기로 가는 손님들이 많이 태웠다고 해서 축제라도 열리나 싶었는데 아니었나 보네요.”

단순한 호기심이었는지 그렇게 말하고서 다시 운전에 집중하는 오크를 보고서,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올렸다.

“아, 휴대폰 써도 되죠?”

“네, 그럼요.”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조수석에 탔는데 폰이나 하고 있다고 화낼까 확인하고서, 오크의 대답을 들은 나는 ‘맘마통’을 열어봤다.

그리고 그대로 내 예명, 강한 좆을 검색해보자 어제랑 달리 리뷰가 하나 달려있었다.

‘뮤웅뮤융맘’

그런 닉네임으로 달린 리뷰를 보고서,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지어준 아이의 이름으로, 자신의 닉네임을 만든 뮤뮹뮤뭉을 떠올리면서. 대충 뭐라고 적혀져 있는지 확인해봤다.

[코어에 푹푹♡ 찔러지는 경험은 처음이었어♡ 10번이나 안에 가득 싸버려서, 한방에 임신시켜버리는 특상 자지♡ 최고♡ 5/5]

“오우...”

실제랑 넷상이랑 성격이 완전히 뒤바뀌는 타입이었나 보다.

인간으로 치면 자궁에 푹푹 찔려서 최고였니, 10번이나 사정 당해서 좋았느니 하는 원색적인 리뷰를 보고 있자니 괜히 내가 다 부끄러웠다.

그도 그럴게, 이걸 다른 사람들도 죄다 본다는 뜻이었으니까.

하지만, 5점 만점에 5점을 받은 리뷰를 보니 괜히 뿌듯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댓글도 그새 엄청 달렸네. 어제보다... 응?”

엄청 달렸다고 생각했던 댓글을 다시 바라봤다. 뭔가 자릿수가 이상했다.

분명 어제만 해도 수십 개 정도에 불과했던 게, 수천 개로 불어나 있었다.

“뎃...?”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하루 사이에 수백개도 아니고, 수천 개가 넘는 댓글을 보며 어이가 털리는 가운데, 이렇게 된 이유를 알아보고자 ‘맘마통’을 뒤적거리자,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지가 복사가 된다고!!­질펀하게진심교배프레스당하고싶다』

그런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글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내용은 별 거 없었다.

두 개의 스크린샷, 그러니까 어제의 내 정보창과 오늘의 내 정보창을 비교해서, 내 자지가 2cm가 넘게 자란 것을 사방팔방으로 알렸을 뿐이었다.

여기도 내 정보창의 댓글란 못지않게 엄청나게 많은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내용부터, 어떻게 인간이 하루만에 자지가 그렇게 커지냐고 말하는 내용, 그리고 그래서 거기가 대체 어디냐라는 내용들의,어디 다른 곳이었다면 하나하나가 고소감이였을 고수위의 드립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고...”

정신이 아찔해지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이 댓글들이실시간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때 내 눈에 한 댓글이 보였다.

『찾았음. 한반도 지역의 제3 착정 목장임. 주소는...­응애나아기서큐버스자지밀크조』

ㄴ『강호의 도리가 살아있었구나­대물자지조아』

ㄴ『(울면서 알몸 도게자하는 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노콘야스가최고야』

ㄴ『우리동네였넼ㅋㅋㅋ딱 기다려라­질펀하게진심교배프레스당하고싶다』

ㄴ『여기 아님, 내가 직접 봐서 암­저눈애옹이애오』

ㄴ『그렇게 빌었는데 존나 무시하더니만 여기서 이러는 거 추하거든요? 저러는 거보니 진짜인가 본데 딱 기다려라 29cm 대물쥬지­질펀하게진심교배프레스당하고싶다』

ㄴ『진짜 아닌데­저눈애옹이애오』

ㄴ『딘쫘 아뉜뒈­질펀하게진심교배프레스당하고싶다』

지금, 내가 출근하고 있는 곳의 주소가 적혀져 있는 댓글이 보였으니까.

“세상에...”

하루 만에 신상이 탈탈 털린 거 실환가?

그보다 내가 일하던 곳 착정 목장이라고 불리고 있었구나... 이름의 유래는 젖소마냥 정액을 짤 수 있는 디스펜서들이 잔뜩 있는 곳이라서 그렇게 부른다나. 틀린 말은 안 했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 그들끼리 소통하는 곳이다 보니 보는 디스펜서로서는 심하게 너무한 이름이었다.

그야 나같은 디스펜서가 관음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를 테니 그러고 있는 거겠지만.

“저 손님, 도착했는데요? 근데, 그...”

그때 들려온 목소리에 퍼뜩 고개를 들자, 운전기사인 오크가 난감하다고 해야 할지, 살짝 무서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밖에서 여기 보시는 분들, 혹시 아시는 분들입니까?”

그 말에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무수한 눈동자들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정말로 무수한 눈동자들이.

"애미, 진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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