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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18화 (18/523)

〈 18화 〉 천호 (3)

* * *

“개, 개좆같은 년...? 애미뒈진 년...?”

“느금마는 왜 빼먹냐 빡대가리 년아? 뿔이 뇌에 박혀서 지능이라도 떨어졌냐?”

“이 씹새끼가?!”

제대로 빡쳤는지 그대로 내 쪼인트를 후려갈긴 사티로스 년. 뿌득, 다리에서 나면 안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케흑...!”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인가 나는 나자빠져서 바닥에 쓰러진 상태였다. 그런 내 가슴 위로 콱, 하고 발을 올리며 사티로스 년이 말했다.

“고작 해봐야 몸이나 파는 인간 주제에...! 그래, 좋아. 그렇게 죽고 싶으면야 소원대로 해줄게...!”

화르륵, 내 다리를 가볍게 분질러먹은 년의 손에서 불덩이가 피어올랐다.

나따위랑은 비교도 안되는 신체능력을 지닌 주제에, 거기에 마법까지 쓰다니. 그저 몸만 좀 좋을 뿐인 나로서는 어쩔 도리조차 없는, 힘의 격차.

단순히 종족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출발점이 이토록 달랐다.

좆같게 평등하기도 하네.

애미.

그나저나 처맞는 거까진 생각했는데 여기까진 생각도 못 했는데. 눈앞에서 피어오른 불꽃의 열기가 여기까지도 느껴졌다.

저 불덩이에 맞으면 뼈도 못 추리고 그대로 불살라져 뒈질 판이었다. 최소한 어디 한군데는 불타 장애인이 될 것이 분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변에 있던 년들도 그제야 심각해졌다고 생각했는지 사티로스 년에게 다가가는 년들이 보였지만, 저년들이 사티로스 년을 어떻게 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통구이가 될 판이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삶에 한없이 진심인 눈. 그러면서도 곧 죽어도 자존심은 버리지 못하는 눈. 까딱하면 뒈질 상황에서도, 그렇게나 살고 싶으면서도 날 노려봤던 그 눈.’

릴리스가 내게 한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런 눈을 한 새끼들은 둘 중 하나지. 그렇게 살려고 발버둥 치다가 결국 객사하거나, 끝까지 살아남아서 원하던 바를 이루거나.’

아무래도 난 객사하는 쪽이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웃어? 내가 지금 장난치는 거로 생각하나 봐, 오빠? 아니면 겁먹어서 정신이라도 나가버렸어?”

그런 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으르렁대며 말하는 사티로스 년에게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빨, 존나 기네... 병신 같은 년.”

“이익...!”

내 말에 결국 폭발해버린 사티로스 년이 내게 불덩이를 떨궜다.

느릿하게, 내게 떨어져 내리는 불덩이가 보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자존심만 버렸어도 이렇게는 안 되지 않았을까?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까지 급발진할 이유가 없었지 않았나?

그런데... 그러지 못했던 이유가 뭐였을까?

남창 새끼라고 불린 게 그렇게 꼴받았던가? 아니다, 그건 아니었다. 내가 살면서 받아온 온갖 조롱들에 비한다면야 그따윈 아무것도 되지 않았으니까.

그럼 왜?

능력을 써가며 남의 등이나 처먹으려던 사티로스 년이 꼴받아서?

그것도 아니었다.

내 등을 처먹은 년놈이 한 둘이어야지, 솔직히 말해서 내 뒤통수는 공공재나 다름없었다. 힘도 없고,부모도 없었던 고아 새끼를 등쳐먹질 못하는 새끼가 병신인 수준이니.

호의, 신뢰, 사랑.

그 밖에도 수많은 것들.

남들은 그저 태어나서, 자라면서 하나둘 손에 거머쥐는 그런 당연한 것들.

한때, 마냥 어렸던 내가 그것들을 원해서 얼마나 지랄하고, 또 얼마나 속아서 울었던가.

그러니 그것도 아니었다.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 듯 이어졌다가 이내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들이박았던 거였다.

남창 소리를 들어서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그야 그건 팩트였으니까.

남의 등이나 처먹으려 드는 것이 좆같아서도 아니었다.

살다 보면 그런 좆같은 경험을 하는 날도 있는 법이었으니까.

세상이 씹창이 나버리기 전에도, 나버린 후에도 온갖 좆같은 일을 다 겪어가며 살았다.

버림받은 고아로 태어나, 애새끼들을 지원금을 가져오는 돈줄로만 여기는 좆같은 고아원장 밑에서 키워져서, 아득바득 손에 넣었던 직업은 염병할 전기 뿜는 쥐새끼한테 빼앗기고, 이종족들에게 밀리고 밀려서 안 그래도 밑바닥이었던 인생이 더 밑으로 떠밀려져 보기도 했다.

이래도 안죽어?

이래도 포기하지 않아?

세상이 나한테 그렇게 말하듯, 계속해서 하염없이 바닥을 기어야만 했다.

밀리고, 치이고, 차별은 기본에 가진 거라곤 좆도 없는, 애미애비의 얼굴도 모르는 고아 새끼란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내게도, 그나마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내 작은 자존심뿐이었다.

그나마 있는 거라곤, 살면서 좆도 도움도 안 되는 자존심. 딱 그것뿐인데... 그마저도 굽히고 살라고?

얼굴도 모르는 애미애비가 지어놓은 강 한조, 그 이름을 놀리던 애새끼의 코를 뭉개서 그 새끼의 애비와 좆같은 고아원장한테 반 죽도록 처맞아도 자존심을 굽힌 적이 없었다.

내 등을 처먹으려던 년놈들도, 어떤 식으로든 엿 먹이면서 살아왔다.

알량한 내 작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절대 못하지.

절대, 못하는 일이었다.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비루하게 살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미련도 없다.

가진 게 없으니 미련이 있을 턱이 없었다. 그나마 있는 자존심이라도 지켰으니 이만하면 됐지.

그래, 이만하면 됐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데.

어째선지 장난스레 생글거리며 웃는 릴리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너, 내 아이 하지 않을래?’

‘나 처녀라고 이 씨발놈아’

처음 본 주제에, 대뜸 마음에 들었으니 자신의 아이를 하라며 말해주질 않나, 입이 걸걸하지 않나, 툭하면 주먹이랑 발부터 날리지 않나.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오롯하게 나로 바라봐주었던 릴리스가 떠올랐다.

고아 새끼가 아니라, 강한조인 나를.

어쩌지, 씨발.

미련, 생긴 거 같은데.

“씹...”

근데, 씨발 어떻게 하고 싶어도 내 다리는 저 빌어먹을 년이 분질러먹어서 도망칠 수도 없었다. 애당초 도망치기엔 너무 늦었다.

“애미, 진짜...”

결국, 내게 닿는 불덩이를 보면서 욕설이나 내뱉는 것 밖에 없었다.

질끈, 불덩이가 몸에 닿기 직전에 눈을 감았다.

근데... 어째선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온몸이 타오르거나, 미친 듯이 뜨겁거나 하지는 않았다.

“화끈해지지 않는 레후...?”

아니면, 그런 생각도 할 시간도 없이 통째로 태워져서 뒈지기라도 했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을 뜨자 황금빛의 꼬리가 보였다.

넘실거리는 금색의 꼬리가 아홉 쌍. 그것들이 눈앞에 보였다.

꼬리의 끝마다 달린 방울이 달린 부적이, 그렇게 흔들리는 꼬리의 움직임마다 딸랑, 딸랑하고 청량한 소리를 울렸다.

“괜찮느냐? 아이야.”

그리고, 나를 돌아보며 그렇게 묻는 여자의 모습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마치 무지개를 담은 것처럼 반짝거리는 두 쌍의 눈동자가 초승달을 그리듯 휘어졌다. 그것이 나를 향한 눈웃음이란 것을 뒤늦게 눈치챌 만큼, 아름다운 눈동자.

릴리스만큼이나 아름다운 여자의 손아귀에 머리를 붙잡힌 채 버둥거리는 사티로스 년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혼이 쏙 빠져나갈 것처럼 매혹적인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내가 놀란 이유는 단순히 눈앞에 있는 여자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었다.

“뎃...?”

“겁먹지 말거라. 너를 도우러 왔을 뿐이니. 자, 아이야.”

잠깐, 눈을 감고 있으려무나.

그렇게 말하며, 살랑거리는 꼬리가 내 눈을 가렸다.

폭신폭신한 황금빛의 꼬리가 내 얼굴을 두르자 정신이 다른 의미로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내 귓가에 여자의 목소리와 그 망할 사티로스 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그럼. 네 죄를 묻겠다.”

“꺄윽?!”

“이 세상에 세워진 법도가 지엄하거늘, 사사로이 주술을 사용하여 사람을 홀린 것이 첫 번째 죄요. 자신보다 약한 자를 힘으로 겁박한 것이 두 번째 죄요. 또한 이를 폭력으로 가리려 한 것이 세 번째 죄니라. 하나같이 무도하고, 극악하구나. 네가 네 죄를 알겠느냐?”

“자, 잠깐... 잠깐만요... 어째서, 당신이... 왜...?”

“친우를 만나러 왔다가 소란이 일어 나왔을 뿐이니라. 너에게는 재수가 없는 일이었겠구나. 허나 저 아이에겐 재수가 좋은 일이었겠구나. 그 불길에 저 아이가 버틸 수 있었을 거라 생각했더냐? 네가 저지른 짓이 얼마나 무거운 줄 너는 알고 있느냐?”

“사, 살려... 살려주...”

“죽음으로 널 징계하여 다스리지는 아니할 것이다. 너의 죄를 물을 자는 내가 아니며, 나에게 그러한 권한이 없음이니. 그러나.”

뿌득, 뿌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릇된 힘은 더한 힘에 짓눌리는 이치를, 네 몸에 새겨주마.”

한참이나 들려오던 비명은, 이윽고 끝났다.

내 눈을 가리던 꼬리도 치워지자 보인 것은 바닥에 나자빠진 채 기절한 사티로스 년이었다.

부들부들 몸을 떨며 게거품을 물고 있는 사티로스.

몸 어디에도 상처라곤 없는데 그렇게 나자빠진 사티로스를 보니 대체 무슨 짓을 당한 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저 계집은 걱정하지 말아라, 제 업에 짓눌려 혼이 나간 것뿐이니.”

“걱정 같은 거 하지 않았는데요?”

“그러하더냐?”

입가를 가린 채 쿡쿡, 웃으면서 나를 보는 여자가 보였다. 멍하니 그런 여자를 보고 있자니, 그런 내 시선에 살짝 무안한 듯한 표정을 지어보인 여자가 말했다.

“미안하구나, 널 비웃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아뇨,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요?”

“그러하더냐? 상냥한 아이구나. 그보다... 다리를 이리 내보거라. 상처를 봐야 하니.”

“네?”

아, 다리.

그 말에 내 다리를 보자, 사티로스 년의 쪼인트 킥에 제대로 꺾여서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려있는 오른 다리가 보였다.

애미, 씨발.

최소한 전치 12주는 되어 보이는 중상이었다.

내 다리가 활처럼 휘어버린 꼬라지를 보고서 좆같음을 느끼고 있을 때.

여자가 손을 뻗어서 내 다리를 주물렀다.

“다행히 상한 것은 그리 많지 않구나, 몸이 튼튼하여 다행이로다. 네 몸을 그리 건강하게 낳아준 부모에게 감사하거라.”

“...저 고아입니다.”

“이런, 미안하구나...”

본의 아니게 날 도와준 사람한테 연속으로 꼽을 준 꼴이 되어버려서 내가 더 미안할 지경이었다.

“아, 아무튼... 이 정도면 금방 나을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최소한 전치 12주는 되어보이는 상처인데 금방 낫는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내 다리를 주무르던 여자가 자신의 꼬리에서 부적을 떼어내서 내 다리에 붙였다.

“에윽?!”

그러자 뒤틀렸던 다리가 지 좆대로 움직이면서 펴지는 것이 보였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존나게 아팠다.

“자, 이제 되었다.”

그렇게 말하며, 내 다리에서 부적을 떼어내기 전까지 미친 듯이 아팠다. 하지만, 그 덕이라고 해야할까 조금 전까지 질럿 상태나 마찬가지였던 내 다리가 멀쩡하게 돌아온 것이 보였다.

“마법 굉장해...”

“마법이 아니라 주술이란다.”

“주술 갱장해...”

곧바로 고쳐서 다시 말한 나를 보며 쿡쿡하고 웃는 여자가 보였다. 그런 여자를 보고서 퍼뜩 정신을 차린 내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무튼... 정말로 감사합니다.”

“감사할 필요는 없단다. 그릇된 일을 보면 나서서 도와야 하는 것이 도리이니. 그러나, 너에게도 책할 것이 있구나.”

스윽, 하고 내게 내민 손을 보고서 멀뚱하니 보고 있자니, 그런 나를 잡아서 몸을 일으켜 세워준 여자가 말했다.

“너보다 강한 자이다. 어째서 목숨을 중하게 여기지 않는 게냐?”

“...잘못은 저 씨발년이 했는데 제가 숙여야 했나요? 그러긴 싫은데요.”

사티로스 년한테 당한 걸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와 버렸다. 그리고 그런 내 말을 들은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나를 바라봤다.

날 가볍게 조질 뻔한 사티로스를 가볍게 주물러버린 여자가 그런 표정을 짓고 있으니 무척이나 귀엽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자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휘엉청, 하고 그 미소를 마주한 것만으로도 세상이 녹아내린다는 착각이 일만큼, 아름다운 미소였다.

그런 미소를 멍하니 보고 있으려니, 여자가 말했다.

“네 말이 옳구나. 과연, 그릇된 자가 강하다 하여 이에 숙이는 것은 부정한 일이니. 내가 너의 각오를 욕보였구나. 너에게 벌써 몇 번이나 결례를 저질렀으니 이를 어찌할꼬.”

살랑살랑, 여자의 등 뒤로 흔들리는 아홉의 꼬리가 보였다.

무척이나 즐겁다는 듯이, 부드럽게 나부끼는 꼬리가 이내 멈춰 섰다.

“그래, 이렇게 하면 좋겠구나. 세 번이나 너를 욕보인 죄를 갚으마. 고아라고 하였더냐? 그릇된 것에 그릇되다 말하고, 억압에도 기개를 꺾지 아니하니, 재능이 없더라도 노력하면 크게 될 재목이니. 아이야, 내 제자가 되지 않겠느냐?”

“네?”

“걱정 말거라, 네 한 몸을 건사할 정도의 능력은 되니. 제자라하여 너무 삭막하게 여길 필요도 없음이라, 날 어미라 여겨도 좋다.”

“아니, 잠깐만요...”

“아아, 그래. 걱정되겠지. 처음 보는 이가 대뜸 제자가 되라 하였으니. 음, 허명이 많아 다소 부끄럽긴 하나 내 소개를 하마.”

아니.

알고 있는데요.

그야 그 릴리스만큼이나 유명한 사람인데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여자가 입을 열었다.

“본녀의 이름은 호아란. 삼라지적(????)의 모든 주()를 꿰어 잇는 술법(??)의 대조이자 천호(??).”

호아란.

그녀는 릴리스와 마찬가지로, 스물둘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존재였으니까.

아홉 개의 금색의 꼬리가 넘실거리며, 그런 호아란의 몸을 가리는 것이 보였다. 그런 꼬리의 끝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쓸어내리며 호아란이 말을 이었다.

“아홉의 이치에 이른 구미(九?)의 주인이니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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