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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0화 (20/523)

〈 20화 〉 천호 (5)

* * *

꺼져가던 불에 기름을 들이부은 것처럼, 호아란의 말에 릴리스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근데 정작 기름을 들이부은 호아란은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 커다란 가슴을 펴며 말했다.

“네가 아이와 어떤 사이인지는 본녀는 모른다. 아이에게 네 향기가 묻어있는 것을 보아하니 모르는 사이라고 할 순 없을 테지.”

허나, 하고 손을 뻗는 호아란.

촤르르ㅡ

또다시 호아란의 소매에서 쏟아져나온 부적들이 호아란과 내 주위를 두르는 것이 보였다.

“설령 그러하더라도 강자가 힘으로 약자를 억압하려 드는 것은 두고 볼 수 없구나. 하물며 그것이 본녀의 제자이자 아이가 될 자라면 더더욱.”

아니, 아직 한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요?

하지만 그런 호아란의 말을 듣고서 째릿하고 나를 노려보는 릴리스가 보였다.

시선으로만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그대로 반으로 갈라져 죽었을 것만 같은 험악한 시선이었다.

릴리스의 시선이 내게 물었다.

저게 지금 대체 무슨 개소리냐고.

내가 시선으로 말했다.

저도 모른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내 쪽의 아이토킹은 통하지 않은 모양인지 릴리스의 표정이 풀릴 생각을 몰랐다. 소통이란 것은 서로 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법인데, 일방적이라니 너무한 일이었다.

“저기...”

그래서 내가 일단 호아란에게 오해라고 말을 꺼내려고 하는데, 그런 내 머리 위에 호아란의 꼬리가 얹어졌다.

“후후, 걱정 말거라. 릴리스와 내 힘은 거의 호각이나 이곳은 나의 영역. 너를 보호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으니라.”

그러면서, 내게 안심하라는 듯 살짝 미소 지어 보이며 호아란이 말했다.

“그러니 지켜보거라. 본녀가 너에게 가르칠 주술이 얼마나 심오하고 대단한지를 말이다.”

아니, 아직 배운다고 하지도 않았는데요.

평생을 술법이라곤 있는지도 몰랐던, 있지도 않았던 세상에서 살았던 나다.

내게 술법의 재능 같은 게 있을 턱이 없고, 끽해야 둔재, 혹은 범재정도겠지. 그런데 범재만 해도 수양만 150년은 해야 한다는 걸 배워서 어느 세월에 써먹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배울 생각도 별로 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좋게 거절하려고 했었는데...

하지만 릴리스가 그런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하, 그러셨구나. 뭐, 좋아. 좋다고... 근데 이게 보자 보자하니까, 네가 나랑 호각이라고? 하, 진짜. 뜬금없는 소리나 해재끼는 건 여전하네, 호아란.”

뿌득, 하는 소리가 들렸다.

릴리스가 이를 가는 소리였다.

“이상한 책만 잔뜩 읽더니 드디어 머리가 돌아버리기라도 했냐?”

으르렁대듯이 그렇게 말하는 릴리스.

이상한 책...?

아니, 그 호아란이다.

스물둘의 영웅 중 하나인 호아란.

서큐버스인 릴리스라면 모를까, 호아란이 그렇고 그런 책을 볼 리가 없었다.

착한 생각하자.

어디까지나 내가 보면 글인지 지렁이가 기어가는지 모를, 어렵고 현묘한 이치가 담긴 고서적을 말하는 거겠지?

아마 그럴 거다.

릴리스의 말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화악하고 호아란의 꼬리가 부풀어 올랐다.

“잠깐만... 웁...”

덕분에 안 그래도 꼬리에 앞뒤는 물론, 위로도 둘러싸여 있던 나는 호아란의 꼬리에 파묻히다시피 해버렸다.

갑작스레 꼬리에 파묻혀버린 내가 버둥거리려고 했지만, 이내 그만뒀다.

뭐야, 이거...

장난 아니게 폭신했다.

그야 만졌을 때도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웠지만, 이게 몸 전체를 감싸버리자 손으로 만질 때랑 차원이 다른 폭신함이 있었다.

이런 걸 알아버리면 딱딱해서 자고 일어나도 온몸이 쑤시는 내 침대로는 더이상 만족할 수 없게 되어버릴 것 같았다.

그야 지금도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냥저냥 있는 대로 쓸 수는 있는 수준이었는데, 이래서야 제대로 잠도 못 자게 생겼다.

아무튼 여태껏 이런 게 있다는 걸 몰랐다는 사실에 인생의 절반을 손해 본 기분이었다.

그냥 호아란의 말대로 할까, 하고 무심코 생각해버릴 만큼 매혹적인 꼬리의 감촉.

하지만 그런 감촉을 즐길 상황은 아니었다.

릴리스의 말을 들은 호아란이 부들부들 떠는 것이 보였다.

“이, 이상한 책? 이상한 책이라 하였느냐?! 의와 협으로 가득하거늘 어찌하여 이상한 책이란 말이더냐...!”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외치는 호아란의 말에 릴리스가 이죽거리는 것이 말했다.

“흥, 독이 몸에 돌아서 해독한답시고 떡치고 빙공이니 뭐니를 배우다가 얼어 뒈질 것 같다고 떡치고, 주화입마가 와서 헤까닥해서 떡치고. 의와 협은 지랄, 죄다 떡치는 내용뿐이던데 그게 이상한 책이 아니면 또 뭐야?”

“그걸 네가 어떻게...?!”

호아란이 의와 협이니 뭐니할 때부터 설마 무협지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호아란이 그런 걸 읽을 리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였나보다.

심지어 무협지는 맞는데, 아무래도 떡협지 이야기였나보다.

그런걸 호아란이 읽는다고?

나는 호아란을 쳐다봤다.

그런 내 시선을 느꼈는지 호아란 역시 나를 보고는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 아니다. 아이야. 그야 그런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부이며 주된 내용은 선이 악을 징계하는, 의협을 행하는 자들의 이야기이니라. 맹세컨대, 진실로 그러하니 제발 본녀를 믿어주어라...”

“하, 그러셔요. 그런 년이 밤중에 혼자서...”

“와아악!! 그 입 당장 닥치거라!”

비명을 지르듯, 새된 소리를 지르며 호아란이 손을 휘젓자 부적들이 쏜살같이 릴리스를 향해 날아갔다.

“하, 고작 이런 걸로 내 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호아란? 발정이 난 날마다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의와 협으로 가득한 책으로 손장난이나 치던 년 답네...!”

그리고 그런 호아란의 부적들을 마찬가지로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 만들어낸 수십 개의 불꽃으로 떨어트리는 릴리스가 보였다.

하지만 부적이 그저 떨어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퐁퐁퐁, 떨어진 부적에서부터 튀어나온 작은 인형들. 저마다 하나의 꼬리를 달고 있는, 호아란을 쏙 빼닮은 인형들이 보였다.

그것들이 척, 하고 서로의 손을 마주쳤다.

“읏...!”

그러자 나무뿌리들이 순식간에 자라나며 릴리스의 다리를 묶는 것이 보였다. 자라난 뿌리들에 다리가 옭아매인 릴리스가 신음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릴리스를 향해서 계속해서 쏟아지는 호아란의 부적들이 쇄도했다.

으득, 하고 릴리스가 이를 갈았다.

“이따위 잔재주나 부리고!”

콰앙!

그렇게 외치며 릴리스가 다리를 구르자 나무들의 뿌리째로 땅이 뒤흔들리고 뒤엎어졌다. 덕분에 인형들이 비틀거리는 사이에 순시간에 불꽃이 피어오르며 그대로 인형들을 불살라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아란이 자신있게 외쳤다.

“그 잔재주에 어디 한 번 당해 보거라...!”

“어디 한 번 해보시지!”

인형을 태워버리기 무섭게 날아오는 부적들을 다시금 불태워 떨어뜨리려는 릴리스.

그러나 쇄도하던 저마다의 부적들이 불꽃과 얼음, 그리고 전기로 이루어진 여우로 변하며 그런 릴리스의 불꽃을 피하며 달려들었다.

“또 이딴... 뭐?!”

주먹을 휘두르며 여우들을 떨쳐내려는 릴리스였지만, 그런 릴리스의 주먹을 피하며 파고들은 여우들이 릴리스를 덮쳤다. 그러자 콰앙하고 여우들과 함께 릴리스가 터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하핫, 본녀가 새롭게 만든 주술의 맛은 어떻더냐. 릴리스! 이래도 잔재주더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릴리스가 걸어 나왔다.

그을음조차 없이 몸에 찰싹 달라붙는, 누가봐도 서큐버스라고 볼 수밖에 없는 차림으로. 드러난 릴리스의 뿔과 팔과 다리에 두른 푸른 불꽃, 딱 봐도 존나 쎄보이는 모습이었다.

“흥...! 이래서 속이 시꺼먼 여우 년은... 분명 네 거기도 새까맣겠지. 한 번도 써본 적도 없는데, 매일같이 손으로 만져댔으니까 때가 잔뜩 타서 아주 까말거야, 그렇지?”

“뭐, 뭐라...?! 모, 모함하지 말거라! 아, 아니다. 아이야, 나, 나는...”

“이거나 처먹어라!”

나를 보며 변명하려는 호아란을 향해 푸른 불꽃으로 감싸인 주먹을 휘두르는 릴리스. 그런 릴리스의 주먹을 급하게 뒤로 펄쩍 뛰면서 피한 호아란이 이를 으득이며 말했다.

“이, 이런...! 이 비겁한...! 비겁하구나, 릴리스...!”

평범하디 평범한 인간족으로선 보기도 힘든, 스물둘의 영웅이라 불리는 자들의 전투.

근데 싸우는 방식이 존나 볼품없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펑펑하고 사방팔방이 터져나가는 그런 전투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데,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가슴이 옹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비겁이고 자시고, 꼬우면 너도 하던가!”

“이, 이이...! 비열하구나...! 네가 이렇게 비열하게만 나온다면 본녀도 네 말대로 그리하겠다...! 본녀는 할 말이 없는 줄 아느냐?! 릴리스, 너야말로 서큐버스 주제에 어릴 적에는 정액과 우유도 구별하지 못했다고 하지 않았느냐?!”

“아아악!! 그 입 안 닥쳐, 이 미친년아?!”

처음 둘이 맞붙은 계기가 된 것은 나였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흑역사 폭로전으로 뒤바뀐 양상의 싸움을 지켜보게 된 나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하지만 그런다고 한들 없던 것이 나올 리가 없었다.

나는 내 손에 팝콘과 콜라가 없는 것을 한탄했다.

“네가 그러니까 그 나이 먹도록 처녀인 거야, 이 망할 여우년아...!”

“그게 네가 할 소리더냐?!”

“난 하지 않은 거고, 넌 못한 거고...!”

“나, 나도 안 한 것이니라...!”

사방팔방으로 터져나가는 부적들과 푸른 불꽃.

덕분에 우거지던 나무들로 가득했던 숲이 초토화되어가는 것을 보였다. 오랜 세월을 버텨왔을, 무성한 자연들이 두 존재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이 그런 꼴이 나고 있는데도 서로에겐 유효타 하나 없어 보였다. 심지어 호아란의 꼬리에 둘러싸인 나도 이리저리 끌려다니고는 있는데 어디 하나 다치지 않고 멀쩡하고.

서로 손대중하고 있는 건가 싶으면서도, 둘이 펑펑 쏴 재끼는 마법과 술법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존나 헷갈렸다.

호아란의 말대로 둘이 호각이라서 그런 걸까.

하지만 슬슬 이러고 있다가 진짜 뭔 일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말려야겠지...?

“저기, 호아란님.”

“미안하구나...! 이야기는 좀 나중... 읏!”

“저기, 릴...”

“그 입 닥쳐, 이 배신자 새끼야!”

좆됐네.

도무지 말로는 말릴 수 없어 보였다. 호아란은 호아란대로 맹공해오는 릴리스의 공격을 피하거나, 주술을 사용하며 반격하고 견제하기에 바쁘고 릴리스는 내 말을 도저히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호아란님.”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이런 와중에도 날 보호하기 위해 내 몸에 둘러진 호아란의 꼬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하읏?!”

다소 듣기 남사스러운 소리와 함께 주저앉아버린 호아란. 그런 호아란이 나를 돌아봤다.

대체 어째서...? 그렇게 묻는 듯한 호아란의 시선에 죄책감이 몰려들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게 호아란을 말릴 방법은 이 정도뿐이었다.

“하, 좋아...! 그대로 있으라고...!”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호아란에게 주먹을 휘두르려는 릴리스를 보고서, 나는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어머니도 그 쯤 하세요.”

끼익, 호아란에게 닿기 직전에 멈춘 릴리스의 주먹.

설마하니 멈추지 않는 건가 싶어서 잔뜩 쫄았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내가 왜 네 말대로 해야 하는 건데?”

막상 멈추기는 해놓고서 그렇게 말하는 릴리스를 보고서 깨달았다.

아, 명분이 필요하셨구나.

하긴, 방금까지 서로 그렇게 줘터지도록 싸웠는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바로 화해하긴 좀 쪽팔리긴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말했다.

“아니면,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일 전부 말해버릴 거니까요.”

“...읏.”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며 릴리스가 주먹을 거뒀다. 그리고 한숨을 푹 내쉬면서, 여전히 다리에 힘이 돌아오지 않는 듯 주저앉은 채로 나와 릴리스를 보면서,

“어, 어머니...? 릴리스가, 어...?”

그렇게 중얼거리는 호아란을 보더니 말했다.

“...네 입으로 제대로 설명하는 게 좋을 거야.”

“네, 그렇게 할게요.”

호아란에게는 말해도 된다는 거겠지, 릴리스의 허락이나 다름없는 말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인 내가, 호아란에게 손을 뻗었다.

“정말로 죄송하게 됐습니다. 호아란님. 일단, 제 이야기 좀 들어주시겠어요?”

나는 호아란에게 대충의 전말을 이야기해줬다.

돈을 벌기 위해서 디스펜서인지 뭔지하는 직업을 얻으러 찾아갔던 것, 거기서 릴리스를 보게 된 것, 어찌저찌하다보니까 릴리스의 자식이 되어버린 것.

좌우간 그렇게 되어서, 아무래도 호아란의 제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까지.

전부 이야기하자, 내 말을 들은 호아란의 여우 귀가 축 늘어진 것이 보였다.

“그러하더냐... 본녀가 오해를 했던 것이로구나...”

의기소침해하는 호아란의 모습을 보니 어디까지나 호아란이 혼자서 그랬을 뿐 딱히 내가 뭔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괜스레 양심에 찔렸다.

“흥, 나한텐 아무 말도 안 해?”

팔짱을 끼며, 아직도 뚱해보이는 릴리스가 그렇게 말하자 호아란이 그런 릴리스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릴리스, 너에게도 사과하마. 본녀가 실수하였느니라.”

“좋아.”

호아란의 사과에 고개를 끄덕인 릴리스가 말했다.

“그럼 나도 사과할게. 너무 심한 소릴 했던 것 같으니까. 더군다나, 저 바보 녀석을 네가 구해줬다면서? 그건... 에이, 썅. 아무튼 고맙다고.”

뭐가 부끄러운지, 그렇게 말하고선 훽하고 고개를 돌려버린 릴리스.

아무래도 좋게 잘 해결된 듯 싶었다.

과정이야 좀 험악했지만 그래도 아무도 안 다치고 좋게 끝났으니 잘 해결된 게 아닐까?

“헌데, 그...”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호아란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본녀가, 서큐버스에 대한 것을 잘 모른다하나... 피가 이어지진 않았다곤 하더라도, 그... 너무한 것이 아니더냐? 제아무리 혈연이 아니라 하여도, 결국은 모자간이 아니더냐? 아, 아니... 듣자하니 아직은 처녀인 듯하니 일선을 넘지 않아 괜찮은 건가...? 허나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또 뭔 개소리야?”

잠깐만.

여기서 갑자기 그걸 이야기한다고?

“저기 호아란님? 아무튼 이렇게 됐으니까 저랑 어머니는 이만 가보...”

“넌 빠져봐. 호아란,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그야 저 아이에게서 네 향기가 나지 않더냐...? 그, 그것도 그런 곳에서...”

삐걱, 그런 소리가 나는 듯 뻣뻣하게 릴리스의 머리가 내 쪽으로 향했다. 피처럼 붉은 릴리스의 두 눈동자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내가 비쳐보였다.

“아니, 그게.”

“설명해봐. 저게 무슨 소리인지.”

아니면, 내가 직접 털어줄까, 그렇게 묻는 듯한 릴리스의 시선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서 주머니에 있던, 체온으로 따끈따끈하게 덥혀진 릴리스의 팬티를 꺼냈다.

“네가 훔쳐 간 거 맞았잖아, 이 씨발놈아!”

릴리스의 손날이 내 정수리를 후려 갈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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