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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3화 (23/523)

〈 23화 〉 (3)

* * *

마음 같아선 어디 따봉이라도 달아주고 싶은데 그런 서비스는 제공하진 않는 모양이라서 아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사소한 것 정도는 넘어가기로 했다.

나를 보고서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사티로스 년을 볼 수 있던 것으로도 충분했으니까.

하긴 혼란스럽긴 할 거다.

호아란에 이어서, 릴리스랑도 같이 있는 내 모습을 보고서 혹시라도 자기가 상대를 존나 잘못 건드린 게 아닐까하는 생각 중인 것이 뻔히 보였다.

호아란의 일은 우연이긴 했지만, 릴리스는 아니였으니 사티로스 년이 잘못 건드는데 맞긴 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굳이 알려줄 필요도 없었다.

혼란스러워 보이는 사티로스 년을 보고서 나는 흘끔 릴리스를 쳐다봤다. 그런 내 시선에 릴리스가 붙잡고 있던 사티로스 년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윽...!”

고통스러워하며 얼굴을 찌푸리는 사티로스 년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사티로스 년이 아파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서 릴리스가 속삭이듯 말했다.

“뭐해? 네가 신세 조질 뻔한 저 인간한테 빨리 사과해야지? 아니면 뭐야, 아직도 사태 파악이 안 되는 거야? 네가 아직도 멀쩡하게 있는 이유가 다 저 호구 같은 인간이 좋게 좋게 사과받고 합의 보자 해서 그런 건데?”

릴리스의 말에 그제야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를 알게 됐는지 사티로스 년이 나와 릴리스를 번갈아 보며 쳐다보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살짝 안도한 기색이 엿보이는 건, 나랑 릴리스가 별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래서 그런지 나를 보는 사티로스 년의 시선이 영 아니꼬웠다.

하긴 납득하기 어려울 것 같긴 했다.

좆같게 굴던 새끼를 팼을 뿐인데, 재수가 없게 때마침 있었던 호아란에게 줘팸당하질 않나, 이젠 같은 스물둘의 영웅인 릴리스의 비호 아래에 있는, 그 좆같은 새끼한테 사과해야 한다니.

나도 저런 적이 있어서 지금의 사티로스 년이 어떤 기분인지 잘 알았다.

먼저 나한테 고아 새끼니 뭐니 지랄했던 건 그 새끼인데, 막상 줘패고 보니 나만 개새끼가 되어있었지.

다만, 그때랑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그 새끼가 순전히 씹새끼였지만, 이번엔 이 썅년이 개좆같은 짓을 하다 참교육을 당했을 뿐이란 거다.

인과응보, 권선징악...

뭐, 그런 거다.

그런 점에서 눈앞의 사티로스 년은 가산점을 받을 만큼 훌륭한 썅년이었다.

지금도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존나 억울하다는 듯이 날 쳐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뭐해? 빨리 사과 안 해?”

하지만, 그때의 싹퉁머리없는 새끼랑 지금의 사티로스랑 입장이 다른 것처럼.

나 또한 그냥 고아 새끼였을 뿐인 그때랑은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지금의 내겐 릴리스가 있다는 거였다.

어디 빌붙을 곳도, 하소연할 곳도 없어서 누가 화풀이로 두들겨 패던, 쌍욕을 박아가며 지랄을 하던 상관없는 고아 새끼였던 강 한조가 아니라.

이 존나 넓은 세상에서 스물둘밖에 없는, 세계정부가 공인하는 영웅 중의 하나인 릴리스를 뒷배로 두고 있는 강 한조였다.

“이 씨발년, 눈깔 굴리는 거 봐라. 야, 내 말이 우습냐?”

“히익...!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릴리스의 말에 비명을 지르듯 사티로스 년이 외쳤다. 그런 사티로스 년을 보며 릴리스가 말했다.

“허이구, 그런 년이 씨발, 아가릴 그렇게 잘 여물고 계셨구나.”

릴리스가 사티로스 년의 턱을 집어 올렸다.

“뭐하면 내가 열기 좋게 아가릴 찢어줄까? 응? 존나 예쁘게 찢어줄 자신 있는데.”

“사과할게요...! 사과할테니까...!”

이윽고,

굴욕, 그리고 공포로 뒤섞인 표정으로.

사티로스 년이 입을 열었다.

“죄, 죄송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사티로스 년의 사과, 라고 해야 하나 억지로 내뱉게 만든 말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것을 들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좆도 없구나.

어릴 적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나한테 지랄했던 그 개좆같은 새끼들이, 만약에 나한테 순순히 사과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이유야 아무래도 좋았다.

어쨌거나 먼저 잘못한 주제에 나한테는 없는 애미애비를 소환해가며 한층 더 지랄해댔던, 애미애비들의 꼬라지를 보아하니 가정교육의 꼬라지를 알 수 있어서, 그 새끼들이 그렇게 씨발년놈들인 이유를 알 수가 있었던, 아무튼 그 개좆같은 년놈들이.

나한테 먼저 사과하는 일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존나 찐따 같은 생각인 건 아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는 했었다.

만약 그랬다면 무슨 기분일까, 하고.

그런 적이 없어서 여태껏 몰랐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사과받아도 별거 없다는 걸.

좆같은 새끼는 사과해도 여전히 좆같은 새끼였다.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음, 역시 그냥 법대로 하죠? 사과받으면 좀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좆같네요.”

“그렇다는데?”

그 말에 사티로스 년이 악을 질렀다.

“왜...! 사과했잖아...! 사과하면 된다고 네가 말했...!”

“시끄러워.”

콱, 사티로스 년의 머리채를 다시 뒤로 잡아당기며 릴리스가 말했다.

“쟤가 그러잖니, 사과받아도 좆같다고. 그러게, 누가 좆같게 굴래?”

“흣, 흑...”

꼴에 생긴 건 마냥 여려 보여서 울먹이는 사티로스 년을 보니 괜히 조금 그랬지만, 저년한테 활처럼 꺾이며 부러졌던 다리를 떠올리니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갔다.

개 쌍년, 존나 쌤통이네.

하지만 이걸론 부족했다.

한 번쯤 사과를 받는 입장이 되어보고 싶었을 뿐이지, 고작 이렇게 끝내긴 아쉬웠으니까.

스윽, 하고 릴리스를 쳐다본 내가 말했다.

“아, 그럼 전 이만 가봐도 될까요?”

그 말에 릴리스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여전히 오들오들 떨고 있는 사티로스 년에게 말했다.

“그래, 잠깐 밖에서 기다려. 난 나대로 이년이랑 볼일 봐야 하니까. 자, 그럼 이 썅년아. 나랑 재밌는 거 하면서 놀아볼까ㅡ? 니 보진 씨발, 얼마나 튼튼한지 시험해봐야지?”

진짜 무섭네.

사티로스 년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그렇게 말하는 릴리스의 얼굴은 꿈에서 볼까 무서울 정도로 살기등등했다.

나였으면 지렸을 거다.

“흐, 흐익...!”

저년도 나랑 똑같았던 모양이었다.

부르르, 몸을 떠는 사티로스 년을 보다가 내가 말했다.

“그럼 수고하세요.”

그렇게 말하며 내가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였다.

“아, 안 돼...! 제, 제발...! 뭐든 할 테니까, 제발...!”

등 뒤로 들려온 사티로스 년의 말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서 사티로스 년을 쳐다봤다.

“뭐든지?”

멈칫, 하고 사티로스 년이 그런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옆에 있는 릴리스의 눈치를 보고는 이내 꿀꺽, 침을 삼키고는 말했다.

“으, 응...! 뭐든지, 뭐든지 할 테니까... 제, 제발...”

“정말로?”

내 말에 고개를 연신 주억거리는 사티로스 년. 한참을 바라보다가, 릴리스에게 말했다.

“그렇다는데, 그냥 다시 합의 봐도 돼요?”

그런 내 말에 피식, 웃은 릴리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너희끼리 합의 보겠다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 나야 할 일도 줄어들고 좋지 뭐.”

“그럼, 그렇게 된 걸로 알고...”

나는 품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내 들었다.

반지가 들어갈 법한 작은 케이스.

그걸 열자 안에는 자그만 환약이 들어있었다.

“뭐든지 한다고 했으니 일단 이거부터 먹어라.”

“이, 이건...?”

새까맣고 이상한 냄새까지 나는, 딱 봐도 수상쩍은 환약이라 그런지 사티로스 년이 나를 쳐다보며 머뭇거렸다. 그래서 다시 케이스를 닫고서 말했다.

“저년이 합의 보기 싫다는데, 그냥 하던 거 계속해...”

“먹을게...! 먹을게요...!”

“그래야지. 자, 입 벌려라.”

사티로스 년이야 꽁꽁 묶여있으니 내 말대로 입을 벌리는 사티로스 년에게 환약을 꺼내 먹였다.

“윽... 으...”

좀 맛이 쓴지 인상을 찌푸리는 사티로스 년을 보고서 내가 물었다.

“다 먹었어?”

“으, 응... 다, 다 먹었어... 다 먹었어요...”

“입 벌려봐, 확인해보게.”

“저, 정말로 다먹었...”

“이 썅년이? 쟤가 하라는 대로 한다매?”

“버, 벌릴게요. 벌리면 되잖아요...”

릴리스의 말에 순순히 입을 벌리는 사티로스 년. 그런 년의 입 안을 살펴봤다.

혹시라도 혀 밑에 숨겨두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봤지만, 입 안에 남아있거나 하진 않았다.

정말로 다 먹은 모양이었다.

“한 번만 물어보자. 정말로 내가 하는 말을 전부 들을 거지?”

“...네.”

내 말에 고개를 까딱이며 말하는 사티로스를 보고서 내가 재차 물었다.

“어디까지나, 네 의사로 그렇게 하기로 한 거지?”

“...네? 네, 뭐...”

내 물음에 의아해하면서도, 릴리스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재차 끄덕이는 사티로스 년. 그런 사티로스 년을 보며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그래? 그럼 그런 걸로 알고.”

어디 한 번 테스트나 해볼까.

“죄송한데, 잠깐 풀어줘도 돼요?”

“뭐? 미쳤어? 그러다가 다칠 수도 있는데?”

물론 다치지 않는다.

그 사실은 저 환약을 구해다 준 릴리스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놓고 우리끼리 짜고서 지를 담그려고 하는 걸 사티로스 년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혹시라도 저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괜찮으니까요. 부탁드릴게요.”

“...뭐, 본인이 그렇다면야.”

내 말에 릴리스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사티로스의 몸을 두르고 있는 온갖 것들을 하나하나 떼어내기 시작했다.

워낙에 둘러싼 것이 많다 보니 벗기는 것도 꽤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아라크네의 실로 만든 띠나 팔다리에 찬 구속구마저도 벗겨지자 속옷 차림이 되어버린 사티로스 년이 보였다.

“워...”

존나 야한 속옷이었다.

생긴 것만 보면 존나 순진해 보이는 년이 저런걸 입고 다녔다니. 그야 하던 짓을 보면 발랑까진 개썅년이었긴 한데.

그래도 외형만큼은 소녀나 다를 바 없는 사티로스 년이 이곳저곳 전부 드러난 속옷만 덜렁 입고 있어서 그런지 배덕감이 장난 아니었다.

이렇게 보니 가슴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리고 그런 내 시선을 느꼈는지, 은근슬쩍 가슴을 펴는 사티로스 년이 보였다.

썅년, 몸이 좀 편해졌다고 그새 존나 씨발년스러웠다.

“...그래서 이제 내가 뭘 하면 돼? 응? 오빠가 하는 말, 전부 따를 테니까...”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자신을 보고 있는 릴리스를 쳐다본 사티로스 년이 보였다. 그런 사티로스 년의 시선에 릴리스가 인상을 찌푸리자, 힉하는 소리를 낸 사티로스 년이 내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이, 일단 여기서 나가자? 응? 나, 정말로 말 잘 들을 테니까... 하, 하고 싶은 거 전부 해도 좋으니까, 응??”

“그래? 그럼 일단 손.”

“뭐?”

내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던 사티로스 년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어?”

정작 내게 손을 내민 사티로스 년은 자기가 어째서 그런 짓을 했는지 영문도 몰라 보였지만. 멍청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는 사티로스 년이 보였다.

그런 사티로스 년을 보면서 이어서 명령했다.

“그대로 앉아봐.”

“윽...?!”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저앉는 사티로스 년을 보고서 이번에는 개처럼 짖으라고 명령해봤다.

“멍...! 멍...! 멍...?!”

그러자 이번에는 정말로 개처럼 짖기 시작한 사티로스 년이 보였다.

자기가 어째서 이러는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로, 내게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래봤자 나오는 목소리는 죄다 멍멍대는 개소리일 뿐이었다.

“멍...! 멍...!”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내뱉는 말마다 전부 멍멍대는 걸로 바뀌어버린 사티로스 년이 연신 짖어대는 것이 보였다.

성능 확실하구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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