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 (4)
* * *
“그 자세로, 내 주위를 돌면서 짖어.”
“멍...! 멍멍...!!”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엉금엉금 내 주위를 돌면서 짖는 사티로스 년.
“와, 존나 비싸더니만, 비싼 값 하네...”
한 알에 10억이 넘는 녀석이라고 들었는데, 사티로스 년의 꼴을 보니 확실히 그럴 만도 했다.
물론, 이거 하나 때문에 릴리스에게 빚진 돈만 엘릭서를 포함해서 20억이 훌쩍 넘어버렸지만. 세상에 이 나이에 빚이 거의 30억에 육박한 새끼는 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차피 따서 갚으면 되는 일이었지만.
이자는 없으니까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뭐, 지금은 암울한 미래의 일보단 눈앞에 있는 사티로스 년에게나 집중하기로 했다.
“자, 다시 말해도 좋아.”
“나한테 뭘 먹인 거야ㅡ?!”
내 명령이 끝나기 무섭게 사티로스 년이 악을 지르며 외쳤다.
분노로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 내 다리를 분질러 먹었을 때의 사티로스 년을 보는 것만 같았지만 여전히 내 주위를 엉금엉금 기어대는 년이 하는 말이라 존나 아무렇지도 않았다.
“별 건 아니고, 그냥 말 잘 듣게 해주는 약? 자, 다시 손.”
“읏...?!”
내 명령에 그대로 다시 손을 내미는 사티로스 년. 자기 몸이 제멋대로 내 말을 따르는 것에 울그락불그락,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버린 것이 보였다.
말도 잘 듣고 하니까 그런 사티로스 년이 좀 귀엽게 보이기도 했다.
“이야, 말 잘 들으니 얼마나 좋아. 그렇지? 아유, 착하다.”
그래서, 스윽, 스윽하고 그런 사티로스 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개새끼에게 해주듯, 그렇게 쓰다듬어주자 입술을 깨무는 사티로스 년이 보였다.
그 꼴이 우스워서, 그대로 사티로스 년의 머리를 붙잡고서 들어 올렸다.
“윽...!”
“왜 그렇게 죽상이야? 뭐든지 말하는 대로 따르겠다며? 그래서 도와준 것뿐인데 오히려 감사해야지. 안 그래?”
“이, 이딴 게 가능할 리가 없어...! 나, 나한테 뭔 짓을 한 거야?! 마, 마법? 아니... 이런 마법이 있을 리가...”
바로 옆에 릴리스가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는지 내게 바락바락 악을 쓰는 사티로스 년이었지만 그래봤자 내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몸이 되어버린 년이었다.
나를 죽일 듯이 쳐다보든 말든 아무래도 좋았다.
그리고 가능하니 불가능하니 사티로스 년이 말했지만, 당연히 가능하니까 지가 이러고 있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럴만도 했다.
나도 이런 게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근데 생각해보니 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세상이 이 꼬라지가 되다 보니, 온갖 차원에서 제각각 이런저런 방향으로 발달했던 문물이 섞여 들어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마법이나 주술, 무공 같은 것 말고도. 전기를 뽑아대는 쥐새끼 같은 것들도.
그러다 보니, 말을 듣게 하는 약 정도는 있어도 이상할 건 하나도 없었다.
아무튼, 사티로스 년이 먹은 환약도 그런 종류의 물건이었다.
겉보기엔 단순한 환약처럼 보이지만, 사실 안에 무슨 벌레 같은 게 있어서 먹은 사람은 먹인 사람의 말을 무조건 따르게 되어버린다나?
이름이 무고라고 했던가?
정말로 마법인 건 아니고, 뇌까지 올라간 벌레가 숙주가 명령을 따르게 하는 모양인데 생물체기도 하고, 워낙에 무고가 작은 탓에 탐지마법에도 걸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더군다나 대상자가 자신의 의지로 무슨 명령이든 따르겠다고 동의를 해야지만 효력을 발휘하는, 일종의 주물인 탓에 이런 성능인데도 불법도 아닌 물건이었다.
막말로 자기 몸을 마음대로 조종하게 한다는 데 동의하면 동의한 새끼가 병신인 거니 나름 이치에 맞는 일이기도 했다.
애당초 존나 비싸면서 길어봐야 일주일 밖에 지속되지도 않아서 악용하기에도 애매한 물건이었다.
생물체를 사용하다 보니 뒈지면 그대로 끝나는데 이 무고라는 녀석의 수명이 일주일 정도에 불과했으니 별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10억이나 하는 이유는.
그동안 말 그대로, 무조건 그 말을 따르게 하기 때문이었다.
숙주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제외한다면, 그 어떤 것이라도.
예를 들면.
“정 못 믿겠으면 믿게 해줘야겠지. 자, 어디 한 번 절정 해봐.”
“뭐? 으읏?! 잠, 히익♡ 어째서엇... 흐앗♡ 흣... 아앗♡ 흐악♡”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음을 토하며 부르르 몸을 떠는 사티로스 년이 보였다.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이를 악물었지만, 사람이 가버리는 걸 참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싫어, 싫어, 싫...♡ 흐으으읏~♡”
이윽고, 안 그래도 지린 탓에 젖어있던 팬티를 애액으로 잔뜩 적시며 가버리는 사티로스 년이 보였다.
“이게 진짜 되네.”
설명으론 들었는데 정말로 이런 것까지 되는 걸 직접 보게 되니 뭐라고 해야 하나, 이것만 봐도 10억이나 주고 살만한 가치가 있긴 해 보였다.
손을 대지도 않았는데, 그냥 가버리라고 말만 해도 남을 절정 시킬 수 있다니.
이런저런 제약이 없었더라면. 아니 그런 제약이 있다고 해도 이 정도라면 어떤 식으로든 사용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지속시간이 짧다는 것쯤이야 뭐 어떻게든 하면 되고, 뭣하면 지속시간이 떨어지기 전에 계속 먹이면 그만인 일이니까. 돈이 썩어나는 성격 더러운 부자들이 사용하려면야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숙주를 죽이거나 하는 명령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제약이 많다고 해도 조금만 생각해도 악용할 건덕지가 넘쳐났다.
애당초 나도 사티로스 년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반쯤 협박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명령에 따르겠다고 동의한 걸로도 이러고 있기도 하고.
뭐, 세계 정부를 연 장본인이나 다름없는 릴리스 정도나 돼서 구한 거지 아니면 엘릭서와 마찬가지로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물건이니 딱히 상관없겠지만.
내 알 바도 아니고.
“그대로,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절정이나 하고 있어라. 이 개 같은 년아.”
“시, 싫어...! 흐앗♡ 또, 또오...♡ 흐악...♡ 후앗...♡ 앗♡”
대충, 그런 사티로스 년에게 계속 가고 있으라고 명령해두고서 릴리스를 보자 그런 내 시선에 릴리스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이런 말을 하긴 나도 좀 좆 같은데, 너무 심한 건 나도 커버 못 쳐준다?”
적당히 하라는 뜻이겠지.
뭐, 나도 너무 심한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단지 앞으로도 남한테 개지랄을 떨지 않도록 기본적인 예절교육만 해줄 생각이었다.
“근데 심한 거 기준이 뭐에요?”
“그거부터 묻는 거 좀 싸이코 같은 거 알아?”
그런가?
아니, 그건 아니지.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지 조절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아무튼, 어디까지?”
“...뭐, 일단 죽이는 건 당연히 안되고. 겉으로 티나도록 상처가 나도 안되고, 대충은 그 정도? 나머진 알아서 상식 껏 알아서 해.”
“아, 그럼 됐어요. 나도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나처럼 상식적인 남자가 또 어디 있다고.
나는 내 명령대로 거듭해서 절정하고 있는 사티로스 년을 흘끔 쳐다봤다.
“멈처, 흣♡ 멈처... 흐옷♡ 가는 거, 멈... 흐오옷♡ 또옷♡ 오옷♡ 또오옷♡♡”
원하지도 않았는데 쉼 없이 계속해서 절정하는 기분은 대체 어떠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허리를 들며 절정하는 사티로스 년을 보며 말했다.
“일단 며칠 동안 저러고 둘까 싶은데, 그 정도는 상관없죠?”
릴리스가 구해준 무고도 팔팔한 새삥이었으니 일주일은 족히 효과가 있을 거다. 그러니 딱 5일 정도만 저대로 어디 처박아두면 좋지 않을까?
“흐응, 뭐 그 정도야... 아, 위쪽의 아무 방이나 잡아서 마음대로 써도 좋아. 그편이 나을 테니까.”
그런 릴리스의 말에 내가 반색했다. 사실 저년을 그동안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고민이었으니까.
내 집은 곤란했다. 방음이 제대로 되지도 않아서 옆에서 쇠질하는 오크의 숨소리도 들릴 정도인 낡아빠진 집인데 사티로스가 온종일 신음을 내질러대면 당장 쫓겨날 판이였다.
“공짜로요?”
“지랄, 돈은 내야지.”
뭐 그게 어디야.
대실료가 싼 건 아니지만 어디 모텔 같은 데를 잡는 것보단 훨씬 저렴했다. 그래도 5일 내내 빌리려면 돈깨나 깨지겠지만, 뭘 지금의 나는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수입이 있었다.
아, 근데...
“저 아직도 영업 가능해요?”
이걸 영업이라고 해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무리 릴리스라도 무고 같은 걸 쉽게 쉽게 구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대충 사티로스 년에게 엿멕일만한거라면 아무거나 구해달라고 해서, 릴리스가 무고를 구해다주긴 했지만 덕분에 이미 해가 저문 지 한참이나 지난 뒤였다.
오늘도 돈 벌 생각하면서 싱글벙글 출근했던걸 생각하면, 사티로스 년 때문에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한 셈이었다.
그러니 좀 늦었어도 할 건 하고 가고 싶었는데, 그런 내 물음에 릴리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찾다 보면 있기야 하겠지만 그년들도 사람은 사람이라 엥간하면 이 시간까지 죽치고 있지는 않거든? 아마 찾는다고 해도 어제처럼 잔뜩 벌 수 있거나 하진 않을걸.”
이런 씨발.
돈은 돈대로 존나 나갔는데 오늘 수익은 없다 이건가.
갑자기 기분이 팍 나빠지려고 했다.
그런 나를 보며 릴리스가 말했다.
“...뭣하면 그냥 위에서 후딱 뽑고 오든가. 아니, 그쪽이 시간도 아끼고 더 낫겠네.”
“위쪽이요?”
“너도 알잖아?”
“아, 거기요.”
릴리스의 말에 채취장이라고 부르는 곳. 감옥보다는 위쪽에 있는 곳에 있다는 시설을 떠올렸다.
뮤뮹뮤뭉 때의 일로 알게 된 거지만, 편의점이나 이곳저곳에서 이종족 전용 음료로 팔리고 있는 정액이라고 해야 할까, 정기 엑기스 같은 걸 만드는 것도 바로 여기였다.
채취소에서 디스펜서들이 열심히 뽑아댄 정액을 가공해서 만든다나 뭐라나... 직접 이종족을 상대하기엔 부담스럽거나 여러모로 조건이 후달리는 디스펜서들의 주 수입원이라는 이야기는 릴리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래도 대체 뭐 하는 곳인지는 본적도 없어서 잘 모르지만.
“그러죠 뭐, 어차피 나중에라도 알아보긴 해야 했을 테니까.”
“아, 그리고.”
“?”
대충 돌아가기도 해야 하니, 여전히 몸을 뒤틀며 절정하고 있느라 정신이 없는 사티로스 년을 들쳐메고 있을 때 릴리스가 말을 걸었다. 내가 돌아보자, 릴리스가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다 끝나면 말해. 오늘 고생도 했으니까, 내가 진짜 요리라는 걸 먹여줄 테니.”
“오, 직접 해주시는 거예요?”
“뭐래, 사준다는 거지.”
릴리스가 직접 해주는 게 아니라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공짜 밥이 어딘가 싶었다.
“그럼 금방 끝내고 올게요.”
“그래 금방 끝내고 와라, 이 조루야.”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건가.
뭐, 아무튼 릴리스가 기다리지 않게 되도록 빨리 끝내기로 했다.
“자, 가자 썅년아.”
내게 들쳐메인 상태에서도 절정하기 바쁜 사티로스 년의 엉덩이를 찰싹 때려주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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