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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32화 (32/523)

〈 32화 〉 엄마가 뿔 났다 (3)

* * *

“그보다, 아까 했던 이야기 좀 다시 해봐. 그 염소년한테서 벗어났었다고? 네 힘으로?”

케이크에 맥주라는 조합으로 그 케이크를 몇 조각이나 해치운 릴리스가 입가에 묻은 크림을 핥으며 물었다.

내가 케이크 한 조각을 하나 다 먹기도 전에 몇 조각이나 먹다니... 뭐, 나야 단걸 싫어해서 그런거지만.

아무튼, 릴리스의 말에 내가 입을 열었다.

“아, 그거요.”

이건 나도 궁금하긴 했다.

사티로스 년한테서 자력으로 벗어났으면서도, 그 이유를 당사자인 나 자신도 잘 몰랐으니까. 릴리스에게 언제 한 번 물어 보려고는 했었기 때문에 그때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풀어서 말해주었다.

뭐, 이미 한번 말했던 거고, 이제와서 쪽팔릴 필요도 없었다.

사티로스 년의 체향에 취해서, 그대로 사티로스 년에게 덮쳐져 꼼짝도 못 하고 따먹힐 뻔했다가 도중에 정신을 차리고서 그런 사티로스 년에게서 벗어났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말하자 그런 내 말에 릴리스가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이 보였다.

“...아무리 봐도, 그거 기프트 같은데.”

기프트.

선천적으로 마나를 잘 받아들이는 체질로 태어나, 후천적으로 그런 마나로 인해 적응하거나 변화되어버린 신체나, 특이한 능력, 소질 등을 지니게 되는 것을 이 세상에선 기프트라고 불렀다.

그 이름 그대로 선물이나 다를 바 없는 후천적 발현의 초상 능력.

그 로또에 내가 당첨된 거라고?

아니, 로또도 로또 나름이지, 이 세상에는 별의별 기프트가 존재하니까 좋아하기엔 일렀다.

세상에서 가장 병신같은 기프트란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진, 입으로 불이며 물이며 온갖 것을 뿜을 수 있게 된 기프트, 일명 ‘숨결’이란 것이 생겨버린 인간의 사례도 있지 않은가.

입으로 불이고 물이고 뿜을 수는 있는데, 인간이 불이나 물을 뿜는 게 가능한 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프트가 생겼다고는 해도 그 외에는 평범한 인간이었던 남자였다.

당연하게도 자기가 뿜어낸 불에 입이고 식도고 죄다 화상을 입게 되어버리거나, 그 반대로 뿜어내던 물에 질식할 뻔하거나 하는 일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세상에는 그런 병신같은 기프트도 있는 법이었다.

애당초 그딴 기프트도 연구니 뭐니 하면서 지원금을 받게 되니, 과거의 나에게 있어선 로또나 다름없는 거였지만.

지금은 충분히 먹고살 만한데 그딴 병신같은 기프트가 걸린 거라면 세상 좆같은 일이었다.

애당초 이미 기프트 검사를 받아놓고서, 거기서도 무적성 판정을 받았던 나였다.

그랬는데, 갑자기 기프트가 생겼다고?

아니, 그야 그럴 수도 있긴 한데.

어디까지나 기프트는 후천적으로 받아들이는 마나로 인해 몸에 변화가 생겨나는 것을 일컫는 것이니까.

애당초 후천적으로 발현되는 재능인 것이었다.

그러나, 기프트 역시 재능의 영역에 있었다.

선천적으로 마나를 잘 받아들이는 체질이란게 말이 쉽지, 다리가 빠른 사람이나 머리가 좋은 사람같이, 그냥 천부적인 재능의 영역이었다. 아니, 어쩌면 단순히 그런 재능을 타고난 사람보다 더욱 희귀한 재능.

그야말로 하늘이 부여해주는 재능을 가진 천재.

그 천재중에서도 운이 좋아서, 몸의 일부가 마나를 받아들이다가 지 혼자서 진화해버려야지만 기프트를 얻을 수 있었다.

천재에, 천운이 더해지야만이 태어나는 것이.

그것이 기프트 보유자들이었다.

나 역시도, 딱히 뭘 먹지도 않아도 근육질이던 내 몸이나 그딴 고아원에서 자랐는데도 180cm를 훌쩍 넘겨버린 키 등, 혹시라도 이게 마나인지 뭐시기인지 영향 때문인가하고 기프트를 검사받았던 거고.

하지만, 결과는 무적성.

조금 마나를 잘 받아들이는 체질이란 것만 알 수 있었을 따름이었다.

남들보다는 아주 조금, 마나를 더 받아들이는 체질.

그거 외에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몸이란 소리였다.

몸이 근육질인거나 키가 쑥쑥 자란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그냥 유전이라는 모양이고.

내 애비랑 애미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던 걸까.

아무튼, 결과적으로 내가 기프트엔 무적성이란 사실을 릴리스에게도 이미 말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릴리스는 내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특별히 이상한 부분은 없는데.”

“그것도 그냥 보면 알 수 있어요?”

“대충은.”

그런 내 말에 릴리스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결국은 마나로 인해 바뀌어버리는 거니까. 마나가 유난히 모여든 곳이 있는지 확인하면 그만이거든.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서클, 무공을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단전... 그런 것들도 결국 인공적으로 마나를 위한 기관을 체내에 만드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이른바, 인공 기프트인 셈이지.”

“인공 기프트요?”

“그래, 인공 기프트. 기프트는 그거랑 달리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면 돼. 서클이나 단전같은 것이 체계적으로 길러낸 인공 기프트, 딸기라면 그냥 기프트는 산에서 자라난 산딸기 같은 거지.”

딸기랑 산딸기라...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감을 잡을 듯 말 듯 하든 말든 릴리스는 내 케이크 위에 있는 딸기를 포크로 찌르며 말했다.

“덕분에 체계적이지 않고, 멋대로 뻗어나간 마나 때문에 모양도, 능력도, 모두 제멋대로야. 그래서 들쭉날쭉하긴 하지만... 대신 우연에 우연이 겹쳐져 만들어진, 몇 안 되는 기프트들은 무척이나 강력하지. 품종 개량이니 비료니 뭐니 하면서 공을 들여 만들어낸 하우스 딸기보다 더 맛있는 산딸기가 가끔 있는 것처럼. 아무튼, 결국은 서클이나 단전이나 비슷비슷한 녀석들이란 말이지. 그래서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아.”

그런 건가?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기프트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려면 몸에 깃든 마나를 보면 알 수 있다 정도였다.

생각해보니 나도 기프트 검사를 할 때 무슨 기계 안에 들어가서 슥, 하고 신체를 스캐닝하고 말았었지.

그게 내 몸에 쌓인 마나 같은 걸 살펴보는 기계였나보다.

“근데, 넌 딱히 그런 건 없어 보이거든. 마나를 잘 받는 체질이란 게 맞는지, 평균보다는 체내에 쌓인 마나가 많은 편이긴 하지만, 그것 외에는 평범하단 말이야. 근데, 사티로스 그년한테 저항했다고.”

흠, 하고 릴리스가 잠깐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뭐, 좋아. 그럼 그때랑 비슷하게 해보면 알 수 있겠지.”

“비슷하게요?”

“그래.”

톡, 톡하고 탁자를 두드리며 릴리스가 말했다.

“사티로스 년의 체향에 저항했으니까. 쫌 미친년놈들이 많지만, 사티로스도 나름대로 강한 종족이거든. 그런데 거기에 저항할 정도라면 상당히 강력한 힘을 지닌 기프트일 가능성이 있단 말이지. 그것도 정신 쪽의 기프트일 수도 있겠네. 이건 기프트 검사로도 알기 힘드니까... 더군다나 꽤 희귀하거든.”

붉게, 릴리스의 눈동자가 빛나는 것이 보였다.

“자, ‘손 들어봐’.”

“어.”

릴리스의 말에 스륵, 올라가는 내 오른손. 제멋대로 올라간 내 오른손에 내가 말했다.

“아니, 뭐야. 뭐한 거예요?”

“간단한 최면이야. 근데 너무 잘 듣는 거 아니야? 이건 그냥 내성이 없는 수준인데? 약하게 걸은 거니까 이 정도로 잘 걸릴 리가 없는데, 이런 경우는...”

말을 잇던 릴리스가 이내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런 경우가 뭔데요?”

말하다 말고 끊어버리는 릴리스. 세상에서 가장 빡치는 유형 중 하나를 몸소 실천하는 릴리스를 보며 내가 묻자, 그런 나를 보더니 얼굴을 붉힌 릴리스가 말했다.

“시끄러워. 아무튼, 정신 쪽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대체 뭐지?”

왜 갑자기 화내고 난리야.

아무튼, 릴리스도 잘 모르는 건가.

아니, 잠깐.

그러고 보니까...

“그, 사실 전에도 사티로스 년한테 저항한 적이 있거든요? 처음 그년이랑 봤을 때도 그랬고.”

“뭐? 호아란이 구해줬던 거 아니었어?”

“그건 맞는데. 그 전에 이미 향기 때문에 지랄 났던 상황이었거든요. 그러다가 깨서, 쌍욕박다가 처맞았을 때 호아란이 와줬던 거고요.”

그 말에 움찔, 어깨를 떨은 릴리스가 낮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그걸 왜 지금 말해?”

“뎃.”

붉게 빛나는 릴리스의 두 눈동자가 보였다.

“맞았었다고? 그 썅년한테? 어디를? 어떻게? 난 그런 거 못 들었는데? 근데 넌 그런 년을 꼴랑 그걸로 용서해주고 왔다고?”

“아니...”

몰랐다고?

모를 수가 있나?

아니지.

릴리스가 나랑 호아란을 쫓아왔던 것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였으니까. 사실상 호아란에게서 구해진지 얼마 안돼서 곧장 릴리스가 찾아왔으니 자세한 사정을 어디서 듣거나 하진 못했을 수도 있었다.

릴리스랑 다시 봤을 때는 이미 호아란의 조치로 다 나아서 멀쩡한 상태였기도 했고.

그냥 사티로스 년에게 홀려서 넘어갈 뻔했던걸, 호아란에게 구해졌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긴 있었다.

“...뭐, 그건 넘어가고.”

“넘어가긴 뭘 넘어가?”

으득, 하고 릴리스가 이를 갈았다.

“알았으면 그때 그 썅년을 그렇게 멀쩡하게 보내지 않았을 텐데... 최소한 팔 하나는...”

무서운 레후.

빨리 분위기를 돌려야겠다.

“아무튼, 그때도 그렇고 그 뒤에 사티로스 년한테 벗어났을 때도 그렇고. 그... 이렇게 말하면 좀 그런데. 아무튼 발기한 상태였거든요.”

“...뭐? 이 변태 새끼가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러게.

발기니 뭐니하는 말에 눈살을 찌푸리는 릴리스.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무튼 사실은 사실이었다.

처음 때도 그렇고 두 번째도 그렇고, 전부 사티로스의 체향에 홀려서 결국 풀발기하고 말았을 때 도로 정신이 멀쩡하게 돌아왔었으니까.

둘의 공통점이라고 할 만한건, 그때 내가 풀발기하고 있었다는 것 뿐이었다.

“아니, 농담하는 게 아니고. 진짜로. 발기하고 나니까 갑자기 멀쩡해졌다고요.”

거듭해서 그렇게 말하자 릴리스도 내가 장난치거나 하는 것이 아닌 것을 알았나 보다. 어느덧 진지해진 표정의 릴리스가 입을 열었다.

“그 말이 정말이라면, 조건부 기프트일 수도 있겠네. 발기해야 발동하는 기프트라는건 난생 처음 듣는 소리지만.”

“조건부 기프트요?”

“그래. 원래는 기프트 그 자체가 신체의 일부 등이 변질해서 본래는 없던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그중에서도 어떤 조건에서만 발현되는 기프트도 종종 있거든. 네가 알만한 유명한 걸로는... ‘천리안’ 알아?”

“아, 그거요.”

입으로 뭐든 뿜어내는 병신 같은 기프트. 일명 ‘숨결’이 병신 같은 걸로 유명하다면 ‘천리안’은 좀 다른 쪽으로 유명했다.

그야 앉은 자리에서 원하는 곳이 어디든 볼 수 있는 기프트였으니까.

그 엄청난 성능 덕에 세계 정부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줘가며 연구 중인 기프트였다.

어떻게 그걸 다른데도 적용할 방법만 알게 된다면 쓰임새가 무지 많은 기프트였으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그 여자가 천리안을 발현하게 됐을 때가, 그 여자가 한쪽 눈을 실명했을 때였거든. ‘눈이 하나여야만 한다’가 그 기프트의 발현 조건이었던 거지.”

“애미. 그럼 평생 몰랐을 수도 있겠네요.”

“그래, 그래서 그런지 기존의 기프트들이랑 달리 조건이 달린 기프트들은 다른 기프트에 비해 강하기도 하고. 뭐, 강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아무튼, 하고 릴리스가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잘됐네. 만약 네 기프트의 조건이 ‘발기 중일 때만’이라는 거라면, 확인하기 쉬울 테니까.”

“뎃?”

릴리스의 말에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등을 타고 올라오는 소름, 왠지 모를 불길함에 내가 릴리스를 쳐다보자그런 나를 보며 릴리스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뭐해? 안 세우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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