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엄마가 뿔 났다 (5)
* * *
“흐억... 흐으...”
쌀뻔했네.
무슨 오토바이 타듯 미친 듯이 발로 밟아댈 땐 진짜 못 버티고 싸버릴 뻔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버텨냈다.
릴리스도 정말로 거기까진 할 생각은 없었는지 멈춰줘서 겨우 산 거였지만.
나는 호흡을 고르다가, 릴리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언젠가... 언젠가는 복수할 겁니다...”
그런 내 말에 릴리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그래, 어서 그날이 왔으면 좋겠네. 그때면 나도 은퇴할 수 있을 테니까.”
씨발.
생각해보니 누구보다도 내가 성장해서 자기 뒤를 이었으면 하는 것이 릴리스였다.
존나 내가 릴리스한테 복수할 정도로 성장하면 그건 그것대로 좋다고 생각할 게 릴리스란 거였다.
옘병.
언젠가는 진짜 릴리스의 입에서 우는 소리가 나오게 해주고 싶었다.
“뭐, 어쨌거나... 너한테 기프트가 있는 건 확실해졌네. 대체 무슨 기프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반쯤 걸은 환몽을 깰 정도로 정신에 영향을 주는 기프트인건 확실해. 그것뿐인지 뭔가 더 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좋은 거예요?”
“나쁠 건 없지. 내 환몽에서 자력으로 벗어날 정도라면 어지간한 거는 죄다 면역이란 셈이니까. 나랑 비슷한 급인 녀석이 몇이나 있는 것도 아니고. 근데 조건이 그래서야...”
진짜 병신같네, 하고 재차 중얼거린 릴리스가 말했다.
“자세한 건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확실해. 그거, 기프트 맞아.”
내가 기프트 소유자가 됐다고.
“오...”
“별로 기뻐하지 않네?”
“아니, 그야 발기 중일 때만 발동하는 데다가, 정신 면역이라니 그거 어디다 쓰라고요?”
그야 덕분에 사티로스 년의 체향에서 벗어난 것이 두 번이나 되긴 했지만, 그런 일이 세상에 몇 번이나 있을 리도 없었다.
그런 나를 보며, 릴리스가 말했다.
“좀 이상하다 싶으면 딸이라도 치던가.”
“...그러다가 아무것도 아니였으면?”
“갑자기 딸치는 머리가 좀 이상한 새끼가 되는 거지.”
존나 확실할 때가 아니면 하면 안 되겠다.
“뭐, 그렇게 됐으니까. 내일은 일하러 나가지나 말고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딜요?”
“그게 대체 뭐하는 기프트인지 확실히 알아봐야 할 거 아냐? 자세히 살펴보니까, 네가 발기중일 때만 네 자지에 마나가 모여들던데. 처음에 봤을 땐 그러지 않았으니까, 최근에 발현한 기프트려나. 아무튼, 그러니까 확인해봐야지.”
내 자지에 마나가 모여든다고.
그야, 발기 중일 때만 발동하는 기프트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근데 그게 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새이자 그런 나를 보며 릴리스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너도 알잖아? 기프트가 발현되면 신체에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고. 근데, 넌 그게 자지란 말이지.”
신체에 변화.
그리고 자지.
애미.
좆됐다.
“당장 가면 안 돼요?”
내 자지가 이상한 걸로 변하기 전에.
혹시 어떻게 잘못돼서 내 자지로 정액이 아니라 이상한 걸 뿜어내게 되면, 그날로 자살 마려울 것 같았다.
그런 나를 보며 릴리스가 말했다.
“당장 가서 뭘 어쩌려고? 가봤자 열려있지도 않을 텐데.”
“그것도 그렇네.”
벌써 저녁때가 훌쩍 지나버렸으니 어디 가기엔 이미 늦은 시간이긴 했다.
“뭐, 그러니까 내일은 나랑 같이 가보자고. 나도 겸사겸사, 아는 녀석이나 만나게.”
아는 사람?
“혹시 그 사람도 스물둘의 영웅이라거나 하는 거 아니죠?”
“걘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아니, 스물둘의 영웅이면 오히려 인맥이 늘어나니까 좋은데.
원래 인맥이란 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었다.
하물며, 그게 은퇴했다고는 한들 나타나기만 하면 어디서든 알아봐주는 스물둘의 영웅같은 존재라면 더더욱.
“아무튼, 그런 줄 알고 내일 보자.”
“어? 안자고 가시게요?”
오늘도 자고 가는 줄 알았는데. 심지어 맥주도 꽤 마셔서 얼굴이 불그스름해진 릴리스였다. 진짜, 술은 엄청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것에 비해서 약한 편인 릴리스라 괜히 걱정됐다.
그래서 말했다.
“그냥 주무시고 가죠?”
“......”
그런 내 말에 릴리스가 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널 어떻게 믿고?”
“뎃?”
“응? 날 따먹을 생각으로 가득한 널 어떻게 믿고 자고 가라고?”
“아니.”
아직도 그걸로 꽁해있었어?
“평소엔 잘만 자고 갔으면서. 애당초 제가 어머니를 어떻게 덮쳐요?”
“그거야 모르지. 아니, 사실 여태 내가 잠드는 동안 뭔 짓을 했을지 또 어떻게 알아? 너 이번걸로 두 번째야. 전에는 팬티에, 이번엔...”
음.
내가 릴리스라도 존나 믿을 수 없긴 했다. 내가 릴리스였다면 나 같은 새끼 옆에서 잠 같은 건 절대 안잘 것 같았다.
그렇게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괜히 릴리스에게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좀 기분이 그랬다.
그런 나를 보더니 릴리스가 말했다.
“...농담이고, 나도 아는 녀석 봐야 하는데 이러고 갈 순 없잖아? 옷도 갈아입어야 하니까 그런 거지. 그러니까 내일 보자고.”
“아...”
뭐,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누굴 만나러 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릴리스는 세상 편해 보이는 츄리닝 차림이었으니까. 나야 보기 좋긴 한데, 릴리스가 말하는 지인이 누군지는 몰라도, 아무튼 남을 보러 갈 때 좋은 차림은 아니었다.
“뭐, 그런 거니까 너도 치우고 일찍 자. 괜히 이상한 짓 하다가 늦잠 자지 말고.”
“이상한 짓이요?”
“아까 일 떠올리면서 딸 치지 말고 얌전히 잠이나 자라고.”
아니.
어떻게 알았지.
“...변태 새끼, 피곤하니 뭐니 하더니. 하여간, 내일 보자.”
“아, 네. 그럼 내일 봬요.”
내 대답을 듣고선 손을 흔들며 그대로 가버리는 릴리스.
덕분에 덜렁 나 혼자만 남아버린 집이 왠지 엄청 넓어보였다.
분명 변한 건 하나도 없을 텐데.
“아, 설거지.”
먹었던 케이크를 옮겨담았던 접시라든가, 포크라든가가 보였다. 더욱이 비어버린 맥주캔들도 잔뜩이었다.
존나 귀찮네...
그렇다고 놔두기엔 얼마 안 되는 것들이라 귀찮음을 무릎쓰고 후딱 치우고서 침대에 드러누웠다.
내 침대가 이렇게 넓었던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침대에서 자보는 것이 엄청 오랜만인 기분이 들었다.
쉬는 날이면 쉬는 날이라고, 일하던 날이라도 일했으니 마시자고 내 방을 차지하고선 맥주나 퍼마시다가 뻗어버리는 릴리스가 항상 차지하고는 했던 침대였고, 그 덕에 정작 그 침대의 주인이었던 나는 항상 바닥에서 자고는 했었으니까.
뭔가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달콤한 냄새가 나는 침대 시트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봤다.
“......”
순간적으로 떠올린, 조금 전까지 봤던 환상 속의 릴리스. 그 덕에 움찔, 움찔 자지가 서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한발 뽑고 잠이나 잘까, 하다가 그냥 자기로 했다.
괜히 넓게만 느껴지는 침대 위에서 양팔을 쭉 뻗어봤다.
“아니, 그대로네.”
양팔을 좌우로 쭉 뻗자 침대 밖으로 나가버리는 걸 보면 그대로였다.
그런데 왜 넓다고 생각한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후우...”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릴리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가시지 않은 열기를 품은 한숨. 자신이 그런 한숨을 토해냈다는 사실에 괜히 낯이 뜨거웠다.
휙휙, 손 부채로 뜨거워지는 얼굴을 식히며 중얼거렸다.
“안 들켰겠지?”
그 녀석이 웨어비스트도 아니고, 특별한 능력도 없는 인간이니 들켰을 리가 없다. 코가 좋은 녀석도 아니고. 그걸 알면서도 괜히 걱정되기 시작했다.
“...진짜 안 들켰겠지?”
이상한 곳에서 눈치가 빠른 녀석이었다.
더군다나 나보고 자고 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혹시라도 눈치채고서,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그런 소리를 한 거라면...?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그 녀석이 그렇게 비열한 새끼도 아니고. 오히려 지를 줘패기까지 했다는 썅년을 용서해주기까지 한, 호구 같은 새끼였으니까.
애당초 평소에도 그 녀석의 집에서 자주 자고 갔기도 했고. 자고 갔다기 보단 뻗어버렸다고 하는 것이 맞겠지만.
아무튼, 오늘도 맥주를 잔뜩 마셨으니까 그냥 자고 가라고 했던 것에 불과했을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그렇겠지?
“...아이, 씨. 안 들켰겠지.”
그래, 그럴 거다.
그럴 능력도 없는 녀석이니까.
아니, 그럴 능력도 없었던 인간이었다고 해야 하는 것이 좋을까.
분명, 처음에는 자지만 좀 크고, 정력도 좋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성격이었던 걸 제외하면 특별한 것도 없는 평범한 인간, 딱 그 정도인 녀석이었는데.
갑자기 풀발기할때만 발동하는 기프트를 발현한 것도 모자라서, 그 기프트가 자신의 환몽을 깨버렸다.
더 이상 능력이 없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거기까진 뭐, 그럴 수 있었다.
조건이 좀 병신 같긴 했지만, 그래도 조건은 조건.
그리고 조건이 딸린 기프트들을 대체로 강력한 힘을 지닌 것이 많았으니까. 정신계 면역 관련의, 딱 그 능력에만 집중된 기프트라면 그만한 힘이 있어도 아주 이상한 것 아니었다.
그런데.
스윽, 츄리닝을 벗어 내리자 축축하게 젖어든 팬티가 보였다.
다른 무엇도 아니고, 자신의 애액으로 젖어있는 팬티를 보고서 릴리스는 훌렁, 팬티를 벗어버렸다.
젖어있는 팬티를 마냥 입고 있는 것만큼 찝찝한 것도 없었으니까.
“애미...”
근데 그 밑이 더 가관이었다.
그야 팬티가 젖어있었으니까, 그 밑도 젖어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긴 했다.
당연한데...
“씨발, 대체 무슨 기프트야?”
자신이 이렇게 되어버린 이유.
녀석의 기프트를 떠올리며 릴리스는 손톱을 깨물었다.
정신 면역만이 아니라, 풀발기하면서 녀석의 기프트가 발현하는 순간부터 녀석의 기세가 바뀌었다.
원래도 컸던 키가 더욱 크게만 느껴지고, 어째선지 녀석이 무척이나 잘생겨 보이기까지 했다. 아니, 잘생겼다기보단 남자답게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못생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잘생겼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무튼, 보기 그럭저럭 나쁘진 않네 수준에 불과했던 녀석이 이 녀석이 원래 이렇게 생겼었나 싶을 정도로 바뀌게 느껴진 건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마치 사티로스의 그것과 같은 향기가 그 녀석에게서 났다.
사티로스와 마찬가지로 달콤한 과일향은 아니었지만...
순간적으로 맡아버리고 말은 향기가 가져온 효과는 사티로스의 그것과 비슷했다.
정신이 몽롱해지고, 이성이 희미해졌다.
이성을 발정시키는 향기.
심지어 아무리 예상치도 못했다고는 해도, 그 향기가 자신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금방 벗어날 수야 있었지만, 덕분에 팬티는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발현 부위가 자지라서 그런 건가? 아니면 그 새끼가 따먹은 썅년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레벨 드레인?”
자지라서 그런 걸수도 있고, 그 새끼가 따먹은 사티로스 년, 그 년의 능력을 레벨 드레인이 흡수한 탓일지도 몰랐다.
녀석의 레벨 드레인에 그런 능력은 없었지만, 아무튼 그것도 일단 레벨 드레인이였으니까.
상대의 능력을, 힘을 흡수하는 것이 서큐버스의 레벨 드레인이였으니, 그 아류라고 할지라도 녀석에게 건네준 것도 레벨 드레인은 레벨 드레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부여해준 레벨 드레인과 녀석의 기프트가 무슨 시너지라도 일으켰다든지.
이유야 모르겠지만, 적어도 녀석에게 일어난 변화가 아주 좋은 것만은 아닌 것은 확실했다.
기프트가 그 이름처럼 마냥 선물인 것만은 아니었으니까.
강한 능력일수록, 그만한 대가가 따르는 법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크겠네...”
정체는 아직 모르지만, 그 기프트를 제대로 다룰 수 있으면 디스펜서로서는 최적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신조차도 순간적으로 발정하게 만들어 버리는데, 거기에 저항할 수 있는 년들이, 하물며 이미 발정나서 디스펜서들을 찾는 년들이 몇이나 될까?
최소한 3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보다 훨씬 빠르게 녀석이 자신의 뒤를 이을 날이 올지도 몰랐다.
눈 돌아간 미친년들에게 잡혀서 이승을 뜨지만 않는다면야.
“......”
그리고 그 날이 오면.
“에이, 썅. 샤워나 하고 빨리 자야지.”
내가 대체 뭔 생각을 하는 거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참이나 걸어야 있는 욕탕으로 향하며 걸음을 옮기는 릴리스의 허벅지를 타고 애액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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