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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41화 (41/523)

〈 41화 〉 외전) 기프트 (1)

* * *

근데... 저건 뭐야?

지금 보니까 아리아드의 엉덩이 쪽에 못 보던 것이 보였다.

기다랗고, 끝이 무슨 꽃의 봉오리 같은 것이.

꼬리?

저런 게 있었던가?

“저기, 그건 또 뭐에요?”

“으으응? 아아, 이거어?”

결국에는 릴리스에게 밀쳐져서, 그대로 주저앉았던 아리아드에게 묻자 그런 내 말에 신파극을 찍던 것을 멈추고서 나를 올려다보는 아리아드.

그리고는 살랑살랑하고 꼬리인지 뭔지 모를 것을 내 앞에서 흔들며 입을 열었다.

“글쎄에, 이게 대체 뭘까아?”

아니.

뭔지 모르겠으니까 물었지.

그런 생각을 하며 아리아드를 쳐다보자 내 시선에 아리아드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우후후, 한조도오 잘 알고 있는 건데에.”

내가 잘 알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을 때, 쩌어억하고 꽃봉오리 같았던 것이 펼쳐지는 것이 보였다.

마치 꽃처럼 펼쳐진 그것이.

“아직도오, 모르겠니이?”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짓는 아리아드를 보고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내 자지를 쪽쪽 빨아대던 정체불명의 무언가였다.

아니.

씨발.

내 자지가 저거에 빨린 거라고?

“기억났나 보구나아? 어때애? 예쁘지?”

예쁘긴 했다.

겉보기엔 꽃이나 다를 바가 없어 보였으니까.

근데 저거에 자지를 쪽쪽 빨렸던 걸 생각하면, 그다지 예뻐 보이진 않았다.

자기 안에 싸라고 말했으면서.

이건 사기였다.

아리아드의 몸과 연결되어있는 걸 보니, 저기에 싼 것도 분명 아리아드의 안에 싼 것이 맞기는 한데.

이런, 씹...

“썅년아, 강간하려 들었던게 자랑이야? 응? 자랑이냐고.”

빡, 하고 그런 아리아드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릴리스가 보였다.

“강간 아닌데에... 한조도 좋아했는데에...”

릴리스에게 얻어맞은 뒤통수를 움켜쥐고 울상을 지으며 말하는 아리아드. 그런 아리아드의 말에 릴리스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좋아했다고? 너 그런 취향이였어?”

아니, 좋기는 했는데.

저런 거인 줄 알았으면...

...알았으면 어쨌을까?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억지로 쥐여 짜이다시피 했는데 정체를 알았다고 뭔가 달라졌을까?

아마, 아닐 것 같았다.

당하고 있는 와중에는 조금은 다른 기분이었겠지만. 식인 식물 같은 거에 잡아먹히는 기분이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런 말을, 옆에서 나를 이상성욕자인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는 릴리스가 있는데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딱히 그렇게 좋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이제 잘 알겠으니까, 그것 좀 치워주시겠어요?”

“한조도오 너무해애... 내 안에 그렇게나 잔뜩 쌌으면서어...”

아니, 너무한 건 내가 아니고 저런 거로 날 쥐어짜낸 아리아드 같은데...

아무튼, 괜히 양심에 찔려서 아리아드의 시선에서 고개를 돌리려고 했을 때였다.

“...역시이, 인간은 이쪽이 더 좋았던 거려나아.”

그렇게 말하며, 복부를 쓰다듬는 아리아드가 보였다. 천천히, 그런 아리아드의 손이 밑으로 내려가더니 이파리로 간신히 감싸여있는 둔덕을 스쳐 지나갔다.

그런 아리아드가 나를 보며 말했다.

“어때애? 한조오. 다음에는 이쪽으로오...”

스윽, 아리아드가 살짝 들어 올린 이파리 밑으로 세로로 갈라진 균열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에는... 저기로 하자고?

꿀꺽, 하고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이 새끼들이 진짜.”

꽈악, 하고 그런 나와 아리아드의 머리를 붙잡는 릴리스.

아.

“아니, 난 아무것도...”

“지랄. 존나 빤히 쳐다보고 있었으면서.”

어떻게든 변명해보려는 내 말에 릴리스가 날 차갑게 식은 눈으로 보며 그렇게 말했다.

아니.

그건 어쩔 수 없는 건데.

나야 보여주니까 어쩔 수 없이 봐버린 입장이잖아.

존나 억울하다.

이의가 존나게 많았다.

하지만 재판관인 릴리스는 그딴 이의는 받아주지 않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이윽고, 쾅하는 소리와 함께 나와 아리아드의 머리가 서로 부딪혔다.

나무가 본체 맞네...

아리아드의 머리는 존나 단단했다.

한동안 아리아드랑 나란히 주저앉은 채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가, 애당초 볼일이었던, 내게 기프트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것도 알았고. 슬슬 돌아가자는 릴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나도 내 바지를 못 찾기도 했고, 빨리 돌아가고 싶긴 했었다.

그렇게 돌아가기 전에 받아야 했던 것들을 받고서, 이제 차로 돌아가기만 하면 됐을 때였다.

요정들이 어디서 수액이 담긴 물통.

그 물통들을 가리키며 릴리스가 말했다.

“넌 이거나 좀 실어 놓고 있어 봐.”

뎃...?

“이걸 저 혼자 실으라고요?”

아리아드에게서 받은, 그녀의 수액이 잔뜩 들어있는 물통들을 바라봤다.

정수기에나 쓸법한 커다란 물통이 세 통.

그런 물통마다 주홍빛의 수액이 가득했다.

평소에도 자매들인 다른 요정들의 도움을 받아서 짜서 모아둔 수액이라고 했었는데, 그 양이 무려 물통으로 세 통이나 됐다.

진짜 무슨 젖소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양이었지만, 아리아드가 뿜어내던 수액의 양을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적은 양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세통이나 되는지라 이걸 혼자 실어다 나르라는 릴리스의 말에 내가 그렇게 물었는데, 그런 나를 보며 릴리스가 말했다.

“됐으니까 가서 싣기나 해.”

이런 건 나만 시켜.

“끄응...”

들어보니까 묵직한 게 그냥 물이 담겨있는 물통보다 두세 배는 더 무거웠다.

들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더럽게 무거웠다.

이래서야 하나씩 드는 게 좋을 듯 싶었다.

괜히 한 번에 다 들고 가려다가 다치면 병신같아질 테니까.

아무튼, 그 말은 세 번이나 왔다 갔다 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귀찮게... 그냥 마법으로 실어놓으면 안 돼요?”

“한 대 맞고 갈래 그냥 갈래?”

“그냥 갈게요.”

약한 게 죄지.

언젠가는 복수하고 말 테다.

나는 투덜거리면서 아리아드의 수액을 씽씽이에 실어 날랐다.

“...잠깐만? 그래서 대체 내 기프트가 뭔데?”

생각해보니까 아리아드에게 궁극적인 수컷이니 뭐니하기만 하는 소리만 들었지 정확히 무슨 능력인지 듣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뭐, 릴리스가 나중에 알려주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수액이나 날랐다.

릴리스는 끝까지 그런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진짜 복수할 거야...

저만치 멀어져가는 한조를 보고서는 릴리스는 아리아드를 쳐다봤다.

“으응? 왜 그래애?”

“모르는 척 하지 말고. 그래서, 어땠어?”

“어떻냐니이 무슨 소리이려나아...”

키득거리며 웃는 아리아드를 보며 릴리스가 눈살을 찌푸리자 그제야 아리아드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농담이야아, 농다암.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마아, 릴리스으. 그나저나아, 왜 굳이 혼자 들으려는 거야아? 더군다나아 한조는 당사자인데에?”

“시끄러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해오는 아리아드에게 그렇게 말한 릴리스는 고개를 돌려서 한조를 바라봤다.

혼자서 수액을 실어다 놓으라고 말했더니 입술을 삐죽 내밀고서 투덜거리며 수액을 옮기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솔직히, 녀석의 기프트이니 자신보다는 녀석이 더욱 알고 있어야 하는 사실임은 알고 있었다.

알고는 있는데...

생각보다 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가는 녀석이었다.

이상한 쪽으로는 특히나.

만약 자신의 기프트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지 않을까?

딱히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없었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래도 갑자기 돌아가버린 자신을 이상하게 여길지도 몰랐다.

그런 걱정 때문에라도 녀석에게 자신의 기프트가 대체 어떤 기프트인지, 아직은 정확하게 알려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어제 있었던 일은 까먹을 때쯤에야 알려주고 싶었다.

녀석이야, 자신의 기프트가 어떤 건지 알면 분명 깝죽댈 것이 분명하기도 했고.

머리를 굴리기는 하는데, 존나 어설픈 새끼니까 어디서 또 다칠 일이 생길지도 몰랐다.

그런 녀석을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서 아리아드를 본 릴리스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저 녀석의 기프트. 어떤 건지는 알겠어?”

그런 릴리스의 말에 아리아드가 입을 열었다.

“대충으은? 일다안, 나도 겪어봤으니까아. 위험하긴 하더라아. 아직 미숙한데도오, 너무 강력해애. 네가아 조금만 늦게 왔으며언 잡아먹어 버렸을지도오.”

잡아먹는다고.

아니, 실제로 잡아먹는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아리아드는 나무의 요정, 드리아스.

생물을 죽여서 나무의 비료를 삼는 거라면 몰라도 잡아먹거나 하는 종족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저 말은...

“이 썅년이, 해본 적도 없으면서.”

“그러니까아 말이지이,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해버렸을 정도니까아... 한조의 기프트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건 확실해애.”

그 말에 릴리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야, 자신에게도 영향을 끼쳤으니까 녀석의 기프트가 강력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리아드는 드리아스. 나무에서 자연적으로 태어나는 요정이었다.

나무에서 태어난 것이라고는 해도 생물은 생물. 성욕은 있었지만 일반적인 생물과는 조금 다르다고 해야 할까. 보통의 생물의 관점에서는 성욕이 거의 없다시피한 종족인데.

그런 아리아드에게도 그 정도로 영향을 끼친다고...?

녀석이 가진 기프트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릴리스는 아리아드를 노려보며 말했다.

“......건들기만 해봐. 그럼 네 본체를 뿌리 째로 뽑아버릴 테니까.”

“으으응, 어쩔 까아... 나야아 조심하겠는데에ㅡ”

키득거리며 아리아드가 말을 이었다.

“그치마안 한조가 원한다며언, 거부하긴 힘들지도오?”

아리아드의 그 말에 릴리스는 이를 으득, 갈았다.

핏빛처럼 붉게 물들어가는 릴리스의 눈동자를 보면서 아리아드가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농담이야아. 농다암. 아무트은... 한조의 기프트가 강력한 건 확실해애. 으으응, 하지마안, 이대로라면 조오금, 위험할 지도오?”

농담이라는 말에 한풀 꺾인 릴리스가 이번에는 위험하다고 말하는 아리아드에게 물었다.

“...위험하다고? 그게 무슨 뜻이야?”

녀석의 기프트에 무언가 이상한 능력이라도 있는 걸까, 릴리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기프트가 조금 괴상한 거야 흔한 일이었으니까.

간혹, 기프트의 소유자, 그 자신조차도 해칠 수도 있는 것이 기프트였다.

녀석의 기프트도 그런 종류의 것이란 소리일까?

그런 거라면 기프트가 발현한 부위째로 뜯어내 버리는 게 차라리 나은데, 녀석의 기프트는 하필이면 발현된 부위가 자지라서 그럴 수도 없었다.

존나 귀찮은 새끼.

그렇게 생각하면서, 만약에 그런 종류의 기프트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 릴리스에게 아리아드가 말했다.

“으으응? 이상하다아...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에, 릴리스으?”

그렇게 말하며, 아리아드가 릴리스의 뺨을 어루만졌다.

“다름 아닌 바로 네가아, 한조에게 그렇게나 집착하고 있는 데에... 모를 리가 없지이. 아니며언... 모르는 척 하는 거려나아?”

“.......”

그런 아리아드의 말에, 릴리스는 입을 다물었다.

내가... 녀석한테 집착하고 있다고?

...그럴 리가 없었다.

그야, 나는 서큐버스 퀸이었으니까.

단순한 이명만이 아니라... 태어나기를, 모든 서큐버스들의 여왕으로서 태어난 존재.

기존의 서큐버스들과 달리 살아가는 데 있어서 다른 누군가의 정기조차도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였으니까.

여왕이고 자시고 종족이 서큐버스인건 변함이 없으니 그런 쪽의 능력이 있지만.

애당초 정기를 필요로 하지 않기에, 여태껏 처녀로 있을 수도 있었던 것이었다.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나서 그런 것일까?

딱히 다른 서큐버스들처럼 이성에게 미친 듯이 욕정하거나 하는 일도 없어서 그런 것도 있기는 했겠지만.

그래도 릴리스가 본래 살아가던 세상에서는 수많은 서큐버스와 그런 서큐버스에 지배를 받다시피한 수많은 종족들이 살아가던 세상이었다.

하물며, 그런 서큐버스들의 여왕으로 태어난 자신의 주변에는 당연히 고위급의 서큐버스들도 잔뜩 있었다.

서큐버스로서 가지는 호기심, 주변에 있던 다른 서큐버스들에게서 배운 기술들, 그들에게 들었던 경험담들.

그리고 서큐버스 퀸으로써 가진, 타고난 재능 덕에 처녀면서도 어지간한 서큐버스보다도 더 서큐버스다워지긴 했지만.

아무튼, 자신은 여태껏 단 한 번도 누구를 사랑해본 적도 없고, 또 누구와 살을 섞은 적도 없었다.

이성이고 동성이고 간에 누군가에게 애정을 느끼거나 한적도 또 집착했던 적도 없었다.

단 한 번도.

그런 내가 그 녀석한테 집착하고 있다고?

그동안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이제와서?

“헛소리하지마.”

“헛소리라니이, 말이 심하잖아아. 나느은, 그냥 내가 느낀 대로 말했을 뿐인데에...”

그렇게 말하며 훌쩍, 눈물을 훔치는 척을 하던 아리아드가 이내 키득거리며 웃었다.

장난기가 많은, 다른 요정들처럼.

한참을 웃다가, 아리아드가 말했다.

“그도 그렇잖아아?”

여전히 키득키득 웃으며. 아리아드가 말을 이었다.

“서큐버스들의 서큐버스으, 포식자들의 포식자아. 그런 네가아 그렇게 창백한 얼굴로 달려온 건 처음이었는 거얼.”

“...네가 잘못 본 거겠지.”

설령 잘못 본 것이 아니더라도, 딱히 나는 녀석에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안락한 미래를 위한, 자신의 은퇴를 위한 것뿐이었다. 녀석이 빨리 커야만 은퇴할 수 있을 테니까 그만큼 챙겨주는 것뿐이었다.

어디까지나 나 자신을 위해서지.

결코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애...? 그렇게는 안 보였는데에. 네가 그렇게나 화낸 것도오, 오랜만에 보고오.”

“...시끄러워, 그래서 정체가 뭐냐고 물었잖아. 그리고 어째서 위험하다는 건데?”

“흐으응, 뭐어. 알겠어어. 아무트은, 내가 처음에 말했었지이? 한조의 기프트가, 궁극적인 수커엇이라고오.”

“그랬었지. 근데 그게 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 했는데에. 조그음, 다른 것 같아서 말이지이.”

“다르다고?”

요정으로 태어난 아리아드. 그것도 수백 년을 살아온 요정인 아리아드의 감각은 자신보다도 훨씬 웃돌고 있는 것이었다.

마법이나, 그 밖의 초상 능력을 예민하게 감지해내는 능력만큼은 그런 그녀보다도 강한 자신보다도 훨씬 우위에 있는 것이 아리아드인데.

그런 아리아드가 잘못 판단했다고?

아니지.

처음부터 녀석의 기프트는 이질적인 구석이 있기는 했다.

아무리 발현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미 한 번 아리아드의 감지에서 벗어낫던 기프트였으니까.

미숙한데도 강력한, 거기에 이질적인 기프트.

확실히 위험하긴 할지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릴리스는 이어지는 아리아드의 말을 들었다.

“릴리스으, 네가 뽑아왔던 한조의 피에서 느꼈던 기프트느은, 처음에 말했던 대로오 궁극적인 수컷으로 밖에는 표현하기 힘들었지이. 나는 그렇게나 성욕이 강한 인간도 있구나아 싶었지 뭐야아.”

그렇게 말하는 아리아드의 말에 릴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녀석은 개 변태 새끼가 맞았으니까.

기프트는 그 소유자의 심리에서 기반해서 태어나는 힘이었다.

마나를 받아들인 신체가 변이하며 능력을 발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실상은 그 소유자가 그런 힘을 원했기에 그런 식으로 변화하는 것에 가까웠다.

가끔, 이상한 변이를 일으키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프트는 그러했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자가, 무언가를 보고 싶어 하는 욕망으로 생겨나는 천리안처럼.

기프트는 소유자의 욕망에서 기인했다.

그러니까, 녀석의 기프트가 그 모양인 건, 녀석이 존나게 변태 새끼라서 그런 것이었다.

“그만크음, 강렬하게 성욕을 일으키게 하는 기프트라니이.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아.”

그 말대로 녀석의 기프트는, 여자를 복종시키고 지배하고, 임신시키려는 욕망으로 빚어진 것처럼.

강렬한 성욕을 일게 하는 기프트였다.

그야말로,

“마치 강한 힘을 가진, 우두머리 수컷처럼 말이지이.”

그렇게 말하는 아리아드의 말에 다시 한번 릴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한조에게 느꼈던 것도 그것과 비슷했으니까.

기프트가 발동된 순간에 느꼈던, 자신조차도 순간적으로 움츠릴 정도의 기세도 그렇고, 갑자기 녀석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 것도 그렇고.

강한 수컷이니, 궁극적인 수컷이니 하는 아리아드의 감상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긴 힘들었지만, 비슷하게 느낀 부분이 없잖아 있기는 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서큐버스들의 서큐버스라고 불리는, 실제로도 그런 존재인 자신조차도 순간적으로 발정하게 만들어버렸던 힘이었다.

강한 수컷 우두머리라...

그 녀석이 평소에 하는 짓이랑은 좀 다르긴 한데.

녀석이 가진 기프트를 표현하자면 분명 그런 능력이긴 했다.

뭐, 행동이라는 것이 성격이나 본성이 전부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은연중에 그런 변태 같은 생각이나 하고 다니는 새끼였다고 생각하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런데에, 나 때느은 조금 다르더라고오.”

하지만 이어지는 아리아드의 말에 릴리스가 의문을 표했다.

“달랐다고? 기프트가? 어떻게?”

다르다니, 대체 뭐가 달랐다는 걸까.

그런 릴리스의 물음에 아리아드가 말했다.

“글쎄에... 뭐라고 해야 할까아.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보였다고 해야 할까아.”

꾸욱, 하고 아리아드가 가슴을 움켜쥐면서 말을 이었다.

“마치, 내게 아이가 있었더라며언, 이런 기분이지 않았을 까아 그런 생각이 들었지 뭐야아.”

거기에 성욕이 동반했던 것은 동일했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것에서 달랐다고.

어딘가 몽롱해진 눈을 하고서 아리아드는 말했다.

“어쩜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아이일까아, 그렇게 생각했지이.”

“...사랑스러운 아이?”

사랑스러운 아이라니.

그 녀석이?

어딜 어떻게 봐도 녀석은 사랑스럽다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데?

180cm가 넘는, 근육질의 거구가 대체 어디가 사랑스럽다고.

하지만 여전히 먼 곳을 보듯, 흐릿해진 녹색빛의 눈동자를 하고 있는 아리아드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아리아드?”

녀석이 사랑스럽다니 뭐니하는, 어딘가 이상해보이는 아리아드를 부르자, 그제야 흐릿해졌던 아리아드의 눈빛이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이윽고, 자신을 돌아본 아리아드가 입을 열었다.

“아아, 미안해애. 어디까지 이야기했었더라아?”

괜찮은 건가?

지금은 멀쩡해보이기는 한데...

조금 전에 보았던, 어딘가 기묘한 분위기의 아리아드를 떠올리면서. 릴리스는 찝찝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랑스러운 아이니 어쩌니 했었지.”

“아, 그래애 거기였지. 맞아아, 나는 그렇게 느꼈어어, 결과적으로만 보자며언, 한조의 기프트는 호의를 품게 하는 것에 가깝다고 보는 게 좋으려나아. 자신을 보는 이성에게, 자신이 보는 이성에게 호의를 품게 하는 기프트으.”

그것이 모성애이든, 친애이든, 그 밖에도 다른 무엇이든.

성욕을 동반한, 호의를 일게 하는 힘이라고.

아리아드는 그렇게 말했다.

“호의라고...?”

처음, 그 녀석을 봤을 때를 떠올렸다.

어째선지 마음에 들었던 녀석.

그래서 장난을 치다 보니까, 더더욱 마음에 들어버렸던 녀석.

그래서 결국 자신의 아이로, 후계자로 삼았던 것을 떠올렸다.

그것도, 녀석이 가진 기프트... 아니, 그때는 잠재되어있던 기프트의 탓이었던 걸까.

그렇다면.

여태껏 그저 녀석의 기프트에 홀린 것에 불과하다는 뜻일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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