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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49화 (49/523)

〈 49화 〉 반 세계 정부 주의자 (4)

* * *

살았네.

존나 이상하게 떨어져서 뒤지게 아프지만, 그래도 살아있었다.

“커흐... 씨발...”

만신창이가 되어서, 그래도 어떻게든 멀쩡한 다리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온몸에 유리 조각이 박혀서 피가 철철 흘렀다. 그래도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기프트의 도움일 것이다.

여전히 풀발기를 유지중인 내 자지.

덕분에 강화된 내 신체는, 이 꼴이 돼서도 어떻게든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해줬다.

“택시... 택시 어딨어...?”

분명 불렀을 터인 택시가,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1분은 진작 지나고도 남았을 텐데.

아니, 그보다...

사람이 너무 없었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이라고는 해도, 그래도 이렇게까지... 아무도 없을 리가 없는데.

“깜짝 놀랐네, 거기서 떨어질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그래봤자야. 그도 그럴게, 내가 이미 말했잖니?”

그런 내 귀에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벗어날 길은 없다고. 분명히 나는 그렇게 말했단다.”

스윽,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애미, 진짜...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커다란 양산을 쓴 채로, 내 머리 위에 떠 있는 백발의 여자가 보였다.

검은색과 붉은색이 뒤섞인, 드레스 차림으로. 커다란 박쥐의 그것을 닮은 날개를 펼친 채 백발의 여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빙그르르, 양산을 돌리던 여자가 내가 올려다보는 시선에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니? 다음은 내게 뭘 보여줄래? 이젠 어떤 식으로 꿈틀거릴지 궁금한걸?”

퉷, 하고 피가 섞인 침을 바닥에 내뱉었다.

그리고 말했다.

“씨발, 존나 안 어울리네.”

개썅년이.

하는 짓이랑 존나 어울리지 않게 흰 팬티라니.

가터벨트까지 착용한 점에서는 꼴잘알 가산점 있었지만, 나한테 좆같게 군 개썅년이란 것에서 가산점을 받아도 점수가 나락으로 갔다.

저딴 년의 팬티, 아무리 봐도 내 자지가 미동도 안 하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

심지어 발기가 죽으려고 해서, 나는 릴리스의 팬티를 꼼지락거리며 만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자지가 꼬무룩해버리면, 진짜 꼼짝도 못 할 판이니 어쩔 수 없긴 한데.

꼴이 좀 병신 같긴 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어쩜, 이런 와중에도 네 입은 참 천박한 말만 뱉어대는구나. 좋아, 눈은... 나중으로 미루고, 우선 네 입부터 찢어놔야겠어.”

“니 애미 보지처럼?”

“후후, 정말이지. 그 썅년이랑 똑같이 천박한 말만 해대고...”

뿌득, 하고 실핏줄이 그런 그녀의 이마 위에 돋아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소름에 뒤로 펄쩍 뛰었다.

아무리 기프트가 발동중이라 신체 능력이 강화됐다고는 해도, 이게 가능한 건가 싶을 만큼.

제 자리에서 뒤로 3미터는 넘게 뛰어버린 나 자신에게 놀라기도 전에, 내가 조금 전까지 있던 자리에서 핏빛처럼 붉은 송곳들이 솟구쳐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피했어? 내 붉은 창을...?”

그렇게 중얼거리며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는 백발의 여자.

그런데 놀란 건 내 쪽이었다.

저걸 피했다고?

내가?

어떻게 피한 거지?

아니, 애당초... 저년이 공격해온다는 걸 어떻게 알아차린 거...

“이 씨발...!”

다시 한번 오소소, 등골을 타고올라오는 소름에 이번에는 그대로 제자리에 주저앉자, 머리 위로 붉은 창이 지나갔다.

“또...? 헤에, 이건... 또 재밌게 됐는걸? 릴리스, 그년이 아무것도 아닌 인간을 거둔 건 아니다, 그거지?”

그런 나를 보며 작게 중얼거리는 백발 여자의 목소리가 여기서도 들려왔다.

두 번째.

한 번은 우연이었다고 쳐도, 두 번이나 백발 여자의 공격을 피했다.

날아드는 마법을 보고서 그제서야 피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소스라치게 끔찍한 소름에, 몸을 날리고 보니까 그 뒤에 공격이 날아온 거였다.

내가 대체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내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두근두근.

거칠게 맥동하는,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귀에 울렸다.

내 심장이 뛰는 소리가.

아니, 심장 소리만이 아니라.

불어오는 바람의 소리가.

내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의 소리가.

심지어, 내 머리 위로 한참이나 떨어진 채로 날 내려다보고 있는 백발여자의 작디 작은 숨소리까지도.

평소에는 듣지도 못했을 작고 미세한 소리마저도 귀에서 웅웅대며 울려댔다.

이것들이 이렇게나 큰 소리를 갖고 있었나 싶을만큼, 커다랗게.

“흐웁...”

그뿐만이 아니었다.

온갖 냄새가 맡아졌다.

콘크리트로 덮여져, 밑에 깔려버린 흙의 냄새가.

지금도 내 몸에서 철철 흘러나오는 피의 냄새가.

줄줄 흐르는 땀의 냄새가.

그리고 저 썅년에게서 나는, 지독할 정도로 짙은 향수의 냄새까지도.

세세하게, 내 주변에서 나는 모든 냄새가 맡아졌다.

청각과 후각.

오감 중에서 두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문득 피 냄새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그야 피 냄새가 나는 것자체는 이상할 건 없었다.

당장 내가 온몸에 박힌 유리 조각에 피를 철철 흘려대고 있으니까. 그런데, 내 피 냄새랑 지금 맡고 있는 피 냄새는 다른 냄새를 갖고 있었다.

피 냄새가 다르니뭐니를 내가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긴 한데, 아무튼 그랬다.

이건...

킁킁,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코를 킁킁대자, 곧 내 머리 위에서 떠있는 백발 여자에게서 나는 피냄새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친 건가?

아니다.

그게 아니고...

“...혹시 생리하냐?”

그렇게 말하자, 빠지직하고 백발 여자의 이마에 도드라지며 솟아오르는 핏줄들이 보였다.

“역시, 마음이 바뀌었어. 붙잡으면 혀를 뽑아서, 네 목을 졸라줄게!”

아니, 진짜야?

여태까지랑 차원이 다른 오싹함에 일단 냅다 뛰자 그런 나를 쫓으며 땅에 박혀대는 무수한 붉은 창들이 보였다.

“이런, 씨입...!”

오감중에 후각과 청각이 극도로 예민해진 것만이 아니라, 제 육감.

직감이라고 할 만한 것도, 당장 내게 날아드는 공격마저도 알아차릴 만큼 매섭게 예리해졌다는 사실을 덕분에 알 수 있었다.

죽으라고 말한 것처럼, 진짜 죽여버릴 기세로 날아드는 창들을 계속해서 피하고 있는데, 모를 수가 없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더욱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산소를, 더 많은 산소를 몸에 나르기 위해서.

맥동하는 심장이 펌프질하며 밀어내는 피들이 내 혈관을 타고 흐르며, 온몸 구석구석을 바쁘게 돌아다녔다.

더.

더 많이.

한번, 심장이 뛸 때마다 바로 그 이전의 것보다도 더욱 거칠게 심장이 뛴다.

거듭해서, 거듭해서 계속해서 빨라진다.

그리고, 그때마다 내 다리는 점점 빨라져만 갔다.

“아,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능력이다.

고양될수록, 흥분할수록, 감정이 격해질수록 강화되어가는 신체능력.

뛰어난 후각과 청각, 육감.

그리고...

즈즈즈즈...

상처들이 재생되어가는 내 몸이 보였다. 박혀있던 유리 조각들을 밀어내며, 빠르게 아물기 시작하는 것이.

재생력까지 있다.

이건...

웨어비스트, 그 중에서도... 웨어울프의 능력이었다.

에일레야가 가진, 웨어울프로서의 능력.

이게 대체 왜?

오싹!

“이, 좀...!”

어떻게 된 건지보다는 일단 온몸에 돋는 소름에 반응하는 것을 우선했다.

찔러 들어오는 창을 피하고, 내리꽂히는 창을 피하고, 밑에서부터 솟구치는 창을 피하고...

개빡세...!

신체 능력의 강화에도 한계가 있는지, 더 이상 빨라지지 않는 다리.

그에 반면, 점점 더 빠르게, 그리고 점점 더 숫자가 늘어나가는 붉은 창들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애당초 내게 갑자기 웨어 울프의 능력이 생긴 이유도 모르니, 언제 다시 이 능력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땐, 저 꼬챙이에 찔려서 꼬치 신세가 되겠지.

“지쳐가는 모양이네, 좀 살살해줄까?”

“구라치지 마 이 씨발년아!”

그렇게 말하며 냅다 앞으로 구르자 조금 전까지 내가 있던 발밑에서 꾸물럭거리면서, 조금 전에 봤었던 그 점액질의 것들이 솟아올랐다.

“어머, 들켰니? 똑똑한걸, 상으로 내 인형들을 잔뜩 보여줄게.”

하나 둘....

세기는 포기하기로 했다.

점점 솟구쳐오르는 점액질들이, 계속해서 늘어갔으니까.

존나 많네.

그리그 그 존나 많이 생겨난 것들이 내 주위를 감싸왔다.

“씨발...!”

“자, 이렇게 하면... 지금처럼 피하면서 도망칠 수 없겠지? 이젠 어쩔래?”

점액질을 피하면서 뒷걸음질 치다가, 등 뒤에 무언가가 닿았다.

흠칫, 놀라서 뒤로 돌자 길 어디에나 하나씩은 있는 가로등이었다.

존나 식겁했네...

아니, 잠깐만.

혹시...

오싹...!

“개 씨발, 생각 좀 하자!”

날아드는 붉은 창과, 동시에 내게 달려드는 점액질들을 보고서 나는 가로등을 와락 끌어안았다.

청각과 후각, 그리고 제 육감.

감정의 고양에 따라 강화되는 신체 능력과 재생 능력.

웨어울프의, 잘 알려진 능력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어디까지나 부류고, 웨어울프가 제일 유명한 건 힘이었다.

기본적으로 하나같이 나 같은 인간족과 비교하면 월등한 힘을 지닌 이종족들 중에서도, 힘으로 유명하려면.

그만큼 강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압도적인 완력, 괴력이라고 불리우는 힘.

“흐으으읍...!”

꾸드드득, 가로등이 바닥에서 뽑혀 나왔다.

이윽고, 내 팔 안에 안긴 가로등이 번쩍 들어올려졌다.

내가 들고서도 믿기지 않았다.

나한테 이런 힘이 있을 턱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이거나 처먹어라, 씨발 새끼들아!”

그래도 진짜 웨어울프만은 못한지, 존나 끙끙대면서 가로등을 휘둘렀다.

하지만 휘둘렀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였다.

더군다나 가로등이 가진 무게는, 내 주먹의 무게보단 월등하게 무거웠다.

애당초, 내 주먹질에서 뭉개지던 점액질로 된, 백발 여자의 인형들이 가로등에 짓뭉개져 버리는 것이 보였다.

퍼퍼퍽, 하고 무슨 풍선 터지듯이 터져나가면서 사방팔방으로 점액들을 뿌려대는 것도 보였다.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지만.

“끄으으아아!”

뒤를 이어서 날아오는 붉은 창, 그것들도 다시금 휘두른 가로등으로 쳐냈다.

파캉, 하는 소리와 함께 가로등이 가로/등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나한테 날아들던 붉은 창도 반토막이 되어버린 가로등과 함께 튕겨나가더니 이윽고 허공에서 사라져버렸다.

“하악... 흐악...!”

존나 힘들어...!

다신 못 해먹을 것 같은데, 그래도 해야 했다.

“끄으으응...!”

반토막이 나버린 가로등을 다시 한번 들어 올려서, 그대로 성큼성큼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있는 힘껏, 아직도 위에서 내려다만 보고 있는 씨발년한테 집어던졌다.

“특제 딜도다 이 허벌보지년아!”

이거나 처먹어라, 이 씨발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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