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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51화 (51/523)

〈 51화 〉 반 세계 정부 주의자 (6)

* * *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

그리고, 그런 호아란의 말이 끝마치기 무섭게, 무슨 개꿀잼 드립이라도 들은 마냥 호아란을 꼭 닮은 세 인형들이 공중제비를 돌았다.

펑펑펑...!

뿌연 연기와 함께, 등장한 것은 셋으로 늘어난 호아란이었다.

호아란이... 복사가 된다고?

아니, 완전한 복사는 아니었다.

진짜 호아란과 달리, 저들은 모두 꼬리가 하나뿐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그래도 호아란을 빼닮은 인형들에서 꼬리가 하나뿐인 호아란의 모습으로 바뀐 것은 틀림없었다.

“자, 가거라.”

그런 호아란들에게, 진짜 호아란이 명령한 순간이었다.

쪼그려 앉은 호아란들이, 그대로 빌딩을 박차고 백발 여자에게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팡팡팡ㅡ!

공기를 찢어가며, 날아든 호아란들의 소매에서 파라라락, 부적들이 쏟아졌다.

워어.

입을 떡하니 벌릴 수밖에 없는 광경.

낙하산을 대신하듯, 넓게 퍼져나가는 부적들이 허공을 수놓는다.

이윽고, 세 호아란이 쏟아낸 부적들이 하나같이 빛을 발하며, 제각각의 주술로 바뀌며 백발 여자에게 쏟아부어졌다.

“이런 것쯤은...!”

핏빛의 안개로 둘러싸인 백발 여자가, 어느새 갑옷과 비슷한 드레스 차림을 하고서, 붉은 창을 손에 움켜쥐는 것이 보였다.

이제껏 쏘아대던 붉은 창보다 한층 크고 형이상적인 형태를 지닌 창을 손에 쥔 백발 여자가 그대로 창을 휘둘렀다.

끼아아아아아아악ㅡ!

붉은 창이 비명을 질렀다.

줄기줄기, 백발 여자가 휘두르는 붉은 창에서 뽑혀 나오는 핏빛의 촉수들에, 복사된 호아란들이 쏟아붓는 주술들이 튕겨 나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보거라, 이것이 제3의 이치. ‘체’이니라.”

어린아이에게, 글을 가르치듯이 상냥한 어조로 그렇게 말해오는 호아란의 말과 함께.

빗발처럼 쏟아지는 주술들을 연신 붉은 창을 휘두르며 붉은 창과 뻗어 나오는 촉수들로 튕겨내고 있던 백발 여자에게 호아란의 분신이 손을 뻗는 것이 보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언제부터 저기에 있었는지조차도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호아란의 분신의 손에 백발 여자가 휘두르던 창이 붙잡혔다는 것이었다.

“뭐...?”

내가 안간힘을 다해도, 그래도 꿈쩍도 하지 않았던 백발 여자의 손에서 무척이나 쉽사리, 붉은 창이 빼앗기는 것이 보였다.

“삿되고 삿되도다. 피를 잔뜩 머금은 마물이로구나. 과연, 이런 것은 본녀에게 필요없음이니.”

스윽, 호아란의 말을 따르듯 그대로 백발 여자에게서 빼앗아 쥔 붉은 창을 거꾸로 쥐는 호아란의 분신.

“주인에게 돌려주거라.”

그런 호아란의 말과 함께, 호아란의 분신이 창을 내질러서 백발 여자의 배를 꿰뚫었다.

“크학...!”

자신의 창에 배가 꿰뚫린 백발 여자가 창과 함께 날아가서, 건물에 꽂혀 들어갔다.

콰르릉, 무너지는 건물들.

빙글빙글, 그런 건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호아란의 분신이 어깨를 돌리며 무너진 건물로 다가가서, 배에 꽂힌 창을 붙잡은 채로 몸을 일으키려던 백발 여자에게 다시 한번 주먹을 내질렀다.

꽈아아앙!

“푸흡...!”

이번에는, 호아란의 분신에 가슴째로 터져나간 백발 여자가 피를 토하며 다시금 주저앉는 것이 눈에 보였다.

“제 3의 이치 ‘체’란 신체의 조화를 이루고, 강화하는 것. 익숙해진다면 평소의 곱절, 그 곱절의 능력을 순간적으로 발휘하는 것은 쉬운 일이니라. 저 인형은, 그런 ‘체’의 이치를 담은 꼬리를 나누어주었지.”

그런 내게, 가르치듯이 말해오는 진짜 호아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그러니까.

신체 강화라고?

저게?

웨어울프의 힘, 아니 그야 원본만은 못했지만, 그래도 가로등 정도는 땅에서 뽑아서 집어던져 버릴 만큼의 힘으로도 꼼짝도 하지 않은 백발 여자에게서 도리어 창을 뺏어서, 그걸로 배를 꿰뚫어 던져버리는 것이.

그걸로도 모자라서, 배가 꿰뚫렸는데도 몸을 일으켜세우는 괴물의 가슴을 주먹질로 터트려버리는 저게.

그러니까, 주술이라고.

“다음은 제 2의 이치 ‘기’이니라. 잘 보거라.”

“아아아악ㅡ!”

비명과 함께, 손을 뻗어 보내는 호아란의 분신에게 끌려 나오듯이 백발 여자가 끌려오는 것이 보였다.

분명 그 무엇도, 백발 여자의 주변에 없는데.

허공에 떠오른 백발 여자가 몸부림치면서, 무언가로부터 저항하려드는 것이 보였다.

“주위의 기운을 다루고, 조종하는 것. 그것이 제 2의 이치 ‘기’이니, 이런 것도 할 수 있음이라.”

뿌드득, 하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꾸우욱, 주먹을 쥐듯하는 호아란의 분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호아란의 분신의 손에, 그대로 짓눌리듯이. 백발 여자의 몸 이곳저곳이 꺾이고 비틀리는 것이 보였다.

“아, 아, 아아아, 아아악...!”

신체의 보호를 위해 입었을 터인 갑옷들이 터져나가고, 찢겨서 도리어 보호해야 할 몸을 찔려 들어갔다.

강한 재생능력조차도, 계속해서 몸을 눌러오는 힘에는 하등 소용이 없었다.

재생되는 즉시, 다시 부러지고 짓뭉개져서, 터져나갈 뿐이니.

울컥울컥, 일그러지고 찢겨나간 갑옷 사이로 핏물들이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무심하게도, 단 일말의 자비도 없이 호아란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다음은... 가장 기본이 되는 이치, 제 1이치 ‘심’이니라.”

스으윽, 내려가는 마지막 분신.

처음에 부적들을 쏟아부은 이후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던 분신이, 백발 여자에게 손을 휘저었다.

“‘심’이란, 마음. 곧 의지이며 업이니라. 한조야, 너도 이미 한 번 본녀가 이를 쓰는 것을 본적이 있었지. 아니, 참... 그때는 눈을 가렸으니 보지는 못하였겠구나.”

호아란의 말에, 내가 의아해하고 있었을 때 호아란의 분신이 다른 호아란의 주술에 걸려 꼼짝도 못 한 채로 살아있는 상태로 쥐어짜이고 있는 백발 여자의 머리에 손을 얹는 것이 보였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ㅡㅡㅡ!!”

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비명.

백발 여자가 질러대는 비명이 여기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마음이란, 고정되어있어 보이지만 동시에 흐르고, 변화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느니라. 선인일지라도 마음에 악을 품을 수도 있고, 악인이라하여도 그 마음에 선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것이 ‘심’이 변하고, 또 고정되어있지 않다는 의미이니라. 고정되어있지 않고, 변하고, 가벼운 것. 그것이 ‘심’이니라.”

그리고.

호아란이 귀를 쫑긋거렸다.

“허나, 동시에 고정되어있는 것. 변치 않는 것. 무거운 것. 그것은... 설령, 죽은 뒤라도. 설령 의지의 주인이던 자가 죽더라도 더없이 무거워 세상에 남는 것 또한 ‘심’, 의지이니.”

스윽, 스윽.

내 머리를 호아란의 꼬리가 쓰다듬어왔다.

“무릇, 헛되이 쓰러져간 이들조차도 마음을 남긴다. 그것이 원망이라도 할지라도, 원한이라할지라도 그러하느니라. 자신을 죽인 자를 저주하는 마음. 그 마음조차도 이 세상에 남는 것이니라. 그렇게 남은 원망이 누군가에게 들러붙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업’이 되느니라. 그리고, 저 모기년은... 무척이나, 무척이나 많은 자들의 업을 짊어지고 있구나. 빨아도, 빨아도 깨끗해지지 않을, 사악한 종자 같으니라고.”

상냥하게, 꼬리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호아란이었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말을 이어가는 호아란의 눈동자가 쩌억, 갈라졌다.

세로로 갈라진, 마치 짐승과 같은 눈동자.

일렁거리는 호아란의 두 눈동자가 분노로 차갑게 타오르고 있었다.

불길처럼, 타오르듯이. 호아란의 눈동자가 금빛으로 빛났다.

“훑어 읽어낸 업만으로도 구토를 쏟아내고 싶을 만큼 추악하도다. 비루하고, 냄새나는, 고약하디 고약한 악한이구나. 무릇 살아가는 자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일말의 양심조차도 없는, 조금의 선도 없는 사이한 존재구나. 네가 잡아먹은 이들이 대체 몇이나 되느냐? 천? 만? 수많은 원망이 네 몸에 들러붙어 있으니, 그 수를 헤아리는 것조차도 두려울 지경이구나. 과연, 태어나기를 이매망량 중의 하나로 태어난 본녀보다도 더한 추한 존재이니. 너는 네 악행에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도 못하는 진정한 악이로다. 그러니 이제껏 하늘이 무서운 줄도 모르고 그토록 업을 쌓아온 것이겠지. 허나... 이제 그 원망의 업에 몸이 짓눌려야 할 차례이니라.”

저들 또한, 그것을 바라고 있으니.

꾸물, 꾸물.

그런 호아란의 말을 듣고 있는 내 눈에, 백발 여자의 주위로 점액질의 것들이 모여드는 것이 보였다.

“저, 저거...”

“걱정하지 말거라. 저 모기년이 사술을 부려 조종하고 있었으나, 본질은... 가여운 자들이니라. 자신이 죽인 자들을 인형으로 다루다니, 하물며 그 신체마저도 저런 형태로 바꾸어 모독하다니... 이...”

뿌드득, 이를 갈며 호아란이 말했다.

“본녀가 저 모기년의 의지를 제압했으니, 마땅히 저들이 하고자 했었던, 바라고 바랬던 원망을 이루려함이니라.”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

차디찬 눈으로 백발 여자를 바라보는 호아란이 보였다.

“잡아먹은 자가, 잡아먹힌 이들에게 도리어 먹힌다. 과연, 순리에 맞는 일이로구나.”

꾸물꾸물, 백발 여자의 몸을 기어오르는 점액질들이, 그대로 온몸에 나있는 구멍이란 구멍으로 스며들어 가는 것이 보였다.

“우븍... 웁...! 끄흡...!”

계속해서 모여드는 점액질들이, 하염없이.

그저 하염없이 몰려들어서 백발 여자의 몸을 더럽혔다.

끈적하고, 질척하게.

지독하리만치, 탐욕스럽게. 자신들이 받았던 고통을 되갚아주려 하는 것처럼.

입으로, 코로, 눈으로, 귓구멍으로, 찢어진 상처 사이로, 하다 못해서, 밑으로도.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란 구멍들을 모두 찾아 들어가듯이, 점액질들이 백발 여자의 몸을 덮어갔다.

“그븝...! 흡... 끄으읍...!”

그렇게 완전하게 백발 여자가 점액질에 뒤덮히려고 할 때였다.

오싹, 하고 등골을 타고 오르는 느낌에 내가 뒤를 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호아란이 움직였다.

“흥...! 이제야 나오는구나! 언제 나오려는지 한참을 기다렸다...!”

카아앙, 하고.

소매를 휘둘러서, 내게 날아들던 검을 튕겨내는 호아란이 보였다.

그대로 튕겨 나간, 시꺼멓게 온몸을 물들이고 있는 것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드는 게 보였다.

“아니, 씹?”

저게 왜 저기서 나와,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그 시꺼먼 것이 꺼내든 수류탄을 이쪽으로 집어 던졌다.

검과 수류탄이라니, 그게 무슨 좆같은 조합이야.

사술이다...!

“잡스런 짓을 다하는 구나...!”

부풀어 오르면서 내 몸을 감싸오는 호아란의 꼬리와 함께 폭발하는 수류탄이 보였다.

푸쾅,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호아란의 꼬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 채로 그런 나를 감싸왔다.

“괜찮느냐, 한조야?”

이윽고 다시 꼬리에서 나왔을 때는, 그런 나를 호아란이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저보다 저거...!”

“아아,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그대로 백발 여자에게 튀어 나가는 검은 녀석을 가리키며 내가 말했지만, 괜찮다는 듯이 말하는 호아란.

덕분에 살짝 불안했다.

걱정 말라고 하면, 왠지 그 걱정하던 대로 되던데.

하지만, 그 호아란이었다.

나로서는 어떻게 대항하지도 못했던 백발 여자를 순식간에 제압해버린 그 호아란.

실제로, 그렇게 튀어 나가는 검은 녀석의 앞으로, 호아란의 분신이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그, ‘체’니 뭐니하는 꼬리를 가졌다는 호아란의 분신이 길게 뻗어 나온 손톱을 휘두르는 것이 보였다.

“......”

그리고 그런 호아란의 분신이 달려들자 다시금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검은 녀석.

아니,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것이 아니었다.

그...

“저게... 뭐야?”

쩌어어어어억, 하고 검은 녀석의 몸이 갈라지는가 싶더니 안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주포가 보였다.

전함에나 달법한 거대한 함포가.

검은 녀석의 배에서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뭣이...?”

호아란도 갑자기 등판한 함포는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함포가 불을 뿜었다.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쏘아진 포탄이 호아란의 분신을 두드렸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휘두르려던 팔이 통째로 날아가 버린 인형이 바닥에 떨어졌다.

갑자기 시작된 개꿀잼 폭발에 내 어이가 털려 나갔지만, 호아란은 그런 나보다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선 외쳤다.

“어딜...! 놓칠 것 같더냐?!”

이번에는 호아란의, ‘기’의 분신이 손을 뻗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에, 백발 여자의 앞에서 덜컥하고 멈춰선 검은 녀석이었지만.

뿌드득, 하고.

온몸을 뜯어내 가면서 머리만 튀어 오르더니, 그대로 백발 여자에게 달라붙어 버렸다.

스스로 몸째로 뜯어나가면서 머리만 분리되다니, 저게 가능한 건가 싶어서 경악하는 가운데, 호아란이 외쳤다.

“...생명체가 아니었구나!”

생명체가 아니라고?

저렇게 살아 움직이는데?

하지만, 곧 생명체가 아니라는 호아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대로 백발 여자를 감싸오는 검은 것.

이내 그것이 슈트처럼, 백발 여자의 몸을 감쌌다.

뿌득, 뿌득하고.

뒤틀리고 찢어졌던 백발 여자의 몸들이, 그런 검은 것에 감싸여서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이윽고, 우뚝하고 땅 위에 선 백발 여자가 보였다.

여전히 검은 것으로 온몸이 감싸인 채로.

그런 백발 여자에게 아직도 원한을 갚겠다는냥 달라붙어 가는 점액질이 보였지만, 콰직, 하고 백발 여자가 그런 점액질을 밟아 뭉개는 것이 보였다.

스륵, 스르륵...

“하아아... 이게 대체 무슨 꼴이람.”

검은 것에 감싸였다가, 다시금 드러난 백발 여자의 얼굴.

무척이나 짜증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로 밟아뭉갠 점액질을 바닥에 비벼 털어낸 백발 여자가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수확이 있으니 다행인걸. 저 녀석이... 릴리스만이 아니라, 호아란 너한테도 중요하단 것은 알았으니.”

다시금 손을 뻗어서 그런 백발 여자의 몸을 묶으려 드는 ‘기’의 분신이었지만.

쩌어억, 하고 백발 여자의 몸을 감싸고 있는 슈트가 다시 아가리를 벌리며 꺼내 드는 포들이 보였다.

하나, 둘... 셋.

자그마치 세 개나.

세상이 이 꼬라지가 되고서, 대부분은 역사의 뒷길로 가버리다시피 한 구세대의 무기들. 하지만 하나같이 전쟁 무기들이었던 것들이다.

저것들을 대체 어디서 구했길래.

아니, 애당초 대체 뭐길래 쩌억 갈라질 때마다 저런 게 튀어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에, 일제히 불을 뿜는 포탄들이 호아란의 분신들을 날려버렸다.

펑, 펑!

연기와 함께 인형으로 돌아가 버리는 호아란의 인형들이 보였다.

“그러니까, 두고 봐. 반드시 오늘의 대가를 치르게 해줄 테니까...! 감히, 나를... 이딴 열등한 것들에게 욕보이게 해?”

스스슥, 안개처럼.

백발 여자의 몸이 흩어져가는 것이 보였다.

“본녀에게서 도망칠 수 있다 생각한 것이더냐?”

쫑긋, 바로 세워지는 호아란의 귀.

그 끝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보였다.

덕분에 알 수 있었다.

호아란이 지금 존나 빡쳤다는 것쯤은.

“당혹스러운 일이라 순간 방심하였으나, 겨우 그따위 것으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더냐?”

퐁.

퐁퐁퐁.

튀어나온 수십의 인형들이 일제히 공중제비를 돌아가며 호아란을 똑닮은 분신들로 바뀌는 것이 보였다.

그중에서는 꼬리가 둘이나 셋이 달린 분신들도 보였다.

이런 거, 릴리스랑 전에 싸웠을 때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아니, 릴리스도 아리아드때 보여줬던 2단 변신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그때의 릴리스나 호아란이나 서로 대충 싸웠다는 걸까.

그냥 서로 티격태격한 것뿐이었다고?

그게?

하지만, 지금 보이는 광경들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 무서워라... 하지만, 그래도 되겠어? 나야 너랑 정면에서 붙으면 이 녀석을 입고 있어도 아까처럼 되겠지만... 그래도 말이야, 이제 슬슬 내가 저 녀석한테 심어둔 게 움직일 때가 됐거든...?”

“뭣이?”

백발 여자의 말에 휙, 하고 나를 돌아보는 호아란.

내가 그런 호아란을 멀뚱멀뚱 쳐다봤다.

나한테 뭘 심어둬?

나 그런 거 당한 적이...

“앗...!”

나를 쳐다보던 호아란이 이내 눈을 크게 뜨더니 다시금 백발 여자를 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호아란을 보며, 백발 여자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병신, 그걸 속니? 순진하기는.”

스스스...

그대로 안개처럼 흩어지며 사라져버리는 백발 여자.

“...놓쳐버렸구나.”

추욱, 하고 늘어지는 호아란의 귀가 보였다.

딱 봐도 무척이나 상심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추욱 처진 호아란의 귀를 보자 괜히 미안해졌다.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백발 마녀의 블러핑에 호아란이 속아버린 것이었으니, 반쯤은 내 책임인 기분이었다.

“그, 죄송해요. 저 때문에...”

“...아니, 되었다. 네가 무사하니, 괜찮으니라.”

텁, 하고 내 머리 위에 얹은 꼬리가 스윽, 스윽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본녀가 방심한 탓이거늘, 그것이 어찌 네 잘못이겠느냐?”

그런 호아란의 말 때문인지.

아니면 몸을 감싸고 있는 폭신폭신한 호아란의 꼬리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긴장이 풀린 탓인지 갑자기 눈꺼풀이 엄청나게 무거워졌다.

그런 나를 보던 호아란이 말했다.

“...피곤한 모양이구나. 걱정 말거라, 이제 다 끝났으니, 안심하고 잠깐 눈을 붙이려무나.”

포옥, 그런 내 눈 위에 올라온 호아란의 꼬리가 토닥토닥하고 내 눈 위를 두드렸다.

어, 시발...

이러니까 존나 편안한데...

눈을 꾹꾹하고 마사지하는 기분이었다.

이런건... 못참지...

“그럼, 잠깐만... 실례할게요......”

더 이상 수마에 저항하기를 포기한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런 내 귓가에 호아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좋은 꿈 꾸거라.”

그건 무척이나 따스한, 그런 목소리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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