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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52화 (52/523)

〈 52화 〉 호아란과의 주술 수업 (1)

* * *

어찌나 피곤했는지 순식간에 곯아 떨어져서 꼬리를 꼭 끌어안으며 잠에 든 한조를 보며 호아란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금세 잠이 들었다는 사실이, 한조가 자신을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이나 다름없었으니. 가슴 한편이 간질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나저나 릴리스, 너도 실수하였구나.”

스윽, 손가락을 뻗어 잠든 한조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이마를 더듬었다.

“이래서야 우리를 싫어하는 자들에겐, 도리어 도발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더냐.”

스르르륵...

한조의 이마를 더듬자 꿈틀거리는 릴리스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 녀석한테 해를 끼치면 어디에 있든 간에 반드시 찾아가서 사지를 찢어버리고 말겠다고, 그렇게 말하는 듯한 릴리스의 기운에 호아란이 쓴웃음을 지었다.

보통의 경우에는 눈치채지도 못할, 고도의 술법이었다.

어지간한 이들에겐 단순히 한조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되겠다고 느끼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자신과 같은 수준이 되는 이들이라면, 한조에게 묻어있는 기운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내거니까 건들지 마라? 건들면 죽인다, 하고 말하는 듯한, 적나라한 릴리스의 협박을.

자신이 알고 있는 릴리스치고는, 드물게 보여오는 소유욕에 쓴웃음을 짓던 호아란이 스으윽, 손가락으로 남아있던 기운을 지워 없앴다.

의도는, 한조를 지키고자 함이라고 할지라도.

지금처럼, 스물둘의 영웅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겐, 오히려 표적이 되게 할 수도 있는 일이니.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한 표식이었기에 지웠다.

“뭐... 심정은 이해가 가는구나.”

자신의 꼬리를 품에 안고서 잠든 한조를 바라봤다.

꼬리의 끝을 손으로 꼭 붙들어 쥔 채 새근거리며 잠에 든 한조는, 꼭 덩치만 큰 아기같이 보였다.

실질적으로는 자신보다 머리 둘은 더 큰, 장성한 사내아이지만.

힘만으로 따지자면, 갓난아이와 어른.

그 이상이니 틀린 표현도 아니리라.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느끼듯, 릴리스 역시 그렇게 느꼈으리라.

부득이하게 사정이 생겨서 이런 한조를 홀로 두고서 자리를 비우게 됐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긴 했겠지.

그 릴리스가, 아무리 후계자라는 의미라고 한들. 자신의 자식이라고 칭한 아이니 애착이 없다고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표식을 남겼을 것이다.

설마하니, 자신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곳에. 설마 자기가 없다고 한들 한조를 건드리려는 자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

릴리스가 자리를 비웠다는 소식을 듣고서, 자신이 한조에게 접근하는 것을 가로막던 릴리스가 없는 사이에 찾아가 담소를 나누고자 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한조에게는 큰일이 났을 것이 분명했다.

“...라우라, 그 모기년이 살아있을 줄은 몰랐건만.”

최후의 전쟁, 그 몇 개월이 채 안 되는 짧은 전쟁에서 약 3주는 흡혈귀들과의 전쟁이었다.

개개인이 강대한 마법을 다루고 강력한 재생능력을 바탕으로 한 힘을 지닌 흡혈귀들, 그리고 그런 흡혈귀들이 부리는 제각각 수천에서 수만에도 이르던 노예들과의 전쟁.

스스로를 밤의 귀족이라 일컬으며, 자신들의 차원의 세상에서 동족인 흡혈귀들과 그 밖에 다른 종족들도 모두 노예로 삼은, 흡혈귀들의 지배계층과의 전쟁.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고, 잡아먹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던 그들은, 하나같이 흉악하기 그지없는 존재들이었다.

특히나 대귀족이라 자칭하는, 뱀파이어 로드들은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모든 뱀파이어 로드들은 스물둘의 영웅들의 손에 죽임당했다.

그중에서도 한 명이었던 라우라는 역시도... 분명 갈기갈기 찢어 죽였을 텐데.

사지를 찢어 태우고, 머리를 은으로 만든 정으로 찍어 쪼갰을 터인데.

그런데 살아있던 것도 모자라서, 죽은 줄만 알았던 2년 사이에, 더욱 많은 생명을 먹어 치우며 강해져 있었다니.

심지어 그 검은 것, 생명이 느껴지나, 동시에 생명체가 아닌 것을 몸에 두르고서 이미 대부분 폐해지고 버려졌을, 구세대의 전쟁 무기들을 몸에서 뽑아내며 쏘아대기까지 했다.

마법 외에는 인정하지도 않던, 하등한 것들이라 말하던 흡혈귀들. 그 중에서도 로드라고 불리던 라우라가 그런 것을 사용할 줄은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다.

“좋지 않구나.”

무척이나 좋지 않은 징조였다.

복수를 위해 자신의 자존심마저 접어버렸다는 뜻이니.

강해졌다고는 한들, 라우라 개인이라면 자신의 적수조차도 되지 못한다. 자신의 영역인 여우의 숲조차도 아닌 곳에서 싸웠음에도 이겼으니, 더 말할 가치도 없을 터였다.

만약 조금전에 있던 것이 자신이 아니라, 스물둘의 영웅들에서도 최강을 다투는 릴리스였다면, 라우라는 이렇다 할 도망을 치기도 전에 잡혀 찢겼으리라.

하지만, 개인이 아니라면.

더군다나, 그 검은 것이 하나가 아니라면.

스물둘의 영웅들 모두가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내어, 그들을 모두 뿌리째 뽑아낼 수 있을지언정.

간신히 안정을 찾아가는 이 세상은 또다시 피로 물들 것이 분명했다.

“정말로, 좋지 않구나.”

지금의 세상은, 한조와 같았다.

덩치는 크지만, 아직 무척이나 여리고 약한 아이나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덩치가 크기에, 어디 한 군데가 다치면 큰 상처로 남게 되어버린다. 성숙하기 전에 생긴 상처는, 크고 나서조차도 흉하게 아문 자국으로 남게 될 것이다.

라우라만해도 그러했다.

만약 도망친 라우라가, 어느 한곳에서 대대적인 테러를 벌인다면 어떻게 될까?

한때, 그 라우라의 지배를 받아가며 핍박받았던 다른 흡혈귀들.

그 모두도 배척을 받게 될지도 몰랐다.

평등.

그 기치를 걸은 세계 정부에 독을 뿌리는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설령, 그들을 전부 죽여없애더라도, 그것만큼은 계속해서 남아버린다.

“...우선, 이야기는 해둬야겠구나.”

자신들이 섣불리 나선다면, 그건 그것대로 이 세상에는 좋지 않으리라.

일이 생길 때마다, 그를 해결해주는 존재라는 것은 썩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알기에 릴리스를 제외한 스물둘의 영웅 모두가 모습을 감추고, 은거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조하기엔 지금의 세상에는 저들의 존재의 터럭조차도 좋지 않으니.

우선 연이 닿는 몇몇 아이들에게 주의하라는 언질 정도는 남기기로 했다.

나라의 일로 바쁜 아이들이지만, 똑똑한 아이들이니 언질을 남긴 정도로도 충분한 대처를 해둘 터.

“그, 그나저나... 사내아이는 원래 이런 것인가...?”

잠결에 한조가 몸을 뒤척일 때마다, 꼬리에 스치는 거대한 것.

이전에도 보았던... 그, 바지 밑에 있었다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정말이지 커다랬던 하물이 자신의 꼬리에 스치는 감각에 낯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서적에서 본 기억이 있었지, 사내는 자고 일어나면 그... 하물이 부풀어 있는 경우가 있다고.”

우연히 그것을 보게 된 여자와 어찌어찌 몸을 섞게 되는 경우는, 자신이 읽는 서적에서도 꽤나 자주 볼 수 있는 전개이긴 하였다.

자신이 지식으로나마 익혔던 음과 양의 술, 그중에서도 방중의 술에서도, 남자의 하물은 자극이나 쾌락을 느끼지 아니하더라도, 그렇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적혀져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도, 사내아이의 생리이겠구나.”

한조는 건강하기 이를 데 없는 사내아이였으니, 자는 중에 하물이 부푸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마땅히 살아가는 데 있어서 당연히 일어나는 일은, 생리이며 또 하나의 이치이니.

그것에 부끄러움을 느낄 이유는 하등 없고, 오히려 이를 부끄럽게 여기는 것은 수양이 부족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직 본녀도 갈 길이 멀구나...”

주술사였던 어머니에게 거두어져, 그길로 주술을 익히며 결국에는 천호에 이른 지금도.

아직도 수양이 부족함을 느꼈다.

하지만, 자신의 수양이 부족하여 그렇다는 것을 알면서도, 꼬리에 한조의 하물이 스칠 때마다 올라오는 오묘한 느낌에 점점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 다르지만...

타고난 천리로, 천호에 이르게 된 지금도 달거리를 할 적마다 찾아오는 발정기.

그 발정기마다 스스로 해소할 때 느끼는, 그런 느낌과 비슷했다.

“으, 으음... 우, 우선 여길 어서 정리하고 돌아가야겠구나.”

하물이, 하물며 잠들어있는 한조의 하물이 꼬리에 스치는 것에 쾌락을 느낀다니.

더군다나 아직 발정기조차도 아닌데 그렇다니.

역시 아직도 수양의 깊이가 한없이 부족할 따름이라 느끼며 그렇게 말하자, 꼬리가 셋 이상이 달린 인형들이 저마다 앞으로 나와 합장했다.

심기체의 이치를 담은 분신.

천지인의 이치를 담은 분신.

음양도의 이치를 담은 분신.

마지막으로 다섯 꼬리를 가진, 천지음양도의 분신까지도.

제각각 셋과 하나.

모두 열에 달하는 분신들이 하나같이 앞으로 나와 주술을 펼치자, 무너졌던 건물들이, 뽑히고 절단이 났었던 가로등이, 사방팔방으로 튀었던 콘크리트들의 조각들이, 전부 시간을 거스르듯 거꾸로 흘러가 복구되기 시작했다.

역전의 술.

불과 한 시진 정도밖에는 이르지 않지만, 그것조차도 생명이 없는 것들에 한정하지만. 시간마저도 거슬러서, 되돌리는 주술.

그 주술이 펼쳐지고 나자, 힘을 다한 분신들이 제각각 인형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단지 다섯 꼬리를 가진 분신만이 덜렁 남아, 그런 인형들을 품에 안아 들 뿐이었다.

“음, 이만하면 되었겠지.”

그럼 이만, 하고 문을 열어 여우의 숲으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였다.

“히얏♡”

꼬리 끝에서부터 타고 올라오는 느낌에, 입 밖으로 그런 소리가 새어 나왔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자, 잠들어 있는 한조가 꼬리의 끝을 입에 물고서 우물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생전의 어머니께서도 그 감촉을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소중한 꼬리를 입에 물고 있는 한조.

딱히 그 사실에 화가 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잠이 든 자가, 잠꼬대로 그러한 짓을 한 것뿐이니 화를 내는 것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문제는 오히려 자신의 몸에 있었다.

“으흣...♡”

우물우물, 꼬리 끝을 물고 있는 한조의 입이 움직일 때마다, 무척이나 기분 좋아지는 자신의 몸이 문제였다.

꼬리가 민감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닌데.

“하, 한조야... 본녀의 꼬리는, 먹는 게 아니...”

잠든 한조가 들을 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말을 걸어봤지만, 돌아온 것은 도리어 강하게 꼬리 끝을 깨무는 한조의 이빨이었다.

“하앙...♡”

스스로 낸 소리에 놀라서, 텁하고 입을 손으로 막았다.

자신이 냈다고 생각하는 것조차도 부끄러운, 상스러운 신음. 마치 서적에서나 보았던... 남녀간의 사랑을 나눌 때나 내는 소리.

그런 것이 자신의 입에서 나오다니.

스스로 믿기지 않는 와중에, 우물우물, 계속해서 꼬리를 물거나 빨아오는 한조에 흠칫흠칫, 입을 틀어 막은 채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읍...♡ 흐읍...♡”

그냥 빨고 있을 뿐인데, 대체 어째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거지...?

그야, 자신의 꼬리가 민감하기는 했다.

그렇기에, 발정기가 됐을 땐 스스로를 위로하면서도 꼬리를 어루만지고는 했다. 그럼,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발정기때만 그렇지, 평소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닌데... 아무리, 물어봤자, 이렇게 기분이 좋을 리가 없는데... 대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을 똑닮은 분신의 얼굴이었다.

품에 인형들을 끌어안고서, 물끄러미 무심한 금빛 눈동자로, 얼굴을 붉히며 흠칫거리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과 똑닮은 분신.

“보, 보고만 있지 말고 어서 문이나 열거라...!”

분신에는 딱히 이렇다할 의지라는 것도 없이, 그저 자신의 꼬리털로 만든 인형이 본질임을 알고 있음에도, 스스로도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소리를 낸 와중에, 그런 자신을 똑닮은 분신이 바라보는 것은, 무척이나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굳이 호통을 치지 않고 의지만으로도 명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빼액하고 소리치자, 그 소리에 놀란 것 때문일까, 한조가 다시 한 번 꼬리를 꼬리를 깨물어왔다.

“흐으으응...♡ 빠, 빨리이...♡”

무심할 터인 분신의 눈초리가, 어쩐지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니, 분신이 아니라, 꼬리를 깨물린 것으로 신음을 토하는 자신 스스로가 이를 한심하다고 여기고 있기에 분신의 눈동자가 그렇게 보이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만, 그럴 수밖에는 없을 만큼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발정기가 왔을 때, 어쩔 도리가 없이 열이 오른 몸을 스스로 달랬을 때보다도 더.

그것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자고로, 남녀가 교합을 할 적에 서로 간의 음부가 뒤섞이고, 그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질 때 얻는 것이 쾌락인데.

스스로 그곳을 위로하는 것보다도, 음부조차도 아닌 꼬리를 물고 빠는 한조의 입이 더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으니까.

“빠, 빨리잇...♡”

그렇지만, 기분이 좋은데 어쩌란 말인가.

재차 재촉하자, 그제야 분신이 부적을 꺼내들며, 주언을 읊는 것이 보였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한편, 왜 분신이 곧장 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의지가 없는, 꼬리의 털로 만들어진 분신이다.

그것이 명령을 듣지 않을 리가 없을 터인데...

설마...

“...본녀가, 계속 이러고 있길 바랬다고?”

그럴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드디어, 본녀의 꼬리가 먹는 것이 아닌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구나.”

꼬리를 입에 무는 것을 관둔 한조를 보고서, 아쉬움을 느끼는 자신을 도저히 부정할 수가 없었다.

“......돌아가면 수양을 더 쌓아야겠구나.”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신다면, 한심스러워할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여우의 숲으로 향하는 문을 건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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