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58화 (58/523)

〈 58화 〉 호아란과의 주술 수업 (6)

* * *

뭐 하는 걸까.

두 번이나 여우 구슬에 발등이 찍히는 불상사를 더 겪고 난 뒤에야 그냥 여우 구슬에서 떨어진 채로 하면 그만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깨달은 내가 호아란을 바라봤다.

여우 구슬을 들어 올리라는 숙제만 덜렁 넘기고서 책이나 읽기 시작하더니, 고개를 휙휙 휘젓질 않나 다리를 버둥거리질 않나, 여러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호아란.

내가 보고 있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러고 있는 호아란을 보며 생각했다.

대체 어떤 개꿀잼 소설이길래 저러는 걸까 존나게 궁금했다.

그나저나 저게 릴리스가 말했던 무협... 아니, 떡협지인가?

책의 내용이 존나 궁금해서 여우 구슬을 들어 올리는데 집중하는 게 어려웠다.

아니지, 거짓말은 하지 말자.

솔직히 말해서, 그런 호아란이 읽고 있는 책보다는 다른 쪽에 시선이 쏠려서 집중할 수가 없다고 솔직해지자.

떡협지의 내용도 궁금하긴 한데, 그보다는 호아란 그 자체 때문에 집중할 수 없는 거라고.

휙휙, 고개를 내저을 때마다 출렁거리는 커다란 가슴이라든지, 다리를 버둥거릴 때마다 잘하면 안쪽이 보일 것 같은 짧은 치마라든지, 옷은 어떻게 동양풍이라고 할 수 있는 주제에, 과감하게 드러낸 허벅지를 가로지르는 가터벨트라든지.

하여간에, 그쪽에 시선이 쏠려서 도저히 여우 구슬을 들어올리기가 힘들었다.

개꼴리네 진짜.

그야 자지는 어제부터 지금까지 계속 꼴려있는 중이긴 한데.

아무튼 내가 있는 걸 까먹었는지, 아니면 아무래도 좋은 것인지 지나치게 무방비한 호아란을 볼 때마다 자지가 마구 껄떡대서 그놈의 의지인지 뭔지가 마구 흔들리는지 이 씨발놈의 여우 구슬도 술에 취한 것마냥 흐느적거리면서 올라갔다가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중이었다.

진짜 돌아버리겠다.

혹시 일부로 저러는 건가?

그러고 보니 어디서 그런 걸 본 적이 있기는 했다.

심마를 다스리니 어째느니하면서, 옆에 알몸으로 있는 미모의 스승을 두고서 수련하는 내용의 책을 언젠가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걸 내가 대체 어디서 봤더라...

생각났다.

그것도 떡협지였지, 참.

결국 주인공이 심마를 극복한 방법도, 냅다 그 스승을 덮쳐서 따먹은 뒤에야 현자타임으로 극복했던 것도 떠올랐다.

대개 떡협지가 다 그렇듯이, 수련이고 자시고 기승떡떡이었던 그런 책이었지.

개꼴렸는데 그거.

혹시나, 어쩌면 호아란도 그걸 따라하는 것이 아닐까?

릴리스에게 듣기로는, 호아란이 읽은 떡협지가 한두 권도 아닌 모양이고. 어쩌면 그것도 읽어봤을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잖는가?

그러니까 저게 다, 사실은 나를 유혹하는 것이 아닐까?

내 의지를 시험하니 어째느니 했지만, 사실 그냥 냅다 자길 덮쳐주길 바라고 있다던가.

쿵...!

흐트러진 집중과 함께 땅으로 떨어진 여우 구슬.

그 여우 구슬이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내가 고개를 휘저었다.

애미 진짜.

집중은커녕,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나 떠올랐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까지, 거의 이틀 내내 풀발기를 유지중이라서 그런걸까? 그나마 어제는 몽정에 이어서 자위까지, 두 번 정도는 빼서 그런지 버틸 만 했는데, 오늘은 잠깐 정신을 빼놓으면 이 모양이었다.

하물며 호아란은 불과 하루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이젠 스승 겸 어머니로 모시기로 하기까지 했는데.

정작 내 자지는 그런 호아란한테 꼴려서 껄떡대는 꼬라지가 어이가 없었다.

이상한 생각이나 하지 말고 다시 집중하자...

그렇게 생각하고선, 땅에 떨어져 있던 여우 구슬을 다시금 들어올렸다.

우웅...

미세하게 진동하듯이, 그대로 느릿하게 들리는 여우 구슬.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 허리쯤 올라왔을까 슬슬 들어올리는 것이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또다.

몇 번이나 여우 구슬을 들어 올렸다가 떨어뜨렸다를 반복하며 연습해봤지만, 아무리 지랄해도 직접 손으로 잡고 들어 올렸을 때보다 높이 들어올리는 건 안 되다시피 했다.

더군다나 손으로 들어 올릴 때나, 손도 대지 않고서 들어 올릴 때나 똑같이 힘들어 죽겠다.

직접 들어 올릴 때랑 달리 무게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데, 막상 들어 올릴 때는 직접 드는 것과 비슷한 피로감이 몰려든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의지도 근육처럼 계속 단련하면 늘어나고 그러나...?

그렇다면 지금처럼 열심히 들었다 놨다하는 것도 호아란이 내준 숙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겠지만,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었으니 아니라면 개지랄을 반복한 것에 불과할 뿐이었다.

애당초 의지가 대체 뭔데?

‘심’의 이치니, 마음이 어쨌느니하는 걸 곰곰이 생각해봐도, 도통 알 수가 없는 소리였다.

마음이 마음이지, 그걸로 무언가를 들어 올리고 그러는 것이 가능한 걸까?

가능하니까 주술이 있는 거고, 지금 내가 여우 구슬을 들어 올리고 있는 거겠지만.

당장 나도 여우 구슬을 들어 올리면서, 이게 어째서 들리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차라리 이딴 돌멩이가 아니라, 호아란의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는 거였다면 더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존나 아슬아슬하게 자꾸 보이지 않는 저 치마나 확 들어 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했을 때.

스윽, 하고.

이제껏 무슨 지랄을 다해봐도 전혀 나아질 기세가 없었던 여우 구슬이 조금 더 위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

뭔데 이거.

내가 뭘 했다고?

아니지, 잠깐만.

“바람...”

주술의 주는, 바라고 소망하고 소원하는, 기원하고 비는 것을 기원으로 한다. 그것에 의지가 담겨야만, 주는 주술이 되는 거고.

하지만, 의지란 대체 무엇인가?

막연하게만, 내가 알고 있는 의지란 건 정말로 별거 없었다.

정말이지 대단할 것도 없어서, 도저히 감도 안 잡히던 호아란의 말들이었는데.

무언가 실마리가 잡힐락 말락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방금 무슨 생각을 했더라?

차라리 호아란의 치맛자락이나 들어 올리는 것이 훨씬 집중이 잘 된다는 생각이었지.

근데 정작 올라간 건 호아란의 치마가 아니라, 여우 구슬이었고.

혹시, 이거...

주체는 상관없이, 그냥 들어 올린다는 생각만으로도 들어 올릴 수 있는 건가?

그러고 보니 호아란도 여우 구슬이 오직 의지만으로 들어 올릴 수 있다고만 말했지, ‘여우구슬을 들어 올린다는 의지’만으로 들어 올릴 수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었지.

아니.

설마.

진짜로?

시험 삼아서, 나는 호아란을 바라봤다.

여전히 괘씸하기 그지없는 차림의 호아란.

저것도 어떤 수양의 결과인건지, 저렇게 짧은 치마 차림으로도 자세가 흐트러질지언정 결코 안쪽이 보이지 않는 호아란을 보며.

저 치맛자락을 들어 올린다는 생각을 했다.

우웅...

...이게 된다고?

조금이지만, 좀 전보다 더욱 위로 올라가는 여우 구슬을 보면서 어이가 나갔다.

하지만, 덕분에 알 수 있었다.

여우 구슬을 들어 올리는 것에서 중요한 것은 여우 구슬 그 자체가 아니었다.

들어 올린다는 의지.

더욱 강렬한 바람.

제발 좀 들려라,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 쪽이 더욱 중요했다.

즉, 내가 호아란의 치마를 들춰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여우 구슬을 들어 올리는 것보다 훨씬 강렬하게 바라고 있는 것이라는 결과가 남게 됐지만.

그거야 당연한 일이었다.

돌멩이 따위보단 호아란의 치마를 들춰 올리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거야 당연한 일이니까.

아무튼, 감을 잡았으니까 됐다.

든다.

들어 올린다.

조심스레, 호아란의 치맛자락 끝을 붙잡고서 들추는 느낌으로.

“끄으윽...”

어떻게 방법을 알기는 했는데, 들어 올릴수록 버거워지는 것이 더 빨랐다.

의지가 부족한 것이다.

들어 올린다는 의지가.

바람, 소망, 소원...

욕망이.

그리고, 부족하면 채우면 그만이었다.

들어 올리고 싶은 욕망이 부족하면.

그만큼 채워나가면 그만이었다.

호아란의 치마를 들어 올리면 대체 어떤 속옷이 나올까?

불과 어제 내 어머니가 되어준 호아란의 팬티 색이 어떨지, 또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지나 생각하는 거나 다름없는, 실로 저열하고 불타는 효자다운 생각이었지만.

그걸로도 내가 호아란의 치마를 들어 올리고 싶다는 바람은 더욱 강렬해졌다.

동기부여는 저열한 욕망이었지만, 욕망만큼이나 순수한 바람은 적고, 욕망만큼이나 확실한 동기부여도 얼마 안되는 법이었다.

그리고 강해진 만큼, 그만큼 여우 구슬은 더더욱 높이 올라갔다.

부족했다.

그러니, 더 채워나가야했다.

이번에는 릴리스의 치마를 들춰올 리는 것을 상상했다. 호아란과 달리 이쪽은 치마 안쪽에 있던 팬티를 상상하는 것은 쉬웠다.

릴리스가 입는 팬티의 종류야 전부 꿰고 있으니까.

더더욱 높이.

더욱 높이 올라간 여우 구슬이 마침내 내 머리까지 올라왔다.

“흐웁...”

그리고 시발, 내 자지도 덩달아서 잔뜩 발기해서 내 배에 딱 달라붙은 것이 느껴졌다.

여우 구슬을 들어 올린답시고 이딴 거나 생각하고 있으니까 어쩔 수는 없었지만.

좀 병신 같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기는 했다.

그래도 뭐, 방법이야 병신 같아도 결과적으로는 여우 구슬을 머리까지 들어 올렸다는 것이 중요했다.

계속해서, 치마만이 아니라, 상의를 들어올리고, 그 안에 숨겨져있을 커다란 젖가슴을 생각했다.

릴리스와 호아란의 젖가슴을 쥐고서, 그대로, 내 마음대로 들어 올리는 것도.

내 손에 잡혀 들린 둘의 가슴을 마구 주무르는 생각과 함께 마침내 여우 구슬이 내 머리 위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오. 오오오...! 됐다!”

이게 된다고!

이제 15분만 버티면 끝인 거다.

그 사실에 나도 모르게 내지른 소리. 호아란이 그제야 책에서 시선을 떼고서 나를 보더니, 입을 벌리는 것이 보였다.

“드, 들어 올렸다고?”

아니, 뭐야.

마치 절대로 들어 올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을 들어 올린 것을 본 것 같은 반응을 보여주는 호아란을 보며 내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을 때였다.

뚝, 하고 무언가가 머리에서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주르륵...

이윽고, 무언가가 코에서 흘러내려서 입가에 닿았다.

짜고, 비렸다.

이건 피...?

“한조야...?!”

애미, 씹 이게 뭔데.

한번 터진 코피가 좔좔 흘렀다. 그냥 코피가 아니었다.

뭔가, 존나 어지럽고.

휘청거리는 다리와 함께 힘을 잃고서 쿵, 떨어지는 여우 구슬.

기껏 들어 올렸는데 10초도 채 못 버티고 이 꼴이었다. 그리고 나도 그대로 뒤로 넘어가려는 것을 호아란이 잡아 끌어 품에 끌어 안아왔다.

“으붑...”

덕분에 얼굴에 닿은 호아란의 가슴은 졸라 푹신했다.

꼬리보다 더.

풍만한 호아란의 가슴이 전해오는 푹신함에 순간 넋을 놓아버린 내 귓가에 호아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하구나, 한조야. 설마 하루도 안 되서 들어올릴 줄은 본녀조차도 생각도 못하였구나... 하지만, 너무 무리하면 못 쓰는 법이니라.”

무리...

그렇구나. 무리한 거구나.

난 또 너무 야한 생각을 한 나머지 코피를 쏟은 줄 알았다.

스윽, 그런 나를 여전히 안은 채로 떨어뜨린 호아란.

이내 그런 호아란의 얼굴이 내게 다가왔다.

톡, 하고 맞닿은 이마가 차다.

“열이 나는구나. 심하진 않으나, 오늘의 수행은 여기서 끝내는 것이 좋겠느니라.”

“...고작 코피가 난 것 뿐인데요?”

코피 정도야 이렇게 심하게 난 적은 없었지만, 어릴 적에는 겁나 많이 흘려봤는데.

맞아서든,뭐든간에.

고작 코피정도로 엄살을 피울 생각은 없었다.

아직 15분을 버티는 것도 하지 못했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콩하고 내 이마에 다시금 머리를 살짝 부딪히며 호아란이 나를 바라봤다.

조금은 엄한 표정을 하고서.

“들리지 않은 게냐? 머리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을 게다.”

아...

그러고 보니 들렸었다.

“심문이 열린 소리이니라. 무공이란 것의... 상단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해도 좋겠구나.”

상단전...?

그거 보통 마지막에 열리는 거 아니었나?

초절정이니 어쩌고 하면서.

내가 의아해하고 있자, 그런 나를 보며 호아란이 말했다.

“무공에서는 보통 밑에서부터 위로, 차례대로 열리나 주술에서는 그 반대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흐르며 열리는 것이니라. ‘심’에서 시작해서 ‘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체’로 끝나는 것이지.”

스윽, 여전히 흐르고 있는 코피를 호아란이 닦아주며 말했다.

“심문이 열렸다함은즉, 한조야. 네가 주술사가 된 것임을 뜻하느니라. 이제는 여지껏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될 것이며, 느끼지 못하던 것이 느껴질 것이니라.”

뭐야, 그거.

내가 귀신이라도 보게 된다는 건가?

“예를 들면, 이런 것... 어떠냐, 보이느냐?”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에게 대체 뭐가 보이느냐고 말할 수 없었다.

거대한 여우가 보였다.

호아란의 등 뒤에서 웅크린 채, 커다란 아홉의 꼬리를 살랑거리며 흔들고 있는.

금모금안 여우가.

할짝, 하고 입맛을 다시듯이 혀로 주둥이를 핥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주술사로서의 자질 중 하나는, 본질을 알아차리고 본질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니라. 그리고, 주술사가 된다면... 그 본질을 볼 수 있게 되는 게지.”

본질.

그러니까, 저게 호아란의 진짜 모습이라고?

“...물론, 한조야. 네가 보는 것은 본녀의 진짜 모습이라던가 하는 것은 아니니라. 어디까지나, 본녀가 가진 기운의 본질이, 요호이기에 본녀의 기운이 그러한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니라.”

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린 듯, 먼저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

난 또.

저 여우가 진짜 호아란의 모습이고, 지금 보이는 호아란이 그 여우가 둔갑하고 있다거나 한 줄 알았다.

다행이다.

이 가슴이 진짜여서.

아니, 이게 아니고.

“아무튼, 첫날부터 심문을 열다니. 네 재능이 가히 대단하구나. 본녀조차도 3일이나 걸린 것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를 호아란이, 표정을 풀고는 무척이나 상냥하게, 대견하다는 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해왔다.

호아란이나 릴리스의 속옷이 보고 싶어서, 그래서 치마를 들춰올린다는 일념으로 여우 구슬을 들어올렸다는건 절대로 밝히면 안되겠다.

“아주 좋구나. 정말로 좋구나. 오늘은 푹 쉬고, 내일은 바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좋겠구나.”

“아니.”

하루만 쉬고 바로 다음 단계라고?

지금도 뒤질 것같이 힘든데.

“...싫은 게냐?”

“...까짓 거 하죠 뭐.”

슬픈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묻는 호아란에게 싫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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