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 외전) 수련편, 호아란의 시점 (2)
* * *
그...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지?
여전히 호아란의 품에 안긴 채로 생각했다.
심문이니 뭐니가 열려서 코피를 쏟으면서 쓰러지려던 나를 끌어안은 호아란. 덕분에 바닥에 엎어지거나 하지 않은 건 좋은데, 그래도 계속 안겨있으려니 좀 그랬다.
호아란에게 안겨있는 것이 싫다는 건 아니었다.
싫을 리가 없었다.
문제는 호아란의 품에 안겨있다시피 하다 보니까 잔뜩 발기한 내 자지가 그런 호아란의 몸에 닿고 있다는 거였다.
정작 호아란은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별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오히려 나를 아까보다 더욱 강하게 끌어안아 오고 있었지만, 호아란이 신경 쓰지 않더라도 내 쪽에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풀발기중이라 그런지, 아니면 존나게 쌓여있어서 그런지 점점 더 강하게 끌어안아 오는 호아란의 몸에 자지가 스칠 때마다 전해지는 자극만으로도 싸버릴 것 같았다.
어떻게 닿지 않게 하려고 몸을 뒤로 빼는 것도 한계가 있고, 내 자지는 그런 내 노력은 하등 소용없을 만큼 커다랬다.
이 이상으로 몸을 뒤로 빼면, 오히려 호아란이 이상하게 여기다가 눈치채고 말 거다.
그렇게 되면 서로 존나게 어색해질 게 분명했다.
호아란이야 이미 내 사정이야 아는 만큼 변태취급은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존나 어색해질 것은 틀림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도 없잖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말하기로 했다.
“저, 어머니? 이제 괜찮으니까 놓아주세요.”
그런 내 말에 살짝 멍해 보이는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화들짝 놀라며 떨어지는 호아란이 보였다.
방금까지 닿고 있던 폭신한 가슴이라던지, 호아란에게서 나던 좋은 향기라던지가 순식간에 멀어지자 역시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다.
그래도 뭐.
“미, 미안하구나. 본녀가 너무 오래 안고 있었구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어서 허둥지둥 말하는 호아란을 볼 수 있었으니 그럭저럭 아쉬움은 가셨다.
휙휙, 호아란의 뒤에서 바쁘게 흔들리고 있는 꼬리들도 귀엽고.
“크흠, 아무튼... 예상보다 빠르게 심문이 열린 것은 무척이나 좋은 일이니, 오늘의 수련은 이만하고 푹 쉬거라.”
이내 조금 진정이 된 후에야 헛기침하며 그리 말하는 호아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아까보단 나아졌지만, 여전히 어질어질해서 오늘은 수련이고 자시고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긴 했다.
존나 피곤하기도 하고.
아직 해가 채 지지도 않았으니 이르긴 했지만, 그래도 한숨 푹 자고 싶은 기분이었다.
“근데, 너무 자주 쉬는거 아니에요?”
“무얼. 잘 쉬는 것도 수행 중 하나이니라. 쉼없이 단련하는 것은 말이야 좋지, 미련한 짓에 불과하느니라. 그러니... 그런 말은 말거라.”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기는 호아란.
그러자 어제랑 마찬가지로, 눈앞에 자그마한 오두막이 나타났다.
딱히 여우의 숲이 춥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노숙할 정도로 따듯한 것도 아니라 호아란 나름의 배려인 오두막이었다.
나도 언젠가 주술을 배우면 이런걸 할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씽씽이를 타고서 어디 멀리 나들이라도 갈 때 편할 것 같았다.
집순이인 릴리스나 집돌이인 나나 어디 나갈 것 같지는 않지만.
뭐, 아무튼.
호아란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고집부리기도 그랬다.
“그럼 먼저 실례할게요.”
“그래, 푹 쉬거라.”
그런 호아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선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오두막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푹신푹신한 솜이불에 몸을 던졌다.
“...나중에 이거 갖고 가도 되냐고 물어봐야지.”
집에 있는 것보다 훨씬 푹신푹신해서 좋은 이불의 감촉을 느끼며, 그대로 잠을 청했다.
주술로 만들어낸 오두막으로 들어가는 한조를 보며, 호아란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녕 미친 게구나, 호아란...”
그리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심문을 열어 피를 쏟는 한조를 봤을 때.
예상치 못했던 한조의 빠른 성취와, 그런 갑작스러운 성취에 충격을 받아 쓰러지려는 한조를 끌어안은 것은 좋았다.
분명 그때까지만 해도, 제자이자 아들인 한조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러한 것뿐이었으니.
하지만 그다음, 자신의 행동은 어땠는가?
품에 안은 한조가 흘리던 피냄새.
그 피냄새를 맡자 머릿속이 흐릿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요괴의 본능이, 짐승의 본능이 머리를 들어 올리는 것을 느꼈다.
예로부터 인간의 피는 요괴의 본능을 자극하는 법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수양을 통해서 그런 본능을 눌러온지도 수백년이 된 천호였다.
그런데 대체 왜...
내가 그런 짓을 한 걸까 알 수 없었다.
입으로는 한조의 몸을 걱정하고, 성취를 칭찬하면서도 자신의 몸은 그런 한조를 더욱 끌어안았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것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한조를 끌어안는 것이, 한조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는 것이, 한조의 체온을 느끼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여기까지 올라왔었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호아란은 자신의 배꼽 부근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조금 전까지 몸에 닿아있던 한조의 하물이 감촉이 아직도 남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어찌나 큰지 그 끝이 자신의 명치 위까지 닿았던 한조의 하물이.
옷 너머로도 알 수 있었던, 뜨겁게 맥동하던 것의 감촉이 지금도 분명하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그것이 자신을 보며 흥분하였기에 그런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단순히 한조가 가진 기프트가 폭주하고 있는 탓에 그런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데도 그런 한조의 하물이 몸에 닿았을 때 느꼈던 부끄러움과 흥분, 고양감에 저도 모르게, 끌어안은 한조의 몸에 몸을 비볐다.
걱정이 아닌, 욕정에 앞서서.
망측하게도, 그런 자신의 행동에 한조가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면서.
한조를 걱정하는 말을 하며 끌어안고서 한조의 하물이 자신의 몸에 닿고 있다는 감각을 좀 더 느끼기 위해서, 그런 한조의 하물에 배를 부비적거렸다는 사실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처음으로 몸으로 체감한 남성을. 하물며 자신의 제자로, 아이로 삼기로 한 한조의 남성을 더욱이 느끼기 위해서 그런 짓을 벌였다는 사실에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러웠다.
마음 같아서는 추태임을 알면서도, 흙바닥에 누워 몸을 비틀며 몸부림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 애당초 조금 전에 저지른 일이 흙바닥에 누워서 몸부림치는 것보다 더한 추태이지 않았을까?
“정말로, 정말로 미쳐버렸구나.”
발정기는 아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전까지 한조의 하물이 몸에 맞닿아있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스스로도 알 수 없는 행동의 연속에 호아란은 입술을 깨물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주술을 사용하여 발정기를 늦춰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호에 이르렀으면서도, 천리를 벗어던지지 못한 것은 그것이 이치에서 벗어나는 행위이기 때문이었다.
짐승의 특성을 타고 태어난 요호, 요괴이나 동시에 여우인 자신에게 있어서 발정기란 마땅하게 주어지는 천업이고, 이치였다.
생물로 태어나 다음 생으로 이어지는 생명을 낳는 것은 당연한 업이기에,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천고의 노력을 다하더라도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자신이 만약 그러한 경지에 이르렀더라면, 천호가 아닌 신호라고 불리고 있었으리라.
따라서, 이미 오고 있는 발정기를 늦추는 방법 또한 호아란으로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천리를 어긋나게 하는 일인 만큼, 그만큼의 대가가 따르는 법이니.
발정기를 늦추는 대신, 그동안은 평소에 사용할 수 있는 힘의 10분의 1도 채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몸의 상태도 현저하게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뒀다가는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불안했다.
굳이 말하자면, 자신이 욕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한조를 덮쳐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렇게 믿고 싶지만.
이제까지와는 다른 발정기의 전조는 그런 생각이 들게만 했다.
이렇게 불안해할 바엔 차라리 자존심을 조금 저버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불어온 바람과 함께, 달콤한 향기가 코에 닿았다.
“이 냄새는...”
한조의 냄새.
아니... 정확히는 한조의 정에서 나던 냄새였다.
자신의 몸에도 쏟아졌던, 한조의 정의 냄새.
혹시나 오두막에 들어간 한조가 그런 짓을 하는 걸까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오두막에서 느껴지는 한조의 인기척은, 잠든 인간의 것이었다.
하물며 냄새는 오두막이 아닌, 여우의 숲, 그 중앙에 있는 호숫가에서 나고 있었다.
그럼 대체 이 냄새는 무어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호아란은 홀린 듯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다다른 호숫가에 온 호아란은 한층 더 강렬해진 향기를 따라 걷다가 이내 나무 밑에 덩그러니 뭉쳐놓은 듯한 옷가지들을 발견했다.
“이건...”
한조가 본래 입고 있었던 옷들이었다.
내어줬던 옷으로 갈아입고 나서, 이전의 옷들은 어디에다 두었나 했더니 이런데 숨겨두었구나.
한조를 습격해왔던 라우라, 그 모기 년의 공격에 찢어지고 헤져서, 더 이상 옷이라고 할 수도 없는 그것.
아마 돌아갈 적에 버리기 위해서 그동안 숨겨둔 것이었으리라.
“본녀에게 말하였으면 진작 처리해주었을 것을.”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속옷을 비롯한 옷을 맡기기 그러했던 것인지는, 이유는 모르겠으나 일단 발견해버린 이상 처리하기 위해서 손을 휘저었다.
“......”
이걸 왜 들고 있는 거지?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 들린 한조의 옷가지들이 보였다.
그중에서는, 한조의 속옷도 있었다.
뭉쳐져 있어서 그런지, 하루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덜 말라서 축축한 속옷이.
내가 왜 이걸...
떨쳐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 한조의 물건이니 함부로 처분하는 것은 좋지 않겠지.”
넝마 짝이 되어, 더 이상 옷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을.
어차피 한조에게 물어도 버리라 할 것이 분명한 그것을 품에 챙기며, 호아란은 스스로가 하는 말이 변명임을 알면서도 그리 중얼거렸다.
“내일, 내일 한조에게 물어 처분하면 될 것이니라... 아무리 어미라고 한들 제 물건을 함부로 버리는 것을 자식이 좋아할 터가 없으니.”
어디까지나 그뿐이라며, 그렇게 되뇌며 호아란은 품에 든 한조의 속옷을 바라봤다.
한조의 속에서 달콤한 향기가 났다.
한조의 정에서 나던 달콤한 향기가.
그야 속옷이다.
더군다나, 그... 몽정도 하지 않았던가? 그때도 입고 있었던 속옷이니, 그래서 잔뜩 젖었던 것이니 그... 향기가 나는 것이야 당연했다.
애당초 그 향기를 쫓아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 향기가 나고 있는 것을 들고 있으니, 그 향기를 맡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리라.
그러니까, 이건 일부러 향기를 맡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어쩔 수 없이, 향기를 맡게 됐을 뿐이었다.
“하아......”
어째서, 이렇게나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일까.
다른 남성의 것도 모두 이런 걸까?
아니면 한조의 것만 이런 걸까?
애당초 비교할 다른 남성이 없었으니 알 길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향기를 맡으면 맡을수록 더욱 맡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솜에 스며드는 물처럼, 향기를 맡으면 맡을수록 정신에 저며드는 듯한 기분.
하지만, 그것이 결코 싫지 않았다.
“조금만, 조금만이라면...”
이성이 지금 대체 뭐하는 거냐고 일갈해왔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들어 올린 한조의 속옷을 코의 근처에 가져다 대자, 코를 찔러오는 달콤한 향기에 머리가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몸이 뜨거워져 가고, 욱신욱신, 하복부가 안타까운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숨이 가빠진다.
스으읍...♡
그리고, 속옷이 젖어 드는 것이 느껴졌다.
속옷이 젖어드는 느낌, 그 느낌에 퍼뜩 놀란 호아란이 코에 대고 있던 한조의 속옷을 떼어냈다.
“어, 어째서...”
그리고는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그렇다고 변하는 것은 없었다.
아직은, 그래도 아직은 시간이 남아있었던 발정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