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71화 (71/523)

〈 71화 〉 이모지자 (6)

* * *

여우의 숲에 다다를 무렵, 호아란의 기운과 함께 그 바보 녀석의 기운 역시 느껴졌다.

덕분에 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대충은 알 수 있었다.

“...다행이다.”

현장에 남아있었던 주술의 흔적들.

그것들이 호아란의 것이었구나.

하긴, 역전의 술을 사용할 수 있는 녀석이 호아란 외에 더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끔찍한 일이긴 했다.

개인, 혹은 어떤 집단인지는 몰라도 한조, 그 바보 녀석을 납치하려 들었다가 호아란에게 저지당한 것이 분명했다.

호아란은 그동안... 내가 없는 동안 한조 녀석을 보호하기 위해 데리고 있었던 모양이고.

꾸우욱, 하고 왠지 모르게 가슴 한편이 시큰거렸다.

본래는, 내가 해야 했을 일.

내가 녀석을 지켰어야 했는데, 그 역할을 호아란이 빼앗아버렸다는 사실에 괜스레 짜증이 일었지만 그보다는 그 녀석이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로 했다.

“...아니, 씨발. 그럼 그렇다고 말이라도 남겨놨어야지. 괜히 걱정했잖아?”

녀석을 찾겠다고 사방팔방으로 쏘다니면서 지랄해댄 것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게 다 그 바보 녀석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만나면 진짜 제대로 혼내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그렇게 여우의 숲에 도착했을 때.

릴리스는 볼 수 있었다.

“어... 그럼 한 번만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렇게 말하는 녀석과, 그런 녀석의 말에 활짝 웃으며 녀석의 자지를 가슴으로 감싸 안고 있는 망할 여우 년의 모습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교태부리듯이 그 바보 녀석에게 엉겨붙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 이런저런 일이 있었던 모양인지, 정액이고 애액이고 온갖 냄새를 풍겨대면서 붙어있는 둘을 보고서 릴리스가 입을 열었다.

“야.”

스스로 낸 목소리라고는 생각되지도 않는, 갈라진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어째 설까.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끓어오르는 분노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드는 기분이었다.

나를 발견한 둘의 얼빠진 얼굴을 보니, 더더욱.

으드득, 이를 갈면서 릴리스가 그런 둘에게 말했다.

“둘이... 존나 잘 지내고 있던 것 같다? 응?”

“왜 말이 없어? 응? 잘 지냈냐고.”

그렇게 말하던 릴리스가 하, 하고 코웃음치는 것이 보였다.

“아니다, 내가 잘못 말했네. 딱 봐도 존나 잘 지내고 있던 모양인데... 내가 괜한 걸 물어봤잖아?”

그렇게 말하며 날개를 접으며 땅으로 내려온 릴리스가 우리를 노려봤다.

혹시 저게 최종 변신 형태의 릴리스의 모습인가?

설마 정말로 그럴까 싶었는데, 진짜 3단 변신 마망이었던 모양이었다.

아리아드를 두들겨 패던 2단계 변신 릴리스만 해도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지금의 릴리스는 그저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혀왔다.

“한조야, 이걸 받거라 그럼 괜찮아질 것이니라.”

그런 내게 호아란이 부적을 건네주자 그나마 숨을 쉴 수 있게 됐지만.

호아란이 건네준 부적을 손에 쥐자, 폐부를 쥐어짜 내는 듯한 압박감은 사라졌다.

물론, 여전히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릴리스의 시선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라서 장난 아니게 부담스러운 건 여전했다.

“내 말은 씹어대면서, 둘이서만 그러기 있어? 이거 섭섭해서... 눈물이 다 나올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다가오는 릴리스를 가로막듯이, 내 앞으로 나선 호아란이 말했다.

“물러서거라, 한조야. 릴리스, 저 녀석이 저런 모습까지 취한 이상... 본녀가 널 보호하며 싸우기는 힘들 것 같구나.”

그니까.

전이랑 다르게 진짜 제대로 빡쳤다는 거구나.

하긴, 딱 봐도 그렇긴 했다.

어째선지 푸르게 변해버린 피부색이나, 평상시에 3배는 더 길어진 뿔, 피부색이 변한 것처럼 새까맣게 변해버린 릴리스의 눈동자는 존나 살기등등해서, 진짜 제대로 빡쳤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으니까.

저게 옷인지 마이크로 뭐시기하는 그건지 모를 차림의 릴리스였지만, 덕분에 드러난 릴리스의 야한 몸매 같은 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긴 했다.

호아란의 말대로 휘말리면 좆될 것 같으니 물러나는 게 맞는 것 같기는 한데.

근데...

“도망쳐도 똑같을 것 같은데요?”

여우의 숲째로 싹 다 불태워버릴 것 같은데.

애먼 곳에서 불덩이가 날아와서 처맞으면 그냥 좆되지 않을까?

“그것도... 그렇겠구나. 어쩔 수 없구나, 그럼 내 옆에 꼭 붙어있거라, 한조야.”

아니, 그것도 안 좋을 것 같은데.

“둘이 아주 친해 보이는걸... 둘이서만 속닥속닥, 내가 없는 동안, 서로 많이 친해졌나 봐, 응?”

이죽거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와 호아란을 바라보는 릴리스.

“하긴 방금 전까지 그딴 짓을 하고 있었는데. 존나 친해지긴 했겠지? 내가 또 잘못 말했네? 사과해야 되려나? 미안해? 용서해줄 거지? 네가 나한테 한 짓에 비하면 그다지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

지금 호아란에게 꼭 달라붙으면, 진짜 좆될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그런 릴리스를 보고서 호아란이 말했다.

“...오해가 있는 것 같구나, 릴리스. 우선 본녀의 말을ㅡ”

하지만 그런 호아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릴리스가 말했다.

“오해는 씨발년아, 네 젖탱이랑 보지에서 흐르는 좆물이랑 씹물이나 닦고 말해.”

“읏...”

움찔, 호아란이 몸을 떨고는 자신의 꼴을 보고 얼굴을 붉히는 것이 보였다.

뭐라고 해야 할까, 릴리스의 말대로긴 했으니까.

조금 전에 사정한 내 정액이 아직도 호아란의 가슴에 끈적거리며 흘러내리고 있는 데다가, 아직도 호아란의 허벅지를 타고 흐르고 있는 애액이 보였다.

둘 다 미처 닦기도 전에 릴리스가 들이닥쳤으니 어쩔 수 없는 거긴 한데...

추욱, 늘어지는 호아란의 꼬리들과 귀.

의기소침해한 것이 훤히 보이는 호아란이었지만, 그런 호아란을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보며 릴리스가 말했다.

“좋았어? 내가 없는 동안 내 아들을 홀랑 데려가서 붙어먹으니까? 아니, 좋았겠지. 그러니까 내가 여기 오는 것도 눈치도 못 채고 그러고 앉아있었겠지. 응? 그렇잖아?”

걸음을 옮기며, 그런 호아란에게 다가가는 릴리스의 주위로 푸른 불꽃들이 피어올랐다.

호아란의 부적 때문인지 나한테까지는 그 푸른 불꽃이 내는 열기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릴리스의 주변에 있던 나무나 풀 따위들이 순식간에 바싹 말라붙는 것들이 보였다.

불타기보다는...

생명력 그 자체를 죄다 빼앗겨버린 것처럼.

말라붙어서, 순식간에 바스라지듯이 죽어가는 것들이 보였다.

뚜벅, 뚜벅.

릴리스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주변에 있는 것들을 전부 말라붙어간다.

그렇게, 호아란의 앞에 멈춰선 릴리스.

릴리스가 호아란을 보며 입을 열었다.

“...발정 나서 남의 아들이나 따먹는 년은 이제 내 친구도 뭣도 아니니까. 뒈지기 싫으면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호아란. 난... 저 새끼랑 같이 돌아갈 거니까. 그리고... 다신 내 눈에 띄지 마.”

선언하듯이 그렇게 말하고선, 호아란을 지나쳐서 내게 오려는 릴리스를 호아란의 꼬리들이 막아섰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보면 모르느냐? 싫다는 소리이니라.”

“뭐? 이게, 진짜...!”

아니... 잠깐만.

지금 보니까 정말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야 난 호아란에게 따먹히거나 그러진 않았으니까.

지금의 호아란의 모습이나, 조금 전에 릴리스가 목격해버린 꼬라지를 보면, 그렇게 오해할 수는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호아란과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

...어떻게 오해를 풀면 잘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문제는 내가 말한다고 릴리스가 그걸 믿어주냐 아니냐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걸 따지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비켜서지 않는 호아란을 보고서,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릴리스가 손을 들어 올리려는 것이 보였다.

화르륵, 푸른 불꽃이 그런 릴리스의 손에서 솟구쳤다.

그리고 그런 릴리스에 품에서 부적을 꺼내드는 호아란도.

어쩔 수 없었다.

되든 안 되든, 일단 해보기로 했다.

“저기, 어머니?”

“넌 빠져 있...”

“한조야, 지금은 좋지 않으...”

호아란과 릴리스, 둘이 내가 부른 어머니에 반응해서 입을 열다가, 멈칫하는 것이 보였다.

나 역시도 그랬다.

아, 씨발.

둘 다 어머니란 말에 반응할 줄은 몰랐는데.

아니, 그것부터 생각했어야지 병신새끼 같으니라고.

호아란과 같이 있을 때도, 딱히 호칭 구분을 할 필요가 없으니 어머니라고 부르던 거나, 릴리스때랑 있을 때도 그땐 릴리스뿐이었으니 어머니라고 불렀던 거나.

둘 다, 아무튼 어머니니 어머니라고 불렀던 것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멈칫하고, 당장이라도 붙어버릴 것 같았던 둘이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하지만 그 둘의 반응은 현저히 달랐다.

아차, 하는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는 호아란과 이 씹년이 지금 뭐라고 한거지? 하는 얼굴로 그런 호아란을 쳐다보는 릴리스가 보였으니까.

침묵은 침묵이었지만, 그 이유는 제각각인 침묵이 잠시동안 이어지고서.

먼저 입을 연건 릴리스였다.

“...지금 저 새끼가 어머니라고 부르는 말에 왜 네가 대답하고 지랄인데?”

“그, 그게...”

조금 전까지도 릴리스에게도 밀리지 않던 기세를 보이던 호아란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막말로, 이미 호아란은 내가 릴리스의 양자로 들어간 것을 알고 있는 와중에 내 어머니가 되겠다고, 심지어 제자로 삼은 뒤에야 사실 제자로 삼는다는 것이 그렇고 그런 거니 하는 식으로 낚았던 거기도 하니 호아란이 명분에서는 존나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근데 릴리스도 반쯤 사기로 날 낚아서 아들로 삼았으니 그게 그거 아닌가?

하지만, 그 사실을 호아란이 알고 있을 리도 없었다.

그야 호아란에게 말한 적이 없었으니까.

호아란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나랑 릴리스의 사이에 느닷없이 끼어든 제3자 비스무리한 거라는 느낌이란 거다.

순서상으론, 호아란이 두 번째기도 하고.

“그게, 뭐? 빨리 말해.”

그런 호아란을 캐묻는 릴리스.

릴리스의 말에 우물쭈물, 호아란이 말했다.

“그, 본녀도 한조를 아들로 삼았느니라.”

“하...?”

호아란의 말을 들은 릴리스의 표정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로 변하는 것이 보였다.

지금 자기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이해가 따라가지 않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 그래. 그러셔...?”

나와 호아란을 번갈아 쳐다보던 릴리스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래. 그렇다 이거지?”

이윽고, 촤악, 하고 릴리스가 날개를 펼치는 것도 보였다.

“잘 알았어, 방해꾼은 이만 빠져줄 테니까 니네 둘이 물고 빨든 알아서 하라고.”

그렇게 말한 릴리스가, 나를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나쁜 새끼.”

아.

그대로 날아가려 하는 릴리스를 보고서 지금 붙잡지 않으면 다신 릴리스를 보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냅다 그런 릴리스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냅다 릴리스를 끌어안았다.

“읏?! 이거 안 놔?!”

미처 날아가기 전에 내게 끌어안겨진 릴리스가 그렇게 말하며 버둥거렸다.

힘... 존나 세...!

하지만 튕겨나갈 것 같은 걸 어떻게든 버티면서 그런 릴리스에게 말했다.

“아니, 사람 말 좀 듣고 가요. 왜 그렇게 성격이 급해요, 어머니?”

“어머니라고 부르지 마, 이 씨발놈아! 너 같은 호로새끼는 아들로 둔 적 없으니까!”

“어... 그럼 릴리스라고 해도 돼요?”

“이 씹새가?”

어머니라고 부르지 말라며.

어쩌란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좀 진정해봐요. 제가 다 설명할 수 있으니ㅡ”

“설명? 설명이라고 했어, 지금?”

쁘득, 이를 갈며 릴리스가 나를 노려봤다.

"내가, 씨발... 내가..."

뭔가 울컥하고 올라왔는데, 차마 뭐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는 듯이, 그러는 릴리스를 보고서.

"읏..."

그러다가 갑작스레 얌전해진 릴리스를 보고서.

내가 외쳤다.

“호아란 마망...!”

“으, 응? 보, 본녀를 말하는 것이냐?”

갑자기 불려진 호아란이 퍼뜩 놀라서, 나를 보는 것이 보였다.

“아무거나 좋으니까, 릴리스 마망 좀 어떻게 못 움직이게 해봐요...!”

“이, 씨발놈이? 이럴려고ㅡ”

그런 나를 보고서, 릴리스의 쌍심지가 확하고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빨리! 빨리!”

나를 밀쳐내려는 릴리스를 양 팔과 다리로 옭아매면서 그렇게 외치자, 호아란이 허둥지둥하면서 부적들을 꺼내며 말했다.

“아, 알겠느니라...!”

펑, 펑!

호아란의 옆으로, 호아란을 똑 닮은, 각자 꼬리 셋과 꼬리 다섯이 달린 분신들이 튀어나왔다.

“주박의 술...! ‘영겁’ㅡ!”

그리고, 그렇게 호아란이 외치는 순간, 호아란과 그 분신들이 뽑아낸 부적들이 기다란 끈이 되어 나랑 릴리스의 덮쳐왔다.

“이 따위쯤은...!”

그런 끈들이 채 몸을 감싸기 전에 릴리스의 날개가 끈들을 쳐내는 것이 보였다.

꼬리 다섯 달린 호아란의 분신은 처음 보는데, 그 분신이랑 호아란이 직접 펼친 주술을 날개로만 뿌리치는 게 가능한 건가.

그 백발 여자년도 꼬리 하나씩 달린 분신들한테 줘터졌는데.

우리 애미 진짜 존나 세네.

하지만 지금 날개만으로 호아란이 펼친 주술들을 찢어발기는 릴리스를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긴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실례 좀 할게요, 어머니.”

그렇게 말하고선, 내 눈에 보이는...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는 릴리스의 귀끝을 앙, 물었다.

그리고, 우물우물하고 릴리스의 귀를 빨았다.

"히앗?!"

새된 소리를 내지르며 몸을 비트는 릴리스.

그런 릴리스와 나를 호아란의 끈들이 다시금 덮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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