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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73화 (73/523)

〈 73화 〉 이모지자 (8)

* * *

릴리스에게서 내 기프트에 대한 것을 듣게 되고서, 잠깐 생각을 정리한 내가 릴리스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제 기프트에 저랑 떡친 여자의 능력을 흡수하는 능력이 있다고요?”

“그래, 확실하진 않지만, 증거가 그렇게 있으니까 그렇다고 보는 게 좋겠지.”

시험 삼아서 해봤던, 돌멩이를 움켜쥐는 일.

별 힘을 주지도 않았는데도 단번에 으스러진 돌멩이는 지금도 내 몸에 웨어울프의 그것과 마찬가지인 괴력이 있다는 증거였다.

바스스, 손에 묻은 돌가루들을 털어내고서 내가 재차 말했다.

“그리고, 이성한테 호감을 얻는 능력도 있고?”

“네 기프트가 발현중일 때... 그러니까, 네가 발기 중일 때만 그런 거지만. 그쪽은 아리아드의 보장이 있으니 확실해.”

내가 할 말은 아닌데.

발기 중일 때 여자들한테 호감을 사는 능력이나, 발기 중일 때만 발현하는 신체 능력 강화 같은 초상 능력이라니 좀 변태 같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여태껏 나랑 떡쳤던 이종족 여자들을 떠올렸다.

웨어 울프인 에일레야에 사티로스인 사티, 미노타우로스인 마노, 양 수인이었던 메리에, 슬라임인 뮤뮹뮤뭉.

그 외에도 존나 다양한 이종족 여자들을.

근데...

왜 발현하게 된 능력은 웨어 울프의 신체 강화와 사티로스의 발정을 일으키는 향기, 그리고 상시발기가 끝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확실한 건...

“그 말은... 본녀가... 발정한 이유가...”

나와 같이 릴리스가 해준, 내 기프트에 대한 것을 들은 호아란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이 보였다.

예정일보다 이르게 찾아왔다는, 호아란의 발정기.

그렇게 갑작스럽게 호아란의 발정기가 시작된 이유가 바로 내 탓이란 소리였다.

정확히는, 내가 딸치다가 호아란에게 뿌렸던 정액 때문이 클 것이리라.

그 전에도, 몽정하면서 쌌던 것도 영향을 끼치긴 했을 거고.

어쨌거나, 호아란이 평소와 달리 일찍 발정기가 찾아오고,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서, 원래라면 보여주지 않았을 꼴을 내게 죄다 보이게 된 것도, 일단 내 탓이 된 셈이었다.

충격을 받은 듯, 멍해 보이는 호아란에게 내가 말했다.

“어, 호아란 마망. 저 때문에 괜히... 그, 죄송해요.”

그런 나를 보더니, 호아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으니라. 더군다나 한조 네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지 않느냐? 오히려 예상보다 이르게 발정기가 오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으니 오히려 좋구나. 이성을 발정시키는 능력을 가진 기프트 때문이었다면... 본녀가 그렇게 된 것도 전부 납득이 가느니라.”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

오히려 다행이구나, 하고 한숨을 내쉬고 있는 호아란을 보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대체 뭐가 오히려 다행이라는 걸까, 궁금했다.

지금 호아란에게 다행이라니, 뭐가 다행인 건데요? 하고 물어보면 재밌는 걸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럴 분위기는 아니었다.

여전히 릴리스가 진지한 얼굴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호아란을 보고 있었으니까.

이윽고, 그런 릴리스가 호아란에게 말했다.

“...아무튼, 그런 거니까. 네가 한조한테 그딴 짓을 한 건 이해해줄게.”

“...이해라니 그게 무슨 말이더냐? 릴리스.”

“그야 당연하잖아? 네가 한조한테 한 짓들. 그거야 어쩔 수 없었던 사고, 그렇게 치면 되니까.

그렇게 말한 릴리스가 이를 으득하고 갈고는 말했다.

“물론, 그거랑 네가 한조를 아들로 삼은 건 다른 이야기지만. 안 그래? 이 망할 여우 년아?”

“그건...”

릴리스의 말에 호아란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릴리스가 말을 이었다.

“아니, 그것도... 저 녀석이 기프트가 폭주 중이라서 그런 거겠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 좋아, 특별히 그것도 이해해줄게. 그러니까... 저 바보 녀석을 아들로 삼았느니 뭐니 하는 개소리, 당장 취소해.”

“...개소리? 그보다 취소하라니? 본녀보고 이미 한 번 맺은 연을 끊어버리라고, 그렇게 말한 게냐?”

“어차피 네가 저 바보 녀석이 마음에 든 것도, 여태껏 안 그러다가 갑자기 저 녀석을 제자로 삼느니 뭐니 한 것도, 전부 그것 때문일 테니까. 오히려 나한테 감사하는 게 맞지 않아? 술에 잔뜩 취해서 헛소리한 거나 다른 바가 없는 걸 그냥 취소하라고 한 거잖아? 네 실수를 덮어주겠다는 소리인데, 오히려 감사 인사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응?”

그렇게 말하는 릴리스의 말에 호아란의 꼬리가 쭈뼛쭈뼛 서는 것이 보였다.

“본녀의 실수를 덮어주겠다고? 본녀가, 허튼 소리를 했다는, 그런 말이더냐?”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그냥 다 저 녀석이 기프트 때문이라니까? 네가 한조 녀석이 마음에 든 것도, 제자로, 아들로 삼겠다니 뭐니 한 것도. 전부 다.”

“그건 동의할 수 없구나. 본녀는 수백 년간 수양을 쌓아온 천호이니라. 고작 그런 것에 미혹되어 헛소리를 하는 자가 아니니라. 설령, 한조의 기프트가 계기가 됐을지언정, 어디까지 결정을 내린 것은 오롯하게 본녀의 의지였으니, 이제와서 한조와 맺은 연을 취소하거나 할 수는 없느니라.”

그런 호아란의 말에 릴리스가 울컥한 얼굴로 말했다.

“지랄하네, 씨발. 발정나서 남의 아들 자지나 가슴으로 짜내고 있던 년이.”

“그, 그건...”

“그건 씨발, 그럼 미혹돼서 그런 게 아니라 네 본심으로 그랬다 그거야? 응? 네 말대로라면 그랬다는 거잖아? 응? 이 발정난 여우 년아?”

릴리스의 매도나 다를 바 없는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아무 말도 못 하는 호아란이 보였다.

하긴, 당당하게 미혹되거나 그러지 않는다고 한 호아란인데, 정작 바로 조금 전까지는 발정난 나머지 그렇고 그런 일을 한 건 사실이니 할 말이 있을 수가 없었다.

근데 그거 반쯤은 내가 거짓말해서 그런 거기도 한데.

호아란에게 이런 건 남들도 다 하는 거라고, 그렇게 말했던 것은 나였으니까.

반쯤은 내 책임이 있다는 거였다.

호아란이 호숫물에 코박고 자살하려는 걸 막으려고 했던 거긴 했지만, 이유야 어쨌건 호아란이 그런 짓을 한 것에 대해선 내게 책임이 있었다.

호아란이 대딸해준다는 말에 거절하지 않은 것도 나였고.

어째 또 한바탕 해버릴 것 같은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하니, 이걸 말리는 것도 양쪽의 아들인 내 몫이겠지.

그래서 슬쩍하고 손을 들어 올리자 릴리스랑 호아란이 날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넌 또 왜 저 망할 여우 년을 따라 하고 지랄인데?”

“그냥요. 그보다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하던가, 뭔데 그래?”

지금 상황에서 둘이 계속 싸우지 않게 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냥 두 분 다 어머니 하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런 내 말에 릴리스와 호아란이 서로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지금 이 새끼가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릴리스가 보였다.

“...본녀는 그래도 상관없느니라. 어차피 본녀는 두 번째라는 걸 알면서 한조 네게 권하였던 것이었으니. 릴리스, 저녀석이 말했던 것처럼 없던 일로 하라느니 하는 헛소리만 아니면 되느니라.”

그리고,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도.

“뭐? 아니, 이 미친년이 진짜.”

그런 호아란 말에 다시 훽하고 호아란을 보며 얼굴을 찌푸리는 릴리스에게, 호아란이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전까지 릴리스랑 팽팽하게 신경전을 벌이던 호아란이, 우물쭈물해하며 말했다.

“이젠 한조가 아니면 안 된단 말이니라...”

그렇게 말하고는 얼굴을 붉히는 호아란을 보고서, 릴리스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것이 보였다.

“뭐, 이 씨발년이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

솔직히 이젠 잘 모르겠다.

이걸 나보고 어떻게 말리라는 걸까?

그러다가 문득, 머릿속에 어찌어찌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떠올랐다.

“그럼 이렇게 하죠.”

내가 그렇게 말문을 열자, 릴리스와 호아란이 나를 바라봤다.

“이 씹새끼 또 개소리할 것 같은데...”

“말해 보거라, 한조야. 이건, 우리만이 아니라 네게도 중요한 일이지 않느냐? 가능하다면, 본녀는 네 의사를 따르마.”

“아니, 이 씹년은 또 아부나 떨고 있네. 이, 씨발 진짜...”

“아니, 일단 제가 말하는 것부터 듣고 개소리인지 아닌지 정하면 안 돼요?”

“어차피 개소리할 게 뻔한데 굳이 들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아니.

너무하잖아.

나름 내 머리에서 나온 것치고는 괜찮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는데.

침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떨구려니 그런 내 귓가에 릴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봐. 대체 뭔 개소리를 할지 좀 궁금해졌으니까.”

“역시, 그럴 줄 알았다니까요. 어머니.”

“너, 이...”

침울한 표정을 지은 것이 거짓말인냥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다시 들어올리자,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릴리스가 보였다.

억울하고, 불쌍한 표정을 짓는건 내 얼마 안되는 특기란 말이지.

“아무튼, 둘 다 동의한 거로 치고서, 말할게요?”

두구두구두구.

뭐 있는 것도 없으니, 대충 속으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한조의 마망 쟁탈전을 시작하겠습니...”

“개소리 맞잖아, 이 씨발놈아!”

릴리스의 손날이 내 대가리를 찍었다.

“이, 개 또라이새끼가 진짜, 네가 개소리를 안 한다는 걸 믿은 내가 병신년이지.”

대가리가 찌그러질 것 같이 아파서, 정말로 찌그러지진 않았는지 릴리스에게 찍힌 머리를 만지며 살펴보고 있는 내게, 릴리스가 그렇게 말했다.

“아니,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개소리같긴 한데, 하지만 좀 들어보세요.”

“듣고자시고 할 것도 없는데 듣긴 뭘 들어봐 이 미친놈아!”

“일단 들어보자꾸나, 릴리스.”

호아란의 말에 얼탱이가 나간 얼굴을 하는 릴리스.

“너 지금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지? 저딴 개소리를 듣겠다고?”

아니.

개소리, 개소리, 말이 너무 심하다.

개소리할 생각이긴 했는데.

“아니, 아무튼. 좀 듣고서 판단해봐요. 네?”

내가 거듭해서 그렇게 말하자 탐탁찮은 얼굴로 릴리스가 입을 열었다.

“이, 씨발. 말같잖은 소리만 해봐. 진짜.”

다음은 대가리를 찍히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조금 쫄렸지만, 그래도 입을 열었다.

“요점은 두 분 다 제 어머니가 되고 싶다는 거잖아요?”

“...그렇지.”

“맞느니라.”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둘.

그 둘을 보고서 말을 이었다.

“전 아까도 말했지만, 딱히 두 분 다 어머니로 모셔도 상관없다는 입장이거든요.”

릴리스가 먼저 내 어머니가 된 것은 맞지만, 과정이야 어쨌건 호아란도 내 어머니가 된 것 또한 맞았다.

애미가 더블 부킹이 된 상황이란 거다.

그런데,애당초 어머니가 하나만 있어야 하는 걸까?

그야 일반적으로 어머니가 하나인 건 맞는데, 난 애당초 그 일반적인 하나뿐인 애미도 없던 몸이었다.

내 평생을 애미가 없이 살아왔는데, 차라리 지금이라도 애미가 둘이 되는 것이 균형이 맞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내가 그냥 둘 다 어머니로 모시면 그만인 일인 것 같기도 하고.

이러면 릴리스랑 호아란이 다툴 이유도 사라지고, 아무튼 이득뿐인 일이었다.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어머니가 둘이 되어버린 나였다.

그 말은 즉, 효도도 더블로 해야 한다는 소리였으니까.

하지만 이것도 괜찮았다.

본래 있어야 할 애비도 없는 나였으니, 원래는 애비애미에게 효도했어야 할 것을 그냥 애미와 애미로 바뀐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딱히 별 문제는 없다는 거다.

문제는, 두 번째라도 상관없다는 호아란과 달리, 절대로 타협할 수 없다는 태도의 릴리스였다.

“그러니까, 두 분이서 어느쪽이 더 어머니스러운지 대결하자는 거죠. 점수는... 일단 아들이 되는 제가 매기는 걸로ㅡ”

그런 내 말에 벌떡 몸을 일으키는 릴리스가 보였다.

“이 씹새, 내가 개소리하지 말라고 했지.”

“아니, 개소리라니요.”

개소리가 맞긴 한데.

“지금 네가 하는 소리가 개소리지 그럼 씨발 새끼야, 네가 지금 말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뭐? 그냥 둘 다 어머니 하면 안 되냐고? 그게 싫으면, 어느쪽이 더 어머니다운지 대결하고? 이 씨발놈이 진짜.”

성큼성큼, 내게 다가오며 릴리스가 말했다.

“애초에, 내가 왜 저 년이랑 대결해야되는데? 이상하잖아. 내가 먼저였는데, 왜 나중에 온 저년이랑ㅡ”

“그건 정말로 죄송하긴 한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걸 저보고 어쩌란 거에요.”

“어쩌긴 씨발, 거절하라고!”

아니, 그게 안 되니까 이러는 거잖아.

릴리스와의 계약도 계약이고.

호아란과의 맹세도 맹세였다.

어느 쪽도 이미 맺어버린 약속인데, 이제와서 안된다고 배쨀 수는 없잖아.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걸 겨루면 되는 것이냐? 한조야.”

“아니, 이 미친 개또라이 새끼들이 진짜...”

구체적으로 어떤 걸 겨루냐라...

대체 어머니력은 뭘로 따지면 되는 거지?

요리?

가정일?

애미가 있어봐야 알지.

그러니까, 그냥 내 마음대로 하기로 했다.

어차피 점수를 매기는 것도 나고.

“어, 일단...”

뭐가 좋을까 곰곰이 생각하는 내게 릴리스가 말했다.

“아니, 뭘 멋대로 진행하고 지랄이야, 난 동의한 적 없거든?”

“그렇다면 빠지면 그만이겠구나. 안심 하거라, 릴리스.한조는 본녀가 잘 품어줄 터이니.”

“이, 개, 아, 이, 씹...”

릴리스의 혈압이 터지기 전에 떠오른 것이 있었다.

“우선... 제 기프트가 폭주하고 있는 이거요. 어떻게 해주시겠어요? 이대로 평생 있을 수도 없고.”

릴리스도 돌아왔으니,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할텐데.

내 기프트에 그런 능력이 있는 걸 알게 된 이상 어떻게 해결하긴 해야 했다.

나도 내 능력의 위험성은 대충 알 수 있었으니까.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는 해도, 릴리스나 호아란에게도 영향을 끼칠 정도의 능력이었다.그만한 능력이 폭주 중인 기프트, 자지를 덜렁거리면서 돌아갔다가 무슨 꼴을 당할지는 대충 상상이 갔다.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 끌려가서 강간 당하고 끝나면 다행이지 않을까?

어쨌든, 돌아가려면 우선 이거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래서, 두 분 중 누가 먼저 하실래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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