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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86화 (86/523)

〈 86화 〉 해금

* * *

“다녀왔어요.”

“호아~!”

나랑 호아가 그렇게 말하며 집으로 들어왔지만, 평소 같았으면 배웅나왔을 호아란이나 릴리스가 보이지 않았다.

참고로, 호아는 호아라서 호아라고 이름 붙였다.

그도 그럴 게 호아, 호아하고 소리를 내는데 그 이름이 아니고서야 말이 안 되니까.

어째선지 내가 호아를 호아라고 부를 때마다 호아란이 날 쳐다보고는 했지만.

멋대로 호아에게 호아라고 이름을 붙여서 그런가 싶어 물어봤지만, 호아란은 딱히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할 뿐이었다.

아무튼, 집에 왔는데 아무도 배웅을 나오지 않는 것에 살짝 당황했다.

“뭐지.”

“호아?”

릴리스야 기분에 따라 배웅 나오거나 말거나 하기는 한데, 호아란이 없던 경우는 처음이였기 때문이었다.

설마 화나신 건가?

내심 찔리는 구석이 있어서 괜히 걱정됐다.

아무래도 내 기프트가 매일 아침 발기와 함께 폭주하는 모양이라 매번 출근하기 전에 호아란에게 신세를 지고 있었는데, 오늘은 실수로 사정 중에 호아란의 머리를 눌러버린 탓이었다.

잠이 덜 깨서 일하고 있다고 착각해버린 나머지 그대로 호아란의 목 깊숙이 자지를 찔러넣은 채로 사정했던 것이 떠올라서 어쩌면 좋을지 생각했다.

그때 호아란이 괜찮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기분이 나빠졌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진짜 어쩌지.

지금이라도 나가서 케이크라도 사 와야 하나?

호아란한테도 케이크가 통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귓가에 호아란과 릴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놓거라, 한조가 오지 않았느냐?”

“미쳤어? 진짜 그 꼴로 나가게?”

“그러는 너도 입지 않았더냐? 싫으면 관두거라. 본녀 혼자서 하면 그만인 일이니라.”

“지랄하지 마, 씨발. 그런 식으로 너 혼자서...”

뭐지 대체.

아무래도 호아란과 릴리스 둘 다 방에 있는 모양인데... 대체 뭘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대충 들리는 대로라면 날 마중하려던 호아란을 릴리스가 뜯어말리고 있는 것 같은데.

혹시나 호아란이 아침에 있던 일로 화난 건 아닐까 싶었는데, 그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이걸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덜컥하고 문이 열리고서 호아란이 나왔다.

흔히들 바니걸이라고도 부르는 복장으로.

“미안하구나, 한조야. 릴리스가 붙잡는 바람에 나오는 게 늦었느니라.”

“이 미친년아, 왜 날 걸고 넘어지는데?!”

이윽고, 그런 호아란을 따라서 방에서 나온 릴리스 역시 바니걸 복장이었다.

아니.

진짜 이게 뭐지 대체.

흰색과 검은색, 서로 대비되는 색의 바니걸 복장을 하고 있는 호아란과 릴리스를 보고서 이걸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호아아...”

호아도 본체라고 해야 할지, 주인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그런 존재인 호아란과 릴리스의 모습에 할 말을 잃은 모양이고.

대충 이게 뭐시여, 그런 반응을 보이는 호아에 나 역시 동감하고 있자니 그런 내게 호아란이 말했다.

“어떠하느냐? 한조야. 피로가 좀 풀리느냐?”

내게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을 보고서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대충 알 수 있었다.

호아란이 또 이상한 걸 주워듣거나, 보았고 그런 호아란에게 휘말려서 릴리스도 저런 꼴이 된 것 같았다.

슬쩍, 릴리스를 쳐다보자 그런 내 시선에 릴리스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쪽 보지 마, 이 씹새야.”

평소에 입고 다니는 옷이 더 야한 주제에 바니걸 복장을 한 채로 부끄러워하는 릴리스는 무척이나 귀여웠다.

초미니스커트에 가까운, 자칫 잘못하면 엉덩이나 팬티가 훤히 드러나던 치마나 브래지어나 다름없는 상의까지, 릴리스의 평소 복장을 생각하면 바니걸 복장이 훨씬 피부를 더 가리고 있는 상황인데 대체 무슨 기준으로 부끄러워하는지는 도통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럴 때는 어쩌면 좋을지 잠깐 고민했다가 그냥 무난하게 칭찬하기를 선택했다.

“두 분 다 잘 어울리네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둘 다 개꼴려서 발기할 것 같다고 말해야 했지만 그런 말을 대놓고 하기도 뭐했으니까 그냥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변태새끼.”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구나.”

내 칭찬에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여오는 릴리스랑 호아란.

둘의 반응을 보아하니 무난하게 제대로 대답한 모양이었다.

“아, 금방 저녁을 차릴 테니 한조, 너는 옷을 갈아입고 나오거라.”

그렇게 말하며, 부엌으로 향하는 호아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내 칭찬에 한껏 기분이 좋아졌는지 꼬리들을 살랑거리며 부엌으로 향하는 호아란의 엉덩이가 진짜 개꼴려서 시선이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릴리스가 그런 내게 말했다.

“...이 개변태새끼가, 뭘 그렇게 쳐다봐?”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릴리스를 보고서 내가 말했다.

“호아란 마망 엉덩이요.”

“이 미친 개변태새끼가. 왜 당당하고 지랄이야?”

“아니, 왜 사실대로 말해도 뭐라고 해요? 그리고 제가 개변태새끼인게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아무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대충 내가 추측한 게 맞는 거 같긴 한데.

내가 그렇게 묻자 릴리스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년이 또 이상한 책에서 이상한 걸 보더니 저런 거지 뭐겠어? 지친 아들을 달래는 복장을 알았다고 하더니 너 나가고 나서 저런 걸 만들더라고.”

“역시.”

사실 오늘이 호아란이 이런 적이 처음인 것도 아니라서 그럴 것 같긴 했다.

어제도 퇴근하고 오니까 일하느라 고생했다면서 내게 뺨에 입술을 맞추려 들던 호아란을 릴리스가 진짜 냅다 뜯어말려서 실패했기도 했고.

그 뒤엔 릴리스가 개빡쳐서는 나한테 이상한 거 하지 말라고 호아란에게 잔소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런 릴리스에게 호아란이 자식에게 뽀뽀하는 게 무슨 이상한 거냐고 따져묻는 것에 릴리스가 할 말을 잃기도 했지만.

아무튼, 그때 뭐라도 말해보라는 듯이 나를 노려보는 릴리스의 시선에 살짝 아쉽지만 다 큰 성인인데 뽀뽀는 좀 그렇다고 말하는 것으로 릴리스를 옹호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뽀뽀는 좀 부끄럽기도 하고.

이 나이에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어쨌거나... 이런 쪽에서는 천호인 호아란보다 서큐버스인 릴리스가 더 상식적이란 게 좀 웃기긴 했다.

그랬는데...

“뭐, 호아란 마망은 그렇다 치고. 어머니는 또 왜 그런 꼴을 한 건데요?”

오늘은 상대적으로 상식인 역할을, 호아란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있던 릴리스마저도 이 모양인 것에 내가 그렇게 묻자, 그런 내 말에 릴리스가 시선을 피하는 것이 보였다.

“그야...”

내 물음에 뭔가 말하려던 릴리스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더니, 내가 들고 있던 봉투들을 휙, 낚아채고는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이상한 거 묻지 말고 빨리 들어오기나 해. 너 기다리느라 아무것도 안 먹어서 배고프니까.”

뭔데.

좀 알려주지 그냥 가버리는 릴리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호아란처럼 꼬리들 때문에 거의 보이지 않다시피 한 엉덩이랑 달리, 가느다란 릴리스의 꼬리로 가리기엔 터무니없이 커다란 릴리스의 엉덩이가 덕분에 눈에 들어왔다.

음.

릴리스도 역시 꼴렸다.

“호아...”

어째 그런 나를 주머니 속에서 올려다보는 호아의 시선이 따가웠지만 무시하고서 옷부터 갈아입기로 했다.

아무튼,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먹고서 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까 호아란이나 릴리스나 평소 차림으로 돌아가 있었다.

“아니, 왜.”

내 더블 바니걸 마망 어디 갔어?

“시끄러워, 이 미친 새끼야.”

다 말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뭘 말하려고 했는지 알아차린 듯 릴리스가 그렇게 말해왔다.

“한조, 네가 원한다면 다시 갈아입고 오마.”

호아란 역시, 내게 그렇게 말했고.

다시 바니걸이 되어주겠다는 호아란의 말에 혹하려던 찰나, 릴리스가 그런 호아란에게 말했다.

“너도 좀 그만해 이 미친년아.”

“본녀가 뭘 어쨌다는 게냐?”

“넌 씨발, 나중에 나랑 상식이 뭔지 좀 같이 배워야겠다 진짜.”

“본녀는 지극히 상식적이니라.”

“애미, 진짜 지랄하네.”

호아란에게 다시 바니걸 차림을 해달라고 했다가 릴리스에게 쌍욕을 들을 것 같아서 그럴 순 없었지만.

뭐...

밥 먹는 도중까지는 둘 다 바니걸 복장이었고, 그동안 충분히 감상했으니까 딱히 상관은 없긴 했다.

오히려 자지에 지나치게 해로운 둘의 모습이 사라져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자지가 발기하지 않도록 애쓰지 않아도 되니까 그렇게 따지면 이쪽이 편하긴 했다.

“...그나저나, 오늘도 그대로였나 보네?”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라 입맛을 다시며 머리에 남은 물을 수건으로 닦고 있을 때 릴리스가 내게 그렇게 말했다.

그런 릴리스의 시선이, 상의를 걸치지 않은 내 복부에, 정확히는 내 배에 새겨져 있는 음문에 향해있는 것을 보고서 내가 말했다.

“아, 네. 오늘도 별일 없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몇 명이랑 했는데?”

“셋이요.”

웨어래트인 벨라를 시작으로, 세 손님을 받았다는 사실을 릴리스에게 밝히자 그런 내 말에 묘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릴리스가 보였다.

“왜 그래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던 릴리스가 이내 큼,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어쨌거나, 네 그게 정체 중인 이유 말이야. 어쩌면 내 레벨 드레인을 기반으로 해서 그런 걸지도 몰라.”

“어머니의 레벨 드레인이요?”

릴리스의 말에 그녀의 배 쪽을 쳐다보자, 런닝 셔츠에 반쯤 가려진 채인 릴리스의 음문이 보였다.

하트 모양에, 그 주변을 날개가 펼친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릴리스의 음문.

나랑 달리 텅 비어있는 듯한 모습의 음문을 보고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거랑 이거랑 뭔 상관인데요?”

“난 다른 서큐버스랑 조금 다르니까. 그러니까, 네가 겪고 있는 정체 현상을 다른 서큐버스들은 겪어본 적이 없어서 모를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럼, 어머니는 왜 모르는데요?”

“이 씨발 새끼야, 다 알면서 묻지 마.”

얼굴을 붉히며 나를 째려보는 릴리스에 턱을 긁적였다.

하긴, 처녀인 릴리스야 자기 음문을 꽉 채워보기는커녕 채워본 적도 없었으니 알 턱이 없긴 했다.

“아무튼...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네 기프트의 영향으로 그렇게 된 걸 수도 있고... 뭐, 별일은 없어 보이니까 괜찮겠지.”

나도 그렇지만, 릴리스도 내 좆태창이 레벨업하지 않는 이유가 걸리면서도 별문제는 없으니까 넘어가자는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보다 이거나 읽어봐.”

그렇게 말하며 내게 휙하고 웬 서류를 던지는 릴리스.

그런 릴리스가 던진 서류를 받고서 물었다.

“뭔데요, 이건?”

“전에 내가 말했던 거. 새로 개정되는 디스펜서에 대한 것들이야. 내일 발표되기로 한 거지만... 넌 미리 보라고.”

“이거 제가 봐도 되는 거 맞아요?”

“어차피 내일이면 다른 디스펜서들도 다 알 것들인데 뭐.”

그래도 이거 공문서 빼돌린 거 아닌가?

뭐, 상관없나.

아무튼, 대충 받아든 서류들을 훑어봤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디스펜서들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주어지던 공제 비율이 좀 더 늘어난다는 거나, 내가 저번 주에 릴리스에게 받았던 신형 바디체커가 일부 디스펜서들에게 주어진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공제도 받았구나.”

“그럼 너 같으면 한 번 박히는데 몇십씩 하는 걸 다 내면서 하겠냐?”

“그것도 그렇네요.”

벌이가 장난이 아니더라도, 그러긴 쉽지 않을 것 같긴 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찾아오는 발정기 때마다 꼬박꼬박 나가는 돈이라고 치면 더더욱.

디스펜서가 탄생한 계기 자체도, 대충 어쩔 수 없는 종족들을 위한 복지 비스무리한 것이기도 했으니까.

그런 점에서는 제법 신경 쓴 모양이기는 했다.

“근데, 다른 디스펜서들도 받나 보네요. 이거?”

뭔가 나만 받은 특별품이라고 생각하고 다녔는데, 지금 읽은 바로는 일부라고는 해도 다른 디스펜서들도 받는다는 모양이라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그렇게 말하자, 릴리스가 그런 나를 보며 말했다.

“그래봤자 네 것이랑 비교하면 하나같이 하위호환인 물건들이지만. 그건 그 망할 년이 만든 거니까. 더군다나 호아란도 손댄 물건이고. 다른 디스펜서들꺼랑 비교하기도 그럴걸?”

“그래요?”

아직 특별품인 모양이었다.

근데...

“봐도 별건 없는데. 그냥 평소처럼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신형 바디체커의 지급이라든지, 공제 비율이 늘어난다든지 하는 내용이야 나랑 별 상관없어 보였다.

그런 내 말에 릴리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너 그거 끝까지 안 읽었지?”

아니, 어떻게 알았지?

근데 어쩔 수 없었다.

글이 잔뜩 있어서 보기 귀찮은걸.

“...하아,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거 한 번 봐봐.”

“넹.”

릴리스의 말대로, 서류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자 이번에 신형 바디체커를 받는 디스펜서에 대한 내용이 따로 적혀져 있는 것이 보였다.

‘신형 바디체커를 지급 받는 상위 5%의 디스펜서를 한정으로 ’지정된 장소 외의 디스펜서 행위의 금지‘ 제한이 해제됩니다. 또한, 해당 디스펜서를 한정으로 상향되는 공제 비율에서 최대 10% 이상을 추가로 공제받게 됩니다.’

“...단, 해당 디스펜서들은 이후 완전지명제로만 운영되며, 세계정부에 의해 알선되는 의뢰를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가 생깁니다? 이건 또 뭐래요.”

그 밖에도 이런저런 것들이 적혀져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디스펜서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으로 실시간으로 위치를 모니터링하느니 뭐니하는 것들이라 넘어갔다.

아무튼, 내가 그렇게 묻자 릴리스가 대답했다.

“별건 아니야. 너 같아도 돈 덜 쓰는 편이 좋잖아? 공제를 더 받는 만큼 돈도 아낄 수 있으니까. 개체마다, 종족마다 다르지만, 이런저런 경우가 있는 법이니까. 더군다나, 위치가 위치다 보니까 찾아오기 힘들어하는 종족이 아예 없던 것도 아니고, 그런 만큼 지역이나 장소에 묶이지 않아도 되는 디스펜서들을 찾을 년들이 제법 있을 거란 말이지.”

“어... 듣고 보니 그렇겠네요.”

아이를 낳기 위해서, 타종족의 남성의 정액이 필요로 하는 종족 중에는 대표적으로 인어도 있는데.

정작 그 인어들이 디스펜서들을 찾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이종족간지원센터의 대부분이 육상에 있었으니까, 바다에서 살아가는 종족인 인어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탓이었다.

덕분에 이전에 봤던 인어처럼 웬 수조에 담긴 채로 오거나, 돈을 모아서 육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리를 만드는 마도구나, 시약을 써서 육지까지 찾아온 뒤에 디스펜서들에게서 정액들을 잔뜩 쥐어짜내서, 그 정액들을 모아 바다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대부분 질내사정을 선호하는데 어째선지 방마다 잔뜩 구비되어있는 콘돔들은 그런 식으로 쥐어짠 정액들의 포장 용기였다는 것도 들은 것 같고.

뭐더라, 무슨 마법이 걸려있어서 콘돔 내의 정액이 신선하게 유지되도록 한다나?

본래는 피임을 위한 도구인 콘돔이 그 반대로 정액의 보관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좀 웃겼다.

아무튼, 그런 종족들에게 있어서는 찾아갈 필요 없이, 오히려 그 반대로 찾아오는 디스펜서란 존재가 무척이나 반갑긴 할 것 같았다.

“그 외에도, 꽤 말이 많았거든. 이런저런 사정으로 디스펜서를 이용하기 힘들었던 종족들이나 개인들은 계속해서 있었으니까, 그런 만큼 너같이 신형 디스펜서를 갖게 되는 일부 디스펜서들, 상위권의 디스펜서들을 찾을 종족들이 많아질 테니 그 반대급부로 그러한 권리를 받지 못한 디스펜서들 사이에선 특혜니 뭐니하는 말이 생길 거란 말이지.”

그렇겠지.

차별이니 뭐니하고 지랄할 게 뻔하긴 했다.

평등을 기치로 걸고서 일어난 세계정부라 그런지 별 이상한 거 가지고 차별이니 뭐니 하는 새끼들이야 진짜 장난 아니게 많기도 했고.

지금도 아직 세계정부가 여러모로 골머리를 쓰고 있는 주제이기도 했다.

제각각, 이런저런 것들이 하나같이 다른 수많은 종족들을 평등이란 이름으로 묶는다는 건 그만큼 힘든 일이었으니까.

안 그래도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혹시라도 디스펜서들이 모여서 이번 일로 시위라도 했다가는 세계정부의 입장에선 존나 귀찮기도 할거다.

대충 릴리스의 말이 이해가 가서 고개를 끄덕이자, 그런 나를 보며 릴리스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대신 신형 바디체커를 지급받는 디스펜서들, 특권층의 디스펜서들은 세계정부로부터 의무를 진다는 조항을 단 거야. 딱히 뭐 하는 건 없지만, 이런 거라도 달아두면 아, 따로 뭐 고생하는 게 있구나 싶어서 알아서 생각하고 말아버리니까.”

“그런 거예요?”

근데 그게 통하려나?

“뭐, 당연히 모두가 이해하진 않겠지.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숫자가 줄어들기 마련이거든. 그만큼 손이 덜 가니까 하는 거야. 별거 아닌 문구 하나 추가하는 거로 예산을 잔뜩 아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안 하는 게 오히려 병신인 거지.”

그렇게 말하는 릴리스의 말에 그런 거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정치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존나 아무것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거니까 이건 네가 신경 쓸 필요 없고. 그보다는, 이제부터 네가 조심해야 할 종족이나 말해줄 테니까 잘 기억해둬.”

“조심해야 하는 종족이요?”

“그래, 일단 위쪽에서도 이것저것 따지고 할 거긴 해도, 넌 능력이 능력이다 보니까 걸리는 게 워낙 많아야지. 그러니까, 처음부터 거를 종족들은 알아두라고.”

그런가?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자니, 릴리스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예를 들어 설녀같은 종족들. 이년들은 자기 마음에 드는 남자들을 꽁꽁 얼려서 얼음 딜도로 만들려 드는 년들이거든? 영원한 사랑이니 뭐니 지랄하면서 말이야. 거기에...”

이런저런, 요주의 종족들에 대한 것들을 릴리스가 말하기 시작하자 입에서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애미.”

릴리스의 맞춤 설명을 들으니 존나 이해가 잘됐다.

온갖 고어틱한 사례들을 줄줄 꺼내 가면서 말하는데 이해 못 하면 그게 병신이지.

확실히 릴리스의 말대로였다.

이성에게 호감을 사는 내 기프트 특성상, 그 호감의 표현이 조금만 수틀려서 좆같은 종족에게 걸린다면 좆될 것 같긴 했다.

아무튼, 확실히 이해한 내가 릴리스의 말에 집중하고 있을 때 그런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리자, 내 옷자락을 손에 쥔 호아란이 보였다.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니라.”

내 물음에 고개를 내저으며 옷자락에서 손을 떼어내는 호아란을 보고서, 그런 호아란의 귀와 꼬리가 축 늘어져 있는 것을 보고서 아차 싶었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이쪽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야기에 끼지도 못하고 붕 떠버린 호아란이 느꼈을 소외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호아란 마망.”

“...왜 그러느냐?”

갑자기 자신을 부를 줄은 몰랐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호아란에게 내가 말했다.

“꼬리, 만져도 돼요?”

갑자기?

그런 얼굴로 나를 보는 호아란을 보면서, 내가 재차 말했다.

“안돼요?”

내 말에 고개를 내저으며 호아란이 말했다.

“한조 네가 그러고 싶다면야...”

스윽, 하고 내 앞에 내밀어지는 호아란의 꼬리들.

살랑살랑, 흔들리는 호아란의 꼬리들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으응... 사, 살살 만지거라.”

“아, 죄송해요.”

손에 닿은 꼬리의 감촉이 너무 개쩔어서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모양인지,몸을 움찔거리며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에게 사과했다.

아무튼, 다시 손에 힘을 빼고서 호아란의 꼬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자 그런 나를 릴리스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바라보며 말했다.

“...넌 또갑자기 뭐 하는 건데?”

“갑자기 호아란 마망 꼬리가 만지고 싶어져서요. 그나저나, 또 주의할 점은 뭐 없어요?”

“...하아.”

뭐지.

나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는 릴리스.

어째선지 이번에는 릴리스의 기분이 나빠진 것 같았다.

릴리스의 기분이 나빠질 이유가 뭔가 있었나 생각하다가, 나와 그런 내게 꼬리를 쓰다듬어지고 있는 호아란을 보며 뚱한 표정으로 짓고 있는 릴리스를 보고서 혹시나 싶어서 물었다.

“어머니 꼬리도 만져드려요?”

“...아니거든? 개소리하지 말고, 좀 닥쳐.”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짜증이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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