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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89화 (89/523)

〈 89화 〉 야 꿀벌 (3)

* * *

“이, 씹...”

나를 보고서, 칭찬을 해오는 6974호의 말에 배알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욕지거리는 일단 집어넣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곳에서 쌍욕을 해봤자 손해를 보는 건 나밖에 없을 것 같았으니까.

여기 있는 모두가 6974호의 자매들인 건 둘째치고, 옥좌에 앉아있는 여왕은 심지어 그 6974호의 어머니인 셈이니까.

가족이 욕을 들어서 분개한 자매들이나, 어머니인 여왕이 뭔 짓을 할 줄 알고 대놓고 6974호에게 쌍욕을 박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마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적어도 내가 이 꼬라지가 된 이유는 알아야 했다.

그래서, 이쪽을 내려다보며 재밌다는 듯이 싱글거리고 있는 여왕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이게... 대체 뭡니까?”

왜 이 지랄을 한 거냐고 묻고 싶은 걸 참아가면서, 최대한 예의를 지키며 그렇게 묻자 그런 내게 여왕이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일시적인 것이니. 그대에게 내어준 로열젤리라면 그대를 빌리기로 한 오늘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아니.

그래서 이게 뭐냐고.

원래대로 돌아간다니 다행이기는 한데.

정작 중요한, 왜 나에게 이따위 더듬이가 생겨나는 걸 먹였는지는 대답하지 않는 여왕이었다.

“그럼, 슬슬 시작하는 것이 좋겠군. 그 아이를 불러오거라.”

하지만 그런 나는 이미 관심 밖에 있는지 그렇게 말하는 여왕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여왕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밖으로 나가는 여자들도.

“아니, 좀 설명이라도 해주시겠어요? 이게 대체 뭐냐고요.”

슬슬 좆같음에 입에서 욕이 나오려고 근질근질한 것을 좀 더 참으면서 재차 묻자, 그제서야 여왕이 그런 내게 말해줬다.

“그대의 몸을 일시적으로, 우리들과 같은 동족으로 만든 것이다.”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동족이요...?”

그러니까...

내가 웨어허니비가 되었다는, 그런 말인가?

“그래, 우리 허니비들은 여성밖에는 존재하지 않는 종족. 때문에, 번식을 위해서는 다른 종족의 남성을 잡아와... 그대에게 준 것과 마찬가지인 로열젤리를 먹여 동족으로 삼아 번식을 하는 종족이다.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보살핌을 받으며, 여왕에게 씨내리를 하게 만드는 것이지. 허나, 지금의 시대에선 그런 짓을 할 수 없지. 그랬다가는 이 몸의 왕국이 불바다가 되어버릴 테니. 그렇기에 그대를 부른 것이다.”

그리고, 불렀으니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여왕의 말에 대충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웨어허니비도 인어나 하피, 슬라임과 비슷한 부류라는 것을.

내가 불린 이유도, 그런 내게 로열젤리를 먹인 이유도 납득했다.

지금부터 날 존나 쥐어짜서 아이 만들기를 하겠다고 선언해온 것도 이해했고.

애미, 진짜.

뮤뮹뮤뭉의 이후로도, 가능하면 이런 쪽의 일은 받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는데 그놈의 일억에 홀랑 넘어가 버려서 좆된 것 같았다.

이제 저 여왕님이랑 존나게 해대서 3만 번대인지 4만 번대인지, 어쩌면 5만 번대일지도 모를 자식들을 만들어야 하는 건가...?

좆됐네 진짜...

뮤뮹뮤뭉하고 만들어버린 자식.

슬라임이기에, 내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자식이라고 하기에도 좀 모호한 셈인 뮤웅뮤융만으로도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골이 아팠는데, 이제 심지어 이름조차 몇 호 몇 호하고 불리는 자식들을 잔뜩 만들게 생겨버렸다.

“...혹시 그렇게 생긴 자식들이 제 피가 섞여 있다거나 그런 겁니까?”

만에 하나라도 그런 거라면, 릴리스에게 빚을 더 져서라도 위약금을 물고 튀어버릴 생각을 하고서 그렇게 묻자, 여왕이 말했다.

“음, 표정이 안 좋아 보여 무언가 했더니 그런 걸 걱정하고 있었나 보군. 하긴, 그대의 종족은 우리와 달랐었지. 허나 그건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디까지나 우리 종족의 성질을 갖게 된 수컷의 정액이 필요로 하는 것이니까. 이 몸의 로열젤리를 먹게 된 이상 그대 역시 이 몸의 자식과 같이 되는 모양이니 안심하거라. ”

아니, 씨발 그건 더 이상하지 않나?

태연하게 말하는 여왕의 말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잘은 모르겠지만, 내게 먹인 로열젤리인지 뭔지를 먹으면, 내 종족이 일시적으로 웨어허니비가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눈앞의 여왕의 자식 비스무리한 것이 되는 모양이었다.

마법인지, 주술인지 어떤 작용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내가 웨어허니비가 되었다는 증거인 더듬이도 확실히 나있으니 틀림없었다.

아무래도 꿀벌 엉덩이 같은 꼬리는 나지 않았지만.

내겐 없었던 더듬이가 돋아난 것만해도 충격적이긴 했다.

뭔가 감각이 어지럽기도 하고...

더듬이가 마치 눈... 아니, 감각기관 비스무리한 것이 된 것마냥 내가 보고 있지 않은 곳도 이런저런 것들이 느껴졌다.

예를 들어, 지금 나는 온전히 여왕만 보고 있는데 내 주변에 있는 여자들의 시선이나, 얼굴, 움직임따위가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기묘한 감각이었다.

...근데, 뭔가 머리카락이 반짝반짝했다.

“...아니, 시발?”

설마 싶어서, 내 머리카락을 뽑아서 확인해보니 금발이 되어있는 것이 보였다.

새까맿던 내 머리는 온데간데없이,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내 머리카락.

이래서야 태닝 안한 금발 양아치가 되어버린 꼴이었다.

여왕의 말대로, 이미 내 몸의 유전자 단위로 저 여왕의 자식으로 바뀌어버린 것을 확인하니 종족이란 것이 이렇게 쉽게 바뀌어도 되는건가 싶었다.

유전자가 이래도 되는 건가...?

정말로... 내 몸의 유전자가 눈앞의 여왕의 자식이나 다름없게 변했다면...

잠깐만, 씨발.

그럼 근친이잖아, 씨발.

아무리 종족이 다르다고 해도, 이건 좀 많이 이상한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꿀벌의 생태 역시, 한 여왕벌에게 나온 왕자벌이랑 여왕벌이 될 공주벌들이 폭풍근친야스를 해대는 거긴 한데...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인간족인 나로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서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렇게 해서 태어나는 자식이 진짜 내 자식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아니라는 걸 위안 삼아야 하는 건가...?

대충, 슬라임이나 하피, 인어같은 케이스같은 모양이니까.

이게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내 씨뿌리기로 저 여왕님이 대체 얼마나 낳아 댈지도 상상이 안 가고.

친자라고 하기엔 애매해도, 내 씨앗때문에 생길 자식이 수백, 수천이 생겨나게 되는걸 생각하면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쾌락은 있었지만 책임은 지지 않을 자식이 수천이라니.

애미 진짜.

“후...”

...뭐, 됐다.

디스펜서로 일하는 이상 언젠가는 이런 일이 또 있을 거라고는 충분히 예상했었고.

언제까지 이런 거로 끙끙 앓아대고, 피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렇게 된 거 확실히 해야 할 거나 하자고 각오를 다지고 있자니, 그런 나를 보던 여왕이 재밌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 보였다.

“호오, 과연 이 몸이 고른 자로다. 훌륭한 하물이로구나. 좋은 아이들을 잔뜩 만들 수 있겠어.”

아니, 그런 말 하니까 다시 꼬무룩하려고 하잖아.

자식이니 뭐니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허나, 기다려 보아라. 아무래도 꾸미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이니.”

기다리라니, 뭘?

꾸미는 건 또 뭐고?

그렇게 생각했을 때, 문이 다시 열리고서 좀 전에 밖으로 나갔던 여자들이 들어왔다.

한 소녀의 옷자락들을 뒤에서 붙잡은 채로.

마치 웨딩드레스 같은, 흰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는 소녀가 안으로 들어오더니 나를 흘끗 쳐다보고선 그대로 지나쳐지나가 여왕의 앞에 무릎을 굽히며 말했다.

“...늦어져서 죄송해요, 어마마마.”

어마마마...?

다른 여자들과 달리, 여왕님이 아닌 어마마마라고 부르는 소녀를 쳐다보고 있자니, 그런 그녀에게 여왕이 말했다.

“고개를 들거라, 릴리아나.”

“네...”

이름도, 번호로 대충 붙여놓은 것이 아닌 릴리아나라는 이름이 있는 모양이었고.

뭐지.

잘은 모르겠지만, 저 소녀가 여왕에게도, 다른 여자들에게도 특별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만은 알겠다.

내가 의아해하며 릴리아나와 여왕을 쳐다보고 있을 때 그런 내게 속삭이듯이 6974호가 말했다.

“여왕님의 후계자, 차세대의 왕국의 여왕이 되실 릴리아나 공주님이십니다.”

아.

꿀벌 공주님이였구나.

근데 왜... 공주님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여왕이 내게 말했다.

“자, 릴리아나도 도착했으니, 이제 시작하도록 하거라.”

여왕의 말에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가,

“......”

웨딩드레스, 그렇게 밖에는 보이지 않는 옷을 입고서 나를 보고 있는 릴리아나.

나랑 시선이 마주치자 얼굴을 붉히는 릴리아나를 보고서 알 수 있었다.

내가 여태껏 상대를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날 부른 것은 웨어허니비의 여왕이 맞기는 했지만, 정작 내 상대는차세대의 여왕인 꿀벌 공주님인 릴리아나였던 모양이었다.

아니, 근데...

이렇게 말하기엔 좀 그렇지만.

여왕과는 달리, 아니 여왕은 둘째치고 다른 자매들이나 마찬가지인 여자들과 달리 평평하기 그지없는 릴리아나였다.

소녀, 딱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는 외모의 릴리아나였다.

근데...

하라고?

그야 하라고 하면 못할 거야 없는데...

차라리 여왕 쪽이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애당초 내가 이것저것 따질 처지가 아니긴 했다.

하라면 해야지 뭐...

가슴이 사티만도 없다는 사실은 큰 결점이었지만, 그래도 못할 건 없었다.

그것보다...

“...시작하라니, 여기서요?”

“이 몸의 딸이, 이 몸의 왕국을 이을 새로운 여왕이 되는 일이다. 이를 이 몸과 이 몸의 백성이 지켜보고 축복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애미...

웨어허니비란 종족을, 도무지 인간족의 감성으로는 존나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게 웨어허니비의 생태인 건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어서, 어머니랑 자매들 앞에서 공개 섹스를 하게 된 릴리아나를 흘끔 쳐다봤다.

그런 내 시선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릴리아나.

그러더니 내게 릴리아나가 말했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단지, 그뿐.

딱히 이 상황에 이렇다 할 이상함이나 불만은 없어 보이는 릴리아나를 보고서, 뿌리 깊은 종족간의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공인 공개 섹스랑 그것에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딸이라니.

씨발, 진짜.

근데 뭐...

애당초 디스펜서들을, 그런 종족간의 차이고 자시고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보지에 박고 잘 싸기만 하면 그만인 직업이긴 했다.

그리고 난 그런 디스펜서고.

“...네, 잘 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며, 릴리아나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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