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 범인은 릴리스
* * *
늦은 새벽, 삐빅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고 잔뜩 지친 표정으로 릴리스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내가 말했다.
“오셨어요?”
끔뻑끔뻑, 그런 나를 바라보던 릴리스가 입을 열었다.
“...뭐야? 왜 안 자고 있어?”
아니.
금방 다녀올 테니까 집에서 보자고 한 사람이 누군데.
금방은커녕 아침이 다 되어서야 돌아와 놓고서 하는 말이 왜 안 자고 있냐니까 너무하다 싶었다.
나보곤 연락 제때제때 하고 다니라고 해놓고서.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을 때, 릴리스가 주변을 보더니 말했다.
“...호아란은?”
“호아란 마망은 진작 주무시고 계시죠.”
나랑 같이 릴리스를 기다리다가 10시가 넘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시더니 11시가 되기 전이면 꿈나라로 가버린 호아란이었다.
그래도 평소 9시면 잠자리에 드시던, 바른 생활을 몸소 실천하던 호아란이 용케 그때까지 버텼다 싶긴 했다.
“그래...? 뭐, 그 녀석은 예전에도 그랬으니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릴리스가 안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맥주, 있지?”
“냉장고에 있어요.”
내 말에 냉장고 문을 열었던 릴리스가 기겁하는 것이 보였다.
“아니, 이건 또 뭐야?”
냉장고 안을 보고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릴리스에게 내가 말했다.
“릴리아나가 챙겨주더라고요. 괜찮다고 했는데 자꾸 가져가라고 주길래 그냥 받아왔어요.”
웨어허니비들의 벌꿀로 가득한 냉장고를 본 릴리스가 아니, 꿀을 얼마나 먹는다고 투덜거리는 것이 보였다.
뭐, 있으면 언젠가는 먹겠지.
꿀은 안 상한다고 들었고.
어차피, 우리 집 냉장고는 이미 꿀 말고도 이런저런 걸로 가득 차 있긴 했다.
아직 다 마시지도 못한 아리아드의 수액이라든지, 잔뜩 마셨는데도 아직도 남아 있는 미노타우로스 우유라든지, 릴리스의 맥주라든지 하는 것들로.
거기에 릴리아나가 쥐여준 벌꿀이 몇 통 추가됐을 뿐이었다.
아.
맞다.
“근데, 어머니.”
“뭔데?”
맥주랑 안주로 먹을 생각인 듯한 간단한 간식을 꺼내들던 릴리스를 보고서 말했다.
“저 레벨업 했더라고요.”
“뭐?”
나를 돌아보며 그게 뭔 개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 릴리스에게, 웃옷을 들어 올리며 음문을 보여줬다.
이전의 음문과 달리, 자지같이 생긴 내 음문의 주위로 날개 같은 것이 펼쳐져 있는 것이 보였다.
텅텅 비어버린 자지 모양 문양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날개 무늬.
하트 모양을 문양 주변으로 날개 모양이 펼쳐져 있는 릴리스의 음문과는 다른, 여전히 모양이 빠지는 내 음문이었지만 그래도 날개 무늬가 덧붙여지니까...
한층 병신 같긴 했다.
자지에 날개가 달리다니, 이게 대체 뭐지.
아무튼, 중요한 건 음문의 모양이 바뀐 것보다는 내 좆태창이 레벨업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무려 세 단계나 올랐다.
“아니, 씹...”
무언가 할 말이 많아 보이던 릴리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는 나를 보더니 말했다.
“...여태 안 오르던 게 왜 또 갑자기 오르고 지랄인데?”
“글쎄요?”
그건 나도 잘 모르는레후.
여태 존나 떡을 쳐대도 안 오르던 내 좆태창이 이번에 무려 세 단계나 상승하는 폭업을 한 이유가 대체 뭔지는 나도 몰랐다.
그래도 짐작 가는 게 없는 건 아니었다.
“혹시, 제 좆태창이 레벨업하는 조건이 처녀를 따먹는다거나 하는 거 아닐까요?”
이제까지랑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뿐이니까.
릴리아나를 포함해서, 나중에 세어보니 알게 된 정확한 숫자.
무려 98명이나 되는 웨어허니비들을 하룻밤 사이에 모두 따먹고, 그 처녀막을 뚫어버린 것이 레벨업의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아니, 씨발. 이 개변태새끼가. 무슨 조건이 그따윈데?”
“내가 정한 조건도 아닌데 왜 저한테 따져요?”
“그래도ㅡ 아... 진짜...! 그래, 뭐, 그건 그렇다 치고서. 그렇게 존나게 해댔으면서 오른 게 고작 그거라고?”
“그것도 그렇네요.”
릴리스의 말에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98명...
막상 듣고도 존나 믿기지 않은 숫자이긴 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그 믿기지도 않는 수의 웨어허니비들의 처녀를 따먹고서 고작 세 단계의 레벨업에 그친 내 좆태창은 존나 징한 새끼기도 했고.
애당초, 하면 할수록 음문을 채우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거야 릴리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 몰랐는데.
텅텅 비어버린 내 음문을 보아하니, 다음 레벨업까지는 대체 얼마나 오래 걸리지도 상상이 안갔다.
뭐, 언젠가는 오를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숨을 내쉬며 릴리스가 말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쩔 건데?”
내게 그렇게 묻는 릴리스의 말에, 릴리스가 뭘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머리를 긁적이다가 말했다.
“아직 결정 못 했어요.”
좆태창이 레벨업했으니까, 그만큼 얻은 포인트...
여태껏 내가 음문에 쌓아두고 있던, 나랑 떡친 여자들로부터 흡수한 힘으로 내 자지를 강화하거나, 내 신체 능력, 정확히는 정력을 강화시키거나 할 수 있기는 한데.
솔직히 지금 내 자지에 아무런 불만도 없는 상황이라서 딱히 뭘 어째야 할지 잘 모르겠다.
정력도...
98명의 웨어허니비에 박아대고, 릴리아나에게도 박아대면서 사정한 횟수가 그 날만 40번이 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땐 이 정도면 이미 차고 넘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고.
아직도 대체 내 몸 어디에서 그만한 정액들이 솟아나서 뽑혀나간 것인지는 도통 모르겠다.
그야, 하는 도중에도 웨어허니비들이 들고 날라온 벌꿀이나, 음식들이나 음료수 같은 건 꼬박꼬박 받아먹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게 곧바로 정액으로 변했을 리도 없고.
아무튼, 지금은 자지도 정력도, 딱히 불만이 없다는 소리였다.
굳이 있다면 애매하게 30cm를 찍지 못한 거나 마저 찍어서 딱코를 맞춰주고 편안해지고 싶다는 것 정도?
“그래, 그건 뭐. 네가 알아서 할 일이니까. 일단, 어디 한 번 봐봐.”
내게 다가온 릴리스가, 그렇게 말하고선 내 음문을 손으로 더듬었다.
조금 전까지 맥주캔을 쥐고 있었던 탓일까 조금은 차가운 릴리스의 손이 닿자, 살짝 기분이 이상했다.
아니, 까놓고 말해서 차가워서 그렇다기보단 내게 다가온 덕분에 보이는 릴리스의 젖가슴 때문이긴 했다.
눈앞에 있는, 커다란 릴리스의 가슴을 보고 있자니까 발기할 것 같았다.
“...이 변태새끼가. 왜 세우고 지랄인데? 아까 꿀벌년들이랑 존나게 해댔으면서.”
아니, 같은 게 아니라 발기해버렸다.
내 음문을 더듬는 릴리스를 보고서 발기해버리자, 내 바지를 뚫어버릴 기세로 솟아오른 자지를 보고서 그렇게 묻는 릴리스.
그야 릴리스의 말이 맞긴 한데...
“어쩔 수 없잖아요.”
그때 존나 해댄 건 그때 존나 해댄 거고, 지금 꼴린 건 지금 꼴린 거였다.
게다가,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그때도 만족할 만큼 했던 것도 아니였고.
솔직히 릴리스와 호아란이 들이닥치지만 않았어도 한참 더 하고 있었을 테니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게나 싸놓고서도 체력적으로나 정력적으로나 아무 문제 없었던 내 몸이었다.
시간도 한참은 더 남아있었고.
릴리스랑 호아란이 오지만 않았더라도, 계속하고 있었을 거란 소리였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잠자코 내 말을 듣고 있던 릴리스가 말했다.
“그래서, 뭐? 이게 나랑 호아란 때문이다, 그거야?”
“아뇨, 그런 말은 아니잖아요.”
그냥 그렇다고.
아무튼, 이것도 내 좆태창의 레벨이 오른 탓이 아닐까 싶었다.
말이 좆태창이지, 실상은 서큐버스의 종족 특성인 레벨 드레인이었다.
그리고, 그런 좆태창이 성장했다는 말은 동시에 내가 가진 레벨 드레인의 능력이 더욱 강력해졌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저마다의 종족들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능력이기에, 그렇기에 종족 특성이라고 불리는 능력인데...
서큐버스의 종족 특성인 레벨 드레인이 강해졌다는 소리는, 내가 이전보다 더 서큐버스에 가까운 존재가 됐다는 소리일테니까.
음마, 그렇게도 부르는 종족인 서큐버스에게 더더욱 가까워진 것이다.
애당초, 서큐버스랑 떡치다가 복상사했다는 사람은 들어봤어도 그 반대는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갑작스레 지나치게 강해져 버린 내 정력의 원인은 아마도 그것밖에는 없었다.
그러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잘못이 아니었다.
지나치게 강해져 버린 내 정력과 그냥 가만히 있어도 꼴리게 생긴 릴리스 때문이지.
어쨌거나...
“이게 어머니한테도 나쁠 건 없잖아요? 어찌 됐건 제가 성장했다는 거니까요.”
하루에 10번만 싸도 빌빌거렸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만큼 성장한 거고, 내가 성장한 만큼 릴리스의 목적이었던 은퇴에 가까워진 셈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말했더니, 그런 빤히 쳐다보는 릴리스가 보였다.
“...왜 그래요?”
왜 그러나 싶어서 그렇게 묻자, 고개를 내저은 릴리스가 입을 열었다.
“아니... 모르면 됐어. 그리고, 확실히 네 말이 맞기는 하네. 네 말대로... 네가 성장하는게 나한테 나쁠 건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고서 내게서 떨어지는 릴리스를 보고서 내가 물었다.
“그게 끝이에요?”
“응? 뭐가?”
맥주캔을 따려다말고, 내 말에그렇게 되묻는 릴리스를 보고서 입을 다물었다.
릴리스가 오는 걸 기다리고 있던 것도, 솔직히 좆태창도 레벨업했으니까 연락 안 하고 외박한 거로 혼나는 대신에 릴리스가 칭찬이라도 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건데.
딱히 칭찬이고 뭐고 없이 그냥 이걸로 끝인가 싶어서 말을 꺼내긴 했는데...
근데, 막상 내 입으로 칭찬은 해주지 않을 거냐고 묻기엔 다소 쪽팔렸다.
“왜 말을 하다 말아? 끝이냐니, 그게 뭔 소린데?”
에이, 썅...
“아니... 뭐, 없냐고요.”
나름 열심히 한 건데, 그렇게 중얼거리자 그런 나를 바라보는 릴리스가 보였다.
그런 릴리스가, 이내 피식하고 웃더니 말했다.
“뭐야, 혹시 나한테 칭찬이라도 받고 싶었던 거야?”
그러고는, 내 뺨을 쿡쿡 찌르는 릴리스.
“응? 그랬구나, 새끼. 제법 귀여운 구석도 있었네? 혹시 그거 때문에 지금까지 나 기다리고 그러고 있었던 거야?”
이런 씹...
릴리스가 말하는 게 사실이긴 했지만, 존나 애 취급받고 있으려니까 상당히 기분이 상했다.
“짜식, 이러니까 얼마나 귀여워. 응? 그래, 잘하긴 했지. 열심히 잘했네, 사고도 존나게 치긴 했지만... 뭐, 그건 넘어가도 되니까. 좋아,무슨 칭찬을 해줄까? 원하는 거라도 있어? 기분이다, 뭐든 들어줄 테니까 어디 말만 해봐.”
아니, 그야 릴리스 입장에선 내가 아이가 맞긴 한데.
실제로도 릴리스의 양자니까 아이기도 하고.
왜지.
왜 기분이 나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쿡, 쿡 내 뺨을 찌르며 그렇게 묻는 릴리스에게 내가 말했다.
“...그럼 자지 빨아줘요.”
“...뭐?”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리는 릴리스의 표정에, 곧 이어질 릴리스의 주먹이든 발차기든, 뭐든 아무튼 존나 처맞을 대비를 하고 있자니, 그런 내게 릴리스가 말했다.
“...좋아.”
“네?”
아니, 진짜로?
“뭐... 뭐든 들어준다고 내가 말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릴리스가 내 뺨을 양손으로 꼭 쥐었다.
나를 바라보는, 릴리스의 붉은 눈동자가 요사스럽게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그 눈이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릴리스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대신 후회하지 마라? 지금은 전처럼 힘 조절해서 해주지 못할 것 같으니까.”
“한조야, 일어나보거라. 왜 여기서 자는 게냐?”
흔들흔들, 몸이 흔들리는 느낌에 눈을 뜨자 호아란의 얼굴이 보였다.
다만, 그런 호아란이 마냥 노랗게 보였다.
“마, 마망...”
“그래, 한조 네 마망이니라. 그보다, 안색이 많이 좋지 않구나. 어디 아프기라도 한 게냐? 혹, 고뿔이라도 걸린 것이더냐?”
나를 걱정하며 그렇게 묻는 호아란.
그런 호아란을 보고서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허리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한조야?"
쥬지가...
쥬지가 너무 아파요...
차마 그 말만큼 호아란에게 할 수 없어서, 간신히 입을 벌려서 말했다.
“범인은... 릴리스...”
빨려서 죽을 뻔했다.
“한조야...?!”
단지, 그 말만 남기고서 그대로 호아란의 품에서 기절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