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 집 나가면 개고생 (1)
* * *
“크윽...”
어깨에 박혀 들어간 커다란 유리 파편에 신음을 삼켰다.
이 서늘하고도 묵직한 감각.
존나게 오랜만이었다.
하나도 반갑지는 않았지만.
나랑 유리랑은 별로 친해질 수 없는 사이가 될 것 같았다.
벌써 이 씨발 것에 몸에 구멍이 난 게 몇 번째지?
“이 병신아...! 네가 우리를 감싸고 도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런 나를 보고서 릴리스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게요, 씨발...”
릴리스의 말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밖에 없었다.
“이, 병신 새끼가 진짜...”
그런 나를 보고서, 그렇게 중얼거리는 릴리스.
나랑 달리 릴리스나 호아란이 이런 거로 어떻게 다치거나 하지도 않았을 텐데, 정작 그런 둘을 감싸느라 오히려 다치고 말은 내가 병신같기는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였는걸.
그때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것은, 나보다 릴리스나 호아란이 훨씬 튼튼하다는 거나, 어차피 둘은 이따위 일로 다칠 일도 없다는 것보다 일단 둘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결과 씹창 존나게 아팠다.
“이, 비켜...! 호아란, 이 바보 새끼 좀 치료해줘!”
“알겠느니라. 그리고 조심하거라. 전에 본녀가 보았던 것들과 같은 종류의 것으로 보이는 구나.”
“그때 그거? 흥, 그래, 그 새끼들이다 이거지... 이 씹새들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뿌드득, 하고 이를 갈며 그렇게 말한 릴리스가 내 품에서 벗어나서는 그대로 도플갱어들을 가둬둔 우리를 터트리더니, 도플갱어들을 죄다 집어삼키며 몸을 부풀리고 있던 새끼에게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아니, 날아갔다는 말은 조금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릴리스는 호아란의 주술로 날개고 뭐고 없었으니까.
그냥, 땅을 박차고 뛰었다고 보는 게 더 옳았다.
그게 날아갔다고 하는 것에 가까웠을 뿐이지.
“이 씹새들, 다 뒤진 줄 알아...!”
그런 릴리스에게 이렇다 할 관심도 없다는 듯이, 도플갱어들을 집어다가 꾸역꾸역 삼켜대고 있는 녀석에게 릴리스가 주먹을 휘둘렀다.
그제서야 귀찮다는 듯이, 몸에서 뻗쳐나온 촉수를 휘두르며 그런 릴리스의 주먹을 막으려 드는 녀석이 보였지만.
그 새끼는 그래서는 안 됐다.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릴리스의 주먹과 맞부딪히는 순간 터져나가는 녀석의 괴물의 촉수. 하지만 그렇게 촉수를 터트리고도 릴리스의 주먹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그 새끼의 몸에 꽂혀 들어갔으니까.
“꾸어어ㅡ?!”
고통에 찬 신음.
그렇게 들리기보다는, 거대한 동굴에서 울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그대로 뭉개지는 괴물 새끼가 보였다.
꽈악, 하고.
그런 괴물을 움켜쥔 채로, 릴리스가 주먹을 다시금 움켜쥐는 것이 보였다.
“뒈져...!”
콰아앙ㅡ!
그대로, 릴리스의 촙에 얻어터진 괴물 새끼의 몸이 울그럭불그럭해지더니, 퍼엉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나갔다.
그러자, 이전에 봤던 것과 마찬가지였는지 터져나간 점액질 밑으로 얼굴이 보였다.
그때 봤던 백발 여자년이 아닌 기다란 귀를 가진 미형의 남자의 얼굴이었다.
“네가 본체구나?! 너도 뒈져, 이 씨발 새끼야...!”
그 직후에 찍어 올라간 릴리스의 무릎에 미형이었던 얼굴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꽈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팔방으로 튀는 이빨 조각들이 보였다.
최소한 사망이겠는데 저거.
그렇게 생각했는데, 꽈드드득하고 터져나가서 사방으로 튀었던 점액들이 도로, 그 괴물새끼에게 달라붙는 것이 보였다.
저러고도 안죽었다고...?
“조금 아플 테니, 참거라 한조야.”
그 잠깐 사이에 나도 호아란이 내 어깨에 박힌 유리 파편을 뽑아내는 것과 동시에 주술로 빠르게 치료를 하기 시작해서 금방 피도 멎어가고 있었고.
근데...
“이제 괜찮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좀 봐줘요.”
아직은 덜 아문 내 상처를 여전히 치료하는 호아란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한조야.”
“정말로 괜찮으니까요.”
나 말고도 더 많이 다친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내가 릴리스와 호아란을 급히 감싸안는 것과 동시에 호아란이 폭발이 일어나는 반경에 주술을 펼쳐 결계를 쳤지만.
워낙 갑작스레 일어난 일들이라, 미처 호아란 결계로 막아주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만해도 호아란이 막지 못하고 튀어나온 유리 파편에 어깨가 찔린 것처럼, 폭발과 함께 사방으로 튀어버린 유리 파편에 다친 사람들이 꽤나 됐다.
이미, 늦어버린 사람들도 있었고.
유리 파편들이 재수없게 얼굴이나 심장 따위 급소에 꽂혀서 그대로 즉사한 사람들이나, 그러지 않아도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으니까.
기껏 해봐야 어깨에 좀 커다란 유리 파편이 박힌 나는, 그마저도 호아란의 바로 옆에 있었기에 결계로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었던 나는 그 사람들에 비하자면 양호한 편이었다.
존나 재수가 없어서 그런데도 어깨에 유리 파편이 꽂혔을 뿐이지.
하지만 그것도 호아란이 파편을 빼내고 치료까지 해줘서 대강은 아물었으니 그리 큰 문제도 아니었다.
그러니 나에게 계속해서 치료하는 것보다, 아직 늦지 않은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알겠느니라.”
그리고, 그런 나를 보던 호아란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른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런 호아란을 보고서, 나 역시 몸을 일으키려다가 욱신하고 아파오는 어깨를 움켜쥐었다.
“씨발, 진짜...”
호아란에겐 괜찮다고는 했지만, 아무리 호아란의 주술이라고 해도 그 잠깐 사이에 상처가 전부 나을 리가 없기는 했다.
욱신욱신, 아직 덜 아물은 어깨의 상처가 존나게 쑤시고 아팠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긴 했다.
품을 뒤적거려서 꺼내든 팬티들.
에일레야나 릴리아나에게서 선물이나, 이런저런 증표로 받았던 팬티에 코박죽을 시전했다.
“쓰읍...”
하는 짓은 개변태새끼나 다름없었지만, 이전에 사용했던 릴리스 팬티보다는 솔직히 효과가 작았기에 이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덕분에.
두근두근두근두근...!
급격하게 고동치기 시작한 심장과 함께, 서서히 발기하기 시작한 내 자지.
그와 동시에 내 몸에 발현한 기프트.
내 몸에 흐르기 시작하는 웨어울프의 종족 특성 덕분에 조금 전까지 이곳저곳 남아있었던 상처들이 빠르게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아직 조금 남아있던 어깨의 상처도, 몸 곳곳에 자잘하게 나있던 생채기들도 순식간에 메꿔져가는 것이 보였다.
“좋아, 부활.”
욱신거리는 느낌도 없이, 완전히 부활이었다.
피를 좀 흘린 탓에 살짝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에일레야를 거듭해서 안으며 강해진 웨어울프의 종족 특성은 이를 커버하고도 거스름돈을 남겨줄 만큼 강했으니 상관없었다.
솔직히 이 정도라면 반죽음을 당했어도 발기만 하면 부활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재생력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이 씹새가, 존나 질기네...!”
릴리스의 니킥에 얼굴이 짓뭉개지다시피해서 미형이었던 것을 넘어서, 반쯤 목이 덜렁거리는 상태에서도 촉수들을 뻗어 보내며 릴리스를 공격해대는 것과 그런 촉수들을 주먹질로 펑펑 날려대는 괴수 대전을 벌이고 있는 저쪽에 끼어들 깜냥은 되지 않았지만.
아무리 봐도 저쪽에 끼어들었다간 릴리스의 방해나 될 것 같았다.
“저도 도와드릴게요, 뭐하면 돼요?”
그래서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던 호아란에게 냉큼 달려가서 그렇게 묻자 주술로 목에 유리 파편이 꽂혀서 숨이 넘어가려던 사람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던 호아란이 나를 보더니, 이내 상황파악을 했는지 말했다.
“우선 여기서 다친 사람들을 옮기는 것이 우선이겠구나. 이래서야 릴리스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할 테니 말이다.”
릴리스가 어째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서 어디까지나 수비만 할 뿐 이렇다 할 공격을 못하고 있던 이유가 다친 사람들 때문이었구나.
“알겠어요.”
호아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내가 상처가 생긴 사람들 중에서 그나마 멀쩡한 사람들에게 빨리 이곳을 벗어나라고 말했다.
그런 내 말에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고는 이 좆같은 곳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저, 저게 대체 뭐야...”
그 와중에 충격 때문인지 얼타고 있는 아저씨가 보여서 냅다 달려가 말했다.
“이, 씨발 빨리 튀라는 말 못 들었어? 뒤지고 싶냐고?!”
내가 그렇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는데도 멍한 얼굴로 주저앉아있는 아저씨.
하긴, 씨발 갑자기 눈앞에서 사람이 뒤져나가질 않나 피투성이가 돼서 쓰러지는걸 봤는데 멀쩡할 리가 없었다.
이럴 때는 조금 강압적으로 나가는 게 맞았다.
짜악ㅡ!
그대로 냅다 뺨을 후려갈기자, 억하고 쓰러졌던 아저씨를 붙잡아 다시 일으켜 세우고는 말했다.
“뒤지기 싫으면 빨리 꺼져!”
“네, 네...!”
그제야 허겁지겁 몸을 일으키고는 도망치기 시작하는 아저씨.
남은 것은, 호아란이 치료하고 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혼자 어떻게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 뿐이었다.
그래서 그나마 당장 죽을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을 들쳐메고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을 때였다.
콰아앙ㅡ!
다시 한번 들려온 폭음과 함께 시꺼먼 촉수 괴물이 이쪽으로 뛰쳐들어왔다.
“애미, 진짜.”
한 마리가 아니셨구나.
근데, 씨발.
새롭게 난입한 저 촉수 괴물을 막아줄 사람이 없었다.
호아란이 나선다면야 해결이야 되겠지만 그러면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없는, 다쳐서 쓰러진 사람들은 어쩌고?
당장 치료받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 한가득한데.
호아란이 저 괴물을 막을 여유가 없었다.
“진짜, 씨발. 좆같네... 이래서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거구나.”
그냥 집에서 주술 수련이나 할 걸.
괜히 놀러 왔다가 아무리 전력인 릴리스가 아니더라도, 릴리스를 붙잡고 드잡이질하고 있는 괴물 새끼랑 한바탕하게 생겨버렸다.
“꾸어어어어어ㅡ!”
곧장 릴리스에게 개처럼 처맞고 있는 촉수 친구를 돕기 위해선지 달려들기 시작한 촉수 괴물을 보고서, 들쳐메고 있던 사람을 다시 고이 눕히고서 괴물을 향해 냅다 뛰쳐나갔다.
“이 개같이 못생긴 새끼야!”
내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릴리스가 있는 쪽으로 달려드는 괴물 새끼.
이대로 가다간 아직 바닥에 엎어진 채 살아있는 사람이 깔려 뒤질 판이었다.
씨발, 대충 시간이나 끌려고 했는데.
어그로가 끌리지 않으니 존나 별수가 없었다.
어그로가 안되면, 탱킹이라도 해야지 별 수 있나.
그때, 그 씨발년이 슈트마냥 뒤집어서 썼던 것과는 달리 생긴 대로 노는 모양인지 존나 멍청해 보이기도 하니까.
“흐ㅡ읍...!”
그대로 나를 짓밟고서 지나가 버리려는 듯 돌진해오는 괴물 새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꾸드득...!
씨발, 존나게 세네...!
이전보다 더 강해진 웨어울프의 종족 특성으로 얻은 근력으로도 멈추기는커녕, 속도를 늦추는 것이 한계였다.
“꾸어어어?”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에,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는지 고개를 내리는 괴물 새끼와 눈이 마주쳤다.
“안녕, 썩어버린 좆물같이 생긴 새끼야?”
개좆같이도 생긴 새끼가.
이제야 이쪽을 봐주는구나.
“크워어어어ㅡ!”
나를 발견하고서 발작하듯이 촉수를 뻗어보내는 괴물 새끼.
이딴 새끼랑 촉수물을 찍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근데, 씨발 이대로 어떻게 튈 수도 없었다.
그러니까.
“끄으으으으아아아ㅡ!!”
뿌드드드득...!
이를 악물고서, 냅다 괴물 새끼를 들어올렸다.
“꾸워...?”
지가 들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보이는 얼굴의 괴물 새끼.
얼굴이라고 해봐야, 존나게 꿈틀거리는 촉수 괴물이기는 한데.
“저리, 꺼져ㅡ!”
다시 한 번, 안간힘을 다해서 냅다 그 괴물 새끼를 집어던졌다.
던졌다기보다는, 내동댕이를 쳐댄 것에 가깝기는 했지만.
쿠우웅ㅡ!
그대로 나자빠지는 괴물 새끼와, 존나게 쿰척거리는 괴물 새끼 하나를 들어올렸다고 덜렁거리는 두 팔이 보였다.
존나 무겁더니만, 그거 좀 들어 올렸다고 어깨가 빠져버린 모양이었다.
“흡...!”
근데, 그 정도면 기합으로 어떻게든 나았다.
어깨에 힘을 꾹 주자, 멀쩡해진 두 팔이 보였다.
힘의 집중이라고 해야 하나.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되기 시작했던 부위 별의 능력 배분 비스무리한 거였다.
발기할 때마다 괴력을 발휘해대면 아무래도 일하기 곤란하니까, 힘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던 중에 알게 된 건데...
아무튼 이런저런 곳에서 편리하게 쓰고 있었다.
어깨 탈구 정도는, 팔에만 웨어울프의 회복 능력을 집중하는 걸로 순식간에 낫게 한다는 식으로.
대신 존나게 피곤해지기는 했지만, 어차피넘쳐나는 게 체력이니까 상관없었다.
“꾸우어어어!”
몸을 들썩이며 몸을 일으키는 괴물 새끼.
넘어뜨린 것 뿐이지 어떻게 한 건 아니었으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대신에.
“꾸어어어어어!”
어그로는 제대로 끌린 모양이었다.
몸을 일으키고는, 제대로 빡친 듯이 온몸에서 촉수를 뽑아내며 꿈틀거리는 괴물 새끼를 보면서 내가 말했다.
“덤벼, 씨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