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 집 나가면 개고생 (2)
* * *
“쿠워어어어ㅡ!”
괴성을 내지르며 휘둘러오는 괴물의 촉수가 보였다.
피할 수는 없었다.
내가 피했다가는, 그대로 내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촉수가 들이닥칠 테니.
그러니.
“흐으읍...!”
두 다리와 허리에 회복력을 집중하고서 그대로 휘둘러져오는 촉수를 받아냈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괴물이 휘두른 촉수를 받아낸 내 두 팔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땅에 단단히 내디딘 내 두 다리는 충격에도 거뜬하게 버텨주었다.
한턴 버텼으니, 이제 내 차례였다.
꾸드드득...!
부러졌던 두 팔로 회복 능력을 돌리고, 순식간에 부러졌던 두 팔이 회복하는 것과 함께 움켜쥔 주먹을 내질렀다.
퍽, 하고 물컹물컹한 괴물의 몸뚱아리에 꽂히는 내 주먹.
“쿠워...?”
그리고, 그런 내 주먹을 받아내고서도 멀쩡해보이는 괴물 새끼가 보였다.
“애미, 씨발.”
웨어울프의 괴력이 더해진 주먹질인데도 딜이 하나도 안 박히잖아.
물컹물컹한 것도 그렇고, 주먹이 꽂히는 순간에 존나 출렁거리면서 힘을 죄다 흘리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물리적인 데미지는 제대로 먹히지도 않게 생겼다.
객관적으로 지금의 내 힘도 바위도 주먹으로 뽀개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편인데, 그 정도의 주먹으로는 간지럽지도 않아 보이는 괴물의 모습을 보면 분명했다.
저런 걸 그냥 주먹질로 해체하던 릴리스는 대체...?
아무튼, 확실한 건.
“좆됐네.”
이쪽이 가진 수단이라고는 웨어울프의 종족 특성으로 딸려온 초회복능력과 괴력뿐이었는데.
초회복능력은 그냥 샌드백이나 마찬가지인 꼴이고, 괴력은 저놈의 물렁물렁한 몸뚱아리를 가진 괴물에게는 하나도 통하지 않았다.
장소가 넓고, 그냥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 외에도 웨어울프의 육감에 이것저것까지 더해지니 이야기가 좀 달랐졌겠지만.
씨발, 다친 사람들 때문에 그마저도 못하니 말 그대로 가만히 서서 개처럼 처맞는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촉수로 직접 처맞아본 결과 존나게 아파도 뒈질 정도는 아니란 정도?
“씨발...”
딱 뒈질 정도만 아니라서 문제지만.
죽창이 마려웠다.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공평하게 좆될 수 있는 죽창이.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돌연 아릿한 통증과 함께, 내 손등 위로 그것이 튀어나왔다.
“어...”
살을 뚫고서 튀어나온, 한 뼘 정도의 길이의 송곳.
아니, 침.
이게 뭔지는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릴리아나가 내게 종속됐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그런 그녀에게 대충 웨어허니비의 종족에 대한 것을 들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내 손등을 뚫고서 튀어나와버린 이 송곳의 정체가 뭔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웨어허니비의 독침이었다.
“아니, 씨발 이게 왜 여기서 튀어나와.”
죽창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진짜 죽창을 줬다.
그야, 웨어허니비의 독침은 내가 알고 있는 꿀벌과 벌침과 비슷한 사양의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꿀벌의 그것처럼 한 번 쏘면 침과 함께 내장이 전부 쏟아져서 죽어버리는 사양은 아니었지만, 힘의 대부분을 써버려서 탈진해버리고 마는 것이 웨어허니비의 독침이었다.
그만큼 존나게 치명적인 독뎀을 지니고 있어서, 웨어허니비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도 릴리아나가 설명해줬지만.
간혹가다가 힘을 너무 써버려서 독침을 쏘자마자 죽어버리는 웨어허니비들도 종종 있다고 들었던 무시무시한 것이 내 손등에서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근데...
“쿠워어어어어ㅡ!”
내가 촉수를 막아내자 제대로 꼴 받았는지, 몸에서 촉수들을 뽑아내기 시작한 괴물을 보아하니 지금 내 주먹이 꿀벌 펀치가 된 것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죽창을 달랬더니 진짜 죽창을 쥐어준 것을 감사히 여겨야 하지 않을까?
“씨발...!”
휘둘러져오는 촉수들.
그런 촉수들을 다시 한 번 몸으로 받아냈다.
뿌드득, 하고 휘둘러진 촉수에 제대로 부딪힌 몸뚱아리에서 온갖 뼈가 바스라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푸흐으읍...!”
너덜너덜해진 내장 조각이 입밖으로 튀어나와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뒈지진 않았다.
그러니, 이번에는 내 차례였다.
바스라진 몸뚱아리에 회복 능력을 돌리면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너도 받아라, 이 씹새야.”
쁘지직, 하고 더욱 내 손등을 뚫으며 튀어나오는 독침.
한 뺨이었던 길이에서, 세 뼘 이상으로 길어진 독침을 보아하니 정말로 이젠 죽창이나 다름없는 길이였다.
키이이잉ㅡ
이왕 꽂을 거, 제대로 꽂아주겠다는 심정으로 눈에 집중하자 거대한 괴물 녀석의 몸 정중앙에 보이는 빛이 보였다.
딱히 괴물 새끼의 성감대가 궁금해서 그런건 아니었다.
계속 쓰다보니까, 성감대만이 아니라 정말로 기의 흐름이라든지를 볼 수 있게 됐기에, 이번에는 괴물 새끼의 기의 흐름이 어디서 흐르는지를 본 것뿐이었다.
아무튼, 그 결과 알 수 있었다.
릴리스가 개처럼 두들기며 해체했던 괴물의 몸 안쪽에서 보였던 귀쟁이처럼.
저 괴물의 안쪽에도 비슷한 상태의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딱 위치가 그런 위치였으니까.
“뒈져ㅡ!”
꿀벌 펀치!
그대로 내지른 주먹이, 다시 한 번 괴물 새끼의 몸통에 꽂혔다.
다만, 이번에는 퍼억보다는 푸욱에 가까운 소리가 들렸을 뿐.
“꾸워...?”
게다가, 이번에도 내 꿀벌 펀치를 처맞고도 멀쩡해보이는 괴물 새끼.
아니, 씨발.
독뎀 어디 갔는데...?
설마하니 즉효성이 아니었다던가 그런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끄으으읍...!”
온몸에서 힘이 쭈욱, 빨리는 기분과 함께 괴물 몸 속에 파고들어간 내 독침이 맹렬하게 회전하는 것이 느껴졌다.
“씨, 씨이발...?”
최소 5번 이상의 초회복을 사용한 것 같은 피로함.
존나게 온몸에서 힘을 쪽 빨린 느낌과 함께, 그렇게 맹렬하게 회전하던 내 꿀벌 펀치에서 독침이 쏘아졌다.
푸쾅ㅡ!
굉음 소리를 내면서, 그대로 괴물의 몸통을 뚫고 지나가는 독침.
“꾸... 어...?”
몸 정중앙에 제대로 바람 구멍이 나버린 괴물이, 그제야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자신의 몸 한 가운데에 난 구멍을 내려다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중앙에, 릴리스의 그것과 마찬가지였던게 분명했는지 귀가 길쭉한 년이 보였다.
“푸헉...!”
하필이면 위치가 위치였는지, 가슴 한편이 통째로 지나쳐간 꿀벌 펀치와 함께 뻥 뚫려버린 여자가 피를 토하는 것이 보였다.
“뒈졌나...?”
가슴이 뻥 뚫렸으니 안 뒈졌을 리가 없는데.
그렇게 생각했는데.
“꾸워어어어어어ㅡ!!!!”
꾸물거리며, 이내 뚫려버린 구멍을 메꾸며 괴성을 내지르는 괴물 새끼를 보고서, 아직 덜 뒈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씨발.”
휘둘러져오는 촉수들.
피할 수 없었다.
피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몸에 힘이 쪽 빠져서 피할 수 없는 거였다.
아마도, 저거에 처맞으면 초회복이고 자시고 할 체력도 없었다.
뒈진다.
진짜로 뒈진다.
“지랄...!”
재빠르게 좆태창을 열어서, 자지 길이를 30cm 딱코를 맞추고서 남아있던 포인트를 죄다 정력으로 몰아줬다.
정력.
말이 정력이지, 어찌보면 내 체력이나 지구력, 그 외에도 생명력 그 전반에 위치하고 있는 힘.
자지 길이 30cm를 맞춰주고 남아있던 여분의 포인트가 꽤나 됐어서 그런지, 한번에 모두 정력으로 몰아주니까 온몸에서 활력이 샘솟았다.
그러니, 그 활력을 죄다 다시 한 번 꿀벌 펀치에 모았다.
키이이잉...!
푸슛, 하고 다시 한 번 뻥 뚫려버린 내 손등에서 튀어나온 두 발째의 독침.
튀어나오자마자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한 독침이 보였다.
한 번 써봤으니, 요령은 알았다.
쏠 수 있으니, 굳이 주먹을 휘두를 필요도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니.
“다시 처먹어, 그리고 뒈져, 이 씨발 새끼야!”
주먹을, 독침을 괴물 새끼에게 겨누었다.
그리고, 처음의 꿀벌 펀치가 효과가 있긴 했었는지 조금 미약해진 빛을 향해 다시 한 번 꿀벌 펀치를 쏘았다.
푸쾅, 하며 쏘아지는 독침이 휘둘러져오던 촉수를 꿰뚫고서, 그대로 괴물의 몸을 다시 한 번 관통했다.
“씨이팔...!”
벌침을 쏘는 충격과 함께 나자빠진 내 눈에, 다시 한번 뻥하고 구멍이 뚫려버린 괴물의 몸뚱아리가 보였다.
이번에는, 머리가 통째로 날아가버린 귀쟁이 년도 보였고.
“꾸... 어...”
저건 진짜 뒈졌지.
머리가 날아갔는데 안 뒈졌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꾸어어어어ㅡ!”
꾸물꾸물, 터져나간 머리를 대신해서 촉수들이 그 자리를 메꿔가는 것이 보였다.
“애미, 진짜 씨발 새끼가 좀 뒈져라...”
존나 힘들어.
이제 움직일 힘도 존나 남지 않았다.
안간힘을 다해서 만들어낸 세 발째 꿀벌 펀치는 첫 번째나 두 번째보다도 훨씬 작고 귀여워서, 이걸 쏴봤자 저 괴물 새끼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고생했구나, 한조야.”
충분히 시간은 끌었다.
흔들리는 꼬리들.
황금빛의 꼬리들이 보였다.
콰지지직ㅡ!
그리고, 뒤를 이어서 널부러진 괴물과 그 괴물의 몸속에 박혀있던 귀쟁이 새끼를 통째로 끄집어내고 있는 릴리스도 보였다.
“꾸아아아아아ㅡ!”
괴성을 내지르면서 안간힘을 다하며 촉수를 휘둘러대는 괴물이었지만, 촉수가 몸을 두들겨대도 끄떡도 안하는, 최종 폼의 릴리스가 가차없이, 심장을 뽑아내듯이 괴물의 몸속에서 귀쟁이놈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이윽고, 푸학하고 완전히 귀쟁이 놈이 뽑혀나가자 몇차례 촉수를 휘두르며 꾸물대던 괴물이 추욱 늘어지는 것이 보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 모습을 지켜본 호아란이 말했다.
“보아하니, 안에 있는 숙주를 끄집어내면 힘을 잃는 모양이구나. 다만, 안에 있는 동안에는 숙주 또한 죽지 않고, 저 괴물 또한 죽지 않으니.”
그렇다면, 전부 불살라 없애는 편이 좋겠구나.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차갑고 섬뜩했다.
동시에, 존나게 든든했다.
그래서, 마지막 남아있던 힘을 다해서 입술을 달싹였다.
“마망 펀치...!”
“잘은 모르겠으나, 걱정 말거라. 본녀가 혼쭐을 내줄 테니.”
그렇게 말한 호아란이, 부적들을 펼쳤다.
촤르르르륵, 괴물의 몸을 감싸는 부적들.
“업화에 불타 사라져 버리거라.”
이내, 그 수많은 부적들이 불꽃으로 화했다.
화르르르륵!
“꾸어어어어어!!”
내 꿀벌 펀치를 두 번이나 처맞고도 멀쩡했던 괴물이 괴성을 내지르며 난동을 피웠지만, 주위에 둘러진 부적으로 펼쳐진 결계는 그런 괴물이 아무리 날뛰어도 깨지지 않았다.
호아란 역시도, 그런 괴물에게 추가적으로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괴물을 가둔 채 불타 사라지기만을 마냥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다.
“끄으으으아아아아...!”
결국, 너덜너덜해진 괴물의 몸속에서 그새 재생한 모양인지 얼굴이 달려있던 귀쟁이 년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귀쟁이 년도 괴물과 마찬가지로 바싹하게 구워지는 것이 보였다.
끝이구나.
진짜로 끝이다.
...이제 못 버티는레후.
상황이 끝났으니, 이만 안심하고 기절하기로 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