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 입원부터 퇴원까지의 나날 (3)
* * *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한유진은 어제 릴리스가 말했던 대로 대뜸 나를 보며 말했다.
“이제 몸도 괜찮아지신 모양이니 슬슬 퇴원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몸은 진작부터 다 나은지 오래였는데.
아니, 애당초 첫날을 제외하고는 어디 아프거나 하지도 않았다.
릴리스가 어제 설명해준 것이 없었더라면 아마 그런 한유진의 말에 그녀를 존나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지 않았을까?
“그거 잘됐네요.”
“...그걸로 끝입니까?”
나를 미심쩍다는 듯이 바라보는 한유진.
왜 또 저러나 싶었다가, 이내 릴리스의 설명을 들은 탓에 너무 태연하게 대답해버렸다는 걸 알았다.
생각해보니 여태껏 몸도 멀쩡한데 언제까지 입원시킬 작정이냐고 따진 적도 있던 새끼가 이러면 이상하게 보일만도 했다.
뭐, 이럴 땐.
“그럼 욕이라도 해드려요? 멀쩡한 사람 가둬두고 나가지도 못하게 했다고 어디 언론에라도 뿌려드려야 만족하시나? 세계정부에서 사람 가두고서 일주일 내내 신문해댔다고?”
존나 뻔뻔하게 나가면 대부분 해결되는 법이었다.
나는 범죄 경력이라곤 하나 없는, 심지어 용감한 시민상까지 받은 모범 시민이고 저쪽은 어쨌거나 공무원인 입장이었다.
이쪽에서 이렇게 나오면 한유진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자꾸 신경을 긁어대네, 그런 표정을 팍 지으면서 말하자 그런 나를 보던 한유진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곧 퇴원 수속 절차를 밟아드릴 테니 아무쪼록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런 한유진을 보고서 내심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저도 일주일 내내 갇혀있어서 신경이 좀 날카로워졌던 것 같으니 사과드릴게요.”
그리고 괜히 이상한 척을 지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사과도 박아뒀다.
“...감사합니다.”
그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하는 한유진.
이걸로 대충 해결한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퇴원하기 전에 짐이나 정리하려고 할 때 한유진이 내게 말했다.
“그런데, 정말로 아무런 것도 기억이 안 나시는 겁니까?”
존나 징하네 이 사람.
아니면 이런 사람이니까 안보니, 뭐니 하는 이름만 봐도 중요해 보이는 기관 소속에서 인간의 몸으로 일할 수 있는 걸까.
“정말로 아무것도 기억 안 나니까 그만 좀 물어봐 주시겠어요?”
“...실례했습니다.”
다시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말하는 한유진.
그런 한유진을 보며 대놓고 한숨을 내쉰 내가 말했다.
“아무튼, 이만 저 옷 갈아입게 나가주세요.”
“...혹시 나중에라도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이쪽으로 연락해주십시오.”
나가달라니까 대뜸 명함을 주면서 그렇게 말하는 한유진을 보고서, 이젠 그냥 그러려니 여기기로 했다.
사람이 좀 귀찮고,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하고서.
솔직히 귀찮고 짜증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저 사람은 저 사람 나름대로 자기 일에 열심히 하는 것이니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한유진이 내민 명함을 건네받고서는 내가 말했다.
“...네, 알겠으니까 이제 좀 나가주실래요?”
“네, 그럼.”
여기서 더 붙잡아둘 생각은 없었는지 내게 명함을 건네주고선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는 한유진.
씨발.
드디어 해방됐다.
“존나 독하네 진짜...”
가급적이면 다시는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특히 매번 질문할 때마다 이쪽을 뚫어져라 쳐다볼 때의 눈동자가 존나 꺼림칙한 것이 기분이 좀 그랬다.
그래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니 한유진의 명함은 챙겨두기로 했다.
이것도 어찌 보면 인맥일 테니까.
혹시 무슨 일 있을 때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고.
대부분은 릴리스의 선에서 해결될 일들이겠지만.
“이제 나갈 준비나 할까.”
기지개를 켜고서, 드디어 나갈 준비를 하기로 했다.
호아란이 병문안을 올 때마다 챙겨온 것들이 쌓이다 보니 도로 가져가야 할 것도 꽤 있으니까. 꽤 고생하긴 하겠는데...
뭐, 드디어 나갈 수 있으니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점심을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각, 한유진의 말대로 무사히 퇴원 절차를 밟고서 밖으로 나오니 여기에 이게 왜 있나 싶은 것이 보였다.
웨어허니비 자치구, 웨어허니비 왕국으로 갈때도 신세졌던 꿀벌 리무진이 보였으니까.
“어...”
꿀벌 리무진이라는 존나 눈에 띄는 모습의 리무진에다가, 그 옆으로 좌르륵 도열 중인 웨어허니비들까지 있으니 어그로가 장난이 아니었다.
“아니, 이게 뭐야.”
뭔데 이거.
그 와중에 내가 나오자 어디서 꺼내온 건지 레드카펫을 깔려고 하는 웨어허니비들을 보고서 급히 달려가서 말했다.
“아니, 뭐하는 건데 진짜.”
개쪽팔리게 뭔 짓이야 이게.
주변에서도 대체 이게 뭐지 하고 존나게 쳐다보잖아.
“그만들 하고, 이게 뭔지 설명 좀 해봐.”
웨어허니비들을 말리고서 그렇게 말했는데 제대로 된 대답을 못 하고 우물쭈물해하는 것이 보였다.
딱 봐도 존나 호수가 3만 번대 이상의 아직 어리숙한 웨어허니비들이 분명했다.
하는 짓이나 얼타는 거나 막 들어온 신병 느낌이 팍팍 들었으니까.
하는 수 없이 레드카펫을 깔려던 웨어허니비들 대신에 다른 웨어허니비들은 살펴봤지만 죄다 처음 보는 웨어허니비들이었다.
일단은 하나같이 자매지간이나 다름없다 보니 비슷하게 생긴 웨어허니비들이지만, 조금씩 다른 점은 있어서 적어도 그날 내게 안겼던 웨어허니비들은 구별할 수 있었는데.
지금 여기 있는 웨어허니비들 중엔 그날 본 웨어허니비들은 없는 것 같았다.
하긴, 내가 본 웨어허니비들은 전체에서 극히 일부였으니 당연한 일이리라.
그날 하루만에 100명 가까이 따먹긴 했는데, 그래봤자 대체 몇만 대의 번호까지 있는지도 모를 웨어허니비들 중에서 100명에 불과했으니까.
근데 진짜 아무도 없나하고 살펴보다가, 이내 아는 얼굴을 찾을 수 있었다.
6974호였다.
존나 반갑네, 진짜.
어쩌다 보니 웨어허니비들의 여왕인 릴리아나의 부마라고 해야 하나, 남편이라고 해야 하나, 씨내리라고 해야 하나, 존나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처지가 됐긴 했는데.
그래도 전혀 누군지도 모르는 웨어허니비들에게 뭘 묻고 듣는 것보다는 아는 얼굴인 6974호가 훨씬 나았으니까.
“6974호, 맞지?”
“네. 맞습니다.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여왕님의 왕이시어.”
혹시라도 틀렸을까 싶어서 확인해봤는데, 6974호가 맞았나 보다.
“인사는 됐고... 그래서, 이게 대체 뭔일인데?”
내가 그렇게 묻자, 6974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여왕님의 왕께서 무사히 퇴원하신 것을 축하하고자...”
이런 축하 같은 거 원하지도 않았다.
“마음은 알겠으니 그만둬줄래...?”
내가 입원한 거나, 오늘 퇴원한다는 걸 릴리아나에게 말한 적은 없으니 릴리스나 호아란이 둘 중 한 명이 릴리아나에게 알려준 모양인데...
그렇다고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그보다...
“혹시 릴리아나도 왔어?”
내가 그렇게 묻자 6974호가 고개를 더더욱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여왕님은 아직 안정기에 들지 못하여 왕을 뵈러 나오시겠다는 것을 저희가 극구 말렸나이다. 혹, 벌을 주시려거든 여왕님이 아닌 저희에게 내리소서.”
“...안정기?”
내가 아는 그 안정기?
그런 나를 보고서는 6974호가 말했다.
“네, 여왕님께서는 다음 달에나 안정기에 드시고... 그 다음달은 되어서야 출산을 시작하실 예정이십니다. 그런 만큼,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는 함부로 거동할 수 없으신 몸이시죠. 아무쪼록 왕께 나서지 못한 여왕님을 탓하지 말아 주소서.”
6974호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알고 있던 그 안정기가 맞았던 모양이었다.
아니, 원래 그렇게 빠른 건가.
그야 꿀벌의 특징을 갖고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는데... 오히려 태어나고 자라기까지 이주면 떡을 치고도 남는 꿀벌과 비교하면 오히려 늦은 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꿀벌이랑 비교하는 것도 뭐하긴 한데.
생각해 보니까...
릴리아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았다.
세상이 이 모양 이 꼬라지가 되어버리고서, 그렇게 웨어허니비들의 왕국이 이 세상으로 넘어왔을 때.
릴리아나의 어머니이자, 웨어허니비 왕국의 전 여왕의 남편이기도 했던 사람이 급사했다는 이야기를.
그 탓에 공주에서 여왕이 되는 의식을 함께한 남자와만 교미한다는 웨어허니비들의 전통을 깨고서, 전 여왕이 왕국을 이어나가기 위해 디스펜서들을 사서 공주들을 낳았다고 했었다고 했었나?
릴리아나도 그렇게 태어난 공주 중의 하나였다고 했고.
...그리고 세상이 이 꼬라지가 된 것이 제일 길게 보더라도 2년이었다.
이래 봬도 나는 세상이 이 꼬라지가 되어버린 직후에 넘어와서 인생이 좆창이 났던 인간 중의 하나였으니까 그것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렇게 묻는 6974호를 보고선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종족이 다르니까 뭐 그럴 수도 있는 거겠지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종족마다 수명이 다르고, 그런 만큼 육체적으로 성숙해지는 나이가 다른 거야 상식이나 다름없어진 세상이었으니.
내가 이제 겨우 스무 살밖에 안 됐다는 고블린한테 어리다고 했다가는 이 버릇없는 개쌍노무새끼가 하면서 고블린이 끼고 있던 틀니로 존나 얻어 맞아도 할 말이 없는 세상 작금의 세상이었다.
그러니까 릴리아나의 나이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 속도로라면, 내가 늙어 죽기 전에 자식만 수천은 보게 생겨버렸다는 미래도 일단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하나하나 이름 짓기도 존나 빡세겠네.
웨어허니비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몇 호, 몇 호하고 짓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나도 그래야 할 것 같고.
“그럼, 왕의 거처로 모시겠습니다.”
아무튼, 나를 집까지 데려다줄 모양인 듯 리무진의 문을 열며 그렇게 말하는 6974호를 보고선, 좀 더 어그로가 끌리기 전에 리무진에 냉큼 타기로 했다.
그렇게 냉큼 리무진에 타고 나서, 내가 챙겨왔던 짐들을 정리하고는 뒤이어 꿀벌 리무진에 따라 타는 6974호에게 내가 말했다.
“아, 근데 집에 가기 전에 잠깐 들를 곳이 있는데 괜찮아?”
원래라면 우선 짐부터 집에 두고서 찾아가던지 내일 출근하면서 하든지 할까 생각했는데 나를 데리러 온 웨어허니비들 덕분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이렇게 된 거 후딱 끝내고 올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뿐이라고는 해도, 정액을 한 번에 100만 원에 사준다는 의뢰.
무슨 목적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생긴 의뢰인만큼 내일이라도 갑자기 끝날지도 모를 일이니 할 수 있으면 가능한 한 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6974호가 대답했다.
“여왕님의 왕께서 원하신다면야...”
가능한가 보다.
그럼 잠깐 이종족간지원센터에 들렀다 가자고 말했을 때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왕의 거처에 가기 전에 잠시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스윽, 그런 내 위에 올라타는 6974호가 보였다.
“응...?”
이건 또 뭔가하고 6974호를 보자, 그런 내 시선에 6974호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여왕님을 극구 말리는 도중에, 그 대신에 왕의 아기씨를 대신 받아오기로 하였는지라... 물론, 여왕님의 왕께 드릴 대가는 충분히 치루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럼 상관없었다.
“안에? 아니면 따로?”
“체내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편이 여러모로 쉽기에.”
확실히 그렇긴 하지.
퇴원하는 날이라고 릴리스나 호아란이나 둘 다 오지 않아서 마침 곤란한 상태기도 했고.
오히려 좋았다.
“그럼...”
스윽, 메이드복 차림인 6974호의 치마를 대충 걷어 올리자 새하얀 팬티가 보였다.
그것도, 이미 애액으로 잔뜩 젖어있는 속옷이.
“혹시, 네가 대신하려고 릴리아나가 오지 못하게 막은 건 아니야?
굳이 전희 같은 건 필요도 없어 보이는 6974호의 속옷 상태를 보고서 그렇게 말하자, 그런 내 말에 6974호가 말했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하고.
6974호가 말을 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겠군요.“
그렇게 말하며 살짝 고개를 돌리는 6974호.
그런 6974호의 두 뺨이 살짝 붉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딱딱하고 사무적인, 조금 전의 한유진이랑 비슷한 타입인 6974호가 그러니까 조금 귀엽게 보였다.
아무튼, 솔직하게 대답했으니 장난은 이쯤하고 일이나 하기로 했다.
”으응...♡“
6974호의 엉덩이를 가볍게 쓰다듬어주며, 그대로 그런 그녀의 팬티를 끌어 내렸다.
”치마자락, 들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자, 스윽하고 치맛자락을 들어올리는 6974호.
덕분에 팬티와 마찬가지로 잔뜩 젖은 6974호의 보지가 눈에 들어왔다.
웨어허니비 특유의, 솜털 하나 없이 맨들맨들한 보지가.
”하읏...♡
가볍게 손가락으로 6974호의 보지를 훑어보니, 역시 전희 같은 건 필요 없어 보였다.
살짝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뚝, 뚝하고 애액이 흘러넘치는 데다가 이미 내게 몇 번이나 안겼던 6974호였으니까 보지를 풀어줘야하거나 할 필요도 없을 테고.
“그럼...”
나 역시 지퍼를 내려서, 진작 발기중이었던 자지를 꺼내 6974호의 보지에 겨누었다.
“응, 으읏...♡”
쯔우웁, 내 자지에 눌려서 벌어지며 애액을 흘려대는 6974호의 보지에 몇 번인가 자지를 문지르다, 그대로 허리를 밀어 올렸다.
“흐웃ㅡ♡”
꾸드득, 하고 내 자지가 박히기 무섭게 조여드는 6974호의 보지.
나나 6974호나 섹스는 오랜만이라 그런지 꾸욱, 꾸욱 자지를 조여오는 보지의 느낌이 무척이나 좋았다.
“근데, 몇 번이나 해주면 돼?”
원래라면 하기 전에 미리 들었어야 했는데 깜빡하고 묻지 않았던 것을 묻자 하아, 하아하고 허덕이는 와중에도 내게서 정액을 짜내려는 듯 천천히 허리를 돌리며 6974호가 대답했다.
“세, 세 번.... 세 번이면... 충분할 듯.... 싶습니다...”
이종족간지원센터에 도착할 동안 세 번이나 하려면 꽤 시간이 촉박한걸.
꼭 그 전까지 해야 한다는 법은 없었지만, 뭐 빨리 일 끝내둬서 나쁠 건 없었다.
그러니까, 내 위에 올라탄 채 허리를 흔들어오던 6974호를 꾹 잡아당겼다.
“옷...♡”
덕분에, 그대로 내 위에 주저앉듯이 안긴 6974의 허리를 꽉 붙잡으며 말했다.
“그럼 세 번, 제대로 받아두라고.”
“네, 네에...♡”
꾸욱, 하고 그런 내 말에 더더욱 보지를 조여오는 6974호의 허리를 붙잡고서 천천히 허리를 튕겨 올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