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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106화 (106/523)

〈 106화 〉 입원부터 퇴원까지의 나날 (4)

* * *

“읏...”

“무리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있어.”

꿀벌 리무진을 타고 이종족간지원센터에 도착하는 동안 세 번 연속으로 질내사정을 받은 탓인지 축 늘어져 버린 6974호가 문을 열어주려다가 휘청거리는 것을 보고서, 그런 6974호를 붙잡아 다시 앉히고는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내가 손이 없는 것도 아니고 겨우 이런 걸로 죄송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툭툭, 하고 죄송하다는 표정을 짓는 6974호의 머리를 토닥여주고는 말했다.

“금방 끝내고 올 테니까 잠깐 기다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렇게 대답하는 6974호를 뒤로하고서 오랜만에 돌아온 직장을 둘러봤다.

뭐, 딱히 변한 건 없었다.

일주일 사이에 뭔가 변하는 게 있을 리도 없고.

아무튼 ‘야넣자’에서 대충 알아본 대로 그대로 지하에 있는 채취소로 향했다.

“오...”

‘야넣자’에서 소문이 돌아서 그런지 채취소에는 평소보다 많은 디스펜서들이 보였다.

아주 보지도 못했던 얼굴의 디스펜서들도 있는 걸 보니 다른 동네에서 원정이라도 온 모양이었다.

뭐, 어차피 저 사람들이 어디서 왔건 간에 나랑은 존나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다.

나야 내 할 거만하고 가면 그만이니까.

대충 비어있는 방 아무 데나 들어가서, 비치되어있는 정액 채취용의 일회용 오나홀을 하나 집어 포장을 뜯었다.

말랑말랑.

슬라임 특유의 성질을 따라한 공법인 슬라임 공법으로 만든데다가, 안쪽은 서큐버스의 보지를 흉내 냈다는 일회용 오나홀.

솔직히 말하자면 이게 어지간한 것보다 기분이 좋긴 했다.

세간에 풀린다면 인간을 비롯한 몇몇 종족들의 출산률이 바닥을 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물론 기분이야 좋아도 결국 자위나 다름없어서 딱히 내 취향인 건 아닌데.

정액을 뽑기만 해야 한다는 점에선, 이쪽이 편하긴 했다.

흉내를 낸 거라고는 해도, 서큐버스 보지는 서큐버스 보지니까.

처음 썼을 땐 넣자마자 싸버렸었지...

보지는 아니더라도, 진짜 서큐버스가 얼마나 쩌는지, 어제만 해도 까불다가 열 번이 넘게 릴리스의 입보지로 쥐어짜여서 뒈질 뻔한 덕에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여러모로 부족한 느낌이긴 했지만.

아무튼.

“이것도 진짜 오랜만이네.”

상위권의 디스펜서가 된 이후로 아예 하지 않기도 했고, 출근은 아니지만 이종족간지원센터에 온 것도 일주일만이기도 하니까 거의 2, 3주만이었다.

하지만, 딱히 오랜만이라고 무슨 감상 같은 게 생기는 건 아닌지라 요즘 디스펜서들이 제일 많이 보는 야동이나 틀고서 후딱 끝내기로 했다.

“오...”

이번 주의 디스펜서 픽 딸감은 서큐버스들의 뷰빔이었나보다.

야동이 시작하기 무섭게 서로 미친 듯이 뷰벼대는 서큐버스들이 보였다.

모델로 뛰면 모델료만 수십억은 가뿐히 받을 수 있는 종족들인 서큐버스나 엘프들의 야동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도 디스펜서의 장점이 아닐까 싶었다.

씨발, 개꼴리네.

조금 전까지 6974호의 보지에 잔뜩 싸고 난뒤였는데도 순식간에 발기해버린 자지에 오나홀을 가져다 댔다.

“후우...”

서큐버스 뷰빔을 보면서 뽑은 정액을 오나홀에서 따로 준비되어있던 용기에 옮겨 담아서, 마공학연구 어쩌고하는 기관에다가 제출한다는 띠를 두르고 나니, 이제 진짜 내가 할 일은 끝났다.

이제 그냥 내 정액이 담긴 용기를 내기만 하면 됐으니까.

“진짜 이걸로 100만 원이 맞나?”

그냥 평범하게 채취소에서 정액을 모아댔던 거랑 차이도 없는데.

기껏해야 마공학연구 어쩌고하는 기관으로 제출한다는 띠를 두르는 정도가 추가됐을 뿐이었다.

그리고 대체 이렇게 디스펜서들의 정액들을 모아서 뭘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신상 밀키웨이라도 만들려는 건가?

마공학 어쩌고하는 곳에서 가져가는 거니까, 무슨 마도구를 만들려고 하는 걸지도 몰랐다.

물론, 나야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기에 쓰고 난 오나홀을 정리하고서 밖으로 나와 다시 꿀벌 리무진에 타고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덕분에 편하게 왔네, 고맙다.”

6974호의 배웅을 받으며 일주일만에 돌아온 집 문을 열자, 릴리스랑 호아란이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레후?”

하지만, 딱 봐도 마중 같은 이유로 그러고 있는 게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팔짱을 낀 채로, 잔뜩 짜증이 난 표정의 릴리스나 잔뜩 꼬리가 부풀어있는 호아란이 보였으니까.

“많이 늦었구나. 한조야.”

“왜 이렇게 늦게 온 건데?”

다짜고짜 꺼낸 말부터 그랬으니 더더욱 둘 다 기분이 썩 좋지 않다는 걸 모르는 게 이상했다.

“어... 그게...”

좆됐네...

말문이 막혀서 뭐라고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그대로 퇴원한지 한 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고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 릴리스와 호아란에게 잔소리를 잔뜩 들어버렸다.

그러다가 6974호랑 했던 일이나, 바로 집으로 오지 않고 이종족간지원센터에 들렀던 것까지 들켜서 존나게 혼났다.

릴리스도 그렇고, 호아란도 어지간히 화가 났는지 내 퇴원 기념으로 오늘 아침부터 준비했다던 점심도 못 먹게 할 정도였으니까.

장난 아니게 화가 난 모양이었다.

“서러운 레후...”

내 퇴원 기념이라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잘못한 게 맞기는 한데.

“...릴리스, 이만하면 됐지 않느냐? 한조도 반성했을 테니...”

도중에 마음이 약해졌는지, 식탁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쪼그려있던 나를 보며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

잔뜩 기대하며 그런 호아란과 릴리스를 쳐다봤지만, 존나 어림도 없었다.

“호아란 네가 자꾸 그러니까 저 녀석 버릇이 점점 더 나빠지잖아. 이번엔 절대로 안 돼. 이게 대체 몇 번째야?”

호아란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말하며 칼같이 잘라버리는 릴리스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릴리스. 그러면 네가ㅡ”

“그건 됐으니까, 아무튼 그런 줄 알아.”

릴리스의 말에 곰곰이 고민하던 호아란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보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한조야. 이번에는 릴리스의 말이 옳은 것 같구나.”

아니.

진짜로?

내가 정말로 굶어야 하냐고 릴리스를 쳐다봤지만, 그런 내 시선에 휙하고 고개를 돌리는 릴리스가 보였다.

“흥, 누가 늦게 오래?”

그러고는 대놓고 들리도록 그렇게 중얼거리는 릴리스.

입원 중에는 뭔가 부탁하면 틱틱거리긴 해도 전부 들어주긴 했던 릴리스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그래도 저녁은 주실 거죠?”

내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앉아서는 호아거릴 뿐인 호아를 쳐다보다가, 릴리스에게 그렇게 묻자 그런 나를 흘끔 쳐다본 릴리스가 말했다.

“너 하는 거 보고.”

진짜로 어디로 간 걸까...

퇴원한 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다시 입원하고 싶어졌다.

아무튼, 정말로 점심 패싱을 당해 버리고서 방에도 못 들어가게 해줘서 거실에서 쪼그린 채 풀이 죽어 있으려니까 그런 내게 호아가 다가왔다.

“호아.”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내게 내밀었다.

“...나 먹으라고?”

“호아아.”

이놈의 집구석에서 날 챙겨주는 건 호아 밖에 없었다.

물론, 정말로 그럴 리가 없다는 것쯤은 알았다.

호아가 아무리 지성을 갖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호아란의 분신이자 식신이였으니까.

실상은 호아란이 릴리스 몰래 챙겨줬다고 하는 편이 옳으리라.

저 쪼만한 손으로 이런 샌드위치를 만들었을 리도 없고.

“...아니, 이거 진짜 네가 만든 거 아냐?”

이제보니 호아란이 만들었다고 보기엔 모양도 삐뚤빼뚤한데다가, 안도 뭔가 잔뜩 들어서 난장판인데.

진짜 호아가 만든 게 아닐까 싶은 비쥬얼이었다.

“호아?”

이건 자기가 만든 게 맞다고 한 걸까, 아니라고 한 걸까.

아직 호아 언어를 완전히 파악한 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아무튼...

모양은 좀 못났어도 샌드위치는 샌드위치였다.

“고맙다.”

호아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건네받은 샌드위치를 조심스레 입에 물었다.

“맛있는레후...”

모양은 살짝 어설프긴 하지만 들어가야 할 건 다 들어가 있고 평소의 호아란이 해줬던 샌드위치랑 달리 햄같은게 잔뜩 들어있어서 오히려 내 취향에 가까운 샌드위치였다.

너무 커서 좀 먹기 힘든게 흠이라면 흠인데, 배고픈 와중에 크기도 크니 오히려 좋았다.

그렇게 우물우물, 샌드위치를 먹고 있을 때 덜컥, 문을 열고 방에서 나온 릴리스가 눈이 마주쳤다.

“...콜록콜록.”

씨발.

존나 놀라서 사례 들렸다.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는 릴리스.

몰래 먹었다고 또 한소리 듣나 싶어서 어깨를 움츠리고 있을 때, 그런 나를 보던 릴리스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했다.

“...진짜, 궁상 그만 떨고 들어와.”

아무래도 화가 좀 풀린 모양이었다.

릴리스의 눈치를 보며 일어나자, 내게 릴리스가 말했다.

“그보다... 그거... 어때?”

“넹?”

뭐가?

“...샌드위치 말이야! 어떠냐고...!”

아, 이거.

“맛있던데요?”

“그, 그래...?”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기분이 좋아 보이는 릴리스.

그런 릴리스에게 내가 말했다.

“그래도 모양은 좀 이상...”

“...방금 한 말 취소, 너 그냥 거기 있어.”

“뎃...?”

아니, 어째서.

“멍청한 새끼.”

내가 미처 이유를 묻기도 전에 나를 보고는 그렇게 말하고는 도로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릴리스가 보였다.

“호아...”

“...이거 내가 잘못한 거야?”

“호아아...”

내가 잘못한 건가 보다.

뭐라고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몰라서 묻냐면서 날 존나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호아가 보였으니까.

내가 대체 뭘 어쨌다고.

존나 억울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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