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 망아의 용, 유스티티아 (1)
* * *
퇴원하고서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명을 받아서 일하거나, 첫 월급을 탔다는 사티와 오랜만에 만나서 정말로 받을 줄은 몰랐던 빚을 일부나마 변제받거나 하는 일이 있었다.
다음 달이면 다 갚으니까 리벤지할 거라고 각오하라는 사티한테 딱밤을 갈기기도 했고.
근데 솔직히 나도 궁금하기는 했다.
이전에는, 무고의 도움을 받아서 평소부터 훨씬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사티를 상대로도 5번이 넘게 사정하고서야 겨우 이겼는데, 지금에 와서는 어떨지 궁금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쪽으로는 서큐버스만큼이나 유명한, 악명으로는 오히려 더 높은 종족이 사티로스고, 내가 체력이 바닥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발기시킬 수 있는 것도 그런 사티로부터 얻은 사티로스 종족의 특성 덕분이니까.
그때랑 비교해서 나도 장난 아니게 정력이 강해지긴 했는데, 그게 굶어서 잔뜩 지치거나, 민감도 500배라는 너프를 먹지 않은 상태인 사티를 상대로도 얼마나 먹힐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그때도 사티가 지치지 않았거나, 무고의 도움이 없었거나... 어느 한쪽이라도 부족했었더라면 주종각인은 사티가 아니라 내 쪽에서 새겨졌을 거란 것은 알 수 있었다.
근데 돈을 갚으면서 각오하라고 하는 거 보니까 정말로 돈 다 갚은 뒤에 리벤지할 생각으로 가득한 듯한 사티를 보니 잘못했다가 주종역전 당해버리면 그런 날 보며 개깝치는 사티를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접♡ 그땐 나한테 허접 보지라고 해놓고서, 사실은 오빠가 더 허접이었네♡ 허접♡ 허접 자지~♡’
존나 풉키풉키거리면서 까불어댈 사티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존나 열받았다.
괜히 옆에 사티가 있었으면 엉덩이가 시뻘개질 때까지 때려주고 싶을 만큼 개빡친다고 해야 할까.
지금 그러면 대체 왜 그러냐면서 울먹거리면서 빨개진 엉덩이를 부여잡을 사티겠지만.
“...그건 좀 꼴리는데.”
아무튼.
혹시라도 나중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준비는 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무고 같은걸 어디서 구해오긴 힘들겠지만.
돈도 없고.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나중 일이고,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던 와중에 우웅하고 알림이 날라왔다.
마침 두 번째 손님을 받고 나서 잠깐 쉬면서 ‘맘마통’이나 구경하던 중에 온 알림이었던지라 바로 확인했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또 보기 드문 유형의 지명이었기 때문이었다.
개인이 아니라 마공학연구 어쩌고로부터 온 지명.
100만 원을 거저 벌기도 했었던 탓에 기억 구석에 남아있던 이름의 기관으로부터 온 지명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디스펜서들의 정액들을 모으는 의뢰를 내서 한동안 화제기도 했던 곳에서 지명이 들어오자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디스펜서 중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는데.
근데...
“...참기 힘든데.”
수상쩍을 만큼 돈을 잔뜩 풀어서 디스펜서들의 정액을 모아갔을 때도 알았지만, 이번 지명도 장난 아니게 많은 돈이 걸려있었다.
한번 지명으로 일억을 불러댔던 릴리아나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한 발에 100만 원씩, 이번에는 1회 한정이고 자시고도 없는 지명이었으니까 존나 큰 건수기는 했다.
게다가 세계정부에 소속된 정식 기관의 의뢰니까 신뢰할 수도 있었고.
“근데 좀 머네.”
막상 지명장소로 되어있는 곳까지 하루아침에 다녀올 만한 거리가 아니란 것이 아쉬웠다.
그랬더라면 고민할 것도 없이 받았을 텐데.
릴리아나 때 이후로 사실상 저녁 이후까지 시간이 걸리는 지명들은 받는 것이 금지되어버린 탓에 아쉽지만 거절하려고 했을 때, 비고란에 적혀져 있는 것이 보였다.
“이동을 위한 공간 전이 스크롤 제공...”
릴리스나 호아란이 잘만 쓰고 다니는 공간 전이 마법이나 주술은, 그 거리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했지만, 공통적으로 하나같이 존나 쓰기 힘든 고위급의 마법과 주술이었다.
릴리스나 호아란이 손가락을 튕기거나 부적 하나로 뿅뿅 써재껴서 체감하기 어려울 웠지만.
어디까지나 그 둘 정도가 되니까 그런 거지 인간으로 치면 마법에 뛰어난 재능을 갖춘 이가 수십 년을 마법만 파서 가까스로 공간 전이보다 한참이나 밑 단계에 있는 마법을 겨우 쓰고는 하는 것이 공간 이동 마법이었다.
그런 만큼 각 지역의, 세계정부의 행정 중심부에나 있다는 공간 전이 시설을 이용하는 비용만해도 어마무시한데, 애당초 이동을 제한하는 편인 세계정부인만큼 일반인에게는 어지간하면 공가 전이 시설의 이용 허가도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다.
근데, 그런 공간 전이 마법을 개인이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크기의 스크롤에 담아낸 것을 제공한다고...?
“...팔면 이게 대체 얼마야?”
단순히 오가는 데 사용하라고 제공한다는 공간 전이 스크롤 비용만으로도 릴리아나 때의 지명을 아득하게 상회할 것 같은데.
물론, 그렇게 스크롤을 하나 꽁쳐서 팔거나 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저녁 전에 집으로 절대로 못 돌아갈 테고, 그럼 릴리스랑 호아란한테 또 장난 아니게 혼날 테니까.
저번에는 점심 한 끼를 굶는 걸로 끝났지만, 이번에도 그러면 아마 집에도 못 들어가게 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일단은 내 명의로 된 내 집인데...
정작 집주인인 내가 못 들어가면 존나 서러워서 눈물이 찔끔 나올지도 몰랐다.
아무튼,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러면 받아도 될 것 같은데.”
지금 후딱 가서 저녁까지 열심히하면 단순 계산만으로도 지명 한 두 번 더 받는 것보다는 훨씬 많이 벌게 분명했다.
잠깐의 고민 끝에, 결국 참지 못하고 지명을 수락했다.
쩌억, 눈앞에 손 한 뼘만 한 길이의 공간이 찢어지더니 둘둘 말려있는 스크롤이 툭하고 떨어졌다.
“오...”
마법 개쩔어.
공간 전이 스크롤을 제공한다고는 해도 대체 어떻게 준다는 건지는 몰랐는데 이런 식으로 준다는 거였구나.
그나저나...
“그래서 이거 어떻게 쓰라는 거지.”
이런 걸 써본 적이 있어야 알지.
혹시나 싶어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니 마법 스크롤을 쓰는 방법이 나와 있었다.
그냥 찢으면 되는구나.
간단해서 좋네.
그럼...
공간 전이 스크롤을 붙잡고서, 그대로 부욱하고 찢었다.
순식간에 뒤바뀌는 풍경은, 조금 전까지 디스펜서 대기실에서 있던 내가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전혀 별개의 장소에 도착했음을 알려줬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푸른 머리카락의 여자를.
그리고 그런 그녀의 머리 위로 돋아난 사슴의 그것을 닮은, 하지만 사슴과는 달리 그녀의 머리색과 마찬가지로 푸르른 뿔을 볼 수 있었다.
“...지명하신 분?”
대체 무슨 종족이지 싶으면서도, 그렇게 묻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응, 제대로 부른 게 맞나 보네...”
나를, 그리고 동물원 사건 이후로 어디 밖에 나갈 일이 있든 아니든 간에 항상 차고 다니던 바디체커를 보고는 눈웃음을 짓는 여자가 보였다.
제대로 부른 게 맞다니.
자기가 지명해놓고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래서, 뭐하면 돼요?”
사정 1회당 100만원이다.
근데, 그뿐이었지 딱히 뭘 해야 한다고는 적혀져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묻자, 으음하고 잠깐 고민하는가 싶던 여자가 입을 열었다.
“글쎄, 뭐부터 하면 좋을까. 하고 싶은게 워낙 많아서 고민되는걸...”
하고 싶은 게 많다니.
존나 기대되는걸.
그야 눈앞에 있는 여자는 무척이나 아름다웠으니까 당연한 기대였다.
사슴을 꼭 닮은 뿔이나, 엉덩이 밑까지 내려오는 푸르른 머리카락이나, 나른한 눈매를 하고 있는 그녀는.
대체 무슨 종족인지 전혀 알아볼 길이 없었지만, 릴리스나 호아란, 그리고 하나같이 평균적으로 미인이 많았던 이종족들을 만나왔던 내가 보더라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만한 미녀였다.
특히 펑퍼짐한, 잠옷 비스름해 보이는 차림으로도 숨길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가슴이나 엉덩이는 존나 참기 힘들만큼 꼴렸다.
나도 남자인 이상, 기왕이면 미녀랑 하면 더 좋았다.
돈만 준다면, 일단 어떻게든 하기는 하지만.
돈도 벌고 기분도 좋고, 눈에도 좋으면 금상첨화인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튼 눈앞의 여자랑 하면서, 돈도 잔뜩 벌 수 있으면 좋으면 좋았지 나쁠건 하나도 없다는 소리였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우선은... 그래... 여기서 사정해봐.”
“뎃...?”
순간 내가 뭔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래서 그런 그녀에게 되물었다.
“뭘 하라고요...?”
“사정.”
몰라? 그렇게 묻는 것처럼 나를 바라보는 여자.
아니.
모를 리가 있나.
너무 뜬금없어서 그런 거지.
더군다나...
사정하라고 해놓고, 존나 기대된다는 얼굴로 멀뚱멀뚱 나를 쳐다만 보고 있는 여자 때문에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설마...
“...저 혼자, 여기서 딸쳐서 사정하란 소리에요?”
“딸...?”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녀를 보고서, 고쳐서 말했다.
“자위요.”
“아아, 응, 그거... 맞는데 왜?”
뭔가 이상한 거라도 있냐는 듯 그렇게 묻는 여자를 보고서.
“앰.”
꾹, 하고 입 밖으로 나오려던 것을 삼켰다.
사람 불러놓고 장난치는 거냐고 말하기엔, 진지하게 대체 언제 할거냐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 여자의 눈이 보였으니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는 눈앞의 여자의 물처럼 푸른 눈에 엿보이는 것은 나를 찾는 대다수의 이종족년처럼 욕정이나, 성욕으로 가득하지 않았다는 거였다.
그렇다고 에일레야나 사티같이 일부 정도가 나를 바라볼 때 같지도 않았다.
이건...
그거였다.
꼬맹이들이 지나가는 개미 무리를 발견했을 때,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서 개미를 관찰하는 듯한 눈.
실제로도 쪼그려 앉은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는, 진짜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 그녀를 한참 보다가, 생긴 거랑 다르게 이상한 취향을 갖고 있구나, 혹은 이런 플레이인갑다 여기기로 했다.
“...뭐 없어요?”
“응?”
아니...
없나 보네...
진짜로 여기서 쌩으로 딸치라는 요구였나보다.
존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돈을 주는 사람이 까라는데 까야지.
바지를 내리고서, 존나 눈앞에 있는 여자랑 한다는 기대감에 진작 발기중이었던 내 자지에, 보지도 입도 아닌, 그냥 내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그녀가 요구한 대로 딸치기 시작했다.
“......”
진짜로 그냥 딸만 치라고 한 거였는지, 기습적으로 펠라치오를 해온다든지, 대딸이라도 해준다든지도 없이 그저 빤히 내가 딸치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
이게 대체 뭐 하는 건지 싶으면서도 열심히 딸을 쳤지만.
존나 아무 느낌도 나질 않았다.
“후아암... 저기... 아직도 멀었어...?”
처음 10분간은 빤히 내가 딸치는 걸 구경하는가 싶더니, 20분이고 30분이고 내가 계속 딸만 치고 있자 재미없다는 듯이 하품을 갈기며 그렇게 말하는 여자를 보니 개빡쳤다.
“...좀 도와주시던가요.”
“도와줘...?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를 보고서 고개를 끄덕이자, 흐응하고 콧소리를 내던 그녀가 말했다.
“그래, 그럼... 내가 뭘 해주면 되는데?”
어...
진짜로 해주게?
“그럼, 이걸 입으로 빨...”
“싫어. 더럽잖아...”
내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딱 잘라서 그렇게 말하는 여자를 보니 울컥했다.
안 더러워,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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