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화 〉 망아의 용, 유스티티아 (2)
* * *
하루에 내가 샤워를 얼마나 하는데.
손님 중의 대다수가 냄새에 민감한 웨어비스트들이다보니 하루에만 열 번이 넘게 씻어대는 것이 나였다.
유일한 돈벌이 수단인 자지는 특히나 그랬다.
내 자지도 하나도 안 더러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몸 중에서 가장 깨끗한 부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관리했으니까 진짜였다.
근데 더럽다니.
애당초 그럴 거면 처음부터 말을 꺼내지도 말던가.
하지만...
“그래도, 뭘 원하는지는 알겠네... 자극이 부족한 거지...? 어디보자, 여기 있었을 텐데...”
스윽, 하고 몸을 일으키더니 어딘가로 향하는 여자.
그러더니, 어디 구석에 처박아두기라도 한 걸 찾기라도 하는 것인지 허리를 구부리고서는 뒤적거리기 시작하는 여자의 커다란 엉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으응... 찾았다...”
한참을 그렇게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몸소 딸감을 제공해주던 여자가 이내 들고 온 것은, 내게 무척이나 익숙해 보이는 물건이었다.
“...이게 왜 여기 있어요?”
“응...? 그야 내가 만든 거니까...?”
만들었다고...?
여자에게 건네받은, 내게 있어서는 매우 친숙한 생김새의 슬라임 오나홀을 보다가 다시금 여자를 쳐다봤다.
“...이걸 만드셨다고요?”
“응, 아무튼... 그거면 됐지...?”
되기야 했다.
맨손보다는 수십 배는 기분 좋았으니까.
근데...
“이거 구멍이 없는데.”
“아아, 그쪽에 있는 건 양산이니까... 그건... 응, 슬라임 알지...?”
내가 디스펜서가 되고나서 받은 첫 손님이 슬라임인 뮤뮹뮤뭉이었는데 모를 리가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런 나를 본 여자가 말했다.
“그건 슬라임의 특성을 연구하다가 만든 거거든... 그쪽에 있는 건 슬라임의 특징을 조금 흉내낸거지만... 그쪽 건, 응... 이지가 없는 슬라임에 가깝다고 하는 편이 좋겠네...”
슬라임에 가깝다고...?
아니, 그보다 슬라임을 연구하다가 만드니 뭐니하니까 떠오른 것이 있었다.
지금은 이곳저곳에서도 유용하게 쓰이는 슬라임 공법.
설마, 눈앞의 여자가 그걸 만든 사람인 건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여기 이름부터가 마공학연구센터인데다가 말이 센터인데 정작 있는 사람이라고는 눈앞의 여자뿐이었으니까.
“뭐, 써보면 알 거야...”
아무튼, 그렇게 말하는 여자를 보고서.
대체 어떻게 쓰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자지에 슬라임 오나홀... 아니 그냥 물컹물컹해보이는 덩어리를 가져다 댔을 때였다.
꼬물꼬물...
제멋대로 움직이는가 싶더니, 그대로 내 자지를 삼켜오는 덩어리.
“아니, 씹...!”
눈 깜짝할 사이에 자지 전체를 감싸오는 덩어리는, 이내 미친 듯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조여댔다.
이거, 존나게 오랜만인데.
뮤뮹뮤뭉의 보지가 떠오를 것 같은, 물컹물컹하면서 촉촉한 감촉에, 더욱이 안쪽에서 내 자지에 맞추듯 이런저런 돌기를 만들어대면서 자지를 자극해오니 손으로 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기분이 좋았다.
여자가 슬라임에 가깝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무래도 뮤뮹뮤뭉때만큼은 아니지만, 채취장에서 쓰던 일회용 오나홀보다는 훨씬 기분이 좋았으니까.
심지어 그쪽은 서큐버스 보지를 흉내낸 구멍이 달려있는 건데, 이쪽이 더 나았다.
“원시 슬라임이라고 해야 하나... 원래 슬라임은 이지가 없는, 그거랑 비슷한 거였다는 모양이더라고... 다만, 다른 종족과 계속해서 교접을 반복하던 중에 돌연변이라고 해야 하나... 진화를 이루고, 끝내 슬라임 퀸이라는 것이 태어난 이후로 지금과 같은 느낌의 슬라임이 됐다든가... 그건, 슬라임이 그렇게 되기 전의... 원시 슬라임에 가깝다고 보면 될 거야...”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슬라임의 역사를 알려주던 여자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내가 굳이 잡고 흔들 필요도 없이 자기 혼자서 내 자지를 마구 자극해대는 슬라임 오나홀에 결국 참지 못하고서 사정했다.
뷰우우웃ㅡ♡
안쪽 가득 쏟아부어지는 정액들이, 뮤뮹뮤뭉때와 마찬가지로 슬라임 오나홀 끝부분에 고여 동그랗게, 코어 비스무리한 것에 뭉쳐지는 것이 보였다.
...아니, 설마.
“...이것도 혹시 뭐 번식하고 그러는 건 아니죠?”
“응...? 아, 슬라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모양이네... 안타깝지만 그건 아니야... 가깝기는 하지만, 결국 흉내. 번식까지 가능했다면, 그건 이미 생명이라고 불러도 좋겠지... 아쉽지만, 내가 그 정도는 아니거든....”
설마하니 오나홀을 임신시켜버린다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아서 안심했다.
씨발, 그랬다가는 존나 머리가 어질어질해졌을 테니까.
아무튼, 안심하고서 사정을 마쳤을 때 그런 내게 여자가 말했다.
“끝났으면 그거 이리 좀 줘볼래...?”
“네? 네, 뭐.”
달라니까 줘야지 싶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하는 슬라임 오나홀을 뽑아내서 여자에게 건네줬다.
그러자 내게서 받은 오나홀에 코를 박는 여자가 보였다.
“어...”
씨발?
갑자기 왜 지랄이지 싶었다.
“확실히, 막 사정한 쪽이 훨씬 효과가 강한 모양인걸... 머리가 아찔해지는 기분이야...”
내가 보기에도 머리가 좀 아파 보이긴 했다.
사정 직후의 오나홀에 코 박고서 킁킁대던가 싶더니 저런 소리를 하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거다.
“그리고... 이제 좀 알겠네... 이거, 사티로스 맞지...?”
그 직후에, 여자가 그렇게 말해서 그런 생각 같은 게 싹 날아가 버렸지만.
“재미있네, 응, 이거... 정말로 재밌어. 어째서려나. 넌, 아무리 봐도 평범한 인간인데... 어째서 사티로스 종족만이 가진 고유의 능력이, 그런 너한테서 발현한 걸까?”
그렇게 말하며, 여자가 나를 바라봤다.
푸르른 그녀의 눈동자가, 세로로, 가로로 쩌억 갈라지는 것이 보였다.
그런 그녀의 눈동자에 비치는 내 모습이, 그 십자에 갈기갈기 찢긴 것처럼만 보였다.
“저기? 알려줄래? 너, 정체가 뭐야? 대체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 다른 종족의 능력을 쓸 수 있는 거야? 응? 알려주라. 응? 응? 응?”
나른해 보였던 눈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서 내게 얼굴을 들이밀며 그렇게 묻는 여자를 보고서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스르륵, 하고 그런 내 허리에 감겨오는 것이 보였다.
푸른 꼬리가.
어느새 나타난, 여자에게서 이어진 그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꼬리.
“애, 애미...”
“왜 도망치려는 걸까... 나는 그냥 궁금한 걸 물어봤을 뿐인데. 응?”
그런 나를 보며, 그렇게 말하는 여자를 보고서 몸서리쳤다.
눈앞에 있는 것은 괴물이다.
빼어나게 아름답지만, 그와 동시에 어딘가 비틀려져 있는 괴물.
숨기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드러낸 것인지,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어마무시한 마나가 그 증거였다.
굳이, 집중할 필요도 없이 흘러넘치는 그것은 내 눈에 훤히 보였다.
그것은... 이전에 보았던 호아란의 본질...
거대하고, 거대한 아홉 꼬리를 가진 여우와 마찬가지로,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거대한 날개와, 거대한 이빨을 가진...
인간은커녕, 키가 수 미터는 달하는 수컷 미노타우로스도 가볍게 밟아 뭉개 죽일 만큼, 그 육체만으로도 압도적인 폭거를 자랑하는 괴물 중의 괴물의 형상을.
거대한 드래곤의 형상을 한 마나가, 나를 핥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하, 너 보이는구나? 으응, 호아란의 손길도 느껴지길래 혹시나 싶었는데, 호아란이 너한테 주술도 가르쳐준 모양이네?”
나한테는 그렇게 부탁해도 알려주지도 않았었는데, 하고.
괴물의 형상을 보고서 내가 덜덜 떨고 있자니 여자가 눈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정체가 뭡니까?”
왜 하루가 멀다하고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내가 대체 뭘 어쨌다고.
존나 억울한 마음으로 그렇게 묻자, 여자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아하, 하고 웃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내 소개를 하는 걸 깜빡했었네... 응, 어차피 여길 찾는 녀석들은 전부 날 알고 있으니까... 실수했어...”
날 찾아 오는 녀석도 릴리스 정도뿐이고, 그렇게 중얼거리던 여자가 나를 보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안녕, 나는 유스티티아. 네가 알고 있는, 릴리스와 호아란의 친구야.”
저건 구라다.
언동으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릴리스나 호아란과 친구를 해 먹었을 사람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있었다.
릴리스나 호아란이 제각각 표현은 달랐지만 하나같이 영 좋지 않게 불렀던 여자가 있었으니까.
또라이년.
괴짜.
그렇게 부르던 존재를, 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눈앞에 있는 여자의 종족도, 정체도 알 수 있었다.
릴리스나 호아란과 친구라는 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둘째치더라도, 그 둘과 동격이라고 할만한 존재인 것은 확실해 보였으니까.
그리고 릴리스나 호아란과 동격이라고 할만한 존재는, 같은 스물둘의 영웅밖에 없었으니까.
내 눈에 보이는 것이나 허리에 감겨있는 꼬리를 보아할 때, 그 스물둘의 영웅 중의 누구인가 하는 것도 알 수 있었고.
스물둘의 영웅 중 하나이자, 이 세상에서 가장 강대한 종족인 드래곤이기도 한 존재.
한때 저마다의 차원의 인간들이 살아남기 위해 뭉쳐서, 다른 종족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을 때... 단신으로 찾아와서 그런 인간들의 무기를 전부 ‘분해’하는 것으로 인간들의 항복을 받아냈던 존재.
수많은 차원에서 모인 인간족의 군대를, 홀로 백기를 흔들게 만들었던 영웅.
유스티티아라는 이름보다는, 그 이명으로 더 유명한 존재.
“...망아의 용.”
“응... 그렇게 부르는 녀석들도 있긴 하지...”
하지만, 그런 것보다 하고.
여자가, 홀로 수십만이 넘었던 인간의 군대를 피 한방울도 흘리지 않고 항복시켰던 영웅이,유스티티아가 말했다.
“내가 한 질문... 아직도 말해줄 생각이 없는 거야?”
스르륵, 더더욱 내 몸을 감아오는 꼬리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유스티티아.
덕분에 내가 존나 좆됐음을 느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