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 망아의 용, 유스티티아 (7)
* * *
결국, 내 방에서 시작된 사자 대면.
릴리스랑 호아란, 나랑 유스티티아가 나란히 마주 보는 형식으로 앉자 릴리스가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이게 어떻게 된 건데?”
내게 그렇게 묻는 릴리스의 말에 슬쩍 옆에 있는 유스티티아를 쳐다봤지만, 정작 유스티티아는 존나 태연자약하게 호아란이 타온 차를 마시고 있을 뿐이었다.
“호아란은 차를 잘 탔었구나, 몰랐었어.”
존나 맛있게 차나 마시고 있을 뿐인 유스티티아를 보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말해야 하는 건 나구나.
“...이게, 그러니까.”
근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진짜 모르겠다.
“말해보라니까? 어째서 네가 저년이랑 같이 온 건지,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나를 재촉해오는 릴리스와 후루룩하고 차만 들이켜대고 있는 유스티티아를 보고 있으려니까 조금 억울했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이렇게까지 주눅들 필요도 없지 않나?
따지고 보면 나도 당한 입장이었다.
존나 억울해할 입장이었으면 입장이었지 무슨 죄인처럼 이러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않나 싶었다.
그야 물론 릴리스나 호아란에게 비밀로 하고서 유스티티아랑 만나고 다녔던 것도 있어서 아주 당당하긴 그렇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쫄아 있을 이유는 없다는 소리였다.
물론, 그렇다고 여전히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기엔 막막하기만 했지만.
“...우선, 왜 같이 왔냐면요.”
이것저것 다 제쳐두고서, 일단 유스티티아랑 같이 온 이유에 대해서 말하려다가, 도저히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 것 같아서 그냥 보여주기로 했다.
“...유스티티아?”
“응...?”
“잠시 옷 좀 위로 올려 보실래요? 그거 좀 보여주게요.”
“응, 그래.”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더 빠를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인 유스티티아가 훌렁, 상의를 걷어 올리는 것이 보였다.
“너, 지금 뭐...”
갑자기 내가 유스티티아보고 옷 좀 올려보라고 말하는 거나, 그에 따르는 유스티티아나 릴리스의 입장에선 존나 어이없는 상황이었을 거다.
하지만, 그 뒤에 보인 광경은 아마 더욱 그랬을 거다.
“...뭐야, 그거?”
그렇게 중얼거리는 릴리스.
릴리스의 붉은 눈동자에, 유스티티아의 젖가슴 밑으로 새겨져 있는 예속 각인이 비쳐 보였다
릴리아나의 엉덩이에 새겨져 있는 것과 조금 다르게 생겼지만, 대부분의 모양은 같은 예속 각인이 유스티티아에게 새겨져 있는 것을 본 릴리스가 훽하고 나를 쳐다봤다.
“너... 너, 설마...”
충격이 꽤나 컸는지 말을 더듬는 릴리스.
그런 릴리스랑 달리, 그나마 냉정하게 나와 유스티티아를 번갈아 보던 호아란이 입을 열었다.
“...한조야. 혹, 유스티티아와 하게 된 것이냐?”
여기서 호아란이 말하는 했다는 게 뭘 말하는 건지야 뻔했다.
앞서 예속 각인이 새겨졌던 릴리아나의 경우에는 예속 각인이 새겨지는 과정을 릴리스나 호아란에게 보인 적도 있었고, 아무튼 릴리아나 때는 분명 나랑 떡친 여자한테만, 그것도 상대가 처녀일 적에만 새겨졌던 예속 각인이었고, 그런 점은 릴리스나 호아란도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그마저도 무슨 조건이 있었는지 릴리아나를 제외한, 릴리아나랑 마찬가지로 같은 날에 처녀가 뚫렸던 다른 웨어허니비들에게는 새겨지지도 않았었지만.
아무튼, 그런 만큼 호아란이 뭘 묻는지야 뻔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내 대답은 이랬다.
“아뇨, 그건 아니고요.”
그랬더라면 억울하지도 않았겠지.
아니, 그랬더라도 억지로 당한 셈이었을 테니까 억울하긴 억울했겠지만.
적어도 이 정도로 억울하진 않았겠지.
아무튼, 이번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릴리아나 때처럼, 떡을 치니까 새겨졌던 예속 각인과는 달리 이번 것은 유스티티아가 직접 자기 스스로 내 정액을 매개로 삼아서 몸에 새긴 것이었으니까.
즉,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별로 순결하거나 순수한 몸은 아니였지만, 이번만큼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 않았다기보다는 못했다는 것에 가까웠긴 한데.
아무튼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유스티티아가 내게 예속된 상황이었다.
이게 쾌락 없는 책임인가 뭔가하는 그건가?
유스티티아가 예속 각인의 매개로 삼을 정액을 뽑아내기 위해 내 자지를 냅다 빨긴 했으니까 쾌락도 있긴 했는데.
어쨌거나.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냐면, 웬 길고양이가 목줄이랑 같이 다가오더니 자기 스스로 목줄을 차고는 내 손에 목줄을 쥐어주며 대뜸 ‘키워’를 시전한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조금 다르긴 한데, 유스티티아 본인이 스스로 나한테 예속된 상황이니 조금은 비슷할 테니 넘어가기로 하고.
거기에 나아가서, 그렇게 대뜸 자길 키우라며 들이밀은 고양이를 어떻게 버릴 수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릴리아나 때랑은 달리 유스티티아에게 새겨진 예속 각인은 그녀가 말했던 대로 제대로 되먹는 게 아니라, 여러모로 불완전했던 탓인지 부작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작용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더냐?”
내 설명을 듣다 보니 아예 할 말을 잃어버린 듯한 릴리스와 달리 한참을 침묵 끝에 입을 열은 호아란의 말에 대답한 것은 유스티티아였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부작용이 컸지 뭐야. 응, 이건 내 실수였어...”
“...그래서 그 부작용이 뭐냐고 본녀가 지금 묻지 않았느냐?”
대답했다기보다는, 그냥 혼자 그렇게 말한 것에 가까웠지만.
아무리 호아란이라도 그런 유스티티아를 보니 살짝 빡친 모양인지 머리 위의 여우 귀가 쫑긋하고 서는 것이 보였다.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호아란의 여우 귀를 보니 오랜만에 대노한 호아란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껏 진심으로 빡쳤던 호아란을 본 것은 그 백발 여자 때나 테러 때 민간인들이 때죽음 당했을 때 빼고는 없었으니까, 이것도 업적이라면 업적인데.
아무튼, 호아란마저 그러니까 유스티티아가 이번에는 제대로 된 대답을 했다.
“응, 한조의 정액을 주기적으로 받지 않으면 내 몸에 문제가 생긴다는 거? 오기 전에 한 번 실험해봤는데, 잘못하면 죽을지도...? 실제로도 죽을 뻔했고.”
근데 그 대답이란 게 이따구였다.
내 정액을 받지 못하면 죽는다니, 존나 정상이 아닌 소리였는데.
근데 저게 사실이라는 게 진짜 정상이 아니었다.
“그게 뭔 개소리야...!”
결국, 여태 할 말을 잊고서 넋 놓고 있던 릴리스가 폭발했다.
다행히 여지껏 내가 했던 이야기를 듣기는 한 모양인지 나보다는 유스티티아에게 화살이 돌아갔지만.
“이 씨발년아, 지금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와락, 유스티티아의 멱살을 붙잡고 그렇게 말하는 릴리스.
그런 릴리스의 말에 유스티티아가 눈을 끔뻑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우선, 예속 각인이 되는 매개를, 아 한조의 정액을 말하는 건데 이걸ㅡ”
“이 씹년아, 지금 누가 그거 물어봤어?! 대체 왜 이딴 짓을 저질렀냐고...!”
릴리스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한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그야... 그러지 않으면 분명 거절했을 테니까...?”
“뭐...?”
유스티티아의 말에 우뚝 멈춰선 릴리스.
그런 릴리스에게 유스티티아가 말을 이었다.
“이미 릴리스, 너랑 호아란이 옆에 있으니까... 내가 제시할 수 있는데 얼마 없었는걸...? 돈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고... 예속 각인을 반대로 걸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랬더라면... 아마 너나 호아란이 날 죽이려고 들었을 테니까 그것도 안 됐을 거고...”
그러면 남은 건 하나잖아? 하고 묻는 유스티티아의 말에 릴리스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혈압으로 터질 것 같이 빨개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아, 그래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확도 있었어. 예속 각인을 새기고 나니까 원래보다 훨씬 더, 내 감각이 오랫동안 지속됐으니까. 정액이 필요해진 주기가 되면 약해지는 모양이지만... 효과가 강해진 이유는, 연결이 강해져서 그런 걸까...? 나중에 실험해봐야겠네...”
존나 유스티티아가 저러니까 아무리 릴리스라도 맥이 빠져버린 모양이었다.
“...이 미친년이, 진짜.”
하, 하고 헛웃음을 지으면서 붙잡고 있던 멱살을 풀어버리는 것이 보였으니까.
“...저게, 유스티티아의 말이 정말이더냐? 한조야.”
그런 와중에, 호아란은 내게 유스티티아가 말했던 부작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물어왔다.
그래서 대답했다.
“정말이더라고요.”
처음에 대뜸 자기 혼자서 예속 각인을 새겨버리더니 그런 소리를 하길래 존나 믿을 수가 있어야지.
누구라도 그럴 거다.
대뜸 키워를 시전한 고양이가 자길 안 기르면 죽어버린다느니 하면 누가 믿을까?
그냥 협박하는 거겠거니 여기지.
그래서 한번 증명해보라고 했더니, 정말로 유스티티아는 증명해버렸다.
자기 자신에게 가속 마법인지 뭔지를 걸더니, 잠깐 사이에 자기 자신의 시간을 훌쩍 돌려버린 것이었다.
그 결과는...
그녀가 했던 말이, 부작용이 사실임을 실제로 내 눈으로 확인시켜줬다.
대체 얼마나 시간을 돌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몇 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눈에 띄게 말라비틀어져 가기 시작하는 유스티티아를 볼 수 있었으니까.
본인도 그 정도일 줄 예상하지 못했는지 어라, 하고 풀썩 쓰러지길래 존나 기겁해서 옆에 있던, 미리 싸질렀던 정액을 모아두고 있었던 병을 냅다 입에 물려서 내 정액을 먹이니까 멀쩡해지긴 했지만.
아마 내가 그러지 않았으면, 마침 옆에 미리 뽑아뒀던 정액이 없었더라면 그때 유스티티아는 이승에서 안녕했을 거였다.
내가 호아란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옆에서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그땐 정말 죽는 줄 알았지 뭐야...? 그렇게 빠르게 마나가 전부 말라버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 드래곤 하트에 있던 마나도 전부 사라졌다니까...? 대단하지 않아...?”
저게 미라마냥 말라 죽을 뻔했던 사람이 할만한 말인가...?
아무튼, 부작용에 대한 것도 사실임을 내가 보증하자 침묵하는 호아란이 보였다.
그 대신에, 릴리스가 유스티티아에게 말했다.
“당장 풀어! 네가 새긴 거라면, 그 반대도 할 수 있을 거 아냐?!”
“아직 덜 해석한 거라서 그건 못 해... 애초에, 제대로 성공한 것도 아니라서 부작용도 있잖아...? 대신에, 강제력도 진짜보다는 덜한 모양이지만... 부탁하면, 들어주고 싶어지는 정도로...?”
“너도 못 푸는 걸 왜 새기고 지랄인데 이 미친년아...”
“하지만 릴리스, 생각해봐...? 오히려 풀기 어려우니까 나한테는 이득이 아닐까..? 풀기 쉬웠다면, 너나 호아란이 풀어버렸을 거니까...?”
“이 개미친년이...?”
그렇게 말하는 유스티티아에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유스티티아의 멱살을 붙잡는 릴리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이 개또라이년아?!”
그대로 릴리스에게 멱살을 붙잡혀서 탈탈 털리는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저기, 릴리스. 나 어지러워... 이게 멀미...? 나, 처음 느껴봤어...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네...”
“그냥 뒤져, 이 미친년아...! 그러면 풀릴 거 아냐...!”
“죽는 건 싫은데...”
존나 어지럽네.
옆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나갈 것 같아서, 그런 둘에게서 시선을 돌려서 호아란을 보며 말했다.
“...아무튼 그렇게 된 거예요.”
유스티티아를 데리고 온 이유에 대한 설명은 이걸로 끝이었다.
그런 내 말에 호아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말했다.
“...본녀가 대체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구나.”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나도 이해하기 힘들었으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있자니, 그런 내게 호아란이 말했다.
“허나 그중에서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이 있구나. 결국, 주기적으로 정을 취하기만 하면 그만인 것이 아니더냐? 그렇다면 굳이 이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느냐?”
확실히 그렇긴 하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주기적으로 정액만 제공하면 그만이라면, 지금처럼 2, 3일을 간격으로 찾아가는 정도면 충분할 테니까.
그래서 유스티티아에게 그렇게 말했을 때 들은 대답에 존나 어이가 나갔었지만.
“아, 그건 안 돼... 분명... 나, 까먹고 잠들어 버리거나 할 거니까.”
호아란의 질문에, 릴리스에게 탈탈 털리고 있는 와중에 그렇게 말하는 유스티티아.
아까 나도 당했던, 당당하게 ‘까먹고 있다가 말라 죽으니까 안 돼’를 시전한 유스티티아에 호아란의 말문이 막히는 것이 보였다.
유스티티아의 멱살을 붙잡고 흔들어 재끼고 있던 릴리스도 멈춰버렸고.
근데 정작 거기에 릴리스도 호아란도 뭐라고 반박하지는 못하는 거 보니까, 둘이 듣기엔 존나 설득력이 넘치는 말이었나보다.
여기 오기 전에 유스티티아가 이렇게 말하면 릴리스나 호아란이나 알아들을 거라고 했는데, 진짜로 납득해버릴 줄은 몰랐는데.
대체 얼마나 게으르길래 저러는 걸까.
“...그게 자랑이냐, 이 씨발년아?!”
“저기, 릴리스? 나 진짜 속 울렁거려어...”
아무튼, 그런 그녀의 말에 반박하기보다는 한층 배속해버린 탈탈이에 유스티티아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이 보였다.
안 그래도 하얗던 피부색이 더욱 하얗게 질려가는 것을 보니 진짜로 멀미하는 모양이었다.
“그래, 어쨌거나... 그건 넘어가자꾸나. 하지만, 아직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있구나.”
큼, 하고 헛기침을 하며 그런 유스티티아에게서 시선을 돌린 호아란이 말을 이었다.
“한조야, 그래서 너는... 괜찮은 게냐?”
“네?”
“대충의 사정은 들어서 알겠느니라. 분명... 유스티티아, 저 녀석이 강제로 너에게 짐을 떠안기다시피한 것이겠지. 저런 녀석이었으니 분명 그랬을 것이니라. 그러니 물어보마.”
정말로, 너는 이대로 괜찮느냐고, 그렇게 묻는 호아란이 보였다.
“...네가 유스티티아, 저 녀석의 억지에 휘말릴 이유는 없느니라. 결국, 자업자득이 아니더냐?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니, 딱하기 그지없는 일이나 그 역시 결국 자신이 한 짓으로 인한 소치이니라. 더군다나,애당초죽기 싫거든 게으름을 부리지 않으면 그만인 일이지 않더냐?”
맞는 말이긴 해.
약만 먹으면 낫는 병이 있는데, 그걸 까먹고 안 먹었으면 그 사람 잘못이긴 했다.
“한조야. 네가 원한다면ㅡ”
스물스물, 호아란의 눈 밑으로 올라오는 붉은 무늬들이 보였다.
아마 여기서 내가 유스티티아가 거부한다거나 한다면, 무력으로라도 내쫓아주겠다고 말하듯이.
그런 호아란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요는 없어요.”
나중에 유스티티아가 그녀의 말대로 깜빡하거나 해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찝찝할 것 같기도 하고.
차라리 그럴 바엔 곁에 두고서 확실히 케어하는 편이 낫다 싶었으니까.
그만큼 대금도 받기로 했고.
“...그러하더냐?”
그런 내 말에 스르륵, 다시금 가라앉는 무늬들이 보였다.
“한조 네가 그리하겠다고 결정했다면..., 본녀는 괜찮느니라.”
“뭐? 야...?!”
“어쩔 수 없지 않느냐, 릴리스. 한조가 그리하겠다는 것을. 박기로 결정한 사내 아이는 어미도 말리지 못한다고 들었느니라. 무릇, 결정을 내린 사내 아이는 어미도 말리지 못한다는 말이라고ㅡ”
“또 어디서 이상한 걸 처 읽은 거야?!”
아마 야설이 아닐까?
요즘 또 이상한 거 읽더라고.
아무튼, 호아란이 그렇게 말하자 릴리스에게 붙들어 잡혀있던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그렇게 됐으니까, 잘 부탁할게...? 릴리스.”
뿌득, 하고 릴리스의 이성의 끈이 끊기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 그럼이제 알려줄 수 있는 거지...? 한조는 너희한테 허락 받아야만 알려줄 수 있다고 말해주질 않아서... 한조의 기프트 말인데ㅡ”
눈치가 없는 건지, 그런 릴리스에게 기프트가 어쨌느니 뭐니하는 소리를 하는 유스티티아가 보였다.
“잘 부탁하긴 뭘 잘 부탁해?!”
꽝, 하고 그대로 릴리스의 머리가 유스티티아의 머리와 부딪혔다.
“뀨흡...!”
완벽하게 들어간 릴리스의 박치기에, 이상한 소리와 함께 그대로 엎어지는 유스티티아.
“...후우.”
한숨을 내쉬고는 그런 유스티티아를 내려다 보는 릴리스의 표정이 존나게 살벌했다.
“...이걸 갖다 버릴 수도 없고.”
가능만 했다면 진짜 냅다 갖다 버렸을 것만 같은 살벌한 목소리에, 당분간은 릴리스의 심기에 거슬리지 않게 존나 사리기로 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