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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117화 (117/523)

〈 117화 〉 내 꿈은 식신 마스터 (1)

* * *

막상 유스티티아의 드래곤 하트를 받긴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이걸 어째야 할지 감이 안 왔다.

명색이 드래곤 하트다.

사실상 어디 팔려고 해도 살만한 사람을 찾는 게 더 일인 고가의 물건이란 소리였다.

내 바디체커에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하는, 하나에 백만 원 언저리 하급 마나석랑 비교하면 먼지만도 못하게 만들 만큼, 아득하게 뛰어넘는 물건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런 드래곤 하트를 만지작거리다가 유스티티아에게 물어봤다.

“이거 어떻게 쓰는 게 제일 좋아요?”

생각해보니까 팔기보다는 내가 쓰는 편이 더 나은 것도 같아서 그렇게 물어보자 유스티티아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말했다.

“응, 역시 제일 좋은 건 직접 흡수하는 거려나...? 드래곤 하트에서 떼어낸 조각인데다가 워낙 오래전 일이라 지금은 그냥 거대한 마나 덩어리나 마찬가지니까...”

워낙 오래전이라니, 대체 얼마나 오래전이길래?

아무튼, 드래곤 하트를 흡수하는게 제일 좋다라...

그냥 먹으면 되려나?

이래봬도 릴리스가 챙겨줬던 엘릭서나 아리아드의 수액, 호아란이 요리해줬던 백년 하수오에 요즘 열심히 먹고 있는 릴리아나가 내어준, 웨어허니비들의 여왕이나 먹는 벌꿀처럼, 이것저것 먹어본 영약이 꽤나 많았다.

가장 처음 마셔버렸던 엘릭서만큼은 아니더라도 하나같이 최하급에서 중급까지는 가는 영약들을 먹어왔던지라 괜히 입맛이 돌았다.

먹어도 딱히 무공을 익힌 것도, 마법을 배운 것도 아니고 기껏 해봐야 주술 입문의 입문 수준만 배웠을 뿐이라 어따 쌓아놓고 써먹을 곳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퍼먹어대던 영약이 아주 효과가 없는 건 아닌지 덕분에 몸은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게 보였다.

하도 잘 먹고 다녀서 그런지 요즘 내 피부가 아기보다 더 뽀송뽀송할 정도였다.

아무튼, 조각에 불과하긴 해도 드래곤 하트다.

이 정도면 거의 엘릭서에 준하거나, 그보다 더 위쪽에 있는 영약이라고 쳐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먹으면 사라질 테니 아쉽기는 한데, 어떻게 팔지도 못하고 처박아둘 바엔 먹는 게 남는 거다 싶어서 냅다 입에 드래곤 하트를 털어놓으려던 찰나에 그런 내게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근데 아마 그건 힘들 거야. 너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실패하면 펑하고 터질걸?”

입 안에 드래곤 하트를 떨어트리기 직전에 멈춘 내가 그런 유스티티아에게 물었다.

“...터져요? 드래곤 하트인데?”

“으응, 그쪽 말고.”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말하는 유스티티아.

그런 유스티티아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덕분에 무척이나 잘 알 수 있었다.

드래곤 하트가 아니라 내가 터진다는 소리였구나.

펑하고 터진다는게 드래곤 하트가 아닌 나일줄은 몰랐는데.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그 다음으로 좋은 방법은 아티펙트로 만드는 쪽이겠네...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사실 이쪽이 더 나을 거야”

오...

드래곤 하트로 만든 아티펙트라.

뭔가 개쩔거 같았다.

“그치만 이쪽은 드래곤 하트가 가진 출력을 버틸만한 소재가 필요하겠지... 세계수의 나무줄기에, 드래곤의 이빨이나 뼈, 비늘 같은 것들...? 그게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소재들이 잔뜩 필요해.”

뭐지?

하나같이 존나 비싸 보이는 소재들인데.

하나같이 구하기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당장 드래곤의 이빨은 눈앞의 유스티티아가 드래곤이고 세계수라면 아는 세계수의 정령이 한 분 계셨다.

그리고 그에 준하는 소재라고 하는데, 왠지 그것들도 주변에 널려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조야, 갑자기 왜 본녀의 꼬리를 보는 게냐?”

“아뇨, 그냥요.”

호아란의 꼬리털도 어떻게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당장 호아를 비롯한, 호아란의 분신들인 인형들도 전부 호아란의 꼬리털로 만든 거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고 호아란에게 꼬리털 좀 달라고 하긴 그렇긴 한데.

그게 아니더라도 구할 곳은 있었으니 상관없긴 했다.

아리아드도 보지 못한 지 꽤 됐고, 많다고 생각했던 수액도 퍼마시다 보니 벌써 다 마셔가니까 언제 한번 수액을 받으러 가는 김에 가지 좀 달라고 해봐야겠다.

그나저나, 아티펙트를 만든다고 치면 대체 뭘 만들어야 하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거기에,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요한 것들도 있겠지. 드래곤 하트의 출력을 버틸 소재만 구한다고 바로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진은도 있어야 할 테고... 또...”

어...

근데 소재만 구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거 말고도 필요한 게 꽤나 많았다.

세계수의 가지나 드래곤의 이빨 같은 것만은 못해도 하나같이 비싸 보이는 이름들의 물건들을 잔뜩 말하는 유스티티아를 보고서, 드래곤 하트를 아티펙트로 만드는 것도 존나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

중요한 소재는 당장이라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자잘한 것들이 문제가 되는 케이스라고 해야 하나.

게임할 때 장비를 만들 때 필요한 핵심 소재는 구했는데 그 외에도 필요한 자잘한 것들이 잔뜩 남아있어서 못 만드는 느낌이었다.

“...그 다음은요?”

“별로 추천하지는 않는데, 많은 마나가 필요한 일에 소모하거나 하는 식으로도 쓸 수는 있을 거야.”

난 못하는 거네.

마나, 그러니까 기나 내공으로도 부르는 것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써먹을 수는 있겠는데.

난 아직 호아란이 처음 내줬던 과제인 여우 구슬을 들어 올리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야 여우의 숲에서 나온 이후로 연습이라곤 전혀 안 하고 있어서 그런 것도 있긴 한데.

아무튼, 유스티티아의 말을 듣고서 손에 쥐고 있는 드래곤 하트를 바라봤다.

직접 복용하는 건 내 몸이 펑 터질지도 모르니까 무리고, 그렇다고 아티펙트로 만들어서 쓰기엔 내게 지나치게 고급진 물건이었다.

드래곤의 이빨이니 세계수의 나뭇가지니 하는 걸 제외하더라도 재료비만 수억은 가볍게 넘어갈 것 같으니 릴리스에게 진 빚을 갚느라 항상 쪼들리는 내 지갑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래서야 아무 쓸모도 없지 않나...?

그냥 팔까...?

근데, 막상 판다고 생각하면 너무 아까웠다.

애당초, 일단은 유스티티아가 날 아들로 삼은 기념으로 내어준 물건인데 팔기는 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당장 쓰기 곤란하다면 호아를 강화하는데 쓰는 방법도 있느니라.”

내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실망하고 있자니 그런 내게 호아란이 말했다.

“...강화요?”

호아란의 말에 내가 되묻자, 그런 나를 보며 호아란이 말을 이었다.

“그러하느니라. 결국 드래곤 하트도 기의 덩어리이니 충분히 가능할 것이니라. 다만, 이러면 나중에 다시 회수할 적에는 다소 기가 낭비되기는 하겠구나. 강화에 소모한 부분은 다시 돌리기 어려우니 말이다.”

호아의 강화라.

내 경호원 비스무리한 호아였으니 그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막상 그런 호아를 안 챙기고 다니다가 줘터지는 경우가 더 많았지, 호아에게 지켜지거나 한 적은 없는 것 같기는 한데.

아무튼, 호아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빼먹고 다니던 내 잘못이지, 호아야 경호원으로서 차고 넘치는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꼬리 하나뿐인 호아란의 분신이자 식신인 호아였지만, 그 꼬리 하나짜리 분신이 백발 여자를 줘팼던 것을 생각했을 때, 마찬가지로 꼬리 하나 달린 호아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것이 좀 끌리긴 했다.

호아를 강화하는 데 쓰면 드래곤 하트가 조금 줄어든다고 하니 고민되기는 했지만.

“...그게 아니면, 내가 그냥 필요한 거 구해줄 테니까 그냥 아티펙트나 만들던가. 드래곤 하트라면, 네가 쓰고 있는 바디체커보다는 더 좋은 걸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내게 그렇게 말하는 릴리스.

그런 릴리스를 보다가 말했다.

“공짜 아니잖아요. 그거.”

그런 내 말에 릴리스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말했다.

“당연히 갚아야지. 그럼 그냥 떼먹으려고?”

그건 아닌데.

아직 엘릭서랑 무고 때 진 빚을 갚지도 못했는데 여기서 더 늘리는 건 좀...

무이자에, 딱히 릴리스가 갚으라고 독촉하는 것도 아니긴 해도 빚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좀 찜찜해서 그랬다.

아직 갚아야 할 빚이 20억이 훌쩍 넘는데, 여기서 또 빚을 지라고?

그래도, 릴리스에게 부탁하면 어지간한 건 전부 구해다 줄 테니까 아티펙트를 만드는 것 자체는 금방이긴 할 것 같긴 했다.

돈이야 나중에 갚으면 그만이기도 하고.

“으음...”

호아의 강화냐, 아티펙트냐, 그것도 아니면 존버해서 그냥 내가 먹어버리는 방법을 찾는 법이냐.

존나 고민되네.

결국,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것은 드래곤 하트로 호아를 강화하는 것에 쓰는 방법이었다.

나중에 회수해도 된다고 하고.

다소 드래곤 하트를 사용한다고 쳐도, 솔직히 나는 그러나 저러나 별 티도 못 느낄 것 같으니까.

“부탁할게요, 호아란 마망.”

“음, 본녀에게 맡겨주거라.”

내게서 드래곤 하트를 받아든 호아란이 가슴을 앞으로 쭉 펴며 그렇게 말했다.

근데 강화하니까 갑자기 걱정되는데.

설마 손이 미끄러졌다고는 하지 않겠지?

호아란이 그럴 리야 없겠지만, 강화에 뿌리 깊은 불신이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아, 이 기회에 호아를 한조 네게 양도하는 것도 좋겠구나.”

“양도요?”

“지금은 주술 수련을 그다지 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기를 다루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았더냐? 슬슬 식신 하나쯤은 다룰 수 있을 것이니 어떠하느냐?”

그랬었나?

딱히 그런 느낌은 없었는데.

근데 호아란이 저렇게 말하니까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아까도 그렇고, 기프트를 발현할 때 내 몸에 흐르는 기운을 좀 더 잘 느끼게 되기도 했고.

그나저나 주술 수련을 하지 않는다고 말할 때 살짝 나를 흘겨보는 걸 보니 여태껏 티를 내지 않았지만 호아란도 내심 섭섭했었나 보다.

그런 호아란의 모습에 괜히 찔끔하고 있자니, 나를 바라보던 호아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딱히 질책하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거라. 네가 바쁜 것은 본녀도 알고 있음이니. 애당초, 그럴 형편이 없던 경우도 많지 않았느냐?”

다행히 용서해준 모양이었지만.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양도니 뭐니 잘은 모르겠지만 호아란이 이상한 걸 할 리도 없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잠시 실례하마.”

그렇게 말하며 살짝 발돋움하더니 내 머리카락을 뽑아내는 호아란.

그대로, 내 머리카락 몇 가닥을 뽑아든 호아란을 보고서 내가 말했다.

“그거면 돼요?”

“어디까지나 임시로 양도하는 것이니 이거면 충분 하느니라.”

그렇다면야 상관없는데.

뭐, 호아란이 어련히 알아서 잘해주겠거니 싶었다.

“그럼, 기대하고 있거라.”

내 머리카락을 꼭 쥐고서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찰싹, 찰싹하고.

누가 내 뺨따구를 때리는 기분이 들었다.

뭔데...?

잘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뺨따구를 때리는 느낌에 잠에서 깨버리니 기분이 장난 아니게 나빴다.

릴리스가 잠버릇이 나쁘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잠버릇이 나빴던 릴리스도 하지 않았던 거니 아마 이번에 합류한 유스티티아의 짓이 분명했다.

나는 릴리스보다 더 잠버릇이 나쁜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역시 1인 1침대를 주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뜨자, 처음 보는 꼬맹이의 얼굴이 보였다.

“...뭐지.”

꿈인가?

눈을 뜨자 보인 것은, 검은 머리카락이 한줄기 가로지르듯이 나있는 금발의 꼬맹이였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웬 처음 보는 꼬맹이가 뺨따구를 때리고 앉아있는데,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할 거다.

근데, 그 꼬맹이한테 맞은 뺨이 살짝 아린 걸 보면 꿈은 아니었다.

“어허, 잠은 그런 식으로 깨우면 못 쓰느니라.”

꿈이 아니라면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렇게 말하며 내 가슴팍에 앉아서 뺨따구를 찰싹거리고 있던 꼬맹이를 들어올리는 호아란이 보였다.

“호아란 마망? 그럼 그 꼬맹이는...”

“음? 아아, 호아이니라.”

아니.

호아라고?

짜리몽땅했던 인형에 가까웠던 호아가, 대체 어떻게...?

“...호아!”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호아란이 호아라고 주장한 꼬맹이가 그런 내게 꼬리를 휘둘렀다.

“푸흡...?!”

느닷없이 꼬리로 처맞았는데, 푹신푹신해서 별로 아프지는 않았다.

게다가, 원래 호아는 꼬리가 하나뿐인데 이 꼬맹이는 꼬리가 무려 다섯개였다.

이게 진짜 호아라고...?

아니, 호아라고 치고서 대체근데 대체 왜 이러나 싶어서 눈을 끔뻑거리고 있는데, 그런 나를 보며 호아란이 말했다.

“아무래도 꼬맹이라고 하여 화가 난 모양이구나. 더군다나 짜리몽땅하다고 하였으니 화가 날만하지 않느냐.”

그렇구나.

“...저 짜리몽땅하다고도 말했었어요?”

“하지 않았느니라. 다만, 생각은 하지 않았느냐?”

“어...”

...내가 그렇게 생각한 걸 호아가 안건 둘째치고, 그걸 호아란은 대체 어떻게 아는 걸까.

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호아란이 그런 내게 말했다.

“아직 호아랑 본녀 사이의 연결이 이어져 있기 때문이니라. 이제 의식을 거쳐 호아가 네 식신이 된다면 본녀와의 연결은 끊어질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그렇다면 다행인데...

“아.”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가 아차했다.

“...뭐가 다행이란 것이냐, 한조야? 혹, 본녀에게 비밀로 하고 있는 것이 있는 것이더냐?”

생글생글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

웃는 얼굴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말하는 호아란인데, 어째선지 존나 무서웠다.

“본녀가 무섭다고...?”

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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