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 내 꿈은 식신 마스터 (5)
* * *
대충 호아란의 수업을 듣고서, 저녁 무렵에는 여우불과 강체, 순보, 역조, 분신이니 하는 것들도 쓰게 할 수 있었다.
여우불이랑 강체는 넘어가서, 순보는 짧은 거리를 뛰어넘는 주술이었고 역조는 그냥 존나 쩌는 손톱으로 죄다 찢어발기는 거고 분신은 그냥 분신이었다.
이것저것 호아란에게 더 배우기는 했는데, 당장 내가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 호아의 주술은 그렇게 네 가지가 전부였다.
“...그거 같네.”
마침 딱 배운 기술도 네 개고.
기술마다 사용되는 기의 양이 달라서, 지금의 나로서는 이리저리 분배해서 사용한다고 해도 저마다 사용 제한 횟수가 있으니 진짜로 딱 그거 같았다.
물론,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주술만 그렇다는 거지 그냥 호아에게 기를 주면서 자율 전투를 맡기면 훨씬 더 잘 싸우기는 한데.
심지어 그냥 드래곤 하트를 써가면서 싸우도록하면 그것보다 더 잘 싸울거고.
하지만, 일단 중요한 것은 나도 이제 제법 식신을 다루는 법을 익혔다는 거였다.
그래서인지, 그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호아란이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지만, 그래도 시험해보는 것이 좋겠구나.”
“시험이요?”
“그래, 배우기는 했지만... 연습과 실전은 다른 법이지 않느냐? 릴리스. 좀 도와주거라.”
“응? 나? 뭐, 좋아.”
“아니.”
시험이라면서 갑자기 최종보스격인 릴리스를 꺼내오시면...
패배 이벤트도 아니고 이게 뭔가 싶었는데, 릴리스도 내가 주술을 배우는 동안 심심했었는지 흔쾌히 승낙해버렸다.
“장소도 옮기는 것이 좋겠구나.”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기는 호아란.
쩌어억, 하고 눈앞에 열린 문이 보였다.
“자, 가자꾸나.”
“...어디로 가는데요?”
“릴리스가 마음대로 날뛰어도 상관없는 곳이니라.”
아니.
무섭게시리 마음대로 날뛰어도 되는 곳이니 뭐니 그러지말아줬으면 좋겠다.
근데 내가 그렇게 말해도 호아란은 릴리스도 손대중을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고 말할 뿐, 딱히 전이문을 닫거나 하지는 않았다.
결국 호아란이 만든 공간전이문을 통해서 넘어간 곳은, 사방이 황무지인 곳이었다.
“어... 이런데가 주변에 있었나요?”
“없느니라. 여기는... 한때 사천이라고 불리던 곳이니라.”
존나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어디였는지 생각해보다가 이내 떠올릴 수 있었다.
한때 존나 넓고 존나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던 나라에 딸려있던 도시였던 곳이었다.
도시였던 곳인 이유는, 세상이 좆망하면서 한창 혼란스러웠던 와중에도 이 동네는 훨씬 더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땅이 넓고, 인구가 많다는 건 그만한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는 셈이었고.
그건 다른 세상도 마찬가지라는 소리였으니까.
시밤쾅하고 세상이 합쳐졌을 때, 여기는 특히 핫플레이스였다는 소리였다.
근데 그게 지성을 갖춘 이종족만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다.
오우거니 트롤이니 하는 괴물들도 죄다 튀어나왔으니까.
특히, 제일 문제가 됐던 것은 마침 여기서 살고 있던 존재들이었다.
오우거니 트롤이니하는 몬스터들이야 여기만이 아니라, 온동네에서도 다 튀어나온 문제였지만 여기서는 대형급 몬스터로 취급받는 오우거나 트롤 같은 몬스터도 벌레처럼 뭉개 죽일만한, 초특급 대형 몬스터들이 있었으니까.
“...여기가 사흉이 있던 거기라고요?”
“맞느니라. 그 사흉이 있었던 사천이니라.”
이 동네에서 유명했던 전설 속의 괴물들의 이름을 따와서 붙여진, 재해급 몬스터들.
혼돈과 도올, 궁기와 도철이라는 이름의 몬스터들이 있었던 사천.
하나하나가, 한 나라를 무너뜨리고도 남을만한 괴물이라고 해서 재해급이라고 붙여진 녀석들이 워낙 넓은 땅덩어리라 그런지 네 마리나 등판해버린 동네가 여기라고?
한때 세상이 좆망한다고 생각했던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괴물들이 도처에서 튀어나와서기도 했었는데...
지금 내가 그 장소에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물론 그때 이 세상이 좆망하지 않은 이유야 뻔했다.
재해급이라고 불렸던 몬스터들 대다수가 그보다 더한 존재들에게 하나같이 레이드 당해서 죄다 반갈죽당했으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도 오랜만이네. 그나저나 아직 전혀 복구되지 않은 모양인데?”
“그때 망가진 곳이 워낙 많았으니 별 수 없지 않느냐? 더 중한 곳부터 재건해나감은 당연하니라. 더욱이 이곳의 땅들은 혼돈과 궁기가 뿜어낸 독기로 오염되었으니, 아마 사람이 살아갈 만한 곳이 되려면 십수 년은 더 기다려야할 것이니라.”
그리고, 그 사흉을 비롯한 재해급 몬스터들을 레이드 뛴 당사자들인 릴리스랑 호아란이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유스티티아가 집에서 퍼질러 자고 있지 않고 따라왔더라면, 그 사흉이니 뭐니하는 것을 포함해서 재해급 몬스터들을 직접 레이드 뛰어서 잡았던 스물둘의 영웅들 중 셋이나 여기에 온 셈인데, 안타깝게도 유스티티아는 집에서 퍼질러 자고 있었다.
“...독기요?”
근데 존나 심상치않은 소리가 들려와서 그렇게 묻자, 그런 나를 호아란과 릴리스가 바라봤다.
“아, 걱정하지 말거라. 한조 너는 본녀가 결계로 보호하고 있음이니.”
“그리고 여태 퍼먹은 것 때문에 어지간한 독기로는 별로 문제는 없을걸? 벌써 2년이 넘게 지났으니 어느 정도 중화됐을 거고.”
내 몸이 언제부터 그런 몸이 된 거지.
존나 퍼주는 대로 먹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재해급이 뿜어냈다던 독기로도 어지간하면 버틸 수 있는 몸이 되어버린 모양이었다.
별로 문제는 없다로 끝내는 걸 보니 소설 속에서 말하는 만독불침이니 뭐니 하는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하여간에, 여기라면 정말로 날뛰어도 상관없겠네. 오히려 나중에 복구하려면 전부 갈아엎어야할 테니 도움도 될 지도.”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푸는 릴리스를 보고서 기겁했다.
“아니, 날뛰긴 뭘 날뛰어요. 상대는 저거든요?”
“정확히는 호아이지 않느냐? 걱정하지 말거라. 만약에는 본녀가 제대로 지켜줄 테니.”
아니.
“그럼, 시작하자꾸나.”
호아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릴리스가 씨익, 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간다?”
재미있다는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릴리스의 눈이 붉게 빛나는 것이 보였다.
“아니, 잠깐...”
그런 릴리스를 보고 내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대뜸 땅을 박차며 달려드는 릴리스에 존나 기겁한 내가 뒷걸음질치며 호아에게 명령했다.
“호아, 순보!”
“호아!”
나를 붙잡고서, 그대로 순보를 펼치는 호아.
콰아앙!
나랑 호아가 저만치 뒤편으로 순보를 사용해서 이동한 직후에 나랑 호아가 있던 곳에 릴리스의 주먹이 처박히면서 사방으로 파편이 튀어대는 것이 보였다.
“씨발...?”
피하지 않았으면 내 몸이 저렇게 분해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소름이 다 돋았다.
“잠깐만요, 어머니. 너무 진심이지 않아요?”
“아직 진심으로 하는 것도 아니거든?”
그야 아직 2단 변신도 아니고 평상시나 다름없는 모습이긴 한데. 그래도 저거 내가 맞았으면 입원으로는 안 끝났을 것 같은데.
지금은 발기중이라서 기프트가 발현중인것도 아니니 한 대만 처맞아도 뼈와 살이 분리되고 그대로 끔살 확정이잖아.
“잠깐만 타임...”
“네가 적이라면 기다려주겠냐? 이 멍청아.”
내 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 릴리스.
아니.
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도 지금은 실제상황도 아닌데 너무하지 않나 싶었다.
“자, 징징대지말고, 어디 이것도 받아봐.”
근데 나만 그렇게 생각한 모양인지, 그렇게 말하며 땅을 차올리는 릴리스가 보였다.
콰앙!
그냥 가볍게 발길질했을 뿐인데, 박살이 나버린 파편들이 내 쪽으로 마구 쏟아졌다.
힘조절을 어떻게 한건지, 하나같이 머리통만한 돌멩이들이 쏟아지는 것이 존나 호러였다.
“애미, 진짜.”
다시 순보를 써서 피하려고 했는데,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건 좋지 않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뭐지...?
대체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호아란이 있으니 정말로 좆되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 한번 내 직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호아, 여우불.”
“호아?”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는 호아.
그러다가 좆될 텐데하는 호아의 의념이 내게 전해져왔다.
내가 기를 전해주는 것으로 호아가 쓸 수 있는 여우불은 아직 호아가 혼자서 쓰는 여우불에 비하면 출력이 상당히 낮았으니까.
파편들을 막는데 여우불을 썼다가는 되려 돌멩이들이 녹아내리거나, 여우불에 불이 붙어버린 셀프 메테오꼴이 날거라는 호아의 의념이 아주 잘 전해져왔다.
너무 잘 전해져와서 정말로 셀프 메테오에 처맞는 내 모습이 떠오를 지경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재차 명령하자 고개를 끄덕인 호아가 여우불을 사용해서 날아드는 파편들을 향해 쏘아대는 것이 보였다.
근데...
슈슈슉, 그대로 여우불이 돌멩이들을 통과하며 지나치는 것이 보였다.
“호아...?”
자기가 쏘아낸 여우불이 돌멩이들을 그대로 통과해버리자 이게 뭔가 싶은 표정을 짓던 호아가, 이내 그렇게 통과해버린 돌멩이들이 내게 들이닥치려고 하자 화들짝하며 꼬리를 펼쳐서 이를 막으려고 했다.
근데 이미 늦었다.
그렇게 여우불을 통과해버린 돌멩이들이 그대로 내 몸에 박혔으니까.
근데...
“호아아...?”
그런 내 몸도 마찬가지로 통과해버리며 지나가는 돌멩이들을 보고서 호아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하는 얼굴로 나를 보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덕분에 나는 지금 내가 무슨 꼴을 당하고 있는 건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더듬더듬, 돌멩이들이 통과해서 지나간 몸을 만져보다가 내가 말했다.
“아니, 진짜. 언제 걸었어요, 이건?”
“눈치도 빠르네. 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그리고, 환몽을 걸은 건 시작할 때부터야.”
존나 아무렇지도 않게 시작하자마자 내게 환몽을 걸은 사실을 알려주며 어깨를 으쓱이는 릴리스를 보니 살짝 꼴받았다.
더 늦게 알아차렸더라면, 그냥 환몽에 갇힌 채로 힘이나 쪽 빼고 있었을 테니까.
“근데 어떻게 눈치챈 거야? 별 낌새는 못 느꼈을 텐데?”
“어, 그건...”
그냥 뭔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을 뿐인데.
그러고보니 내가 환몽에 걸린 사실을 눈치챈 것도 이상하긴 한데.
“뭐, 아무래도 좋나... 이번 건 그냥 환상이었지만, 다음부터는 실제로도 아픈 환상이니까 조심해.”
“네?”
잠깐만.
조심하라고 말만하지 말고 그냥 안하면 안되나 싶었는데, 그건 안되는 모양인지 릴리스가 씨익 웃으면서 거대한 불꽃을 소환했다.
호아의 여우불은 그냥 꼬꼬마불처럼만 보일 정도로, 존나게 큰 불꽃을.
“자, 화끈해지기 싫어지면 잘 해봐.”
바삭해지는 게 아니라?
“호아, 순보!”
저 불꽃이 환상이라는 걸 알아도, 릴리스가 아플 거라고 했으니 진짜 존나게 아플 것이 분명했으니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순보를 써서 불꽃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애미, 씹.”
근데, 피하는 곧장 다시 날아드는 릴리스의 불꽃.
또 순보를 써가면서 피하지만, 그러는 족족 날아드는 불꽃들이 보였다.
안 그래도 여우불의 몇 배는 코스트가 비싼 순보를 존나 쓸데도 없는 것에 자꾸 써버리니까 피로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애당초, 호아란에게 주술을 배우는 도중에도 주술을 쓰기도 했고.
이미 상당히 체력이 소진된 상황인데도 빤스런만 주구장창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지쳐서 뒤질 것 같으니까 존나 죽을 맛이었다.
“...호아.”
“그래, 이대론 좆되지.”
제일로 급한 건 역시 환몽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릴리스의 손에서 놀아나는 것밖에는 못 할 테니까.
그리고, 환몽에서 벗어나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존나 어쩔 수 없으니, 주머니에서 꺼낸 릴리스의 팬티를 코에 박았다.
“아니, 이 씹새끼가?”
이번에도 릴리스의 팬티를 돚거한 건 아니였다.
그냥 전에 썼던 릴리스의 팬티를, 릴리스가 못 입게 됐으니 나보고 버리라고 한 것을 안 버리고 챙기고 있었을 뿐이지.
릴리스의 입장에선 버리라고 했던 팬티를 안 버리고 내가 들고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개빡쳤을 것 같았지만, 덕분에 나는 이미 기프트가 발현하기 시작했다.
쩌저저적ㅡ
세계가, 릴리스가 펼친 환몽으로 만들어진 세상이 무너진다.
“호아아...?”
그리고, 동시에 바닥까지 치닫았던 기가 다시금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기에 개빡쳐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릴리스를 향해, 호아에게 여우불을 쏘라고 명령했다.
“호아...!”
푸확, 하고 원래보다 두세배는 커다란 여우불을 릴리스를 향해 쏘아대는 호아.
“너, 씨발. 내가 그거 버리라고 했었지?”
근데 존나 안통하네.
“호아야, 분신!”
“호아!”
촤르륵, 호아의 소매에서 꼬꼬마 부적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그 꼬꼬마 부적들이 꼬꼬마 호아로 변했다.
“여우불!”
“호아아아!”
호아들이 동시에 여우불을 쏘아대자, 존나게 기가 빨려나가는 기분이 들었지만, 십수발로 늘어난 여우불들이 릴리스를 덮쳤다.
“분명,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근데, 그게 왜 네 손에 있을까? 응?”
안 통하네...?
“아, 쫌.”
별로 통하지 않는 거야 이해는 하는데, 존나 아무렇지도 않게 여우불을 맞아가면서 성큼성큼 다가오니까 존나 호러물이었다.
“호아아아...”
호아들도 그런 릴리스에 존나 쫄아버렸고.
호아를 분신들이 감싸안으면서 오들오들 떨고 있으니까 존나 안쓰러운 모습이나 다름없었다.
“흥...!”
그런 호아들을 지나쳐서 내게 다가오는 릴리스.
“이리 내놔, 너한테 맡긴 내가 병신이지.”
“아, 안 돼...”
내 목숨을 구해준 부적을 이렇게 뺏길 수는 없었다.
“안되긴, 지랄하지 말고 빨리 내...”
“호아!”
촤아악, 하고 쫄아버린 척을 하고 있던 호아의 손톱이 길게 늘어졌다.
검게 물들은, 길게 뻗은 손톱이 그대로 릴리스에게 휘둘러졌다.
부욱, 하고 릴리스의 뒤편에서 그어진 역조.
손톱이라서 근딜이긴 했지만, 강체와 동시에 펼친 역조는 여우불의 몇 배는 강한 위력을 지니고는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우불을 수십 발이나 처맞아가면서도 그을림 하나 없던 릴리스의 옷에서 투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등 뒤로 맞은 역조에 찢겨져서 흘러내려 버리는 릴리스의 옷이 보였다.
“와, 씹.”
오랜만에 봤는데, 역시 개꼴렸다.
내가 본 가슴중에서 가장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서큐버스 퀸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개꼴린 가슴을 감싸고 있는 검은 란제리 브라가 보였다.
“너... 이거 내가 아끼는 옷이었는데....”
근데, 시발 좆됐네.
옷만 찢어지고, 데미지는 전혀 받지 않은 듯한 릴리스가 보였으니까.
심지어 공격을 당해서 속옷 차림이 보여진 것보다는, 옷이 찢어졌다는 것에 더 빡친 것 같았다.
진짜 제대로 빡친 것 같으니, 이대로라면 순보니 뭐니해도 곧장 붙잡혀서 대가리가 쪼개지도록 처맞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까 남은 최종 수단을 쓰기로 했다.
“호아란 마망...! 살려줘요...!”
그런 내 외침에 쓴웃음을 지은 호아란이, 그대로 펄쩍 뛰어서 내게 다가오던 릴리스를 막으며 말했다.
“릴리스, 시험은 이쯤 하는 것이 좋겠구나.”
“뭐? 잠깐만 기다려. 한 대만, 딱 한 대만 때리게.”
“한조가 잘못한 부분도 있긴 했지만, 옷이 찢어진 것은 릴리스 네가 방심해서 그런 것이지 않느냐?”
“내가 지금 그거 때문에 화난 줄 알아? 저 새끼가 자꾸 남의 팬티 가지고 지랄하잖아!”
“...그 부분은 확실히 한조의 잘못이긴 하구나.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떠하느냐?”
그렇게 말한 호아란이 내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한조야. 그렇게 원한다면 본녀의 것을 대신 줄터이니 릴리스의 팬티는 이만 버리자꾸나.”
...호아란의 팬티?
내가 그런 호아란을 쳐다보자 살짝 얼굴을 붉히는 호아란이 보였다.
릴리스의 팬티랑 달리, 원주인인 호아란에게 허락받고 당당하게 받는 팬티라고...?
“넹.”
들고 있던 릴리스의 팬티를 호아란에게 넘겨주자, 내게서 릴리스 팬티를 받은 호아란이 말했다.
“자, 이제 문제가 없어졌느니라.”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
근데, 정작 릴리스는 아까보다 더 빡친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씹새끼가?”
“아니, 버리라면서요.”
그래서 버렸는데 또 왜 그러는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