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 아티펙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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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유스티티아에게 세 번이나 빨린 뒤에 유스티티아에게서 힌트를 들을 수 있었다.
“힌트는 네가 사용하고 있는 능력들의 본래 주인... 그 셋이 네게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감정이야.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유일하게 그 셋에게 있는 공통점이라면 그 정도뿐이니까.”
에일레야나 사티, 릴리아나가 내게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감정이라니.
그런 게 있었나 싶었는데, 그런 나를 보며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거? 그것도 아니면...”
아니, 뭔데.
힌트라면서 또 수수께끼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유스티티아에게 그냥 좀 알려주면 안되냐고 물으려고 했을 때였다.
띠로링, 하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현관문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열린 문 사이로 나랑 눈이 마주친 호아란이 화악, 밝아진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한조야, 오늘은 일찍 왔구나!”
양손 가득 채운 장바구니를 들고 온 호아란.
누가 보더라도 막 장보고 들어온 모습의 호아란의 말에 내가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어... 다녀오셨어요, 호아란 마망.”
“한조 네게 다녀왔냐는 소리를 듣는 건 또 처음인 것 같구나.”
“...그러게요.”
언제나 호아란이 해주면 해줬지 내가 호아란에게 한 적은 없긴 했지.
그야 대부분은 호아란이 집을 보는 상황이 많았으니까.
근데 지금은 그럴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응? 그나저나, 뭘 뿌린 모양이구나.”
킁, 킁하고 내게 다가온 호아란이 냄새를 맡더니 그렇게 말했으니까.
덕분에 존나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조금만 호아란이 일찍 왔어도 유스티티아에게 자지를 빨리던 도중이었을 테니까.
끝나고서, 이것저것 주변 정리도 마치고 유스티티아에게서 힌트를 들었을 무렵에 장을 보고서 돌아온 호아란이었으니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존나 성능이야 확실한 냄새 제거제에, 혹시 모르니 방향제까지 뿌려뒀으니 아무리 호아란의 후각이라도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을 눈치챌 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아, 그거... 내가 뭐 좀 만드느라, 냄새가 많이 났거든... 그래서 방향제를 좀 뿌렸어.”
그런 나랑 달리, 존나 아무렇지도 않게 호아란에게 새침 때며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유스티티아.
심지어 도중에 나를 보며, 그렇지? 하고 묻는 유스티티아의 철면피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만들긴 했지.
내 자지를 열심히 빨아서 정액을 만들어대긴 했다.
덕분에 냄새도 많이 났고.
아무튼, 감탄이 나올 정도로 뻔뻔한 유스티티아의 말에 호아란마저도 깜빡 속아 넘어갔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정말이지, 만드는 것까지는 뭐라하지는 않겠지만 다 같이 사는 집이니 조금은 주의하거라.”
“응, 미안해? 다음에는 좀 더 주의할게.”
또 이쪽을 보면서 그렇게 말하는 유스티티아.
내가 너무 싸버린 나머지 미처 마시지 못하고 입 밖으로 흘러버린 정액 때문에 이를 눈으로 타박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근데 그거 반쯤은 유스티티아 탓이 아닌가 싶었다.
나는 자지만 내밀고 있었지 그렇게 되도록 자지를 빤 건 유스티티아였으니까 아무튼 반쯤은 유스티티아 탓이었다.
“아, 한조야. 출출하지는 않느냐?”
아무튼, 얼굴에 철판을 몇 장이나 깔아두기라도 한 건가 싶은 유스티티아를 보고 있으려니, 내게 그렇게 묻는 호아란의 말에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어... 조금요?”
“조금만 기다려보거라, 금방 요깃거리를 만들어 오마.”
내가 일찍 온 것이 기분 좋은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부엌으로 향하는 호아란을 보다가 옆에 있는 유스티티아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물었다.
“...설마 급하다는 게 이거 때문이었어요?”
“글쎄... 어떻게 생각해? 궁금해?”
할짝, 하고.
조금 전까지도 내 자지를 빨고 있던 입술을 핥으며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궁금하면... 알고 있지?”
저러는 거 보니까 존나 확신범인데.
대체 무슨 수로 호아란이 장을 보고서 집에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한 건지 모르겠지만.
“음? 둘이 뭘 그렇게 속닥거리는 것이더냐?”
“아뇨, 아무것도요.”
그런 나랑 유스티티아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 호아란의 말에 그렇게 대답했다.
호아란이 돌아오는지 얼마 있지 않아서, 갑자기 불려갔다던 릴리스도 돌아왔다.
근데, 뭔가 심기가 매우 불편해 보였다.
덕분에 쉬라스갈의 일에 대한 보고도 못 하고서 눈치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근데 그것도 잠깐이지, 계속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릴리스에 결국 왜 그러는지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어떤 간이 땡땡하게 부은 새끼가 릴리스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라도 한 걸까 싶었는데, 정작 그런 내 물음에 나를 보던 릴리스가 한숨을 푹 내쉬는 것이 보였다.
“뭔데요, 대체.”
불안하게시리 왜 날 보고 한숨 쉬고 난리야.
“이걸 재수가 없다고 해야 할지, 그게 아니면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말이지.”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그런 내게 릴리스가 무언가를 내미는 것이 보였다.
“이건 또 뭐에요?”
“위쪽에서 온 공문. 한 번 읽어보던가.”
뭔데 그러나 싶어서 읽어봤더니, 디스펜서의 출두를 명령하는 공문이었다.
그것도 각 지부마다 최상위권에 위치한 디스펜서들을 대상으로 한 명령.
근데, 그 대상 안에 내 이름이라고 해야 할지, 디스펜서로서 사용중인 예명인 강한좆이 떡하니 적혀져 있었다.
“뎃...?”
뭔데 이거.
소집일부터 소집 거부시 상위 디스펜서로서 주어지는 혜택의 박탈이 어쩌니하는 내용이 적혀져 있는 게 장난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저번에 말했었지? 상위 디스펜서들에게, 있느니 마니한 의무가 주어질 거라고.”
그랬었지.
다른 디스펜서들에게 차별이니 뭐니하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일단 넣어는 드렸습니다는 느낌으로, 세계 정부에서 부르면 불려가야한다는 의무가 달리긴 했다.
“아니, 그거 그냥 넣어둔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랬었지. 세계 정부에서 디스펜서를 굳이 찾아서 부르거나 할 이유도 없기도 하고.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조항이었거든.”
근데, 그 있으나 마나 했던 조항을 명목으로 세계 정부에서 나를 불렀으니 있느니 마니한 조항이 아니지 않나.
아니, 정확히는 나를 콕 집어서 부른 것이 아니라 지부마다 최상위에 위치한 디스펜서들을 전부 부른 거긴 하지만.
“근데, 저 그렇게 순위가 높았어요?”
지부마다 열 명 안팎으로 있는 상위 디스펜서들.
그중에 내가 끼어있긴 했는데, 그중에서도 최고일 줄 몰랐는데.
어차피 여기 반도 지역에만 있는 지부가 여덟 곳에, 저 옆에 열도 지역이나 그 밖에 이곳저곳 있는 지부들을 다 따져보면 100명 안에 끼어있는 느낌이긴 한데.
그래도 이 동네 최고 남창이라니까 이걸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묻자 그런 나를 보던 릴리스가 말했다.
“...네가 그렇게 챙기고 다니던 별점이랑 이런저런 평가 때문도 더해서 점수를 책정하니까 그런 거야. 거기에 가능성이라고 해야 할까, 여태 받은 손님의 종족 종류도 따지고... 덕분에 이 종족 저 종족 안 가리고 박아댔던 너는 여러모로 점수를 높게 받았거든. 그리고, 릴리아나 때의 일로 네 가치가 좀 올랐고.”
내가 가능충이라서 점수를 높게 받았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다양하게 박아댄 것 같지는 않은데.
슬라임에 웨어울프, 사티로스, 웨어래트에 웨어시프, 미노타우로스랑 하피, 그리고 이번에 라미아... 그 밖에도 이런저런 종족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생각해보니까 다양하게 박긴 했다.
그보다, 릴리아나 때의 일이라니 무슨 소리지?
“릴리아나가 왜요?”
“자치라고는 해도, 세계 정부의 공인 하에 유지되고 있는 왕국이기도 하니까. 인구도 오만이 넘는 데다가, 너도 자주 먹어봤으니까 알겠지만 웨어허니비들의 꿀은 여러모로 쓰이는 데가 제법 되거든. 최하급의 영약부터, 시약의 재료, 요리, 그 밖에도 이곳저곳에서 쓰이고 있다는 말이지.”
먹어봐서 알고 있던 것 말고는 하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그렇지만 잠자코 릴리스의 말이나 듣기로 했다.
“그런데 그런 웨어허니비들의 여왕인 릴리아나가 콕 집어서 너만 지명하겠다고 선언했으니 이쪽 업계에서 네 평가가 많이 오른 거지. 이전의 여왕은, 이미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이었기도 했고, 그 전까지는 평범하게 여러 디스펜서에게 안겼었으니까... 즉, 그때랑 달리, 이번대의 여왕인 릴리아나가 그렇게 선언한 이상, 앞으로 웨어허니비의 종족의 종속이 네 자지에 달려버렸다는 소리가 된 거야. 또... 저번에 널 병원에서 빼낼 때도 그런 명분을 쓰기도 했었고 말이야.”
그랬구나...
전혀 몰랐다.
꿀벌 리무진에, 그때 봤던 작긴 해도 휘황찬란했던 궁전도 그렇고 돈이 많다고는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릴리아나의, 아니 웨어허니비들의 위상이 그럭저럭 되는 모양이었다.
릴리아나의 남자란 이유로 내 가치가 껑충 뛰어오를 정도로 말이다.
그나저나...
“무슨 명분이요?”
“내가 앞에서 나서면, 여러모로 말이 나올 테니까 릴리아나 쪽을 거쳐서 손을 썼었거든. 웨어허니비들의 여왕의 부마를 이런 식으로 억압하면 좋지 않을 거라고 말이지.”
릴리아나의 부마 같은 게 된 기억은 없었는데.
아마 릴리스가 그냥 그렇게 우긴 모양이긴 했지만.
사실상 비슷한 취급을 받아도 그다지 틀린 느낌이 아니기도 하고.
벌써 몇 주 뒤 앞으로 다가온, 릴리아나가 낳을 차세대의 웨어허니비들은, 어찌됐건 내 정자로 태어난, 내 딸들일 예정이기도 했으니까.
제일 먼저 임신했던 뮤뮹뮤뭉도 아직 태어나려면 한참인데, 웨어허니비의 존나 빠른 번식 속도 덕에 곧 있으면 애 아빠가 될 거라는 사실을 떠올렸더니 조금 현타가 오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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