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127화 (127/523)

〈 127화 〉 아티펙트 (3)

* * *

“그리고... 넌 모르겠지만 지부장 중에서 너를 차기 지부장으로 삼아도 좋지 않나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내가 전에 디스펜서 중에서 자질이 있는 녀석들을 뽑아서 차기 지부장으로 키우는 건 어떠냐는 이야기를 꺼내뒀었거든. 은퇴하고 싶은 년들이 나만 있던 건 아니라서, 덕분에 벌써 지부장으로 키울 후보들이 나오긴 했지. 너도 거기에 끼어있고. 네가 내 후계자인 걸 아는 녀석들은 몇 명 없지만.”

아마 저건 나를 후계자로 세우기 위해서 릴리스가 준비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대뜸 나를 내세우는 것보다는, 차근차근 그럴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뉘앙스를 뿌리는 느낌으로 밑 작업을 쳐두는 것이 반발이 적을 테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 일을 많이 하고 있긴 했었구나.

평소에도 별점을 신경을 쓰라느니, 뭐니하기도 했고 그 외에도 릴리스도 날 후계자로 삼기 위한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쉬­라스갈도 그런 이유로 내가 나선 거기도 했었고.

대충 업적작 비스무리한 느낌으로, 지부에서 골칫거리인 것을 대신 해결해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런저런 일에 걸쳐서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동네 최고가 된 건 알겠는데, 그래서 그런 디스펜서들만 모아서 뭘 하려고 부르는 건지는 전혀 모르겠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릴리스가 전혀 쌩뚱맞은 이야기를 꺼냈다.

“저번에 있었던 디멘션 크래쉬, 기억하고 있지?”

“저번이요?”

기억을 더듬어봤다가, 저번에 에일레야랑 만났을 때 있었던 디멘션 크래쉬를 떠올릴 수 있었다.

사막 한복판에 일어나서, 별 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왜요?”

“거기로 넘어온 녀석들이, 제법 되는 모양이더라고.”

뭐야.

또 무슨 종족이라도 넘어왔나.

별 소식이 없어서 그냥 아무 일도 없었나 보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오히려 세계 정부 측에서 정보를 꽁꽁 숨긴 채로 있던 걸 보면, 생각보다 일이 커질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근데...

그거랑 디스펜서인 나를 세계 정부측에서 부르는 이유랑 대체 무슨 상관인지는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곧, 알 수 있었지만.

“그쪽에서, 세계 정부에 내건 조건은 셋. 자기네들의 국민들과 국가의 안전과 자치를 유지시켜줄 것. 자신들에게 걸려있는 ‘저주’를 해주 시켜줄 것. 그리고, 남자야.”

“...남자요?”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래, 남자. 아무래도 그쪽 세상은 멸망중이던 세상이었던 모양이더라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저주 때문에 남자들이 전부 사라졌다는 모양이더라.”

“...어, 그거 안전한 거 맞아요?”

갔다가 나도 그 저주에 걸려서 뒈지는 거라면 혜택 박탈이고 자시고 그냥 디스펜서 때려칠 거 같은데.

“그건 걱정하지 마. 딱히 생명에 지장이 있는 저주는 아니니까. 그냥 남자들이 태어나지 않는 저주라더라고. 거기에 이쪽으로 넘어올 때 이미 저주의 대부분도 약해진 모양이고.”

그럼 다행인데.

아니, 근데 뭔 놈의 저주가 그따구지?

남자가 태어나지 않는 저주라니, 존나 졸렬하면서도 없어 보이는데 사실상 무조건 종말로 치닫게 하는 치명적인 저주였다.

대체 뭔 짓을 했길래 그런 저주가 그 세상에 퍼졌던 건지는 모르겠다.

마왕 같은 걸 잡을 때 자지라도 잘근잘근 밟아대면서 잡기라도 했나...?

그래서 개빡친 마왕이 씹새들아 다 죽어라하고 남자들이 태어나지 않는 저주라도 세상에 걸어버리고 자폭하기라도 했고?

그럴 리가 없겠지만.

아무튼 저주는 둘째치고서, 그렇게 남자가 없어서 다 망해가던 나라가 무슨 배짱으로 수십 세계가 넘는 세상을 전부 통일해버린 셈인 세계 정부를 상대로 조건을 다 걸었는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

“좀 크게 넘어왔나 봐요?”

그나마 떠올릴 수 있는 건, 넘어온 숫자가 상당히 많아서 당장 세계 정부에서 처리하기 곤란해서 그런 경우 정도여서 그런 건가 싶었는데 그런 내 말에 릴리스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인구는 얼마 안 돼. 대충 수천 정도? 이미 꽤 오래전부터 저주로 망해가고 있었던 모양이라, 살아 남아있는 숫자 자체가 얼마 안 되는 모양이더라고. 남자가 없으니, 인구야 시간이 갈 수록 계속 줄어가기만 했을 테니까 말이야. 사실상, 수천 명밖에 없는데 그걸 왕국이라고 하기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지.”

한 수천만 명이 넘는 숫자가 동시에 넘어와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고, 그럼 대체 뭔데 그러나 싶었는데 릴리스가 말을 이었다.

“근데... 그 수천이 상당히 강한가 봐. 아니지, 강해서 그 정도나 살아남았다고 하는 게 더 옳겠네. 경지를 넘어서지 못한 자들은 거의 다 수명으로 스러져갔을 테니까.”

뭐, 장생종이라고도 불릴 만큼 오래 사는 종족들이 아닌 이상, 길어봐야 백년에서 이백년이면 늙어 죽기는 하니까.

그게 싫으면 무공을 익히던, 마법을 익히던해서, 초인이라고 불릴 정도의 경지를 뚫어야지만 가능할테고.

좆망할 뻔했던 게 아니라, 정말로 좆망했던 세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니 강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니, 얼마나 강하길래 그래요?”

근데 대체 얼마나 강하길래 어지간한 왕국도 강제로 찍어누르다시피 하면서 복속시켜버리는 세계 정부에서도 조건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타협했는지 궁금했는데 릴리스가 말했다.

“듣자 하니, 하나같이 마스터급의 네크로맨서들이라더라.”

“...뭐요?”

네크로맨서.

사령 술사.

그리고, 일인 군단.

그렇게도 불리는 존재들.

그런 네크로맨서가, 한 명도 아니고 수천이라고?

“뭐, 잘못 안거 아니에요? 그게 가능해요?”

“나도 믿기지는 않은데 보고서에는 그렇다는데 뭘 어째.”

보고서가 그랬으면 인정이지.

그나저나, 네크로맨서가 수천 명이라고...?

네크로맨서들의 위험성이야, 이미 아직 한창 여러 종족들이 박 터지게 싸울 때부터 익히 알려져 있었다.

혼자서 수백이 넘는 시체를 일으켜 세워서 진격시켜대는 네크로맨서들이 날뛰었던, 3일간에 걸쳤던 ‘시체들이 살아난 밤’ 사태 때는 세상이 존나 망해가는구나,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존나 삼일천하로 끝나긴 했지만, 시체가 일어나서 산자를 공격한다는 것 자체나 너무 끔찍했던 일이라 임팩트가 강한 사건이라 아직도 기억나긴 했다.

“...그거 위험하지 않아요?”

그때야 세계 정부가 아직 세워지기도 전이었지만, 이미 스물둘의 영웅들이 한창 활동하던 때기도 하고 임팩트가 컸던 만큼 어그로도 상당했던지라 네크로맨서들이 도시 하나를 채 덮치기도 전에 순식간에 토벌당해버리긴 했지만.

이런저런 차원의 세상에서 모인 네크로맨서가 전부 합쳐서 고작 수백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짓을 벌였던 것을 생각하면 수천이 넘는 네크로맨서, 그것도 그런 네크로맨서들로만 이루어진 왕국이란 것은 존나 위험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내 생각이 맞았는지, 고개를 끄덕인 릴리스가 말했다.

“위험하긴 하지. 마스터급의 네크로맨서라면 뼈다귀 정도는 혼자서 수천씩 일으켜 세울 수 있을 테니까. 좀 튼튼한 기사급들도 수십씩은 일으킬 수 있을 테고. 그런 네크로맨서가 수천이면... 사실상 수십만에 달하는 사령 군단을 가진 셈이겠네. 그렇게 따지면, 왕국이라고 해도 되긴 하겠지. 뭐, 망자들의 왕국이겠지만.”

어깨를 으쓱이며 그렇게 말하는 릴리스.

너무 태연하지 않나 싶었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는지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호아란이 말했다.

“그 사이한 것들로 이루어진 나라라니, 더군다나 그런 곳으로 한조를 보내자는 것이더냐?”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네크로맨서들은, 고작 3일 만으로 한창 좆되서 전쟁통에서 살아남는답시고 발버둥 치고 있던 시절의 내 기억에도 버젓하게 남겨졌을 만큼 존나 끔찍한 새끼들이었으니까.

시체들을 일으켜 세우고, 산 자들을 공격한 건 둘째치고 지들이 죽였던 사람들의 시체를 일으켜 세워서 거기에 박아대던 새끼들 투성이었던 네크로맨서들이었던지라, 그런 네크로맨서들이 수천이나 되는 곳에 가야한다니까 존나 쫄렸다.

남자들이 다 뒈져서 여자만 남았던 세상이라고 하니까 시체에 박지는 않았겠지만, 그 반대로 시체에 박히던 년들만 잔뜩 있을지도 모르고.

아무리 나라도 시체에 박히던 보지에 자지를 박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다가 병이라도 걸리면 어쩌라고.

“...호아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는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그쪽 세상에서 발전한 네크로맨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거랑 좀 다른 모양이니까.”

뭐가 다르다는 거지.

결국 네크로맨시고, 그걸 배운 네크로맨서들은 시체를 일으켜 세우는 거에 자지를 세워대는 개미친변태싸이코새끼들 아닌가 싶었는데 릴리스가 말했다.

“전에 날뛰었던 그 음침한 시체박이 새끼들이랑 다르게 그쪽 세상에선 네크로맨서들이 사제 비슷한 역할을 했던 모양이더라고. 망자를 일으켜 세우고, 산 자를 공격하거나 시체 가지고 장난이나 치던 흑마법사 계열이 아니라, 망자가 생전에 남기지 못한 말을 대신 전해주거나 하는 사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실제로, 카르마 수치도 선에 가까운 모양이야.”

“카르마가 뭔데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전에 본녀가 해주었던 말을 기억하느냐? 설령 죽게 되더라도, 의지는, 특히 원망은 남는다고 하였었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나를 보고서, 호아란이 그렇게 말해주자 그제야 기억났다.

대충 남에게 원한을 살만한 짓을 한 새끼에게 들러붙는 사념 비스무리한 거라고 들었던 것 같았다.

반대로 남에게 선의를 베풀 때도 그 반대의 느낌의 기운이 깃든다고 했었던가.

실제로 사념을 주렁주렁 달고 다녀도 저주받는다거나 재수가 없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그렇게 쌓인 사념들이 점점 영혼을 혼탁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근데, 그걸 재는 방법도 있었어요?”

“뛰어난 술사들이라면 기능하느니라, 그게 아니더라도, 고명한 도사나 사제라면 가능하겠구나. 그리고...”

흘끗, 유스티티아를 보는 호아란.

그런 호아란의 시선에 내가 유스티티아를 보자 하암, 하고 하품을 하며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내가 예전에 만들어둔 게 있거든... 혼이 얼마나 더럽혀져 있는지 측정하는 도구. 그냥 심심풀이로 만든 거였지만, 새로 넘어온 사람들의 성향을 알아보거나 할 때 쓴다고는 들었어.”

아무래도 유스티티아가 카르마인지 뭐시기인지를 측정하는 마도구를 만들었던 모양이었다.

정액으로 만든 드레싱도 그렇고, 슬라임 오나홀도 그렇고 이것저것 별 걸 다 만드는 유스티티아여서 대충 카르마니 뭐니를 측정하는 마도구를 만들었다고해도 이상할 것 없이 납득해버렸다.

“...하여튼, 업이 쌓이지 않고 깨끗한 자들이 사령 술사라는 것은 믿기 힘들긴 하나, 정말로 그렇다면 걱정할 일은 없지 않느냐? 근데 어째서 그렇게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것이더냐?”

호아란도 저렇게 말하는 거 보면, 딱히 위험할 건 없는 모양인데 어째서 아까부터 계속 릴리스의 심기가 불편해 보였는지 나도 궁금해서 릴리스를 쳐다보자, 그런 나와 호아란의 시선에 한숨을 푹 내쉰 릴리스가 말했다.

“...기간 때문이야. 거기에 가게 되면 적어도 일주일은 있어야 한다고 들었으니까..”

어, 그게 왜?

뭔가 대단한 이유라도 있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서 의아스러웠다.

그나마 마음에 걸리는 건 내 정액이 없으면 고사할 유스티티아인데, 그거야 뭐 그동안 버틸 정액을 미리 챙겨놔 주면 될 테고.

릴리스나 호아란도 있을 테니, 설마하니 돌아와 보니까 유스티티아가 바싹하게 말라 있다거나 할 일도 없을 테니까.

근데, 그런 나를 보며 릴리스가 말을 이었다.

“저 바보 녀석이 무려 일주일씩이나 우리랑 떨어져 있는데 사고를 안 칠 거 같아? 아니, 저 녀석이 사고를 안 치더라도 어디 이상한 일에 휘말릴걸?”

무슨 내가 재앙을 부르기라도 하는 것마냥 그렇게 말하는 릴리스.

“...과연, 그건 큰일이긴 하구나.”

근데 호아란이 그런 릴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호아란 마망...?”

내가 그런 호아란을 쳐다보자, 호아란이 말했다.

“릴리스의 말에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조 네가 유난히 사고에 휘말리는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

아니, 그건 맞긴 한데.

릴리스의 말에 전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호아란도 나를 어디 나가면 허구헌날 다쳐서 돌아오는 개구쟁이 꼬맹이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보고 있어서 기분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참 그랬다.

근데 내가 생각해도 호아란이나 릴리스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일들을 워낙 많이 겪었던지라 뭐라고 반박할 방법이 없다는 게 서글펐다.

릴리스랑 처음 떨어진 날에 웬 미친년한테 습격당하질 않나,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모처럼 다같이 나들이 나간 날에 테러를 당하질 않나.

그 외에도 자잘한 것까지 전부 따져보면, 사실 하루하루가 버라이어티하긴 했으니까.

마침 호아란이 도와주거나, 릴리스랑 호아란이 옆에 없었더라면 죽었을 일들이 수두룩하긴 했다.

덕분에 괜히 나도 불안해졌다.

“그럼 거절해요? 그러면...”

“좋지 않겠지. 적어도, 널 지부장으로 삼아도 좋지 않을까 하는 여론은 싹 사라질걸. 그래도 상관은 없겠지만, 여태껏 내가 준비해둔 일들은 싹 다 무용지물이 돼버릴 거야.”

그건 좀 그런데.

대체 뭘 준비하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동안 차근차근 날 후계자로 세울려고 릴리스가 해두고 있던 일들이 괜히 뭔 일이 생길까봐 걱정된다는 이유로 냅다 팽개칠만한 건 아닐 테고.

“반대로, 이번에도 네가 활약하면... 일단 네가 어디 지부장으로 앉아도 아무도 뭐라 말 못하겠지. 그래서 운이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다고 한 거고.”

그럼 더 거절하기 그런데.

“...그렇게 걱정된다면, 아티펙트라도 하나 더 만들어서 잡아주면 되잖아? 호아란이 만들어준 호아도 있고, 호신용으로 하나 더 쥐어주면 뭔 일이 있어도 별 문제는 없을걸?”

이걸 어쩌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으려니까 유스티티아가 그렇게 말했다.

“어... 아티펙트란게 그렇게 금방 만들 수 있는 거에요?”

“언제까진데?”

이틀 뒤인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유스티티아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이틀이라, 그 정도면 문제없어. 잠을 조금 줄이면 그만이니까. 재료만 충분하다면, 두세 개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거야.”

어...

아티펙트란게 그렇게 퐁퐁 만들어댈 수 있던 물건이었나?

당장 내가 차고 다니는, 유스티티아가 직접 만든 아티펙트인 바디 체커만해도 장난 아니게 비싼 물건이고, 다른 양산품인 바디 체커들도 상당히 비싼 걸로 알고 있는데.

양산품만해도 그런데, 이틀이면 두세 개쯤은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하는 유스티티아에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 깨지는 기분이 들었다.

“...재료가 없지 않느냐?”

“내가 쓰려고 챙겨둔 걸 좀 쓰면 되지. 호아란, 네 꼬리털도 조금 쓰고... 거기에 내 비늘도 좀 떼어다 쓰면 될걸?”

“...나는?”

“릴리스, 네 소재를 쓰면 제대로 된 아티펙트는 나오지 않을 거니까 안 돼.”

딱 잘라서 그렇게 말하는 유스티티아.

하긴, 서큐버스인 릴리스의 것을 소재로 쓰면 뭐가 나올지는 나도 상상이 안 가긴 했다.

건들기만 해도 사정시켜버리거나하는 아티펙트가 튀어나와 버릴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유스티티아의 말에 내 호신용 아티펙트를 몇 개 만들어다가 쥐어주는 걸로 이야기가 정리된 것 같았다.

아티펙트라...

“어, 혹시 이것도 재료로 쓸 수 있어요?”

깜빡했었는데, 마침 나도 소재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갖고 있는게 있었다.

품속을 뒤져서, 쉬­라스갈에게서 뽑아온 송곳니를 내밀자 세 마망들이 나를 보는 것이 보였다.

특히 유스티티아는 내가 내민 송곳니를 보고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라미아의 송곳니네? 그것도 독샘이 있는 거. 이거라면 확실히 쓸데야 많긴 한데...”

쓸 수 있는 모양이구나.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럼 이것도 써주세요.”

마침 잘됐다 싶어서 쉬­라스갈의 송곳니도 아티펙트의 소재로 사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받은 거고, 내가 마음대로 써도 되지 않을까?

“...뭘 자연스럽게 넘기고 난리야. 저건 또 어디서 난 건데?”

그러고 보니 아직 말 안 했었지.

대충 쉬­라스갈이랑 있었던 일도 이김에 말해줬다.

여차저차해서, 송곳니를 받게 된 경위를 셋에게 말해주자 흐응, 하고 그러려니 하는 유스티티아랑 달리 호아란이랑 릴리스의 얼굴이 점점 굳어가는 것이 보였다.

어...

뭔가 좆된 것 같은데.

“너... 내가 너한테 부탁한 건 그런 게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조야...? 설령 쉬­라스갈이라는 아이가 먼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나, 그렇다고 송곳니를 뽑아오는 것은...”

둘에게 잔소리를 한가득 들어버렸다.

* *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