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 나르메르 왕국에서의 나날 (3)
* * *
“...일어나십시오, 강한좆씨. 도착했습니다.”
“으에?”
몸을 흔드는 느낌에 눈을 뜨자, 이쪽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한유진의 얼굴이 보였다.
“...도착했다고요?”
“네, 아직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나르메르 왕국의 영역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런 한유진의 말에 몸을 일으켜세워서 바깥을 보자, 확실히 사막뿐이던 때랑 달리 초목이 듬성듬성하게나마 보이는 것이 사람이 살만한 곳이 나왔다는 느낌이 드는 풍경이 보였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사람이 살만한 곳에서 사람이 사는 곳이다 싶은 광경이 펼쳐졌다.
“오...”
돌을 깎아 만든 듯한 거대한 석조 건축물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인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기 시작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정작,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망조가 든 왕국.
과거의 한 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았을 것이 분명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게 된 왕국이란 느낌으로, 사람의 손을 탄 지 오랜 세월이 흐른 느낌의 건물들이 잔뜩 보이기 시작했다.
“꾸어어엉...”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멈춰선 데스웜.
뭔가 싶었는데, 카루라의 부하 중 하나인 여자가 다가와서 말했다.
“이곳부터는 망자들이 안식하는 곳이라 사령술을 사용한 이동이 불가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데스웜 버스 종점역이었나보다.
하여튼, 그렇게 다들 데스웜이 모는 사막 배에서 내리고나자 카루라가 여지껏 우리를 끌고 다녔던 데스웜에게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뭘하나 했더니 데스웜의 이마에 손을 얹은 카루라가 말했다.
“고생했다. 이제 푹 쉬도록.”
그리고는, 푹하고 다시금 땅에 창을 찌르자 무너지듯 쓰러지는 데스웜.
이내, 그렇게 남아있던 데스웜의 사체마저도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 흩어져 갔다.
“아아...”
흩어지며 사라져버리는 데스웜을 보며 나지막하게 탄식을 내지르는 마법사들이 몇몇 보이는 걸 보니, 상당히 아까운 짓을 한 모양이긴 한데.
데스웜을 잡은 것은 어디까지나 저쪽이고, 그걸 어떻게 처리하든 저쪽 마음인지라 뭐라 말은 못 하는 노마법사들의 모습이 참 애처로웠다.
뭐,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관심을 끄려고 했는데 그런 내 귓가에 한유진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저 정도의 크기의 데스웜 사체라면, 수백 억은 했을 텐데 아깝긴 하군요.”
“뭐요?”
아니, 씨발 그런 걸 먼지로 만들어버린다고?
그럴 거면 차라리 날 주지.
“이만 가지.”
근데 나도 다른 노마법사들과 마찬가지로 뭐라 말 못하는 처지라 그렇게 말하고는 앞장서서 걸어가는 카루라의 뒤나 얌전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간 보지 말고 조금이라도 나섰으면 어떻게 비벼볼 수 라도 있었을 텐데 아까운 짓을 한 기분이라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한참을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대부분, 빈 건물에 불과했던 이제까지랑 달리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였다.
그나저나...
“...종족이 다양하네요?”
“그렇군요.”
서로가 서로를 신기하다는 듯이 구경하는 모양새로 관찰한 덕분에 알게 된 것은, 나르메르 왕국의 구성원들로 보이는 종족들이 상당히 다양하다는 거였다.
카루라처럼 날개가 달린 이종족들이 있는가하면, 여느 웨어비스트랑 비슷하게 짐승의 귀나 꼬리가 달린 종족도 있고 심지어 아예 머리가 통째로 퍼리인 종족도 몇몇 보이는 등 무척이나 다양했으니까.
일반적으로 하나의 세상에 한 종족, 혹은 주종족과 몇 안되는 부종족이 대부분인 세상이 많았다는 걸 생각해보면 다소 특이한 구성이긴 했다.
원래 어느 세상의 어느 종족이던간에 서로 다른 종족이 같은 세상에서 살다 보면 서로 미친 듯이 쌈박질해서 한쪽을 멸망시키던, 아니면 노예로 만들던 것이 일반적인 세상이었는데 여긴 이런저런 다양한 종족들이 다 같이 평범하게 살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해야 할까.
근데 사실 그런 것보다는 사막이라서 그런 건지 하나같이 거의 헐벗다시피하거나 새하얀 천으로 된 얇은 옷 위주로 된 옷차림인 여자들에 더욱 눈이 가긴 했지만.
여자끼리만 오랫동안 살아서 그런지, 아예 상반신은 벗고 다니는 사람도 꽤 많았고.
나야 바로 옆에 한유진이 있는 터라 그렇게 자세히 살펴보긴 어려웠지만, 하나같이 이종족답게 발육이 장난이 아닌데다가 그런 몸매를 과시하다시피한 차림새인 여자들을 본 다른 디스펜서들은 벌써부터 영업질을 하는 것도 보였다.
오랫동안 남자가 없었던 탓인지, 그런 디스펜서들의 추파에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것이 대다수이긴 했지만.
몇몇은 그런 디스펜서들에 엄청 관심을 보이며 얼굴을 붉히거나 말을 걸거나 하는 걸 보니 대충 분위기는 나쁘진 않은 것 같았다.
아무튼, 그렇게 한껏 관심을 받으며 도착한 나르메르 왕국의 궁전.
내가 살면서 보게 된 두 번째 궁전이긴한데, 크기는 몰라도 화려함이라고 해 야할지 장엄하다고 해야 할지하는 느낌은 웨어허니비들의 궁전보다 훨씬 못한 그런 궁전에 도착하자 카루라가 말했다.
“이 앞에서 뵙게 될 분은, 나르메르 왕국의 파라오이시자 살아 계시는 신과도 같은 존재이시니 아무쪼록 예의를 지키도록. 그대들은 이방인이니 과한 것은 바라지 않지만, 무례를 범할 경우에는 내가 용서치 않을 테니.”
...신?
카루라의 말에 순간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원체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라서 별수 없었다.
수많은 세상이 합쳐진 지금, 종교는 죄다 대가리 깨진 광신도들이나 믿는 것으로 전락한지 오래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유일신 신앙이고 자시고 세상이 여러 개인 게 이미 증명됐는데 어쩌란 소리일까.
저마다의 세상에 존재하는 신들이, 그들이 말하는 유일한 신이란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 거였다면, 그렇다면 그 신들이 만들었다던 저마다의 세상들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하나의 세상에 하나의 신.
하나의 세상의 여러 신.
하나의 세상의 수많은 신.
저마다의 세상에 있던 저마다의 신화 속의 신들은, 이 시대에서, 이 세상에서는 이제는 오래된 유물에 불과한 것이었다.
대체 어느 신이 진짜 ‘신’인가하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이야기가 끝난 것들이었으니까.
세상이 합쳐지면서 신의 힘이니, 신성력이니 하면서 사용하던 힘들도 결국 마나나 기, 내공 등으로 불리던 힘의 일종이란 것이 밝혀져 버리고 만데다가, 서로 지들이 믿는 신들이 진짜 신이랍시고 성전을 일으키려던 미치광이 레이시스트들은 그들이 믿는 신의 곁으로 빠르게 보내줘 버려서 그렇게 되어버렸다.
세계 정부가 내걸은 이치.
평등은.
힘에 의한 평등은 그런 것이었다.
분란은 억누르고, 갈등이 될만한 것은 제거해서, 평등하게 만든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그렇기에, '종교'라는 개념은 세계 정부가 가장 먼저 이 세상에서 지워 없앤 것 중에 하나였다.
이제와서 이 세상에서 종교란 것은,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그런 것들이 됐다는 거다.
박제된 신들.
신앙을 보내오는 이 하나 없이, 이 세상의 신들은 그저 그렇게 구경거리로 전락한 오랜 옛 것들이 되어버렸다.
아무튼 그렇게 세계 정부 차원에서 대가리가 깨진 종교인들의 대가리를 마저 부숴주거나 하다 보니, 작금의 세상에선 종교라고 부를만한 게 없어진지라 장난 아니게 오랜만에 들어보는 신이라는 단어에 어색함을 느꼈지만, 아무래도 여기서 말하는 신은 그냥 말만 신인 그런 느낌인 것 같아서 그러려니 넘어가기로 했다.
내가 살던 세상에서도 한때 자기 왕이 신과 동일하니 신의 자식이니 하는 것들이 없던 것도 아니고, 막 세상이 합쳐졌을 때도 그런 주장을 하던 사람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니.
다 같이 평등하게 대가리가 움푹하게 깨지긴 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우리에게 주의를 준 카루라가 고개를 끄덕이고선 커다란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르르르릉...
거대한 바위를 움직이는 듯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이윽고 열린 문 너머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어서 오너라! 이방인들아!”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
쫑긋, 하고 머리 위로 돋아난 길쭉한 검은 귀를 달고 있는 꼬맹이가 보였다.
높은 곳에 위치한 황금빛으로 보이는 옥좌 위에서 벌떡 몸을 일으킨 채로, 한껏 거만하게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꼬맹이가.
휘황찬란한 황금으로 수놓은 새하얀, 하지만 제 몸집보다 훨씬 커다란 옷을 입고 있는 꼬맹이가.
양팔을 좌우로 한껏 벌리며 말했다.
“나르메르 왕국의 유일한 적법자이자, 파라오이며, 현인신인 여가 그대들을 환영하노라!”
뭐지, 저 꼬맹이는.
본인이 직접 파라오니 현인신이니 뭐니하는 걸 보면 저게 나르메르 왕국의 왕... 그러니까 파라오인 모양인데.
...저 꼬맹이가?
차라리 파라오라는 꼬맹이의 좌우로 있는 누님들 중 하나가 파라오라고 한다면 모를까, 저 꼬맹이가 파라오라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파라오를 뵙게 되어 한없이 영광입니다.”
꼬맹이 파라오를 보고서 벙찐 나나 다른 디스펜서들과 달리 이미 사전에 이야기를 들어둔 듯한, 한유진을 포함한 세계 정부 측의 인사들은 그런 꼬맹이의 인사를 받으며 고개를 숙이는 것이 보였다.
“음! 그대들은 여의 신민이 아니니 과한 예는 필요없음이니 이만 고개를 들라! 그보다, 카루라.”
“네, 파라오.”
여태껏 우리를 이곳까지 데리고 온, 나르메르 왕국의 대전사인 카루라도 저 꼬맹이의 말에 무릎을 땅에 붙이며 낮게 고개를 숙이는 걸 보니 저 꼬맹이가 정말로 파라오가 맞는 것 같았다.
“무사히 이방인들을 안내하느라 고생이 많았도다! 상을 내리마, 무엇을 원하는가?”
“파라오께 계속해서 충성을 다하는 것, 단지 그것만이 저의 바람입니다.”
충성심 개쩌는 거 봐.
근데, 그런 카루라의 말에 파라오라는 꼬맹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턱 짓을 하며 말했다.
“그것은 당연히 그리 될 것이다. 그런 당연한 것보다,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하라.”
“그렇다면...”
흘끗, 하고 카루라가 나를 보는 것이 보였다.
그런 카루라의 시선에, 꼬맹이 파라오 역시 나를 보는 것이 보였다.
“......?”
뭐지, 싶었는데 카루라가 말했다.
“이곳에 오는 중에, 큰 실례를 저질렀으니 이를 만회할 수 있도록 해주시길 간청하나이다.”
그런 카루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꼬맹이 파라오가 말했다.
“그것이 네 바람이라면, 그렇게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파라오시어.”
뭐지.
잘은 모르겠지만 나랑 관련된 뭔가가 일어난 것 같은데.
“그나저나, 그대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남자들인가? 과연, 생명력들이 충만해보이는 자들뿐이로구나.”
아무튼, 일련의 대화가 끝나고서 파라오인 꼬맹이가 디스펜서들인 우리 쪽에 관심을 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들은 것이 있을 테니, 길게는 말하지 않으마. 여가 원하는 것은, 그대들이 나의 신민들을 잔뜩 늘려주는 것이니라! 그러니까...”
고개를 갸우뚱하는 파라오.
그런 파라오에게 옆에 있던, 속이 훤히 비쳐 보이는 실로 올바른 옷차림의 여자가 다가와서 속삭이는 것이 보였다.
“음, 그러했었지.”
그런 여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꼬맹이 파라오가 한껏 없는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그러하니, 너희 이방인들아. 그대들은 나의 신민들과 마음껏 프리 섹스 하도록!”
“......?”
뭐요?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나 말고도 다른 디스펜서들도 지금 뭔 소리를 들은 건가 싶은 얼굴로 꼬맹이 파라오를 올려다보는 것이 보였다.
“...음? 반응이 이상하구나. 아, 주의 사항을 말하지 않았구나. 프리하게 섹스하되, 이를 거부하는 이들은 내버려두거라. 여가 파라오이긴 하나, 싫다는 자들까지 강제로 아이를 갖게 하는 것은 옳지 않으니. 이상이다!”
“......”
웅성웅성, 이어진 꼬맹이 파라오의 발언에 한층 어수선해졌다.
그러자 뭘 잘못말하기라도 한건가 싶은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꼬맹이 파라오가 보였다.
지금 자기 발언의 이상함을 모른다는 게 오히려 신기할 지경인데.
그때, 한 디스펜서가 앞으로 나서는 것이 보였다.
“마음대로 섹스 해도 된다면, 그쪽도 마찬가지라고 보면 됩니까?”
저 미친 페도 새끼가?
대가리에 좆이 들어찬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대가리가 좆이었던건지 이와중에 저딴 소리를 하는 미친 새끼들을 보고서 다들 경악하는 가운데, 꼬맹이 파라오가 그런 디스펜서를 보더니 이내 빵 터진 듯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아하하! 아하하하! 과연, 여의 남자가 되고 싶다는 말인가! 이런 몸이 된 여를 원하는 남자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거늘! 허나, 그 또한 좋겠구나! 원한다면, 그리해도 좋다!”
아니, 씨발?
저걸 받아준다고?
“그럼...”
패션 페도 새끼가 아니었던 모양인지 꼬맹이 파라오의 말에 그렇게 말하며 벌떡 몸을 일으켜 세우는 디스펜서.
몸만 일으킨 게 아니라서 실로 눈이 썩어버릴 것 같았다.
좆같은 새끼가, 왜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처입은 거야.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닌지다들 존나 저 개미친 페도 새끼라는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 디스펜서가 꼬맹이 파라오에게 다가가려는 순간이었다.
“허나, 여의 남자는 그만한 자질이 있어야 하는 법!너는 그만한 자질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하마!”
“조건이라니 그게ㅡ”
대체 뭐냐고, 디스펜서가말을 잇기도 전에.
쿵, 하고 그것이 바닥에 내려왔다.
거대한 짐승.
넓적하고 커다란 입을 가진, 실로 거대한 짐승이.
“파라오는, 자고로 영웅의 씨앗만을 품는 법. 여의 몸을 원하는 자여. 그대는 여가 품을 만한 영웅인지 증명하라! 나의 귀여운 암무트, 저자를 시험하거라!”
『죽은 자들의 여왕이시어, 묶여버린 가엾은 분이시어, 나의 주인이시어. 나, 죽음에서 심판하는 자, 암무트가 그 명에 따르겠노라.』
쩌억, 하고 그렇게 말하며 아가리를 벌린 짐승이 다가가자 간도 크게 페도 선언을 했던 디스펜서가 주저앉는 것이 보였다.
줄줄...
그런 디스펜서의 다리 사이로 퍼져가는 자국이 보였다.
자신을 암무트라 말한 괴물은, 그런 디스펜서를 세로로 갈라진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다가, 벌렸던 아가리를 도로 닫으며 말했다.
『심장을 씹어먹기에도 아까운 겁쟁이로다. 영웅은커녕, 한낱 아녀자의 용기만도 갖추지 못하였구나. 아직 시험조차 시작하지 않았거늘. 그대여, 그대는나의 주인을 안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그런 암무트의 말에 음, 하고 고개를 끄덕인 꼬맹이 파라오가 말했다.
“나의 암무트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러한 거겠지. 안타깝게 되었구나! 여는 그대의 씨앗을 품어줄 생각이 없노라!”
그렇게 말한 꼬맹이 파라오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말했다.
“이 중에서, 혹 저자와 마찬가지로 여를 품고자 하는 자가, 스스로가 영웅임을 증명하고자 하는 자가 있는가? 여에게 씨앗을 뿌리고, 아이를 잉태시키고자하는 자가 있는가? 그렇다면 망설이지 말고 앞으로 나오라!”
저런 괴물 새끼한테 시험인지 뭔지를 받으면서 페도 짓을 할 병신 새끼가 있을 리가 없지.
가슴이 존나 큰 개쩌는 미녀라면 몰라도.
저기 있는 것이 저 꼬맹이 파라오가 아니라, 릴리스나 호아란, 유스티티아였더라면 냅다 들이박고 봤을 텐데 꼬맹이 파라오라서 전혀 그럴 생각이 안 들었다.
“음, 아쉽게도 없는 모양이구나. 정말로 아쉬운 일이구나...”
근데 아무도 안 나서니까 꼬맹이 파라오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것이 보였다.
진짜 실망한 것 같은데 저거.
“...뭐, 여를 안고자 하는 영웅이 없더라도 상관없다. 여의 목적은 그런 것이 아니니. 다시 한 번 환영한다!그대들, 이방인들이여! 자, 가거라. 가서,나의 왕국에서, 열심히 씨를 뿌리도록!프리 섹스를 하란 말이다!”
아니, 그놈의 프리 섹스 타령 좀 그만해줬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대충 어쩌면 좋을지도 알겠고 다른 디스펜서들도 이게 맞나, 하면서도 눈치를 보며 자리를 뜨거나 하는 것을 보며 나도 대충 한유진에게 일하러 가보겠다고 말 좀 전하고서 자리를 뜨려고 했을 때였다.
그런 내 팔을 붙드는 손이 있었다.
“응...?”
이게 웬 손인가 싶어서 고개를 돌리자, 발갛게 상기한 두 뺨을 한 카루라가 보였다.
“파라오께서 허락하였으니, 내가 저지른 무례와 실수를 만회하게 해다오.”
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가, 이내 카루라가 꼬맹이 파라오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물론, 싫다면 거절해도 좋다. 상대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은, 파라오의 신민들만이 아닌 그대들 또한 해당되는 사항이니.”
스윽, 하고 손을 빼내려는 카루라를 보고서, 이번에는 이쪽에서 그런 카루라의 손을 붙잡았다.
“거절한다고 안 했는데 어딜 가려고 해요?”
우직한 기사 누나는 대환영이지.
거기에 카루라처럼 장난 아닌 미녀라면 더더욱 그렇고.
* * *